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기의 예술 -101세 편집자의 삶에서 배우는 읽고 쓰는 사람의 기쁨과 지혜- (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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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다이애나 애실
출판사항아를, 발행일:2021/07/08
형태사항p.315 46판:19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731791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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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원고의 여백 위에 써넣은 ‘되살리기’ 표시처럼
읽고 쓰는 우리의 삶도 빛으로 되살아나기를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위대한 문장에 희열을 느껴서라기보다 내 좁은 경험의 한계를 넘어 복잡한 인생에 대한 감각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집어삼킬 듯한 인생의 어둠과, 고맙게도 그 속을 애써 뚫고 나오는 빛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_책 속에서

“이 책은 모든 편집자가 읽어야 할 필독서이지만,
내심 작가와 독자들의 필독서 목록에도 올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_이은혜, 《읽는 직업》 저자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계속 머무르고 싶은 세계와도 같을 것이다.”
_강윤정, 《문학책 만드는 법》 저자


100년이 넘는 생애의 대부분을 읽고 쓰는 일에 바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되살리기의 예술》의 저자 다이애나 애실은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에 태어나 1990년대 초반까지 50여 년간 편집자로 일한 영국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부터 편집 경력을 시작한 애실은 1952년 설립된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세계적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위대한 작품들의 탄생을 돕는 산파 역할을 했다. 그가 함께 일한 작가들은 필립 로스, 노먼 메일러, 잭 캐루악, 진 리스, 모디카이 리슐러, 몰리 킨, 시몬 드 보부아르, V. S. 나이폴, 존 업다이크, 마거릿 애트우드 등 20세기 세계 문학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으로 빼곡하다.
75세에 은퇴한 뒤에도 읽고 쓰는 삶을 계속 이어간 다이애나 애실은 죽기 전까지 10여 권의 책을 쓴 작가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그중에서도 편집자라는 직업과 작가들의 삶을 집중 조명한 이 책 《되살리기의 예술》은 그가 ‘반세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편집자로 일하면서 느낀 기쁨과 애환, 수많은 작품과 작가들에게서 발견한 지혜와 열정을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필치로 흥미진진하게 ‘되살려낸’ 책이다. 영국과 미국의 언론은 이 책에 대해 “작가와 편집자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0세기 문학과 그 창조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모든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책”, “탁월한 지성의 횃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고
인생의 참모습을 비추는 ‘되살리기의 예술’


작가나 편집자는 글을 고칠 때 종종 삭제하려던 내용을 원래대로 되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삭제하라는 표시 위에 ‘되살리라’는 뜻의 교정 부호를 덧쓰는데, 영미권에서는 “stet”을,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生”을 사용한다. 즉 이 책은 편집자가 원고의 여백 위에 ‘되살리기[生]’라고 적어 넣듯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저자의 기억이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사라져버리거나 불필요하게 윤색되지 않도록 ‘생의 한켠에 쓴’ 되살리기 표시인 셈이다. 그렇게 온전히 되살아난 시간은 20세기 현대사를 관통했던 한 편집자의 삶뿐 아니라 이제는 자주 호명되지 않는 작가들의 숨겨진 삶까지도 투명하게 비춘다.
실제로 다이애나 애실이 편집자로 일하면서 세운 기본 원칙은,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은 편집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원고에 손을 대더라도 출간 즈음에 이르러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읽혀야” 한다. 이 원칙은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되살리기’라는 미덕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작가의 원고를 고치고 싶은 유혹에 자주 빠지곤 한다. 그러나 섣부른 삭제나 수정은 미묘한 표현 하나에 숨은 작가의 의도를 퇴색시키는 잘못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편집자로서 저자가 깨달은 진실은, ‘되살리기’라는 과정이 없다면 위대한 예술 작품의 탄생도, 인생의 참모습도 없다는 것이었다.


50년 경력의 편집자가 온몸으로 읽어낸
책이라는 세계, 그리고 작가라는 존재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다이애나 애실의 50년 편집 인생과 그 속에서 얻어낸 통찰을 다룬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넉넉하지 않은 밑천으로 시작한 출판사에서 함께 아등바등 일한 사람들, 뜻밖의 인연으로 만나 성공을 거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느 틈엔가 편집자라는 직업이 개인의 삶과 정신에 미치는 기쁨과 행복, 번뇌와 고통까지도 엿보게 된다. 놀라운 것은 1950년대에 작가와 의견을 나누고 책을 편집하는 과정이 오늘날의 그것과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때는 어떤 책을 출간해도 그 책을 읽어줄 독자들이 ‘충분히’ 많았던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출판업계가 불황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라고 자조하는 이들에게 출판업계가 “호황이었던” 시절도 분명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물론 저자가 50년 가까이 몸담았던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역시 1980년대에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형 출판사(안드레 도이치 출판사는 오늘날로 치면 독립 출판사에 더 가까웠다)들의 등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막대한 선인세를 주겠다는 거대 출판사로 저자들이 하나둘씩 떠나간 데다 경제 불황의 여파마저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독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출판 환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글프기는 해도 아주 슬프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우리 때보다 더 열심히 진지한 작품에 매진하는 출판사들이 많지는 않아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부는 저자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눈 작가들의 이야기이자, 편집자만이 쓸 수 있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전기(傳記) 격인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깊이 접근하는 편집자는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되는 진실마저 알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숨기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진솔하고 당당한 태도로 글의 행간마다 애정 어린 이해와 관용을 불어넣는다.
1890년 영국 식민지였던 도미니카 연방에서 태어난 작가 진 리스는 1930년대까지 《한밤이여, 안녕》과 같은 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지만, 그 후 “불행의 터널” 속에서 헤매던 20년 가까이 “행방불명자”로 살았다. 그러다 BBC가 신문에 사람 찾는 광고를 내면서 1960년대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 리스는 편집자인 다이애나 애실을 만나서 나중에 현대 영미 문학의 고전이자 자신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출간했다. 고통 속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기억은 진 리스를 말년까지 괴롭혔지만, 마지막까지도 창작을 향한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진 리스에게 작품을 쓰도록 독려하고 그를 곁에서 보살폈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나 무능력하고 실수와 사고를 연발하는(심지어 파멸에까지 이르는) 사람 속에 강철처럼 단단한 예술가의 면모가 숨어 있었다.”
뉴욕 출신의 작가 앨프리드 체스터는 젊은 나이에 수전 손택과 견줄 만큼 천재적인 신인 작가로 여겨졌다. 그러나 편집증과 정신 착란, 약물과 알코올 중독, 어렸을 때 덮친 병마가 외모에 남긴 흔적(대머리라 가발을 썼다),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겹겹으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예술가의 광기가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요소라는 주장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앨프리드 체스터의 초기 단편집을 편집한 저자는 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의 원고를 읽고 나서 “그를 사로잡은 광기 때문에 작품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평범하게 변하다니 이렇게 씁쓸한 모순이 어디 있을까.”라고 탄식한다. 그 밖에도 저자는 나중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V. S. 나이폴, 그를 통해서 재발견된 아일랜드의 소설가 몰리 킨과의 일화 등,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갈등, 이채로운 경험들,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의 풍경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인류의 3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발효시킨 지혜
페이지마다 되살아나서 빛나는 읽고 쓰는 사람의 생


2부에서 저자가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그려낸 작가들의 모습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때로는 기쁨에 들뜬 아이처럼, 때로는 자기 세계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예측 불가의 존재처럼 다층적으로 그려지는 까닭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다. 자신의 삶을 되살리고자 쓴 책에서조차 편집자의 미덕을 발휘해 작가들의 삶을 오롯이 되살려놓은 셈이다. 이처럼 작가가 쓴 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되살리기 예술’은 우리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금의 ‘나 자신’은 살면서 겪은 수많은 감정과 경험의 총체로서 존재한다. 슬프거나 후회되는 시간이라고 해서 특정 부분만 삭제하거나 수정한다면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술집에서 우연히 들은 한 남자의 말을 소개한다. “인류의 70퍼센트는 미개하고 30퍼센트는 지혜로운데, 이 30퍼센트가 세상을 장악하지는 못하지만 세상이 잘 굴러가도록 [그 지혜로] 대중을 발효시킬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지혜는 단순한 지적 능력이 아니다. 이해하고, 다른 존재와 사물과 사건들 속에서 본질을 찾고, 그 본질을 존중하고, 협동하고, 발견하고, 참아야 할 때 참고, 즐기는 능력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책을 끝맺는다. “내가 누린 행운의 상당 부분이 이 일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편집자로 보낸 시간 위에 ‘생(生)’이라고 끼적이게 된 이유는 그 일이 내 일상에 수많은 발전과 관심과 즐거움과 기쁨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30퍼센트에 속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이애나 애실은 잘 발효된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되살리기의 예술》에 충실히 담아냈고, 이는 읽고 쓰는 삶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지혜와 위안을 전해준다. 2019년 1월, 다이애나 애실은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몇 개월 뒤 BBC를 통해서 생전에 녹화해두었던 마지막 말이 공개됐다.
“여러분이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지요. (...) 말들은 계속되고 생각도 계속됩니다. 여러분이 바이런의 편지를 읽는다면 바이런이 거기에 있는 거예요. 그가 여러분의 방에 함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내 책의 한 페이지를 열면 내가 여러분이 있는 그곳에 함께 있을 거예요.”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다이애나 애실의 삶과 지혜가, 그 수많은 작가들의 롤러코스터 같았던 생이 번뜩이며 ‘되살아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다이애나 애실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런던 켄싱턴에서 태어나 노퍽주에서 자랐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갈 무렵 2차 세계 대전이 발발, 전시 부역의 일환으로 BBC 외신부에서 일했다. 전쟁이 끝난 후 헝가리 출신의 동갑내기 청년 안드레 도이치와 맺은 인연을 계기로 그가 1945년에 설립한 앨런 윈게이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1952년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창립 이사로 참여했고, 1993년 75세에 은퇴할 때까지 50여 년간 편집자로 일했다. 필립 로스, 노먼 메일러, 모디카이 리슐러, 지타 세레니, 잭 캐루악, 진 리스, 시몬 드 보부아르, 몰리 킨, V. S. 나이폴, 존 업다이크, 마거릿 애트우드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편집했으며, 몇 편의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이자 뛰어난 논픽션(특히 회고록) 작가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피렌체 일기》, 《어떻게 늙을까》, 《믿게 하다》, 《편지를 대신해》, 《장례식이 끝나고》, 《인생 수업》, 《살아 있어, 살아 있다고!》 등이 있다. 영국 문학계에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았다. 2019년 1월, 런던의 한 호스피스에서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 이은선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출판사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 《아킬레우스의 노래》, 요 네스뵈의 《멕베스》, 스티븐 킹의 《악몽과 몽상》, 《자정 4분 뒤》, 《미스터 메르세데스》,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레이스》, 프레드릭 배크만의 《불안한 사람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등이 있다.

목 차

1부
 출판인이 아니라 편집자
 출판사에서 일할 만한 인재?
난생처음 만난 ‘출판업계 종사자’
기꺼이 선택한 길의 출발점에서
 어떤 책을 출간해도 우습지 않던 시절
 출판사를 빼앗길 때에도 지켜낸 원고
 출항!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여행하는 직업
 이런 직원 저런 동료, 이런 사랑 저런 우정
 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준 의미
 좋은 시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부
 작가와 편집자의 삶
 잃은 것과 얻은 것 모두가 우정 _모디카이 리슐러, 브라이언 무어
 따돌리지 못한 재능을 증오한 이방인 _진 리스
 광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천재 작가 _앨프리드 체스터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한 글쓰기 _V. S. 나이폴
“당신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줘요.” _몰리 킨

 후기_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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