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의 인문학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 (2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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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성원, 박정수, 소준철 외
출판사항역사비평사, 발행일:2021/11/30
형태사항p.256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696446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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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비료’에서 ‘오염물질’로…

똥오줌이 제도적 하수화가 되는 과정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이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각 가정, 학교, 사무실에는 이른바 재래식 화장실이 더 많았고 일반적이었다. 오늘날 분뇨는 수세식 화장실과 연결된 하수관을 통해 흘러나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되고 있는데, 하수도 보급률이 높지 않았던 30~40년 전에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2장 「1953~1973년, 서울의 똥」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1970년 초까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똥오줌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서울을 사례로 들었지만, 당시의 똥오줌 처리 문제는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므로 똥오줌의 쓰임새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또 국가가 하수를 어떻게 관리해갔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글은 똥오줌이 제도적으로 하수가 되어가면서 위생 수준과 공중 보건을 크게 향상시켰으나, 강력한 제도화를 기초로 한 사회적 인식에 의해 똥오줌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여지가 막혀버렸다고 말한다.

1950~1960년대 서울은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농경지가 대부분이었다(사실 서울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이 시기 한국의 주된 산업은 농업이었다). 도심에서 똥오줌은 빨리 치워버려야 할 위생의 문제였으나, 농민들에게는 농작물을 키울 비료의 자원이었다. 정부는 직접 인분비료공장을 설치하여 똥오줌을 처리함으로써 유기질비료도 생산하고 비료 공급의 안정도 꾀하고자 했다. 문제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처리해야 할 똥오줌은 늘어나는 반면, 실제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인분비료공장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했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인분비료를 적극 금지하는 정책으로 돌아선다. 이제 똥오줌 처리는 인분비료 생산의 문제가 아닌 도시위생의 문제이자 ‘과학의식’에 입각한 ‘문화민족’의 일이 되었다. 마침 화학비료공장도 많이 세워져서 비료 효용가치로서 똥의 쓸모가 점차 사라졌다. 이는 굳이 똥오줌을 수거해 비료로 만들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똥오줌을 수거해가서 하천에 무단방류하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도시에서 배출된 똥오줌이 한강으로 직집 방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 설치가 급선무였다. 인분비료 방책은 소용이 없고 ‘물’에 의한 화학적 정화를 통해서 똥오줌을 처리하는 방책이 설계되고 진행되었다.

이 글은 똥오줌의 사회적 지위가 변한 건 국가가 인분비료의 위험성을 공중에 알리며 제도적으로 금지한 데서부터였다고 말한다.



화장실 형태에는 수세식밖에 없는 건가?

생태를 생각하는 적정기술 변기와 똥의 다양한 변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화장실이 수세식이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난 뒤 변기의 레버만 내리면 그뿐. 나의 똥오줌이 어디로 흘러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관심도 없다. 6장 「수세식 화장실, 그 적정하지 않은 기술」은 화장실 기술의 발달사, 수세식 화장실에서 흘러나간 분뇨의 처리 방식, 똥과 관련된 적정기술을 살펴본다.

적정기술이란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치고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하며, 발생한 이익은 지역민에게 돌아가는 기술이다. 필자는 이를 간단히 ‘생태적 순환 속에 재배치하는 지역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세식 화장실은 적정하지 않은 기술이다. 물론 수세식 화장실은 배설물의 악취를 줄이고, 벌레와 세균 발생을 억제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등 ‘위생과 보건’을 목표로 발달해온 과학기술이다. 그러나 똥오줌을 폐기의 대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비순환적 시스템이다. 더구나 점점 더 거대화되는 하수 인프라와 그것을 유지·관리·보수하는 데 과도한 비용이 들어간다. 필자는 묻는다. 이런 고비용 하수처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일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똥(동물의 똥 포함)과 관련된 적정기술은 매우 다양하다. 배설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난방 등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서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다. 코끼리 똥으로는 술과 종이를 만들 수 있고, 소똥으로는 벽돌 등 건축용 자재와 화분·타일·의자·탁자 등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사람의 똥으로는 숯을 만들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변기와 관련된 적정기술도 있다. 퇴비화 변기(일명 생태뒷간), 이동식 퇴비화 변기, 소각 장치와 필터가 장착된 야외 간이 화장실, 진공 화장실 등이다. 이들 화장실 중에는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맺는 글 「‘쌍둥이 위기’와 사이언스월든의 기획」에 소개된 비비(BeeVi)변기는 울산 유니스트(UNIST) 캠퍼스에서 직접 제작하여 사용되고 있는 생태적 변기이다. 똥을 바이오에너지로 바꾸고, 그 가치만큼 화폐로 사용하는 개념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기들은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현대 도시에 적용하는 데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똥오줌 관련 적정기술을 잘 살펴보고 활용한다면 지금의 고도화된 하수처리 시스템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현재의 도시 조건에 적정기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적정기술에 맞춰 도시를 바꾸자는 새로운 발상의 제안을 한다. 바로 생태도시다. 또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적정기술 정책을 펴나가서 성공한다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똥을 통한 풍자와 은유, 르네상스기의 문학 &

한국 농촌·도시소설 속에 나타난 똥에 대한 인식


중세 억압받던 인간의 육체가 있는 그대로 신체적 쾌락을 긍정하게 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다. 르네상스는 바야흐로 ‘인간의 시대’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와 감각이 살아난 르네상스 시대의 미(美)는 균형과 조화, 절제의 미학을 추구했다. 즉, 관념화되고 추상화된 인간상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비너스라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잠을 자고 똥을 싸야 할 텐데, 르네상스인들은 똥과 오줌의 존재를 몰랐던가? 르네상스의 통상적 이미지는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으로 묘사된 상류층의 고급문화이다. 신체 하부와 배설의 서사는 르네상스 민중문화에서 친숙한 이미지로 살아있다.

1장 「배설의 신화와 문화」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프랑수아 라블레의 문학작품을 통해 풍자와 저항의 유희로 똥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라블레 작품 속 권력자는 하층 민중처럼, 아니 모든 인간이 그렇듯이 오줌을 누고 똥을 싼다. 필자는 이를 가리켜 유쾌한 조롱과 동일시로 권력자에게 더 불쾌한 항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시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똥거름은 훌륭한 자원이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비료였다. 인간의 똥이 다른 생명의 밥이 되고, 인간은 다시 그 생명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했는데, 3장의 필자는 이를 ‘밥-똥 순환’이라 명명한다. 3장 「‘밥-똥 순환’의 차단과 ‘두엄-화학비료’의 숨바꼭질」은 한국 근대문학과 신문기사 등을 분석하여 밥-똥 순환과 똥의 비천화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근대 서구의 위생담론이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똥은 비천화된다. 비료로서의 활용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각종 질병의 전염원 또는 오염원으로만 간주된 것이다. 식민지 시기 농촌 소설에서는 위생담론의 영향에 따라 똥의 비천화를 인식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똥비료가 필요했던 상황을 절충하는 형태이다. 심훈의 『상록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시기 농촌 소설들은 밥-똥 순환의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반면, 도시 소설들에서는 ‘똥’이라는 단어를 꺼리고 시야에서 차폐시켜야 할 것으로 인식한다. 요컨대 근대 미달의 상징으로 여긴다. 박태원의 「천변풍경」과 이상의 「권태」가 대표적이며, 이들 소설에서는 근대적 위생담론이 압도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농촌소설들에서 보이는 똥비료에 대한 정당화 노력이 민족주의적 담론과도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농촌소설들이 근대 과학의 역능에 대해서 외면했다고 평한다.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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