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신계와 인간계를 다루는 한국 최초의 소설집
한국 최초의 환상소설을 만나다
8개월에 글을 알고 3세에 유모가 맷돌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글을 지었다는 희대의 천재 김시습. 그는 큰 뜻을 품고 공부하던 중 세조가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비판해 공부하던 책을 모두 불살랐다. 그리고 머리를 깎고 방랑 생활에 접어든다. 그러던 그가 경주 금오산(金鰲山)에 도착해 지은 소설이 바로 《금오신화》다. 총 다섯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금오신화는 신계와 인간계를 넘나든다. 장소로는 지옥도 가고 용궁도 간다. 형식적으로는 중국 명나라의 《전등신화》에 영향을 받은 듯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인간이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다섯 개의 환상소설
《황금빛 거북이의 노래》는 《금오신화》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내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한시(漢詩)부분을 정리했고, 조금 더 현대어에 맞도록 가다듬었다. 그래서 훨씬 읽기 편하면서도 한국 고전의 아름다움은 모두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환상소설 다섯 개의 스토리는 이렇다.
만복사저포기: 양생은 이미 죽은 지 두 해가 지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이생규장전: 이생은 담 너머에 있는 규수와 죽음을 넘어선 사랑을 나눈다.
취유부벽정기: 옛 수도에 놀러 간 홍생은 선녀와 술을 마시며 세월의 덧없음을 느낀다.
남염부주기: 깨끗한 선비인 박생은 지옥에 가서 염라대왕과 임금의 도를 논한다.
용궁부연록: 글을 잘 짓는 한생은 용궁 잔치에 초대받아 글을 지어주고 온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시습
1435년 서울 성균관 북쪽에 있는 반궁리(泮宮里)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강릉이다. 친가 외가 모두 대단한 집안이 아니었다. 외가에서 자라면서 말을 배울 무렵부터 외조부에게서 글자를 익히기 시작했다.
김시습은 유년 시절 장안의 화제였다. 두 살 때 “난간 앞에 꽃 웃으나 소리 아니 들리고, 숲 아래 새 울지만 눈물 보기 어렵네(花笑檻前聲未聽, 鳥啼林下淚難看)” 구절을 듣고는 병풍의 꽃과 새를 가리켰다거나, 다섯 살 때 자기를 보러 온 정승 허조(許稠, 1369∼1439)를 두고 “고목에 꽃이 피니 마음 늙지 않았다오(老木開花心不老)”라는 시구를 지었다는 종류의 이야기가 여럿 전해 온다. 소년의 천재성은 궁궐 안에까지 들려왔고, 세종은 그를 불러 시험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년기의 천재성과 이로 인한 주변의 칭찬은 김시습의 삶을 불행한 쪽으로 몰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천재성은 비정상성과 통하고, 유년기의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퇴색하기 십상이며, 그 자질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과 비례하지 않는다. 김시습은 내성적이며 부끄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뒷날 그는 친지와 이웃의 넘치는 칭찬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과거엔 실패했고 집안은 빈한했다. 유년기의 충만감은 일순 공허감으로 뒤바뀌었다.
15세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오래도록 치유되기 어려운 내상을 입었다. 아버지는 곧 재취했다. 평생 집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계기가 되었다. 18세 즈음에 혼인을 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후 계유정난(癸酉靖難, 1453), 단종의 선위와 세조의 즉위(1455), 단종 복위 운동의 실패와 사육신 등의 죽음(1456), 단종의 죽음(1457) 등 정치적 격변이 잇달아 일어났다. 여러 문헌에는 김시습이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해 매장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458년, 24세의 김시습은 승려 행색으로 관서 여행을 떠났다. 평생의 방랑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관동과 호남을 유람하고, 서른 살 무렵에 경주에 안착한다.
37세(1471)에 경주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이주했다. 이듬해 수락산 동쪽에 집을 짓고 평생을 이곳에서 살려고 마음먹었다. 수락산 시절 김시습은 외부 활동과 교유를 자제하고 수행과 학문에 전념했던 것으로 보인다.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 등의 주요 불교 저술을 지었다. 이 시기 가장 가까이 지낸 사람은 남효온(1454∼1492)이었다. 후대 사람들은 두 사람을 생육신으로 묶어 일컬었다. 47세에는 잠시 환속해 다시 결혼하고 부친의 제사를 지냈다. 잠시 공부와 시작(詩作)의 방향이 유교로 급격하게 쏠렸다. 하지만 두 번째 결혼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수락산에 터를 잡은 지 만 10년이 되는 1483년 봄, 49세의 김시습은 다시 짐을 꾸려 길을 떠났다. 남효온이 지은 시에 따르면, 김시습은 육경(六經)과 역사서 등을 싣고 관동의 산수를 돌아다니다가 농토를 얻어 생계를 꾸릴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다. 이후 10년 그의 발걸음은 춘천, 홍천, 인제, 양양, 강릉 등지를 지났다. 오봉산과 오대산과 설악산에 머물렀다. 바닷가에서 한 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늙어 갔다.
1493년, 죽음을 직감한 코끼리가 깊은 동굴을 찾아들 듯이, 이승을 떠날 때가 된 김시습은 백제로 향했다. 무량사(無量寺), 지금은 부여군 외산면에 있는 아늑하고 포근하며 부드러운 절집에서 그는 평생 방랑에 지친 영혼을 안식한다.
엮은이 : 김을호
독서 활동가로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독서경영전략학과 주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으로 독서 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저서로 《독서와 공부를 한번에 끝내는 독공법》 《인성코칭》 등이 있다.
목 차
이생규장전: 담 너머로 규수를 엿보다
취유부벽정기: 부벽정에서 취하다
남염부주기: 남쪽에서 염라대왕을 만나다
용궁부연록: 용궁 잔치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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