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소소의책이 함께 기획한 교양 인문서 시리즈
지금 우리는 어떠한 세계에 살고 있을까? 인류는 오래전 지구상에 나타났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문명은 약 500년 전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근대 문명’이라 통칭하는, 현대 세계를 만든 획기적인 변화였다. 따라서 근대 문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가는 곧 ‘우리가 사는 세계’를 아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근대 문명은 이전 시대의 문제와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려 했을까? 근대 문명이 이룬 독특한 성취는 무엇이고, 그것들은 현대까지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과 세계를 탐구하는 교양 인문학의 토대로서 이 시리즈를 출간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근대 문명의 전개 과정과 맥락을 꼼꼼히 짚어내는 ‘우리가 사는 세계’ 시리즈는 지난 10여 년간 실용 학문에 치중하는 대학 교육에서 교양교육으로의 이행을 위해 설립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소소의책이 함께 기획한 교양 인문서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서 획기적인 변혁을 일으킨 과학혁명, 근대 계몽사상의 등장, 프랑스 혁명과 같은 정치적 격변, 산업혁명을 거치며 탄생한 자본주의, 급격한 사회 변동과 개인주의의 등장 등으로 영역을 나누어 누구나 쉽게 근대 문명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화했다. 물론 근대 문명의 탄생 과정은 주로 16세기 이후의 서구 문명을 다루지만 19세기의 제국주의 시대에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도 함께 살핀다. 또한 그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21세기 미래에 대한 전망도 세워본다. 이 시리즈는 다음과 같이 다섯 권으로 구성된다.
ㆍ과학혁명 _근대에서 제4차 산업혁명까지(근간)
ㆍ계몽의 시대 _사상의 전통과 가치
ㆍ왜 국가인가 _근대 국가와 정치혁명
ㆍ자본의 역습 _경제학적 상상과 비판
ㆍ개인의 탄생 _대도시와 시공간의 재편(근간)
계몽사상이 바꿔놓은 세계와 근대적 가치
신화적 맹신에서 이성의 빛이 세상을 비추는 시대로의 전환
이제 계몽은 교과서 또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낡은 단어로 여겨진다. 계몽은 17~18세기의 서양에 국한된 특수하고 일회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상상만 하던 최첨단 기술이 하나둘 구현되어가는 이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서 더는 계몽이 필요 없어진 것일까?
사실 계몽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큰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시기마다 인간 사회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긍정적인 노력과 연관 지어 계몽의 역사를 길고 넓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계몽은 지금껏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우리의 현재는 계몽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은 서양의 17~18세기에 등장한, 이전 시대와 달리 과학에 기초한 합리성을 내세운 계몽사상을 다룬다. 그러기 위해 우선 근대 이전 시대의 지적 전통부터 살펴본다. 세상을 수로 파악한 고대 이집트와 인도, 세상의 법칙을 자연수로 설명한 피타고라스, 우주의 질서를 구성한 플라톤, 그리고 중세의 스콜라 철학 등이다. 뒤이어 오랫동안 신학과 신앙의 언어에 짓눌려 있던 근대 사회가 어떻게 신화와 종교와 권력에서 해방되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이 만발하는 계몽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다.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주장, 도시의 커피하우스와 살롱에서 밤낮없이 토론한 계몽사상가들의 열정, 왕정 독재를 몰아내고 시민혁명을 통한 자유와 평등의 쟁취 등을 통해 정립된 계몽사상은 이전의 세상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계몽사상에 갇힌 시대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시대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계몽의 독단’이 야기한 문제와 과제
모든 지식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까? 이런 생각은 자칫 서양 문명을 중심에 놓고 나머지 문명을 폄하하거나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한다. 인류 문명의 지식과 가치를 단순한 이분법으로 도식화하여 다른 쪽을 배제하는 일방적 관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양 문명은 ‘계몽의 독단’에 빠져 다른 문명을 단지 ‘개화’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제국주의로 발전하여 다른 국가나 민족을 침략하기도 했다. 영국에 의해서 인도가, 프랑스에 의해서 아프리카 등이 식민지가 되고 후발 근대화를 빠르게 이룬 일본에 의해서 한국이 식민지를 경험하게 되었다. 서양의 근대화를 강압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과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적 충돌로 빚어진 여러 문제는 서양의 근대적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이다. 이 책은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인간 의식의 변화라는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서양 계몽주의자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조망한다.
이 책은 서양 문명이 확립한 근대적 가치의 중요성도 논리정연하게 설명한다. 그러한 가치들이 여전히 현대 세계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 그 가치가 왜곡되거나 정당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근대를 넘어서는 탈근대 혹은 포스트모던의 가치들이 갑자기 수용되면서 우리는 근대의 가치를 그 역사적 정당성 가운데서 배울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 결과 물질적이고 외적인 차원에서는 서양 근대의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면서도 근대 문명을 가능케 한 정신적 가치는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전통적 가치관에 갇혀 문화 지체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책의 목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오늘에 이르렀으며,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자는 것이다. 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E. H. 카의 역사철학적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서양 근대의 비판과 수용을 내세웠던 하이데거의 해체적 사유와도 통한다. 서양의 근대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져다준 계몽주의 전통과 근대적 가치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근대의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를 수용하면서 공감과 도덕성을 회복하고 상호주관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를 이룩해나가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 서양 과학 중심의 세계관, 윤리학적 시선을 무시하는 첨단 과학기술, 물질적 부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세태 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해나갈지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시대, 세계시민적 지성이 작용하는 시대로 나아가리라는 희망을 갖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동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종교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교에서 하이데거의 진리 개념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하이데거와 가다머의 예술 이해」, 「곡해된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제」 등이 있고 「처음 읽는 중세철학」, 「철학, 중독을 이야기하다」, 「인물로 보는 근대 한국」, 「세상을 바꾼 철학자들」, 「교육독립선언」, 「삐뚤빼뚤 생각해도 괜찮아」 등을 함께 썼으며 「몸의 철학」, 「시간의 개념」, 「인간과 풍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ㆍ추천의 말|서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가
ㆍ들어가는 말|계몽의 다양한 의미
제1부 계몽의 빛
01 ‘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02 세상을 수로 파악하기
03 무리수를 부정한 피타고라스
04 창조주는 기하학자였을까?
05 마술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인간
06 철학은 신학의 시녀가 아니다!
07 말씀의 종교에서 수학의 종교로
08 감히 알려고 하라
09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시민혁명
10 인권 선언이 외면한 여성의 인권
11 다수결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제2부 계몽의 그늘
12 동쪽으로 온 서양의 근대
13 문명의 충돌
14 ‘철학’이라는 번역어에 담긴 철학
15 손님의 언어와 주인의 언어
16 계몽에 도전하는 낭만주의
17 계몽의 변증법
18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본성
19 문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
제3부 새로운 문명
20 과학의 마법에서 벗어나기
21 과학만능주의의 위험성
22 시계에 종속되는 인간의 시간
23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려면
24 세계시민의 길
ㆍ주
ㆍ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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