책 소개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철학은 이렇게 탄생했다!
마법처럼 새로운 시대를 연 천재 철학자들을 만나다
“1920년대. 혼돈의 시대였다. 냉엄하고, 과도한 분위기에, 생존하고자 욕구가 강렬해진 동시에 죽음에 취해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1920년대에 가장 활기차고 시끌벅적했던 곳이 바로 파리, 베를린, 빈이었고 곧 모스크바도 그에 동참했다. 전쟁 국가의 메트로폴리스, 시대정신의 중심 도시들, 미래의 실험실.
바이마르 공화국이 갓 탄생한, 늘 벼랑 끝에서 비틀대던 독일에서는 침체와 환희가 쉼 없이 자리를 맞바꾸며 계속되었다. 밤이면 클럽에서 재즈가 유혹하고, 낮에는 시가전이 벌어졌다. 미디어 분야가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라디오가 대중매체가 되고, 영화가 새로운 예술형식이 되었다. 세계대전의 그림자로부터, 그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경제 붕괴의 암울한 징조로서,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민중의 분노를 두고 경쟁하던 시기였다.”
1929년, 다보스에서 두 남자가 만나 얘기하고 논쟁했다. 에른스트 카시러와 마르틴 하이데거. 카시러는 유대인이고 당시 독일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철학자였고, 마르틴 하이데거는 혜성같이 나타난, 말이 필요 없는 철학계의 새로운 별이었다. 오늘날, 카시러와 하이데거의 이 ‘다보스 논쟁’은 근대정신사의 결정적 순간으로 통한다. 동시에 이 사건은 정신적 창의성과 사상이 폭발적으로 발달했던 1920년대의 정점을 찍었다. 1919년부터 1929년까지의 약 10년은 현대 철학에 없어서는 안 될 10년이다. 특히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발터 베냐민, 에른스트 카시러, 마르틴 하이데거, 이 위대한 철학자 네 명이 말 그대로 이 기간을 만들었고, 2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이 오기 직전에 독일어를 철학의 언어로 만들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볼프람 아일렌베르거는, 철학 잡지 <필로조피 마가친스Philosophie Magazines>에서 오랫동안 편집장으로 일했고, 오늘날 독일어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중 철학서 저자이다. 그는 1920년대의 사상에 생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와 대공황 사이, 1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등장 사이에 낀 10년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마르틴 하이데거의 빛나는 성공과 한나 아렌트에 대한 사랑, 발터 베냐민의 방황과 그를 혁명가로 만든 라트비아 무정부주의자 여인과의 광기 어린 사랑, 케임브리지에서 철학의 신으로 추앙받던 때에 갑자기 스스로 빈털터리가 되어 오스트리아 시골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쳤던 억만장자의 천재 아들 비트겐슈타인, 이민을 떠나기 전 여러 해 동안 함부르크의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 점점 격해지는 유대인 혐오를 직접 당해야 했던 에른스트 카시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대을 연 위대한 철학자들이 《철학, 마법사의 시대》에서 또다시 빛을 발한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는 이야기 형식을 갖춘 비소설이다. 다시 말해 철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베냐민, 비트겐슈타인, 카시러, 하이데거 이 네 철학자 모두 그들의 인생과 철학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였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는 1920년대에 이루어진 이 네 ‘마법사들’의 삶을 한 해 한 해 따라가면서, 마법처럼 서로 얽혀 있는 삶과 철학의 길을 열어 보인다. 사랑과 좌절, 기발한 생각과 혁신 그리고 또한 정치적인 방황과 학문적 실패뿐만 아니라 그들이 남긴 철학의 걸작까지 아우른다.
볼프람 아일렌베르거는 인터뷰를 통해, 《철학, 마법사의 시대》가 오늘날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설명할 때 철학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정신적인 삶을 사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은 철학적인 배경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삶의 중심이 되는 질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장을 열 필요가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네 철학자가 그들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1920년대와 새로이 열릴 시대 앞에서 인생이란 무엇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구했는지 호기심을 안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베냐민, 카시러,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천재 철학자들의 삶과 사유 속으로 떠나는 지적인 시간 여행
‘1장 프롤로그 : 마법사들’에서는 학계에 첫 등장할 때부터 파격적이고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던 비트겐슈타인의 케임브리지 유학 시절과 그의 이론, 20세기 철학사에서 결정적 사건으로 통하는 하이데거와 카시러의 다보스 논쟁을 소개한다. 이때 1929년 당시, 발터 베냐민은 프리랜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힘겨운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고, 연인과의 사랑에 빠져 아내에게 이혼까지 요구한 상태였다.
‘2장 도약 : 1919’에서는 10년의 첫 시작 지점인 1919년으로 돌아간다. 불안정한 수입과 가난한 삶에 시달리는 철학자들의 삶과 이들의 초기 이론을 다루고 있다. 베냐민은 은행원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리고 집을 나와 가난한 철학자의 길을 걷는다. 빈의 재력가 집안 장남이자 천재인 비트겐슈타인은 전쟁을 겪고 죽음에 대한 사유와 공포에 집착하면서 인간 존재와 행복한 삶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하이데거는 '인간'이라는 개념에서 '존재'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 실력과 이론은 인정받았으나 계약직 강사 자리를 전전하던 에른스트 카시러는 상징주의 철학에 더 몰두하기 시작한다.
‘3장 언어 : 1919-1920’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 하이데거가 진리를 체험하는 과정, 카시러의 형태를 찾기 위한 노력, 벤냐민의 언어론과 번역론 등 네 철학자의 학문 세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4장 형성 : 1922-1923’에서는 하이데거와 카시러의 상징주의 논쟁, 벤냐민의 《괴테의 친화력》 비평 및 연구, 형제자매들에게 자기 몫의 유산마저 다 나눠준 뒤 시골 초등학교 교사 일을 할 당시의 비트겐슈타인과 케임브리지로 다시 돌아가기 전의 이론을 다루고 있다.
‘5장 너 : 1923-1925’에서 비트켄슈타인은 케임브리지로 다시 돌아갈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하이데거는 한나 아렌트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이론은 인간에서 존재로, 존재에서 ‘너’라는 대상으로 발전한다. 베냐민은 끊임없이 대학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연인 아샤 라치스를 만나게 된다.
‘6장 자유 : 1925-1927’에서 베냐민은 여전히 교수직을 구하는 데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점검의 틀로 삼아 자신의 ‘순수 언어’와 ‘인식 비판’ 철학을 강화한다. 하이데거는 자신의 철학적 현존재 설명이 지향하는 세 가지 핵심 개념, 도구, 두려움, 죽음을 반복해서 사용하기 시작한다. 카시러는 르네상스 철학을 연구하고, 열정적인 교사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초등학생을 위한 사전까지 만든다. 그러나 훈육을 위해 학생의 뺨을 때리고 나서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말았다.
‘7장 통로 : 1926-1928’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직접 설계도를 그려 가족을 위해 쿤트만가세에 빌라를 짓고, 베냐민은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연인인 아샤도 신경쇠약증을 앓는 동시에 연극연출가 라이히와 기묘한 삼각관계에 빠졌다. 이 고통스러운 날의 기록은 그의 《모스크바 일기》 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시러는 다양한 언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이해하는 철학자로서, 언어에 대한 쉽고 명확한 이해와 설명이야말로 철학자가 수행해야 할 과제라고 보았다. 그의 이러한 프로젝트는 《상징 형식의 철학》 제1권으로 일부 마무리된다. 하이데거는 마르부르크 대학의 정교수로 부임하고, 《존재와 시간》을 출판한 뒤 필연적으로 ‘근거’라는 개념이 그의 전체 강의와 작품을 지배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인 ‘8장 시간(시대) : 1929’는 다시 하이데거와 카시러의 다보스 논쟁으로 돌아온다. 학문적으로 정상에 선 두 철학자는 칸트, 형이상학, 윤리학, 유한성, 존재와 시간 등에 대한 다양한 언어적 논쟁을 펼쳐 보인다. 다시 말해 1929년 3월 26일, 궁극적으로 같은 질문인 두 가지 영원한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대답이 탄생한다. 철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저자는 역동적이고 급진적인 혼란의 시대였던 1920년대가, 따라서 철학하기에 좋은 시기였다고 강조한다. 이 시기는 독일 철학의 마지막 위대한 10년이었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은 부차적이었고, 학문적 명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당시, 적어도 베냐민, 카시러,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이 네 ‘마법사’에게는 자신이라는 고유한 존재에 근거, 규칙,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였다. 철학이 그들에게는 곧 생존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약 1천 년 역사 이래 인간이 온전히 문제가 된 첫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인간은,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동시에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막스 셸러
철학박사이자 작가인 볼프람 아일렌베르거는 독보적인 철학자 네 명의 인생 여정과 그들의 혁명적인 사상에서 진정한 현대의 기원을 본다. 인류 정신이 찬란히 빛나던 1920년대에 대한 이 회상은 우리에게 영감과 경고를 동시에 안긴다. 창의적이고도 치밀한 서술 덕분에, 지적 유희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볼프람 아일렌베르거
철학자. <타게스슈피겔>, <디 차이트>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싣고 있으며, 잡지 <키케로>의 정치부 토신원으로 일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어쩌다 셈하는 법을 잊었을까?>, <득점 예찬: 축구철학의 마흔 가지 센터링>, <노스트라다무스, 미래에 대한 또 하나의 진실> 등 철학적인 주제를 가진 대중서를 많이 저술했다. 현재 베를린과 핀란드를 오가며 살고 있다.
옮긴이 : 배명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8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에서 유학했다. 《생각을 버리는 심리학》 《엄마, 조금만 천천히 늙어줄래?》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느링느링 해피엔딩》 《독일인의 사랑》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부자들의 생각법》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저니맨》 《엄마, 조금만 천천히 늙어줄래?》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면서
I 장 프롤로그 : 마법사들
신의 도착 015│정상에 오르다 022│평정심 유지 024│다보스 신화 026│인간을 철학하다 028│토대 없이 030│두 가지 비전 032│선택의 기로에서 033│베냐민은 어디에? 035│차라리 실패가 낫다 038│삶에 목적이 필요할까? 041│1인공화국 044
II장 도약 : 1919
무엇을 해야 할까? 051│피난처 053│난감했던 날들 054│낭만주의 명제 056│새로운 자의식 058│도망 060│변화 061│윤리 문서 063│소망 없는 불행065│다른 상황 068│측면 공략 070│직관 없는 세계 072│원초학자 074│알리바이 없이 077│새로운 왕국 078│사건에 충실하다 079│독일의 미덕 081│사랑받지 못한 자 084│전차 086
III장 언어 : 1919-1920
비유로 말하다 093│빈의 다리 096│시적 적확성 098│세계에 맞서다 100│헤이그의 세 논점 103│사실의 그림 104│이발사 015│사다리 위의 러셀 107│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 110│폭풍 속에서 113│흐릿한 시야 115│군중 속의 고독 118│두 괴짜 120│환경 우선 121│순정성 파괴 123│미디어와 관련된 일 126│근대여성 129│과제 134│급진적 번역 140│컬트와 소리 142│함부르크의 괴테 146│기본 현상 147│다원주의를 향한 의지 148│전진 152│‘그’ 언어가 존재하는가? 154
IV장 형성 : 1922-1923
오두막에 평화를 161│소름 돋는 소명 163│현존재 사전점검 165│폭풍을 맞을 용기 168│구직전쟁 170│나쁜 이웃 172│좋은 이웃 175│책장 속 유토피아 177│신화의 출구 180│신계몽주의 182│강을 건너다 183│급류 속에서 186│제3의 동맹자? 189│바이마르의 괴테 192│더 많은 빛을 194│자유 또는 운명 195│선택 또는 결단 198│분열된 공화국 201│구원의 시작 202│구원의 초월성 204│무자비하게 206│4분의 3을 이해하다 209│치료 210│위에서 아래로 213
V장 너 : 1923-1925
얼간이 221│복잡하군 223│환대 235│함부르크에서 벨뷰로 236│뱀 실험 238│터널과 빛 240│흔들리는 바이마르 243│견고한 성 245│스스로 체험이 되다 247│너, 악마 249│존재의 한복판 251│가장 어려운 것을 생각하다 253│아모르 문디 254│단식요법 255│독일이여 안녕 259│포도와 아몬드 261│다공성 265
VI장 자유 : 1925-1927
붉은 별 273│비판적 서론 275│아담 사례 277│비애극 논문 280│상기시키는 청취 283│슬퍼하는 자연 287│비판적 사진첩 290│팔레스타인 또는 공산주의 292│가까이 있다 296│착수하다 298│물음의 발굴 299│현존재의 시간 302│이것이 망치이다: 도구분석 303│폭풍과 두려움 308│죽음을 향해 앞서 달리다 311│함부르크학파 316│가려진 기원 318│출발점의 다원성 319│세계 추론을 통한 자기 구성 322│별과 관련된 것 324│어린이의 입 327│언어공학자 329│합리성 목록 334│책임 원리 336│기절 339
VII장 통로 : 1926-1928
기술적 재능 345│오직 신들을 위해 350│스승 없는 모임 352│한참을 더 배워야 한다 354│위기에 직면하여 360│모스크바가 종점일까? 367│타인의 지옥 370│무방비 상태의 남자 372│한 사람을 위한 파티 375│대양 381│폭풍의 눈에서 384│프랑크푸르트의 비상시국 386│개인과 공화국 389│건축 395│악마들의 시대 396│존재 이후 399│근거와 나락 402│기원으로의 회귀 403│귀향 406│등산 407
VIII장 시간(시대) : 1929
힘찬 질주 413│군중 속에서 415│뮌헨에서의 전야 418│긴장 풀어요! 420│언어 폭격-다보스 논쟁 422│상처를 치유하다 434│봄기운 435│서푼짜리 오페라 437│도어스 440│밤새 숨차게 441│가스등 443│자동파괴적 성격 447│소시지에 대하여 449│방랑자 454│학파 없이 455│내부 문제 456│일상으로의 회귀 458│케임브리지의 나폴리 460│목적을 위한 상기 461│언어의 도시462│벽에 맞서 464
✽
마지막 469
감사의 말 474
주석 476
본문 사진 출처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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