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늘 우리의 선택이 ‘내일의 세계’를 만든다”
자연재해, 기후 위기, 불평등…
벼랑 끝까지 내몰린 인류 문명 위기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그사이 인류는 인류 문명의 균열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무엇과 결별해야 하는지를, 또 무엇을 도모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담대한 시도를 이어나갔다.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했다. 과거 2008년에 일어난 금융 위기 때와는 달리 문명 존립에 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강도 높게 일어났다. 화석 연료를 바탕으로 한 산업혁명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추구해온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라는 가치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세계화 질서로 형성된 관성은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탄성을 갖고 예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서구 언론들은 위기(crisis)라는 표현 대신에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유엔(UN) IPCC는 지난 2021년 8월에 “지금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된다면, 지구 온도 1.5도 상승 시점이 기존의 예측보다 10년이나 빠른 2040년 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상 이변도 더욱 잦아질 것이다”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시대로 돌입한다고 IPCC에서 경고한 지도 벌써 5년이나 지났지만, 원자잿값 폭등 가운데 국제 협약을 조금만 미루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세력들은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IT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듯 보이는 현상도 존재한다. 하지만 금융 자본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산업 질서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인류 문명의 균열 속도를 가속화할 뿐이다.
우리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인류 문명의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문명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안녕과 번영의 시간을 가늠하기 위해, 그리고 ‘회복’이라는 키워드로 진행될 정책들에 관해 지속 가능한 문명으로 나아갈 올바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일의 세계》는 기획되었다.
“그들이 아는 것,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것, 이 모두가 어쩌면 부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신의 선택, 나의 선택이 모여 내일의 세계가 되기에 《내일의 세계》는 내일 우리의 일상을 결정할 당신의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문명의 미래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으로서 저자 안희경은 과거에 능통한 이들, 미래를 위해 곳곳에서 조언 요청을 받는 세계의 지성 7인을 만났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케이트 레이워스, 다니엘 코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대니얼 마코비츠, 조한혜정, 사티시 쿠마르. 이 7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희경은 정치와 경제, 사회와 환경, 삶의 결을 이루는 다양한 문화 의제를 논의하며 인류 문명의 ‘지금 여기’를 진단하고 인류 생존을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위기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무엇을 중심으로 돌파해나가야 할지에 관한 올바른 방향을 제안한다. 여기에 달라이 라마의 전언과 함께,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채로 파국으로 향하는 현대 문명의 위기와 문제점을 짚어내는 지성들의 통찰을 촘촘히 담아낸다.
“세계의 지성들이 자리를 고쳐 앉게 되는 이유는
쉼 없이 질문하는 그의 삶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안희경, 세계의 지성 7인에게
당신과 나, 우리의 내일에 대해 질문하다
[지구가 안전하지 않은데 인류가 안전할 수 있는가]
“우리는 모든 것이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모든 문제가 그릇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주요 문제에 관해 대비해야 합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1장 <지구적 위험과 인류의 대비>는 문화인류학자이자 지리학자, 생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와의 인터뷰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코로나19 위기를 “전 세계로 번지는 지구적 문제와 공존하는 세상에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을 가르쳐준 수업”이라고 진단한다. 모든 나라가 안전하지 않다면, 초강대국일지라도 결코 안전할 수 없는 세계화 구조 속에 있고,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지구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에 우리는 반드시 지구적인 대비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해결책들을 찾아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가 다급하게 대응해야 할 주요 문제 가운데 가장 최소한의 것이라며 “핵무기 위험, 기후변화 위기, 자원 고갈 문제, 불평등”을 강조한다. 그리고 위기의 가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붙고 있다며 2050년까지 반드시 지구적 위기들을 풀자고 호소한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경제 혁신은 무엇인가]
“강력한 비전을 창조합시다. 전환을 위해 나아가는 겁니다. 지역과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에 여타의 모든 방법을 결합해서 전환점을 만듭시다.” —케이트 레이워스
2장 <기후 위기와 공존을 위한 순환 경제>에서는 ‘도넛 경제학’ 이론으로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이끄는 케이트 레이워스와 기후 위기,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우리가 도모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논의한 인터뷰를 담았다. 도넛 모델은 사회가 이뤄야 할 안전지대를 제시한다.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토대와 지구 전체의 안녕을 이루는 생태적 한계 사이에 인류를 위한 정의로운 공간이 바로 이 도넛 모양 안에서 펼쳐진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사회적·생태적·지역적·지구적 렌즈로 우리 주변을 살펴 그 누구도 도넛 가운데 구멍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내자고 말한다. 또한 인류 문명 10년 생존 전략이 전 세계적 프로젝트로 실행된다면, 우리는 충분히 살길을 찾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세상에 없던 혁신이 앞다퉈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평등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최소한의 안전망 위에 발 딛고 있다면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배곯지 않고 삶을 계획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다니엘 코엔
3장 <디지털 자본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에서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성격을 진단하며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전략을 담고 있다. 파리 경제대학 교수인 다니엘 코엔은 현재의 경제 위기는 대면으로 조직된 서비스 경제의 위기이며 세상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디지털 자본주의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해 그는 여타의 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위기는 끝이 있고, 경제는 강력한 탄성력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그러하기에 반드시 돌아갈 곳을 지켜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는 디지털 자본주의 독점을 제어할 사회계약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다수의 개인이 연대해서 이뤄낸 기존의 사회계약들을 재정비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디지털 자본주의의 태동이 20세기 초에 등장했던 산업의 독점자본가들과 닮았음을 지적한다. 그들은 세를 키우기에 거침없었고, 그들의 독주 속에서 경제 생태계는 무너졌다. 그리고 국가 경제는 위기로 침몰했다.
[시대를 잠식하는 성장 서사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내기 위해 조금은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시간 압박은 큰 그림을 보기 어렵게 하는 파괴적인 장치입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4장 <탈중앙화와 분산화>에서는 로컬 경제 운동의 선구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와 함께 국가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진행하는 ‘그린 뉴딜’ 정책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정부의 대부분이 에너지를 적게 쓰자거나 자원을 적게 쓰자는 말은 쉽사리 꺼내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자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여전히 규모를 확대하고 속도 경쟁을 하는 성장 중심의 그린 뉴딜임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며, 대량 소비와 대규모 도시화,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의 의도를 파악하고, 신제품이 곧 구식이 되어 버려지도록 기획하는 생산 판매 전략, 세계를 가로지르며 제작하는 공정 방식을 평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바로 세계화 자본주의의 문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지역화와 분산화의 길을 제시한다. 그 속에서 기업과 글로벌 금융이 아닌 국민과 지역 정부가 번영을 이루는 길을 찾자고 독려한다.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능력주의라는 덫에서 정말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탈출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점이 바로 덫, 함정이라는 겁니다.” —대니얼 마코비츠
5장 <능력주의와 불평등>에서는 《엘리트 세습》의 저자인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와 불평등 세습으로 작동하고 있는 능력주의 구조를 살펴본다. 대니얼 마코비츠는 능력대로 보상받는 것이 공정하다는 가치는 엘리트들로부터 나온 것이며, 그들이 자신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설계하며 스스로의 지위를 지키려 했고, 이를 통해 다수의 중산층을 완전히 장악하며 붕괴시켰다고 진단한다. 이어 불평등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는 교육과 노동 현장을 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끝없는 경쟁으로 매몰시키며 엘리트들마저 갇혀버린 ‘능력주의 덫’에 관해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
“지금은 진보를 향한 열망과 희망이 깨져가는 시간이죠. 시대가 주는 절망을 견디면서 생기를 북돋울 수 있는 ‘기쁨의 실천’을 찾아내야 합니다.” —조한혜정
6장 <개인과 공동체>에서는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교수와 박탈감, 원망이 차오르는 이 시대의 감정을 읽는다. 조한혜정은 사회학자 김홍중이 제시한 ‘파상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시대가 주는 절망을 견디면서 생기를 북돋울 수 있는 ‘기쁨의 실천’을 함께 찾아가자고 독려한다. ‘멸종의 시간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금을 포스트모던, 포스트 콜로니얼, 포스트 휴먼의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할 시점으로 진단한다. 서구가 만들어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 눈으로 발 딛고 있는 이 자리를 제대로 인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라는 것이다. 특히 포스트 휴먼을 강조하며 인간의 중심이라는 사고로 망쳐버린 지구에서 건강한 회복력을 세워 함께 살아날 길을 찾는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우리에게 문명 이전에 존재했던, 돌봄이 사회의 중심이었던 그 시간을 상정하며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돌봄 속에서 상호 치유를 이루는 희망을 함께 그려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가]
“아름다운 지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만족하고 행복하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 멋진 행성을 즐기고, 소중히 여기세요.” —사티시 쿠마르
7장 <나와 세계>에서는 인도 출신의 평화운동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사티시 쿠마르와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 내 안에 있는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티시 쿠마르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내면의 비범함을 일으켰고, 생태적 사고의 지평을 풀뿌리 운동에서뿐만 아니라 과학계와 예술계 속으로도 넓혀온 인물이다. 그는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하며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을 말한다. 다만 우리가 지구를 구할 수는 없으며, “사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인간의 실존적 한계이자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일깨워준 것이다. 사티시 쿠마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의 본질, 연결된 세상의 실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나와 연결된 관계를 안전하게 키우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룰 도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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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세계》 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사이, 지구 생성과 소멸을 염두에 둔 생명 원리 가운데 우리가 처한 어려움에 관해 달라이 라마가 전언을 보내왔다. 그는 “현재 벌어진 일로 인해 두려움에 떨거나 좌절하기보다 오늘의 삶에 더 충실히 이 순간을 가치 있게, 착하게 살아나가자. 오늘날, 인간으로 태어난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의미 있게 행동하자”라고 당부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현재 지구라는 공간 속에서 함께 관계 맺고 있는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내일의 아이들을 위해서 모든 것에 세심하게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년뿐이다.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면, 인류에게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을 것이다. 7인의 지성들이 말하는 위기와 선택, 변화 속에 ‘내일의 세계’, 10년 후의 미래를 만들어갈 단서가 숨어 있다. 세계 지성들의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에 관한 깨달음을 얻고,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
■ 인터뷰이 소개
재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 1937년 미국 출생.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UCLA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생리학자로 출발해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갔다. 2005년 영국의 《프로스펙트》와 미국의 《포린 폴리시》가 공동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지식인’ 중 아홉 번째 인물로 선정됐다. 라틴어와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다수의 언어를 구사하며, 전미과학상, 타일러 환경공로상, 일본 코스모스상, 록펠러대학의 루이스 토마스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를 포함해 《제3의 침팬지》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나와 세계》 《대변동》 등이 있다.
케이트 레이워스 (Kate Rayworth)
21세기 현실에 맞는 경제학을 만들고자 집중하는 경제학자. 1970년 영국 출생. 사회적 조건과 환경적 조건에 있어 현대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영역인 도넛 개념을 창시했다. 세계 여러 도시 및 국가, 풀뿌리 조직에 정책 지원을 하는 ‘도넛 경제학 행동 연구소(Doughnut Economics Action Lab, DEAL)’의 공동 설립자다. 2017년 출간한 그의 저서 《도넛 경제학》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됐고, 유엔 총회에서부터 프란체스코 교황,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운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철학·경제학을 공부했고 개발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옥스퍼드대학교 환경 변화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환경 변화와 운영에 관해 가르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아프리카 잔지바르 농촌에서 마을 자립 경제를 만드는 활동을 했고, 유엔 개발 프로그램(UNDP)의 대표 보고서인 〈인간 개발 보고서〉를 공동으로 작성했다. 이어서 학창 시절부터 꿈꾸던 옥스팜에서 10년간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모두를 위한 건강 경제학 위원회에 참가한다. 영국 《가디언》은 ‘세계경제에 변화를 일으키는 트위터리안 10인’에 케이트 레이워스를 꼽았다.
다니엘 코엔 (Daniel Cohen)
프랑스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1953년 튀니지 출생.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파리1대학, 파리 경제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파리 경제대학 공동설립자다. 다양한 저서를 통해 경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대중매체를 통해 경제정책뿐 아니라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활발히 발언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끼치는 경제학자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부채 및 성장 문제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해왔다. 시장방임주의적 담론에 비판적이며 스스로를 실용적 경제학자로 규정하는 코엔은 프랑스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 수립에도 적극 관여해왔다.
1987년 프랑스 경제과학협회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1997년 《르 누벨 이코노미스트》 선정 ‘올해의 경제학자’, 2000년 도덕 및 정치 과학 아카데미의 레옹 포셔상, 2001년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Ordre national de la Legion d'honneur, Chevalier) 훈장 수훈을 비롯해 2012년 경제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2000년에 올해의 경제학 도서상에 선정된 《우리의 현대(Nos Temps Modernes)》, 2012년 올해의 경제학 도서상에 선정된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비롯해 2009년 프랑스를 들썩이게 했던 《악의 번영》 《화폐, 부, 부채》 《세계화와 그 적들》 《출구 없는 사회》 등이 있으며, 최근작으로는 산업 질서 붕괴와 디지털 경제 등장을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한 《유럽을 성찰하다》가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Helena Norberg-Hodge)
로컬 경제 운동의 선구자. 1946년 스웨덴 출생.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및 미국에서 수학했고, 언어학에서 박사급 과정을 런던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수료했다. 히말라야 지역 라다크 언어를 비롯해 7개 국어에 능통하다.
40년 동안 전 세계에 행복의 경제학을 전파하며 글로벌 경제와 국제개발이 지역사회와 경제, 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해왔다. 경제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화’를 주장하며 세계 각지에서 활동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고이 평화상을 수상했다. 저서 《오래된 미래》는 같은 제목의 영화와 더불어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됐으며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경제학〉의 제작자이자 공동감독이다.
1975년부터 ‘작은 티베트’라고 부르는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자국의 문화와 생태의 가치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현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해법을 실현해왔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제2의 노벨상’이라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받았다. 미국과 독일, 영국을 비롯한 유럽, 호주 등지에서 지역경제를 전환하는 활동을 이끌었으며, 국제미래식량농업위원회, 국제세계화포럼, 글로벌에코빌리지네트워크 창립에 앞장섰다. 국제조직인 로컬퓨처스와 국제지역화연합(IAL)을 설립했고 현재 대표를 맞고 있다. 《어스 저널(Earth Journal)》이 선정한 ‘전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환경 운동가 10인’ 가운데 한 명이다. 지구적 위기에 대한 해법을 다룬 저서 《로컬의 미래》를 비롯해 《행복의 경제학》 등을 출간했다.
대니얼 마코비츠 (Daniel Markovits)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이자 예일대 사법연구소 소장. 1969년 런던 출생. 예일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법, 도덕 및 정치 철학, 행동경제학에 기초한 철학 기반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마코비츠는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인적 자본에 불평등이 생길 때 발생하는 독특한 문제를 포함해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을 두게 됐다. 미국 법조계와 학계에서 천재 중의 천재로 꼽히는 그는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자기 자신을 비롯해 오직 엘리트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사회가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능력대로 공정하게 보상받는다는 ‘능력주의(meritocracy) ’그 자체이며, 이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는 20여 년 동안 연구한 능력주의를 중심으로 세계화 자본주의 속 불평등이 세습 구조로 안착하는 방식을 파헤치는 《엘리트 세습(The Meritocracy Trap)》을 2019년에 출간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수의 언론이 주목했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많은 독자의 호응을 받고 있다. 그 외의 저서로는 2008년에 프린스턴대학교 출판사에서 펴낸 《현대 법률 윤리(A Modern Legal Ethics)》, 2012년 언론재단에서 출간한 《계약법과 법적 방법(Contract Law and Legal Methods)》이 있고 하버드대학교 출판사에서 《스노볼 불평등(Snowball Inequality)》이 나올 예정이다.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문화인류학자. 1948년 한국 출생.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주립대학교 콜롬비아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로스앤젤레스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대 흐름을 읽고 실천적 담론을 생산해온 학자로서 제도와 생활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문화 해석적 시대 탐구를 해왔다. 1980년대에는 ‘또 하나의 문화’와 함께 창의적 공공지대를 만들어 여성주의적 공론의 장을 열어갔으며, 1990년대에는 ‘하자센터’를 설립해 입시 교육에 묶인 청소년들이 벌이는 ‘반란’을 따라가면서 대안교육의 장을 여는 데 참여했다. 2000년대부터는 신자유주의적 돌풍에 휘말린 아이들과 청년들 걱정에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대청마루’(범사회적 대화 기구)의 대표를 맡아 관민 협력의 장을 열어갔다. 최근에는 공멸 위기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서울과 제주도, 동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새로운 학습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당신은 지금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나요?”라고 질문하며 오늘을 직시하도록 이끄는 《선망국의 시간》을 비롯해 《한국의 여성과 남성》 《탈식민지 시대의 글 읽기와 삶 읽기》(1~3권)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 《다시 마을이다》 《자공공》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탈분단 시대를 열며》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가정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노오력의 배신》 등이 있다.
사티시 쿠마르 (Satish Kumar)
인도 출신의 국제적인 평화운동가이자 환경 운동가, 교육자로 ‘녹색운동의 성자’로 불린다. 1936년생.
사티시 쿠마르는 아홉 살 때 아힘사(생물을 해치지 않음) 원칙에 철저한 자이나교에 출가했다. 모든 친지와 접촉을 끊고, 세속을 멀리한 채 9년 동안 자이나교 스님으로 탁발하며 인도 전역을 걷는 수행을 했다. 18세 때 더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고자 환속했고, 독립한 인도에서 간디의 뜻을 이루기 위해 토지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 다니면서 불가촉천민들에게 땅을 나눠주도록 부유한 지주들을 설득했다. 400만에이커 땅을 가난한 천민들이 함께 경작하고, 공동 교육체계를 갖추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몇 해 뒤 인도에서 시작해 모스크바, 런던, 파리, 워싱턴DC로 이어지는 8천마일 세계평화순례를 이끌며 반핵운동을 확산시켰다.
사티시 쿠마르는 1973년부터 영국에 자리 잡으며, 생태적 사고와 전통문화, 그리고 자연의 지혜를 탐색하는 격월간 잡지 《리서전스(Resurgence)》의 편집장으로 30여 년간 서구 지식인 사회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앞장서왔다. 1991년에는 동지이자 스승인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인 생태 사상 연구 교육기관인 ‘슈마허대학’을 존 레인, 모리스 애시와 함께 설립했다. 개교부터 2010년까지 프로그램 총책임자를 지냈고, 슈마허대학을 국제적인 생태센터로 성장시켰다. 지금도 강사로 참여하는데, 그의 강의를 듣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는 학생들을 슈마허 교정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는 환경 운동가로 ‘향후 50년을 위한 글로벌 어젠다’ 제정을 주도했으며, 국제사회에서 환경 교육의 장을 연 인물로 손꼽힌다. BBC 방송은 사티시 쿠마르를 중심으로 〈지구 순례자〉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2001년 ‘세계 간디의 비전을 증진시키는 잠날랄 바자지상(Jamnalal Bajaj Award)’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부처와 테러리스트》, 자서전 《녹색성자 사티시 쿠마르의 끝없는 여정》 등이 있다.
작가 소개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 세계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 우리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기 위해 4년여에 걸쳐 놈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지성을 만나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3부작 기획 인터뷰집을 완성했다. 현대미술가와의 대화를 담은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리베카 솔닛, 마사 누스바움, 반다나 시바 등과 나눈 대화를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코로나 시기의 모색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대담집 《오늘부터의 세계》, 이해인 수녀의 삶과 통찰을 담은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을 펴냈다. 샬럿 조코 백의 《가만히 앉다》, 틱낫한의 《우리가 머무는 세상》, 사ㅤㅋㅛㅇ 미팜의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작으로 에세이 《나의 질문》을 펴냈다.
목 차
프롤로그: 세계 지성과 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을 말하다 • 8
1장 지구적 위험과 인류의 대비 • 24
재러드 다이아몬드: 지구가 안전하지 않은데 인류가 안전할 수 있는가
• 백신 나눔은 공공선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는 방법이다
• 코로나19의 교훈,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
• 심각한 지구적 문제에 관한 지구적 답을 찾는 숙제
• 공동체의 협력과 개인의 진취성 사이의 균형 찾기
• 가장 시급한 위기를 찾는 사고에서 벗어나자
• 불평등은 인류 문명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
• 잘못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예상하고 대비하자
• 10년 안에 인류 문명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자
2장 기후 위기와 공존을 위한 순환 경제 • 52
케이트 레이워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경제 혁신은 무엇인가
• 지구와 공존하는 재생과 회복의 도넛 경제학
• 진정한 그린 뉴딜의 실현은 소유하지 않는 소비에 있다
• 경제 혁신의 실행은 기업이 아닌 국가의 역할
•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삶의 질 향상이 먼저다
• 우리의 삶은 홀로 설 수 없다—공동체 연대의 필요성
• 인류의 사회적・생태적 삶을 돌보는 방법을 모색하자
3장 디지털 자본주의와 인간의 존엄성 • 82
다니엘 코엔: 불평등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 자본의 힘을 길들이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 보편적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안전망
• 인간의 존엄성과 사생활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자
• 디지털 혁신, 개인 정보 수집인가 경제 권력 독점 전략인가
4장 탈중앙화와 분산화 • 110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시대를 잠식하는 성장 서사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 기후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부터 살펴보자
• 진정한 그린 뉴딜은 지역화와 분산화에 있다
• 세금, 보조금, 규제가 지역경제 발전의 핵심
• 우리에게 맞는 속도와 규모를 유지하자
• 환경 정책은 우리와 이웃의 안전한 삶에서부터
• 탈중앙화를 통한 탄소 절감과 그린 뉴딜의 강화
• 땅을 기반으로 자연・이웃과 연결되는 사람들
• 해답은 자생력과 위기 극복력을 갖춘 지역경제 생태계에 있다
5장 능력주의와 불평등 • 138
대니얼 마코비츠: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 자신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설계하는 엘리트들
• 완전한 통제 아래 놓여 있는 노동자들
• 자유주의 엘리트들은 문제를 부정하는 데 전념한다
• 결과의 불평등이 커지면 기회의 평등은 불가능하다
• 불평등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 끝없는 경쟁으로 매몰시키는 능력주의라는 덫
• 교육과 노동 현장을 평등하게 만들자
• 관계를 보살피는 경영이 핵심
6장 개인과 공동체 • 170
조한혜정: 한국 사회는 지금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
• 근대국가 체제를 놓지 못하는 국가의 무력함을 인지하자
• 문제를 보는 눈은 파상력을 통해 키울 수 있다
• 인간 중심적 사고가 가져오는 지구의 파괴
• 사냥꾼 중심의 문화가 아닌 ‘포스트 남성 휴먼’으로
• 사람을 도구화하지 않는 열린 사회로의 전환
• 우리 안에는 돌봄의 힘이 있다
7장 나와 세계 • 202
사티시 쿠마르: 우리는 어떻게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가
• 일상은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일로부터
• 자기 내면의 힘을 믿고 스스로 행동하자
• 사랑은 세상 그 어디에나 있다
• 우리는 관계를 맺으며 세계를 이뤄나간다
• 단순하게 살아가는 삶의 필요성
• 지구는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사랑하는 것
• 우리는 이 땅을 지켜내리라
에필로그: 달라이 라마 존자, 그의 당부 • 230
감사의 말 • 237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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