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건강한 나르시시즘부터 심각한 자기애성 성격 장애까지
자기애성 성격 장애 당사자와 함께 살아가는 당신에게 건네는 특별한 조언
‘자기애성 성격 장애’란 자신이 타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월하다고 생각해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성격 장애를 가리킨다.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0.5~2.5퍼센트에 불과한, 발생 빈도가 낮은 정신 질환이다. 이처럼 실제 환자 수가 많지 않고, 따라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관심도 그다지 높지 않은 이 주제가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독일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해 설명한다. 먼저 자기애성 성격 장애로 진단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소 강한 자기애성 성격을 보이는, 일명 나르시시스트의 수는 공식적인 환자 숫자보다 훨씬 많다. 둘째, 한편으로는 몹시 매력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 나르시시스트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고, 마지막으로 나르시시스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그들이 일으키는 온갖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나르시시스트의 부모, 친구, 연인, 직장 동료, 상사가 읽고 도움받을 만한 자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원제: Narzissten sind auch nur Menschen: Wie wir mit ihnen klarkommen 심심 刊)》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고(2장), 타인의 칭찬과 인정에 목을 매며(3장), 타인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4장), 극도로 권력 지향적인(9장)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의 사례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주요 증상 및 장애의 심리적 원인을 짚어주며 건강한 나르시시즘과 병리학적인 나르시시즘은 어디서 어떻게 갈라지는지, 사람들이 왜 이들의 매력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지, ‘정신 장애’라 부를 정도로 병적인 자기애성 성격 장애가 자신의 삶뿐 아니라 그 주변인들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무너뜨리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설명을 통해 당신을 의사 못지않게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 전문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나르시시스트들의 속마음이 어떠하며 그런 성격 장애를 앓는 환자의 친구나 가족으로서 당신이 어떤 일들을 겪을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리는 데 더 치중할 것이다. 또 당신이 나르시시스트를 충분히 이해해, 피해를 입지 않고 그들의 행동에 바람직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7쪽)
또 하나 이 책의 드물고도 귀한 장점은 앞서 책의 집필 목적에서도 설명했듯이 환자의 병증에 집중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관심의 초점을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연인 등에게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기애성 성격 장애 증상을 최초로 알아차리고 그를 치료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책은 자기애성 성격 장애 당사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환자를 돕고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친절히 알려준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장의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정리하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놓는 등 독자가 일상에서 실제로 활용해볼 수 있도록 구성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그들은 뻔뻔하고 거만한 허영덩어리인가
사소한 일에 상처받는 나약한 인간인가
자존감 낮은 나르시시스트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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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여성 아네테는 로스쿨 졸업을 앞둔 법학도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득이 될 만한 사람만 골라 사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을 이용하는 아네테의 성향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그녀는 남편과 법조인파티에서 만났다. 우선 아네테는 법조인파티 티켓을 얻기 위해 아버지가 유명 법조인인 동기에게 관심이 있는 척 접근했다. 동기를 이용해 파티에 참석한 아네테는 그곳에서 괜찮은 남성을 물색했고 세 명의 남성에게 전화번호를 받았다. 아네테는 인터넷에 들어가 그들의 신상을 조사했다. 그리고 변호사인 안드레아스라는 남성을 선택했다. 안드레아스의 아버지가 유명 로펌의 대표라는 사실이 선택의 이유였다. 아네테는 안드레아스에게 먼저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만남을 미루며 안드레아스가 자신에게 점점 빠지도록 만들었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안드레아스가 청혼했을 때도 너무 성급하다는 이유로 거절하며 안드레아스를 더욱 애타게 했다. 결국 아네테는 안드레아스와 초호화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 그녀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로펌에 들어갈 것이다.(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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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남성 마르첼은 얼굴이 조각같이 잘생긴 데다 몸매도 좋고 매력이 흘러넘친다. 그는 인형같이 생긴 여성과 함께 걸어가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 담긴 시선을 받는 걸 즐긴다. 마르첼은 여성을 유혹해 자신에게 푹 빠지도록 만들지만 정작 여성을 ‘갖는’ 순간 곧바로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여자 친구와의 만남이 보통 몇 주를 넘기지 못한다. 이런 마르첼에게 열아홉 살 대학생 아네가 걸려들었다. 두 사람은 한 파티장에서 만났다. 마르첼은 아네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걸 알고 밀당을 시작했다. 함께 춤을 추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알쏭달쏭한 그의 태도에 아네가 다가가면 마르첼은 한 발짝 멀어지고 아네가 멀어지면 마르첼이 다가왔다. 그날 밤 헤어지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아네에게 마르첼은 핸드폰이 망가져 새로 개통할 거라는 핑계를 대고 아네의 번호만 받아갔다. 이후로 아네는 계속 마르첼의 연락만 기다렸다. 그 사실을 짐작한 마르첼은 일부러 아네에게 연락하지 않다가 아네가 애가 탈 때쯤 연락을 해왔다. 사실 마르첼이 아네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는 그녀가 아직 남성과 성관계를 맺어보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마르첼은 아네와 만나 관계를 맺고는 가차 없이 그녀와의 관계를 끝내버리고 말았다.(7장)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앓는 사람은 이처럼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들은 아네테처럼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가족, 친구, 연인 등을 오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는 주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더는 필요하지 않을 때 냉정하게 관계를 끊어버린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마르첼 역시 여성을 그물 안으로 유인하여 생포한 뒤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 이용했다. 이들에게 타인은 고유한 감정과 소망, 생각을 가진 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기능화된 인간일 뿐이다.
이런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지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애정과 믿음을 보이고, 칭찬을 해도 그들은 믿지 않고 계속 거부 반응을 보이며 타인과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책은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을 떠벌리고, 무자비하게 상대를 공격하며, 다가오는 사람을 자꾸 밀쳐내고, 뻔뻔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고, 범죄 행각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주요 증상을 보여주며 그들의 마음 깊이 자리한 자괴감과 무력감을 추적한다. 화려한 겉모습을 자랑하지만, 자존감 문제를 끌어안은 채 끊임없이 들려오는 자학의 목소리에 괴로워하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본모습을 드러내어 그들이 치료의 길로 나아가도록 돕고, 주변 사람들이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고 거리를 두면 좋을지 조언한다.
또한 마지막 13장에서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한 남성의 사례를 들어 참담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찾아내고야 마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긍정적인 특성을 소개한다.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려는 이들의 노력을 통해 성격 장애라는 질환 뒤에 가려진 그들의 특별한 재능과 자질을 새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우드 라우흐플라이슈
임상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50년 넘게 심리학과 정신의학 분야에 몸담아온 독일의 저명한 심리치료사다. 성 정체성, 성격 장애가 주요 관심 분야다. 킬대학교와 루붐바시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슐레스비히 주립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을 수련했다. 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여 년간 바젤대학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로 일했다. 1971년부터 1981년까지 10년간 독일 국제정신분석협회 정신분석 및 심리치료 연구소에서 정신분석가 교육을 받았고, 1978년에는 바젤대학교 임상심리학과 부교수로 임명되었다. 1999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개인 상담실을 열어 수많은 내담자를 치료했다. 2007년 대학에서 은퇴한 후 상담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이 :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 《내 안의 차별주의자》, 《침묵이라는 무기》,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1장 / 자기애성 성격 장애란 무엇인가?
2장 / 달콤한 상상이 위험하다
3장 / 타인의 칭찬에 의존하는 사람들
4장 / 누구든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5장 / 잘못 밟으면 터지는 폭탄처럼
6장 /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백
7장 / 돈 후안도 울고 갈 바람둥이
8장 / 독한 말을 쏟아내는 냉혈한
9장 / 끊을 수 없는 권력의 맛
10장 /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독이 된다
11장 / 나는야 지하 세계의 ‘영웅’
12장 / 자존감을 높이는 잘못된 전략
13장 / 좌절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
다시 한번 요점 정리
미주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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