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 다산. 동학의 하늘철학- (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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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조성환
출판사항소나무, 발행일:2022/01/25
형태사항p.252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139362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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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철학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책은 ‘하늘(天)’ 관념을 중심으로 한국사상의 특징을 고찰하고자 하는 사상사적 시론이다. 이 시론은 종래의 한국사상사 기술이 중국사상사라는 거대한 숲에 가려져 그 독자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데 소홀해 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흔히 조선사상사는 중국 주자학의 수용과 전개라는 구도로 서술되곤 한다. 그래서 주자학의 용어를 원용한 ‘주리론-주기론’이라는 다카하시 도오류식의 분석틀을 사용하거나, ‘중국성리학의 조선화’라는 유학사의 맥락에서 기술되어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만약에 그것이 전부라고 한다면 굳이 ‘한국철학’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한국 땅에서 벌어진 현상이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라면, 그냥 ‘동아시아유학사’ 내지는 ‘조선유학사’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의 근저에는 “과연 한국철학과 중국철학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대단히 본질적이며 상식적인 물음이 깔려 있다. 과연 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왜 지금까지 무시되어 왔는가? 이러한 물음들이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기본적인 동기다.


“일반적으로 한국철학이라고 하면 전부 중국철학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고려시대의 불교와 조선시대의 유교는 전부 중국에서 수용된 것이다. 퇴계가 사용하는 개념이나 표현도 전부 중국의 주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치부해버리고 말면 ‘사상사’를 서술할 수 없게 된다. … 똑같은 개념을 써도 함의가 같을 수는 없다. 유학의 천(天)과 동학의 천(天)이 같을 수 없고, 주자의 리(理)와 퇴계의 리(理)가 동일할 리가 없다. 이러한 차이를 밝히는 작업이야말로 ‘한국사상사’ 서술의 관건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사상사 서술방법론에 관한 사례연구일 뿐만 아니라,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밝히는 시론이기도 하다.” (13쪽)


“우리는 주자나 양명이 아닌 퇴계나 다산이 딛고 서 있는 사상적 풍토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사상사’의 본령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결정적 힌트는 유학이라는 틀을 벗어난 동학이 제공한다. 동학은 주자학이라는 중국적 사유가 그 시효를 다한 상태에서 드러난 한국적 사유의 표출이다. … 그래서 우리가 “한국사상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할 때에는 먼저 ‘유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사상은 “중국의 영향이 전부”이고 “유학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상 한국사상의 특징은 포착하기 어렵고, 따라서 한국사상사의 서술은 점점 어려워진다. ‘유학’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조선유학을 바라보지 않는 이상, 조선유학의 특징도 잡아내기 어렵고 동학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놓치게 된다.” (215~216쪽)


우리에게 ‘하늘’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접근하는 하나의 단서로서 필자가 주목한 사상은 ‘동학’이다. 동학은 조선성리학이 그 효력을 다해갈 무렵인 조선말기에 한반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생적으로 등장한 주체적인 사상이었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는 자신의 사상을 유도(儒道)나 불도(佛道)와 대비하여 ‘천도(天道)’라 명명하고, ‘하늘’을 중심으로 하는 동방(한국)의 세계관(道)은 생명과 평등 그리고 존엄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인간은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우주적 생명력인 ‘하늘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동등하게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학이 자신의 사상체계를 ‘하늘’을 중심으로 전개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탈아입구로 대변되는 서구화와 더불어 사상언어로서의 하늘 관념은 사어(死語)가 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중국철학 역시 선진시대 이래로 ‘천(天)’에서 ‘도(道)’로(제자백가), ‘도(道)’에서 다시 ‘리(理)’로(신유학), 그리고 ‘리(理)’에서 다시 ‘기(氣)’로(청대실학), 그 진행이 점점 ‘하늘’의 초월성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갔다. 이렇게 보면 동학의 탄생은 동아시아 사상사에서는 하나의 ‘사상사적 역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특이한 현상에 대해 과연 어떠한 사상사적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이 책이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과제다. 그리고 이 과제는 처음에 제기했던 중국철학과는 다른 한국적인 철학이 과연 무엇인지, 그런 것이 있기나 하는지라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 두 가지 물음, 즉 동학의 탄생에 대한 사상사적 설명, 그리고 한국철학의 특징 찾기를 위해 필자는 ‘하늘철학’을 제시한다.


“고대 한반도인들은 황제나 임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누구나’ 하늘을 향해 제사를 지내고 축제를 벌였다. 그것도 개별적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개인적이 아니라 공공적으로 거행하였다. 이 책에서는 “하늘을 그리다”라고 명명하였다. 여기에서 ‘그리다’는 ‘그리워하다[思]’와 ‘그리다[描]’의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하늘을 그리워하고 두려워하며, 마음속에 그리고 언설로 표출하였다.” (12쪽)

작가 소개

조성환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 『다시개벽』 편집인. 지구지역학 연구자.

서강대와 와세다대학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였고,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한국 근대의 탄생』과 『개벽파선언』(이병한과 공저)을 저술하였다. 20∼30대에는 노장사상에 끌려 중국철학을 공부하였고, 40대부터는 한국학에 눈을 떠 동학과 개벽사상을 연구하였다. 최근에는 1990년대부터 서양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지구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관된 문제의식은 ‘근대성’이다. 그것도 서구적 근대성이 아닌 비서구적 근대성이다. 동학과 개벽은 한국적 근대성에 대한 관심의 일환이고, 지구인문학은 ‘근대성에서 지구성으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양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지구지역학’을 사용하고 있다. 동학이라는 한국학은 좁게는 지역학, 넓게는 지구학이라는 두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장차 개화학과 개벽학이 어우러진 한국 근대사상사를 재구성하고, 토착적 근대와 지구인문학을 주제로 하는 총서를 기획할 계획이다.

목 차

서문 _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


I. 도학에서 천학으로

1. 한국철학의 특징을 찾아서

2. 동방의 제천의례 논쟁

3. ‘천학’이라는 범주

4. 이 책의 구성


II. 조선의 하늘철학

1. 한국인의 하늘사랑

하늘축제

하늘경험

‘하’의 탄생

역사 속의 하느님

2. 조선정치와 하늘철학

경건함으로 다스려라

하늘님을 대하듯 하라

하늘을 참되게 대하라

3. 퇴계의 하늘철학

성인에 대한 믿음

하늘에 대한 효도

리(理)와의 감응

다카하시 스스무 학설 비판

4. 퇴계 이후의 하늘철학

윤휴의 사천유학(事天儒學)

다산의 상제유학(上帝儒學)

실심(實心)과 천학

5. 동학에서 ‘천교’로의 전환

천교(天敎)의 등장

천도(天道)의 탄생

천도와 천교

천인(天人)과 시민(侍民)

하늘의 개별화와 일상화


III. 한국사상의 풍토와 한국인의 영성


참고문헌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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