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단테의 『신곡』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작품을 다 읽은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신곡』이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 왜 단테인가에 대해서는 저자의 말에서 인용하도록 한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평생 죽음이란 불치의 병을 앓으며 조금씩 죽어갑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만큼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직장에서 정년퇴직이 가까워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듯이, 인간은 사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사후에 대하여 꿈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지 못하면, 우리를 대신하여 이전에 꿈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의 꿈을 준비하여야 합니다. 실버문학으로 단연 독보적인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단테(Dante)의 『신곡』(Divine Comedy)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은 사후의 세계가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영원불멸하다면 우리는 사후에 어떠한 모습을 갖겠습니까? 단테는 사후의 우리의 모습들을 시로 써놓았습니다. 우리도 단테와 같이 사후의 세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신곡』의 구조는 <지옥> <연옥> <천국>의 3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옥>은 서곡을 포함하여 34개의 캔토(canto)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연옥>과 <천국>은 33개의 캔토로, 『신곡』은 총 100개의 캔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개의 캔토는 3행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테는 <지옥>과 <연옥>을 지나갈 때 로마건국을 다룬 서사시 『아이네이드』의 저자 버질(Virgil)을 안내자로, 그리고 <천국>을 여행할 때는 베아트리체로부터 안내를 받고, 최종적으로 하나님을 만날 때는 성 베르나르의 안내를 받습니다.
『신곡』에서 단테는 중세의 정치와 사회, 문화와 교육 등에 담겨있는 여러 다양한 담론들을, 매우 독특한 시적 상상력으로, 기독교란 종교적 알레고리의 틀 안에 집어넣어, 그들 담론들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인간들의 영혼들의 깊이와 높이 그리고 넓이를 거대한 우주적 리듬의 음악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보는 인간은 수동적인 인간이 아니라, 우주적 질서에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르네상스 세계로 나아가는 인간입니다. 이제 우리는 단테의 시를 읽으며, 인간이 현세를 사는 소우주지만, 내세에는 대우주의 일원이 되는, 거대한 우주적 리듬에 참여하는 한 인간을 발견합니다.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김명복
1953년 철원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일리노이(어바나-샴페인)대학교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역서로 『로렌스의 묵시록』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아이네이드』 『텍스트의 즐거움』 『인간은 섬이 아니다』 『묘비명 글쓰기』 『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 『피터 팬과 웬디』가 있고,
시집으로 『그림자만 자라는 저녁』이 있으며,
저서로 『영문학 예술사』 『영국낭만주의 꿈꾸는 시인들』 『문학의 환상력-블레이크의 ?천국과 지옥 결혼하다?』 등이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영문학과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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