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뇌가 생각하기 전에… 몸은 알고 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인류학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 몸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과 그 실용적 가치를 밝힌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뇌’를 떠올린다. 하지만 지적 능력은 단순히 뇌가 추상적 정보를 처리하거나 특정 행위를 수행하게 하는 규칙이나 명제로 프로그램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몸이 변화하는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반복적으로 지식을 획득하고 세상을 지각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이해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17세기부터 이어져온, 데카르트가 남긴 정신-몸이라는 이원론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뇌로 정의되는 세상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 우리는 흔히 똑똑한 사람을 머리가 좋다고 말한다. 그렇게 지능은 우리의 뇌 속에 위치하게 되었다. 컴퓨터가 뇌와 비슷하다는 발상 또한 뇌가 지능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실증한다. 하지만 뇌는 컴퓨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뇌는 알고리즘을 실행하지 않으며 물리적으로 메모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하지도 않는다. 컴퓨터는 세상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상징적 표현을 작업하는 연산 기계로,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의 규칙을 따른다.
몸의 역할을 경시하고 뇌를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기계로 간주하는 풍조는 서구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첨단 과학과 인공지능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최근에는 수많은 서버가 인간의 지성을 재현하거나, 심지어 능가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지능이 오롯이 뇌에 있다는 이런 생각은 최근 인간의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서비스로,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터 안에서 뇌를 작동시키는 작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런 통념에서 벗어나 지식 습득에서 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뇌와 몸이 어떻게 결합되어 인간의 지능을 만들어내는지를 탐색한다. 몸이 없는 상태에서는 지능이 결코 존재할 수 없으며, 지능은 뇌뿐 아니라 몸에도 있다는 것을 실증한다. 우리 몸은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반응할 때 뇌에서 나오는 의식적인 지시 사항 없이 그 작업을 수행해낸다. 또한 세상을 본능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며, 그 작업을 할 때 항상 의식적으로 정신을 작동시킬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지능이 어디에서 비롯되며, 어디에 속해 있는지에 대해 균형점을 다시 찾으라고 말하는 한편 뇌에 중점을 둔 지식의 한계,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세상을 종종 제한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그러고 나서 지능을 이해하는 대안적 시작점으로서 몸을 제시한다. 몸을 통해 배우고, 몸을 믿는 것, 몸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아는지를 인지하는 게 왜 좋은지를 일깨워준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먼 로버츠는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인류학자로서 자신이 설립한 스트라이프 파트너스를 통해 수많은 기업과 기관에 비즈니스 자문을 하면서 체화된 지식 이론과 실제 적용 사례를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저자는 데이터만으로는 결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으며 우리의 몸이 타당하게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믿는다. 이는 그가 비즈니스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직접 얻은 경험에서 도출된 생각이다. 매우 광범위한 첨단 과학, 실생활의 예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인간이 매일 수행하는 가장 단순한 업무의 복잡성을 탐구하고 어떻게 하면 일을 하는 과정에 대한 더 큰 인식을 가지고 우리의 잠재력과 삶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의 제안은 빅데이터, 냉철한 합리주의, 환원주의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그러나 체화된 지식이 직접적인 참여, 주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듯이 저자는 지능이 우리의 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몸의 지식력, 그 실체와 다양한 활용 사례
체화된 지식의 5가지 특징과 상호 관계성
이 책은 우리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얻게 되는 체화된 지식에 대해 알아본다. 몸이 지능을 형성하고 보유하는 데 어떻게 중요한지, 오로지 정신에서 지능이 비롯되고 정신 안에만 존재한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견해를 철학자, 신경과학자, 인지과학자, 로봇 연구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고 구체화하는지 살펴본다. 체화된 지식은 신체 그 자체가 지식을 습득,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알게 될 때 몸은 단순히 뇌를 감싸는 도구가 아니라 지성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먼저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어떻게 정신이 지능과 지식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알아본다. 정신과 몸을 최초로 구분한 철학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정신이 이성과 지능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 찾아본다. 그리고 그런 시각이 어떻게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여 추상화하고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의 지적 기술’에 표명되어 있는지를 탐색한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GPS, 빅데이터, 교육을 통해 이런 시각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는지, 정신을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의 결과와 그 개요를 소개한다. 데카르트의 기계인형 딸 이야기, 빅데이터의 숭배, 문어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 메를로 퐁티의 체화 이론 등은 정신과 몸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다시금 돌이켜 생각해보게 해주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뒤이어 제2부에서는 체화된 지식이 어떻게 습득되는지와 체화된 지식의 다섯 가지 특징을 알아본다. 그 첫 번째 특징인 ‘관찰’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의 신호와 단서, 실마리 등을 포착해내어 시장을 분석한 아이스만의 이야기와 동물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동물 인간의 실험들, 미나레트 직공의 이야기 등은 몸으로 하는 지식 습득에서 인지적이고 감각적인 관찰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연습’에서는 몸이 실천을 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과 언제, 왜 우리 몸이 지식을 습득하는지, 그리고 때로는 너무 많은 의식적 감독이나 지도 없이 몸이 그저 실행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자전거 타기, 유리 불기, 요트 항해, 문화 배우기 등의 사례들 속에서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초보자에서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따라 가본다. ‘즉흥성’에서는 몸이 어떻게 우리가 인식․예측․계획하는 방식의 핵심이 되는지를 살펴본다. 몸은 낯선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규칙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는 능력을 뒷받침한다.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등을 통해 우리 몸이 가진 즉흥적인 대응력을 들여다본다. ‘공감’에서는 정신, 몸, 그리고 타인에 대한 우리의 감정, 타인 이해하기, 그리고 그들과의 소통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신경세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보유’에서는, 기억은 단순한 정신의 능력이 아니라 몸, 그리고 몸이 속한 환경의 능력이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 근육 기억의 개념은 우리가 사람, 장소, 그리고 경험을 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확장시킨다.
제3부는 체화된 지식이 비즈니스, 정치와 정책 입안,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분야에서 디자인에 적용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먼저 비즈니스에서 경영진이 빅데이터에 집착하기보다 경험을 통해 체화된 지식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출 때 어떻게 번영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정책입안자가 어떤 식으로 체화된 지식을 이용해 포퓰리즘을 주도하는 사람들 또는 난민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이해하는지 알아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제품과 경험을 통해 정의된다. 제3부의 ‘창의력은 어디서 솟아나는가’에서는 창의적 영역과 디자인에서 체화된 지식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체화된 지식 이론이 어떻게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과 진보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본다.
아이들은 시각, 소리, 촉감, 냄새, 그리고 맛과 같은 감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각은 교육과정이 진행될수록 더욱더 경시되고 있다. 실용적 지식보다 학문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우리의 교육체계를 암묵적으로 지배해왔다. 이제는 브레인스토밍보다 바디스토밍이 더 중요해졌다. 우리는 경험, 본능, 직관을 무시하고 확실한 데이터를 선호하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본능, 직관 등은 단순한 ‘느낌’일 뿐이고 탄탄한 데이터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객관성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컴퓨터로 연산할 수 있는’ 지식은 믿을 수 있고 우리가 세상을 경험해서 얻은 지식보다 신뢰할 만하며 우리를 속일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하라는 식으로 이끌려왔다. 하지만 체화된 지식은 우리 삶의 방식을 정의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인공지능과 우리 자신을 구분해주며 우리를 경쟁우위에 서도록 해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체화된 지식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고 삶의 거의 모든 면에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사이먼 로버츠
선도적인 비즈니스 인류학자.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삼은 스트라이프 파트너스(Stripe Partners)를 통해 인텔,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구글을 포함한 포춘 500대 기업에 비즈니스 자문을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BBC 라디오 4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었다. 현재 아내, 그리고 세 자녀와 함께 이스트서섹스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 : 조은경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 대학원 번역학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 철학, 문학, 예술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지대하며 언제나 책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산다. 좋은 책을 발굴, 기획하는 일 역시 관심을 집중하는 일 중 하나다. 정기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해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경이의 땅』, 『생명전쟁』, 『뜨는 도시 지는 국가』, 『위스키의 지구사』,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 『엄마는 누가 돌보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당신 개는 살쪘어요!』, 『빅니스』 등이 있다.
목 차
•서문․우리 몸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
자동차를 운전하는 방법
몸을 주목하라!
뇌로 정의되는 세상
경비원 이야기
지식의 요체
분별력을 갖는다는 것
제1부 몸인가, 정신인가
1 데카르트의 기계인형 딸
기계 속에 있는 유령
데카르트가 남긴 유산
자동화 사고
2 데이터와 지능
세상을 측량하다
첨단 기술이 알려주지 못하는 것들
빅데이터
지능 만들기와 창조하기
3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
문어의 몸
생각하지 않고 인식한다
몸으로 습득하는 지식
정신보다 몸
제2부 몸의 학습법
4 관찰
사막에서 본 다양한 풍경
싸구려 양복, 그리고 강력한 신호
동물이 되어보다
눈으로 지식을 훔치다
관찰하고 행동하고
5 연습
자전거 타기
유리 공방은 유리공의 몸을 빚어낸다
전문가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숨 막힘’이 일어날 때
문화 배우기
6 즉흥성
인생의 미들게임
자율주행차는 왜 만들기 어려울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7 공감
늙어간다는 느낌
공감이란 무엇인가
몸으로 표현하는 감정
거울에 비춰지는 것들
몸에서 몸으로
공감하는 몸
8 보유
몸으로 기억 상기하기
정체성의 체화
대사 외우기
확장된 정신
9 체화된 지식이 왜 중요할까?
제3부 몸의 지식력 활용
10 몸에 주목하는 비즈니스
거리, 데이터, 그리고 비체화
특별한 캠핑 여행
2G로 살아보는 화요일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체화 작업
인간 비즈니스
11 정책 입안과 소통하는 정치
난민 모의 체험
더러운 신발을 신은 외교 대사
감정 측정하기
몸적으로 접촉하다
타인의 세상을 위한 정책
12 창의력은 어디서 솟아나는가
지각에 생기를 불어넣다
강도를 당하는 체험
브레인스토밍이 아닌 바디스토밍
지식 연기해보기
13 인공지능과 로봇
초기 인공지능의 약속, 그리고 가능성
셰이키가 허버트를 만났을 때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감각기관
쉽고도 어려운 일
지식의 요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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