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푸코와 문학평론가 클로드 본푸아,
글쓰기를 말하다
“글쓰기란 본질적으로, 그것을 통해 그리고 그 결과로서, 내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게 해줄 어떤 작업을 감행함으로써 실현됩니다. 내가 하나의 연구, 한 권의 책, 또는 또 다른 무엇이든, 어떤 것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그 글이 어디로 갈지, 어떤 곳에 다다르게 될지, 내가 무엇을 증명하게 될지, 정말 알지 못합니다.”(본문 33쪽)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알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한 푸코의 글쓰기론. 철학자 푸코와 문학비평가 클로드 본푸아가 나누는 대담을 통해 푸코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듣는다. 이 책은 1968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문학비평가 클로드 본푸아와 나눈 10여 차례의 대담 중 첫 번째 것으로, 이 시리즈 대담은 미셸 푸코 센터의 소장을 지낸 역사가 필립 아르티에르의 편집을 거쳐 그의 해설을 달고 2011년 파리의 ‘고등연구’(Hautes Études) 총서의 한 권으로 출간되었다.
글쓰기의 즐거움과 어려움
당연한 말이지만 글쓰기와 말하기는 다르다. 대담에서 말을 함으로써 “글을 쓰며 보호하려고 하는 모든 진지한 것들을 흩트려 놓고 있다”는 푸코 자신의 말에서 우리는 글쓰기와 말하기 관계에 대한 푸코의 통찰을 본다. 책 제목이 ‘상당한 위험’이 된 이유 역시 이 대담이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기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글쓰기라는 비밀스럽고 어려우며 조금은 위험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는 푸코의 말은, 반대로 풀자면 말하기의 가능성이 회복되면 글쓰기의 가능성은 물러날 수 있다는 말이다. 글쓰기와 말하기 사이에는 어떤 양립 불가능한 지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푸코는 스스로에 대한 역설적인 면을 지적하며, 이 대담에서의 말들이 다시 글로 출판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힌다. 하지만 글쓰기는 푸코에게 즐거움이기도 하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서 우리에게 부과된 것인지도 모르는 이러한 의무에 복종한다는 것, 의심의 여지 없이 나르시시즘적이며, 당신을 짓누르며 사방에서 당신을 압도하는 이 법에 복종한다는 것, 이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의 즐거움입니다.”(본문 55쪽)
어떤 것의 진실일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진단으로서의 글쓰기’를 말하며, 현존하면서도 동시에 잘 보이지 않는 것, 자신과 타인들 간 담론의 거리를 측정하고 위치 짓는 것, 진실의 펼쳐짐을 드러내는 것이 곧 자신의 글쓰기라 밝히는 푸코. 그는 글쓰기를 죽음, 익명, 빈 공간 등의 개념과 연결시킴으로써 그 지점에서 파생되는 글쓰기의 즐거움과 의무에 대한 논의로 우리를 이끈다.
상당한 위험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의 고고학과 권력의 계보학 사이
『상당한 위험』은 글쓰기에 대한 푸코의 다성적인 사유뿐만 아니라, ‘지식의 고고학’에서 ‘권력의 계보학’으로의 이행에 관한 예비적 단서 또한 제공한다. 1968년 여름과 가을에 이루어진 이 대담은 1966년 『말과 사물』을 발표한 푸코가 1961년 『광기의 역사』 이래 유지해 오던 텍스트/이미지, 문학/미술, 언표가능성/가시성 사이의 ‘이중의 놀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텍스트, 혹은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니체적 진단(diagnostic)에 대해 말하는 첫 번째 텍스트이다. 이 대담은 이러한 이중의 측면에서 지식의 고고학에서 권력의 계보학으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그러나 지식의 고고학에 조금 더 가까운 텍스트이다.
이 대담이 푸코가 ‘지식의 고고학’이라 부르는 시기의 마지막에 위치한다는 것(『지식의 고고학』의 1967년 초고와 1969년 출간 사이), 그리고 무엇보다 이 대담이 이루어진 1968년의 여름과 가을이 프랑스를 포함한 동시대 유럽의 모든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68년 5월 혁명 직후라는 시기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68혁명 이후 프랑스의 억압적 상황에서 푸코가 집중한 것은 회견과 언론 등에서 나타나는 ‘말하기 권력’의 전복이었는데, ‘글쓰기를 말하는’ 이 위험한 대담은 그 68혁명 직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에피스테메를 언표로 대치하며 언표의 조건과 한계를 살피는 작업을 수행했던 『지식의 고고학』은, 1967년 초고로부터 1969년 출간을 거치며 구조주의적 함축을 갖는 언표 개념을 검토하고 파기했으며, 이를 대체하는 ‘담론’ 개념을 등장케 했다. 구조주의에서 니체주의적 담론으로 넘어가는 중간시기 1968년, 우리는 이 대담 『상당한 위험』을 통해 푸코 사유가 속한 위치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좌표를 확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미셸 푸코
1926년에 태어나 1984년에 사망했다. 고등사범학교 출신으로 철학과 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으며 《광기의 역사》와 《말과 사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스웨덴에서 파리문화원장을 지내기도 했고 튀니지의 튀니스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기도 했지만 1970년 이후부터는 죽을 때까지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를 역임하며 '사유 체계의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푸코는 다양한 사회적 기구에 대한 비판, 특히 정신의학, 의학, 감옥의 체계에 대한 비판과 성의 역사에 대한 사상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또한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대한 이론들과 서양의 지식의 역사에 관한 담론을 다루는 그의 사상은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는 대부분의 저서(《정신병과 심리학》,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 《지식의 고고학》, 《담론의 질서》,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와 강연록의 일부(《비판이란 무엇인가?/자기수양》,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주체의 해석학》,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안전, 영토, 인구》)가 번역되어 있다.
옮긴이 : 허경
고려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윤리학·프랑스철학을 전공하여 「미셸 푸코의 ‘윤리의 계보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마르크 블로흐 대학교 철학과의 필립 라쿠라바르트 아래에서 「미셸 푸코와 근/현대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응용문화연구소, 철학연구소에 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대안연구공동체 ‘철학학교 혜윰’의 교장을 맡고 있다. 저작으로 『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 읽기』,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읽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질 들뢰즈의 『푸코』, 미셸 푸코의 『문학의 고고학』, 『담론의 질서』 등이 있다.
목 차
상당한 위험: 미셸 푸코와 클로드 본푸아의 대담, 1968 … 11
옮긴이의 말・글쓰기란 무엇인가? … 71
필립 아르티에르의 해설・말의 체험을 만들기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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