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편집자의 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청빈, 겸허와 겸양, 그리고 단순함의 태도
현대의 다도는 보수적이고 고상한 취미 정도로 취급받지만, 와비차 다두 중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센노 리큐가 가장 중요하게 열거한 ‘조화, 존중, 순수, 평온’은 바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덕목들이었다. 오히려 와비차의 시대에 다도가 강조했던 것은 ‘선(禪)의 태도’였다. 단순함을 철저히 지향하고, 인위적인 기교를 지양하며, 청빈을 심미화했다. 공손하게 손과 무릎으로 기어서 작은 문을 통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온 다객이라면 신분의 차이 없이 동등하게 차를 마셨다.
와비차의 다실에서 오래된 것은 새로운 것과, 외국의 것은 국내의 것과, 매끈한 것은 거친 것과, 값비싼 것은 값싼 것과, 유명한 것은 무명의 것과, 복잡한 것은 단순한 것과 나란히 놓였다. 농부의 밥그릇을 찻잔으로, 빈 기름병과 약통을 차 보관함으로, 짚을 엮은 농가의 지붕을 초막 다실의 지붕으로 활용했다. 평범할지라도 모든 사물이 지닌 ‘본질적인 특이성’을 발견하고 존중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책을 통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성으로 가득한 예술적 모험을 거치고 나면, 사물을 보는 방식이 새로워지며 일상의 순간마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옮긴이의 말처럼, “우리에겐 저마다의 달이 있다. 결국 우리가 이 책을 경험하며 발견하는 것은 불성(佛性)처럼 우리 각자가 본디 지닌 와비사비의 마음이다.”
번역 과정에서 추가된 옮긴이의 흥미로운 주석은 거의 그대로 두었다. 대신 저자의 주석 대부분을 본문에 녹여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책의 물성 면에서는 원서와 마찬가지로 작고 가볍고 수수한 책을 만들기 위해 잠잠한 색깔, 자연스러운 촉감의 종이, 간솔한 서체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다. 원서의 부제가 한국어판 서문의 제목으로 차용한 ‘상세한 고찰(Further Thoughts)’인 만큼 이 책은 전작 『와비사비: 그저 여기에』를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상세한 설명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함께 본다면 점진적으로 깊어지는 사유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레너드 코렌 Leonard Koren
뉴욕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성장했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기이하게 생긴 일본식 다실을 제외하고는 정작 아무것도 지은 적이 없다. 영구적인 대형 건물의 설계는 철학적으로 너무 성가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집필과 출판에 눈을 돌려 1970년대 최고의 아방가르드 매거진이라 평가받는 《WET: the Magazine of Gourmet Bathing》을 발간했다. 1981년 잡지 발행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이주해 여러 권의 미학 관련 책을 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며 디자인과 미학 분야의 저술활동을 한다. 『배치의 미학』 『와비사비: 그저 여기에』 『이것은 선이 아니다: 자갈과 모래의 정원』 『예술가란 무엇인가』가 우리말로 나와 있다.
옮긴이 : 박정훈
국문학과 사진을 공부했다. 〈검은 빛〉 〈먼 산〉 〈시절들〉 〈Every Little Step〉 등의 타이틀로 사진전을 열었으며, 두 장의 음반 〈Deep Sunset〉 〈Providence-The Bach Album I〉을 낸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프래그머티즘 미학과 한국과 일본의 정신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강의와 번역 활동을 병행했다. 국내에 출판된 레너드 코렌의 저서 대부분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더 상세한 고찰
와비사비의 우주
와비사비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1
와비사비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2
와비사비 본유의 물질성
와비사비의 현실과 디지털 현실
사진 설명
주석
옮긴이의 글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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