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구술 증언과 사료를 통해 배우는 일본군‘위안부’의 진실!
지난 30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좋거나 궂거나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옛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일명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현재 수요시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2월 26일 1428차 집회부터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으며, 그동안 시간과 거리 문제로 참여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동참하고 있다). 1992년 1월 8일 처음 시작한 수요시위는 교복 입은 학생, 청년, 나이 지긋한 어른, 시민단체 운동가, 종교인, 외국인까지 모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전쟁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책임자 처벌’,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역사 교과서에 기록’ 등을 외치며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일본군‘위안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전쟁 중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그 사건의 배경과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고통을 받았고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진실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가르칠까?》(한국 편)은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사료를 근거로 일본군‘위안부’의 진실을 하나하나 밝혀낸 책이다. 저자는 일본이 과거 식민지를 지배하면서 벌인 야만적 인권유린의 끝판왕인 위안부 문제의 실체에 접근하고, 이 문제가 현재까지 왜 해결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아울러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역사 부정을 넘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지우고 싶은 일본
1991년 8월 14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처음으로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증언했다. 바로 김학순이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조사도 함께 이루어졌다. 고노 담화나 무로야마 담화 등 의미 있는 일본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또한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전쟁 동안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위안부 제도를 국제사회에 알려 충격을 주었다. 이 보고서에서 라디카 쿠마라스와미는 ‘위안부’가 아니라 ‘전쟁 중 군대 성노예제’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일본군‘위안부’제도가 전쟁범죄임을 분명히 밝히고 국가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우익들을 앞세워 자신들이 식민지에서 저지른 사건들을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하기까지 한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강제성을 부인하며 자기들의 주장을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퍼뜨려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이런 활동을 ‘역사전(歷史戰)’이라고 부르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2년 일본의 모든 고등학생이 배워야 하는 역사교과서 12종에서 단 한 종만 빼고 일본군‘위안부’의 강제성에 대한 서술을 지웠다. 이는 일본 정부가 강제 연행, 강제 동원 사실과 군의 직간접적인 관여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역사 교육을 통해 잊지 않겠다고 말한 1993년 고노 담화와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준 사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표명한 1995년 무로야마 담화를 완전히 뒤엎는 행위이다.
전쟁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세상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사회는 빠르게 변화했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우리는 그대로다.”라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의 말처럼 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1991년 8월 14일 김학순의 증언이 있기 전까지 그 어느 나라 정부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김학순의 증언 이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시민운동이 활발해지고 국경을 넘어선 연대활동도 꾸준히 전개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2000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 법정’에서 꽃을 피웠다. 이 법정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전후 재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일본군‘위안부’ 제도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의를 실현하며 평화와 여성의 관점에서 21세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시민법정이었지만 위안부 피해자 64명과 일본군 병사 출신 2명이 참석해 가해와 범죄행위를 증언했다. 이런 국제적 움직임이 크면 클수록 일본 정부와 일본 우파의 공격 또한 거세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하버드 램지어 교수를 이용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국제사회에 퍼뜨리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의 이런 시도와 달리,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반인종주의, 탈식민주의 관점의 교육이 보편적 규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각국 시민단체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연대를 통해 한층 굳건해지고 있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미래를 위하여
이제는 일본군‘위안부’ 제도가 과거 제국주의 국가 일본이 자행한 전쟁범죄라는 사실은 국제사회의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까지 자신들이 전쟁에서 저지른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는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말처럼 전쟁 중에 일어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잊는 순간 같은 비극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1000번째 수요시위가 있던 날,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설치되었다. 소녀상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정부와 군부가 운영한 일본군‘위안부’ 제도에 희생된 여성들을 상징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한국, 북한, 중국, 타이완,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 국적은 달라도 제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의 피해자들을 모두 함께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는 약속이자 다짐이다. 이러한 약속과 다짐은 세계 곳곳에 소녀상이 설치되면서 퍼져 나갔다. 그리고 2012년 12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8월 14일(김학순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해 기리고 있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와 만나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래서 역사 수업의 중요한 점은 역사와 학생들의 삶이 만나는 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수업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주제이다. 전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어떤 가해와 피해가 있었는지 전쟁의 모든 면을 살펴야 비로소 진실이 보인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의 비극을 바로 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과거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살펴야 한다. 적어도 20세기 가장 비참한 전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21세기에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한국 편)은 아이들에게 전쟁의 가장 비참한 피해자였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각종 사료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 맞닿아 있는 일이라는 사실도 알려 준다. 누구든 이 책을 읽는다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누가 방해하는지,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의 힘이 왜 중요한지, 평화를 지키는 노력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통해 전쟁의 본질을 생각하고 평화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1967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학부, 석박사)를 졸업했다. 국립사대 의무 발령 시대의 마지막 수혜자로 1990년에 서울에서 교사가 되었다. 그래서 임용시험에 치여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늘 미안스럽다. 〈역사교육론〉 첫 수업은 ‘역사가 나에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학생들에게 ‘역사는 내게 부채 의식’이라고 말하곤 한다. 교사 발령받기 직전, 전교조 해직 사태가 있었기에 교단을 떠난 어떤 선생님의 자리에 내가 들어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내용을 잘 풀어서 가르치는 데는 유능한 교사였지만, 역사를 삶과 만나게 하는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2008년부터 부산의 신라대학교에서 역사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만났다. 좌충우돌 우당탕탕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교육과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일인지 깨달았다. 2018년부터는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모아 《역사교육론》을 만들어 보는 것이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다.
역사를 가르치는 여러 선생님과 함께 《제대로 한국사》와 《질문으로 시작하는 초등 한국사》를 썼다. 역사교사교육, 역사교육과정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썼다. 최근에는 부담스러운 과거사와 역사 부정 문제에 학교 역사교육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첫 번째 이야기 살아 있는 과거, 일본군‘위안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평화 시위
김학순‘들’,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하다
정신대, 위안부, 군대 성노예
식민지와 점령지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
일본 우파의 일본군‘위안부’ 공격
일본 우파의 역사전(歷史戰), 무엇을 주장하는가?
2015. 12. 28 한일 ‘위안부’ 합의
두 번째 이야기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동아시아에 펼쳐진 약육강식의 무대
제국주의 영토 확장 경쟁이 낳은 전쟁, 그리고 전쟁터의 성(性)
세계대전과 일본의 아시아 침략
상하이 파견군에 3000명의 ‘위안부’를 극비로 이송하라
전쟁터의 감옥, 위안소
전쟁도구, 인간 군수품 일본군‘위안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무슨 일을 겪었는가?: 강제, 노예, 폭행
세 번째 이야기 침묵의 고통을 넘어 연대하다
전쟁터에 버려지다
버려짐, 상처, 침묵 그리고 세상 속으로
일본군‘위안부’와 인도(人道)에 반하는 죄
반세기의 고통과 침묵
송신도‘들’의 용감하고 아름다운 싸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 기금’을 어떻게 볼까?
국경을 넘은 만남과 연대,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 법정’(도쿄, 2000)
전원일치 유죄를 선고하다
네 번째 이야기 함께 만드는 기억, 함께 여는 평화의 미래
김학순‘들’과 함께한 30년
‘역사전(歷史戰)’과 역사 부정
기억 지우기와 책임 피하기
역사에 대한 책임과 기억의 의무
‘평화비’ 그리고 끝나지 않은 화해의 여정
에필로그
■ 참고 자료
■ 사진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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