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정이론’의 대가 악셀 호네트가 재해석한 유럽 사상사
이 시대 사회철학의 거장 악셀 호네트는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하버마스로 이어지는 독일 비판철학의 계보를 잇는 3세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표 사상가이다. 이전까지의 비판이론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높은 추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호네트의 ‘인정이론’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인정 경험에서 출발하여 사회이론으로 나아가는 철학적·실천적 담론이다.
《인정: 하나의 유럽 사상사》는 유럽 사상사를 거슬러 올라가 ‘인정’ 개념이 사상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탐구한 저작이다. 호네트는 프랑스·영국·독일의 대표적 사상가들의 저작을 ‘인정’ 관점에서 해석하여, 17세기 이후 유럽 사상사의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인정 개념이 어떻게 각 나라의 시대적·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형성되어 왔는지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존 인정이론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화권별 인정 개념의 사상사적 특징들을 포착하고, 나아가 각각의 개념들을 어떻게 하나의 인정이론으로 종합할 수 있는지 또한 보여준다.
뛰어난 해석력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유럽 사상사를 분석·종합하다
굳건했던 봉건질서가 해체되며 17세기 유럽에서는 사회구성원들 간 관계의 양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 시대적 과제로 대두됐다. 프랑스·영국·독일 각 언어문화권별로 주체와 타자의 관계,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각 지역의 사상적·문화적 조건에 따라 ‘인정’ 개념은 다르게 발전해 왔다. 악셀 호네트는 이 책의 2장에서 루소, 사르트르, 라캉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인정 사상사를, 3장에선 흄, 애덤 스미스, 밀로 이어지는 영국 인정 사상사를, 4장에선 칸트, 피히테, 헤겔로 이어지는 독일 인정 사상사를 면밀하게 해석하고 검토한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 이르면 본인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인정 개념의 이러한 세 물줄기를 생산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인정이론의 모습을 그려 낸다.
호네트가 기획한 이 연구가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게,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이다. 호네트는 각 분석 및 논증 과정에서 일종의 ‘중간결산’을 실행하며 자신의 머릿속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듯한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인다. 이는 논증의 현 상황과 그 위치를 끊임없이 밝히며 독자들이 유럽 사상사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지 않고 인정 개념의 발자취를 좇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하나의 거대한 유럽 사상사를 재해석하여 종합한 인정 개념은 호네트 인정이론의 근간을 더욱 두텁게 해줄 것이다.
호네트 사상의 핵심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수준 높은 번역
이 책을 번역한 강병호는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악셀 호네트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앞서 호네트의 또 다른 주요 저서《물화: 인정이론적 탐구》(나남, 2015[재판])를 성공적으로 번역한 바 있다. 역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꼭 필요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문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을 최소화했고, 호네트의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원문에 충실하며 가독성 높은 번역을 해냈다. 가능한 한 원문에 충실하게 옮기려는 역자의 치열함은 그 과정에서 원문의 오류까지 바로잡는 정치함을 보여주며 수준 높은 번역서를 탄생시켰다. 이를 증명하듯, 호네트가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자신의 저작을 번역하는 제자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각별한 애정이 드러난다. 악셀 호네트와 인정이론에 대한 새로운 역서를 기다리던 독자들에게《인정: 하나의 유럽 사상사》는 단비와도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악셀 호네트
1949년 독일 에센에서 태어나 본대학, 보훔대학,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독문학을 공부했다. 콘스탄츠대학과 베를린 자유대학을 거쳐, 위르겐 하버마스의 후임으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산실인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의 소장을 맡아 비판이론의 발전적 계승을 위해 노력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헤겔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Jack C.Weinstein 교수이다. 2015년에는 ‘에른스트 블로흐 상’(Ernst-Bloch-Preis)을, 2016년에는 ‘브루노 크라이스키 상’(Bruno-Kreisky-Preis)을 받았다. 저서로《권력 비판》(Kritik der Macht, 1988),《인정투쟁: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정의의 타자: 실천 철학 논문집》,《물화: 인정이론적 탐구》,《분배냐, 인정이냐?: 정치철학적 논쟁》(공저),《비규정성의 고통: 헤겔의〈법철학〉을 되살려내기》,《사회주의 재발명: 왜 다시 사회주의인가》,《자유의 권리》(Das Recht der Freiheit, 2011) 등이 있다.
옮긴이 : 강병호
춘천의 한림대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하버마스의 토의민주주의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악셀 호네트와 마르쿠스 빌라셱(Marcus Willaschek) 교수의 지도를 받아 칸트의 도덕이론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시간강사 겸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이다. 호네트의 글 중에서 “노동과 인정: 새로운 관계규정을 위한 시도”(《시민과 세계》, 2009)와《물화: 인정이론적 탐구》(나남, 2015[재판])를 우리말로 옮겼다. “Werte und Normen bei Habermas. Zur Eigendynamik des moralischen Diskurses”(Deutsche Zeitschrift fr Philosophie, 2009),〈악셀 호네트: 인정투쟁,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구조와 논리〉(《현대 정치철학의 모험》, 2010), “정언명령의 세 주요 정식들의 관계: 정언명령의 연역의 관점에서”(2014, 한국연구재단 우수논문), “악셀 호네트의 인정이론적 도덕 구상의 의무론적 재구조화를 위한 시도”(2017,〈철학연구회〉제18회 논문상), “생활세계와 체계: 하버마스의 이단계 사회이론과 그에 대한 비판에 대한 재고찰”(2020)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목 차
한국어판 서문 7
서문 11
1 장 사상사 대(對) 개념사: 연구 방법 19
2장 루소에서 사르트르로: 인정과 자아상실 33
3장 흄에서 밀로: 인정과 자기통제 95
4장 칸트에서 헤겔로: 인정과 자기결정 151
5 장 사상사적으로 비교해 본 인정:
체계적 결산 시도 209
옮긴이 후기 267
지은이ㆍ옮긴이 약력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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