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편집자의 책소개
사물을, 말을, 사람을 시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옳은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높이로
정신을 들어올린다는 뜻이다
시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시의 윤리다
故 황현산의 두번째 문학평론집이자 제2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잘 표현된 불행』. 절판되었던 이 책을 황현산 선생의 1주기에 맞춰 출판사 난다에서 복간한다. 첫 비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이후 10년에 걸쳐 썼던 글 가운데 시와 관련된 평문을 따로 모아 편집한 것이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프랑스 현대시의 가장 믿을 만한 연구자이자 번역가이고, 근현대 철학에 대한 높은 학식과 문학사와 담론사, 사회사에 대한 폭넓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시에 대한 가장 충실한 해설자로 유명한 저자는 오랫동안 ‘시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의 본질과 역사를 규명하는 데 노력해왔다.
이번 평론집은 ‘시와 끊임없이 교섭하였던’ 황현산 교수의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결정체다. 제1부 ‘시와 말과 세상’은 시적 상태의 특별함이 일상의 범속함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문학이 어떻게,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탐색한 탁월한 에세이다. 시의 존재론에 관한 제1부의 질문과 짝을 이루는 것은 제3부, 시가 태어나는 동시대의 현장에 대한 성실한 보고문들이다. 주로 시집의 해설로 담긴 제3부 ‘시쓰기의 현장’이 그것이다. 또한 제2부와 제4부에서는 이미 문학사에 편입된 시인들의 작품들 중에서 아직까지 논쟁과 담론의 대상이 되는 시와 시인들의 비평을 담아냈다. 제2부 '현대시의 길목'의 글들이 문학사 기술의 일환이라면, 제4부 ‘이 시를 어떻게 읽을까’의 글들은 문학사에서 문제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의 의미를 새롭게 밝히는 개별 작품 연구이다.
작가 소개
1945년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프랑스 현대시에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연구하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우물에서 하늘 보기』 『밤이 선생이다』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동물시집』, 말라르메의 『시집』,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보들레르의 『악의 꽃』 『파리의 우울』,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등이 있다.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18년 8월 8일 별세했다.
목 차
책머리에 ⋯ 5
제1부 시와 말과 세상
시 쓰는 몸과 시의 말 ⋯ 17
문학의 정치성과 자율성 ⋯ 43
잘 표현된 불행 ⋯ 59
불모의 현실과 너그러운 말 ⋯ 78
시는 포기하지 않는다 ⋯ 86
상징과 알레고리 ⋯ 99
번역과 시 ⋯ 109
누가 말을 하는가 ⋯ 129
끝나지 않는 이야기 ⋯ 142
실패담으로서의 시 ⋯ 154
비평의 언저리 ⋯ 161
얼굴 없는 것들 ⋯ 172
형해로 남은 것들 ⋯ 181
절망의 시간 또는 집중의 시간 ⋯ 198
젊은 세대의 시와 두 개의 감옥 ⋯ 216
위반으로서의 모국어 그리고 세계화 ⋯ 229
정치 대중화 시대에 문학은 가능한가? ⋯ 244
어머니의 환유 ⋯ 254
제2부 현대시의 길목
한용운—이별의 괄호 ⋯ 263
소월의 자연 ⋯ 277
김기림에게 바치는 짧은 인사 ⋯ 288
『오감도』 평범하게 읽기 ⋯ 299
지성주의의 시적 서정—윤동주 시의 모순구조 ⋯ 325
김수영의 현대성 혹은 현재성 ⋯ 339
시의 몫, 몸의 몫 ⋯ 361
관념시에서의 구체성의 자리 ⋯ 381
말라르메 송욱 김춘수—말라르메 수용론을 위한 발의 ⋯ 397
역사의식과 비평의식—송욱의『시학평전』에 관해 ⋯ 408
세속과의 완전한 불화 ⋯ 432
제3부 시쓰기의 현장
인내하는 자의 농업—이문재, 『마음의 오지』 ⋯ 455
꿈의 시나리오 ⋯ 463
고은의 가성에 대해—고은, 『늦은 노래』 ⋯ 475
시의 마지막 자리 ⋯ 494
꿈의 시나리오 쓰기, 그 이후—이수명,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 503
이영광의 유비적 사고—이영광, 『직선 위에서 떨다』 ⋯ 519
김록의 실패담—김록, 『광기의 다이아몬드』 ⋯ 533
나그네의 은유 ⋯ 551
영생하는 여자—이경림, 『상자들』 ⋯ 562
잊어버려야 할 시간을 찾아서—권혁웅, 『마징가 계보학』 ⋯ 573
김근의 고독한 판타지—김근, 『뱀소년의 외출』 ⋯ 586
김이듬의 감성 지도—김이듬, 『별 모양의 얼룩』 ⋯ 596
‘완전소중’ 시코쿠—번역의 관점에서 본 황병승의 시 ⋯ 607
위선환의 고전주의—위선환, 『새떼를 베끼다』 ⋯ 630
유비의 감옥과 그 너머—송승환, 『드라이아이스』 ⋯ 643
이은봉의 흥취—이은봉, 『책바위』 ⋯ 653
상처 그리고 투명한 소통—정재학,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 666
허전한 것의 치열함—박철, 『불을 지펴야겠다』 ⋯ 677
이문숙이 시를 쓰는 시간—이문숙,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 ⋯ 689
불행의 편에 서서—김성규, 『너는 잘못 날아왔다』 ⋯ 699
부적절한 길 또는 길 밖의 길—김혜수, 『이상한 야유회』 ⋯ 709
말과 감각의 경제학—최승자, 『물위에 씌어진』 ⋯ 722
이녁의 시학—이경림,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 732
소외된 육체의 고통—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 743
가난한 자의 위대한 거부—신현정, 『바보 사막』 ⋯ 750
제4부 이 시를 어떻게 읽을까
「往十里」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 763
『烏瞰圖』의「詩第一號」에 과거가 없다 ⋯ 775
꽃이 열매의 上部에 피었을 때 ⋯ 784
「曠野」에서 닭은 울었는가 ⋯ 794
하얀 무지개의 꼭대기 ⋯ 804
『님의 沈默』의 두 시편 ⋯ 812
김종삼과 죽은 아이들 ⋯ 820
이와 책—젊은 김수영의 초상 ⋯ 830
정지용의「鄕愁」에 붙이는 사족 ⋯ 842
김광균의 학교와 정거장 ⋯ 854
이상화의 침실 ⋯ 864
이장희—푸른 하늘의 유방 ⋯ 878
정지용의 ‘누뤼’와 ‘연미복의 신사’ ⋯ 887
이상李箱의 막 달아나기 ⋯ 900
박양균과 오르페우스의 시선 ⋯ 908
조향趙鄕의 초현실주의 ⋯ 917
수록 평론 출전 ⋯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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