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애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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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양준석
출판사항솔트앤씨드, 발행일:2022/10/31
형태사항p.231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894709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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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당신은 떠났지만 나는 다 울지 못하였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팬데믹 창궐은 코로나19가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5세기 유럽 전역을 강타한 흑사병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결과 ‘메멘토 모리’ 사상이 성행했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다.

죽음이라는 궁극적 한계에 놓이면 인간은 누구나 두렵고 무력해질 수밖에 없지만

삶에 의미가 있으려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서 유념하고 살아가야 한다.

죽음을 성찰하지 않던 현대인들에게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은 비탄과 두려움과 고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코로나19 시기에 사별을 경험한 유족들을 애도상담 전문가가 만나 인터뷰한 기록이다.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코로나 검사 과정에서 임종을 지키지 못한 유족, 방역에 밀려 중증질환 진단을 놓친 사람의 유족, 장례식장에서 코로나 감염이 생겨 자책하는 유족 등 사별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애도상담의 효과를 보였다.


“죽음이란 납득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는 일이다!”

생사인문학 관점에서 바라본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삶과 죽음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 유행으로 팬데믹이 선언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그것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유가족들에게도 해당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감염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코로나 감염으로 돌아가신 분들은 제대로 상례를 치를 수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 일부 감염성 질환을 가진 사람의 시신 조직과 접촉할 때 노출 최소화 방식으로 시신을 처리한다고 규정해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원칙이 된 것이다. 2022년 들어서부터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쌓이면서 선(先) 장례 후(後) 화장이 다시 가능해졌지만, 그 전까지는 감염 우려 때문에 염습도 못하고 수의도 입히지 못한 채 사망 당일에 화장하는 일이 계속됐다.

코로나19로 사망한 고인은 의료용 백에 밀봉된 채 병실 밖으로 나와 안치실로 이동됐고 관으로 옮겨졌다. 영구차까지 관을 옮기는 운구도 거리두기를 위해 가족이 아닌 장례지도사가 진행했으며, 3일장은커녕 3시간 만에 죽음이 정리되는 모습도 있었다. 시신은 바로 화장이 되고 유가족과의 접촉이 차단된 채 몇 시간 만에 의례가 끝나는 것이 초기 방역의 모습이었다. 환자 유가족은 슬퍼할 겨를도 없고 애도할 틈도 없었던 것이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애도도 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죽음의 존엄성은 존중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장례식이 애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수많은 연구와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가족도 못 보고 유언도 못 하고 애도도 못 하는 참담한 죽음, 빈소와 조문객 없이 장례도 못 치르고 부모와 혈육을 보내는 유족 입장에선 평생 한으로 남을 한 맺힌 사별 경험이었을 것이다. 또 코로나로 인해 지병에 대한 진료를 미루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로 인해 유가족들은 깊은 상실감을 경험했다. 『코로나를 애도하다』는 외상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사별 경험을 했던 11인의 사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애도문화를 돌아보고 그런 변화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삶이 존엄하면 죽음도 존엄해야 한다.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성찰하는 동기를 마련하고자 이 책은 집필되었다.


“두려움, 죄책감, 불안감, 스트레스, 피해의식……”

준비 없이 다가온 죽음에 대해 유가족들이 느끼는 감정들

현대인들은 죽음과 같은 불행한 일은 절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여긴다. 그 결과 사별은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하는’ 죽음이 되고, 죽음은 두렵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죽음은 예측할 수 없기에 갑자기 다가온 죽음에 대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죽음을 맞이한 가족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애도의 한 방법으로 자책하기도 한다. 『코로나를 애도하다』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요양병원에서 96세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코로나를 전염시킨 사람이 자신이라고 믿고 있는 사별자 사례도 있다.

유례가 없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가 아니어도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면서 다양한 감정을 마주했음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방역 절차를 신경쓰느라 애도보다는 장례를 치르지 못할까 봐 불안을 느끼고, 본인이 애도를 통해 지지받고 위로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폐를 끼칠 것 같은 피해의식과 스트레스가 올라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유가족들이 많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장례의식에 치우쳐 애도가 소홀히 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팬데믹 속에서는 오히려 “장례의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애도가 소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책의 사별 사례자 중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매우 친했던 한 친구분만은 꼭 만나게 해드리고 싶어 연락했으나 장례식에 오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매우 서운했으며 돌아가신 어머니도 섭섭해했을 거라고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딸과 손녀가 코로나에 걸린 줄 모르고 있다가 문상객들도 코로나에 걸린 경우가 있었는데, 부주의함에 대한 원망을 감수해야 해서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이 죄인이 된 듯한 심정이 되어 애도에 신경쓰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 앞에서도 실재해야 한다!”

팬데믹 시대, 변화된 애도문화에 관한 보고와 제언

생명은 물질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육체를 넘어 영혼, 정신, 삶의 의미 같은 비물질적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죽음 또한 물질적 죽음을 넘어 정신적, 감정적, 영적 영역을 고려해야 한다. 죽음의 문제는 죽음에 관한 인식이나 태도의 문제여서 여러 요소가 복합되어 있다. 이 책은 심리상담 전문가인 저자가 상실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애도 집단상담을 10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느낀 ‘죽음과 애도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함께 정리했으며, 인류가 겪은 죽음의 역사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15세기 유럽 전역에서는 흑사병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은 후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사상이 성행했으며, 실제적인 죽음을 준비하는 실천 매뉴얼인 『아르스 모르엔디(죽음의 기술)』가 출판되기도 했다. 임종을 동반해줄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홀로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법을 익히라는 의도였다. 전쟁이 많았던 우리 역사에서도 죽음은 삶의 마지막에 도래하는 사건이 아니라 이미 삶 속에 존재하는 현실이었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수의를 준비하며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남은 삶을 더 가치있게 살려고 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에게 죽음은 거론조차 하면 안 되는 금기사항이 됐고 부정되거나 입에 올리면 불쾌하고 불경한 것이 되었다.

그렇게 현대인에게 소외되었던 죽음은 팬데믹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누구나 죽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코로나를 애도하다』는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애도문화의 변화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충격적 사별경험 속에서 느끼는 상실감이 견디기 어려운 것은 준비 없이 다가왔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도 인터뷰 사례자들이 사별의 슬픔을 견뎌내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상담을 통해 나누면서 문제가 정리되고 애도되는 감정을 느껴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책은 애도의 축소화, 애도의 신속화 등 죽음의례에 대한 사회적 현상들도 다루고 있다. 코로나 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은 또 올 수 있으며, 그때를 대비해 죽음의 성찰과 애도의 공적 기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


“제가 형제 없이 혼자이기 때문에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면 장례 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생각부터 했어요. 장례식장에서 며칠 지내야 하는데 아이들 학교며 짐은 뭘 챙겨야 하지? 당장 그런 현실적인 것들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어요.”

죽음 준비가 안 된 아버지를 간호한 지연 씨


“전날부터 내려올 때 딸이 열이 났어요. 우리 손녀도 열이 났고요. 그게 코로나인 줄 몰랐어요.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왔다가 많이 확진이 돼서 미안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였죠. 애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죠.”

아버지 장례에서 어머니를 떠올린 옥순 씨


“가시는 길이 무서울 거 아니예요. 아프고 죽어가는 그 과정이. 병원에서 그렇게 돌아가시는 게 너무 싫고 화가 나더라고요. 진짜 사람이 죽는데 다른 사람한테 너의 죽음은 피해가 되니 길바닥에 탁 팽겨친 것 같은 느낌이어서 너무 화가 나는데 어디다 말할 데가 없어요.”

같은 해에 부모님을 모두 떠나보낸 다예 씨


“아버지는 그때 재활병원에 계셔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릴 수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아버지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걸로 알고 계세요. 엄마가 돌아가신 걸 모르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죠.”

코로나에 밀려 어머니가 병원에 못 간 주은 씨


“제가 간호사실로 뛰어갔어요. 거즈를 달라고 했죠. 산소호흡기 끼고 있지만 마지막에 숨을 거두기 직전에 호흡이 힘들잖아요. 그런데 제가요, 그 무의식의 작동으로……. 죄를 지었죠.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숨을 쉬기 어려운 어머니 입을 거즈로 제가 막았어요. 제가 죽인 것 같아요.”

죽음 트라우마가 심했던 명숙 씨


“상조에 맡기니까 거기서 다 해주기는 하죠. 그런데 가족끼리만 있으니까 저희는 시골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좀 외롭고 쓸쓸했어요. 딱 친척 한 분이 오셨는데 마스크 끼고 있으니까 어색하죠. 집안 어른들 봐도 이 사람이 맞는 사람인지 알 수도 없고.”

고독사로 아버지를 잃은 하나 씨


“이놈의 코로나 상황이 그런 걸 인지하고 계셨고 또 그렇게 들어가시면 자식들 누구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계시니까. 당신도 최대한 참아보려고 그러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지면서 끝에 가서는 진짜 한 달 전에는 그렇게, 정신까지 문제가 왔던 거죠.”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희애 씨 부부


“힘든 정도가 아니라, 내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으면……. 그래서 동반 자살하고, 계속 따라서 막 죽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게 이해가 가더라고요. 진짜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아버지 같은 오빠를 떠나보낸 도연 씨


“어렸을 때부터 외삼촌이랑 같이 살았기에 사이가 각별했어요. 나이는 15살 차이가 나지만 티키타카가 잘 맞아서 외삼촌이랑 놀 때는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친구같이 잘 지냈죠. 지금도 돌아가시고 안 계신 게 아니라 멀리 어디 가셨거나 그런 감정으로만 있고, 아예 사라지고 돌아가셨다는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코로나 감염으로 외삼촌을 잃은 재우 씨


“그냥 어머니가 편안하게 돌아가셔서 그게 감사했어요. 어머니가 힘들게 얼굴이 막 일그러지면서 그렇게 가신 게 아니고 편안하게 가셔서. 저한테 좋은 모습 보여주시고 가셔서 고마웠죠.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한 1시간 이상을 그 병실에 둘만 같이 있었는데 괜찮았어요, 그 시간이.”

요양병원에서 시어머니를 보내드린 영숙 씨


“저희는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처음에는 한 집에 다 모여서 했는데 그날은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줌으로 하자고 제가 제안을 했어요. 저희 집에 불단이 있거든요. 그 불단 옆에다 핸드폰 세워놓고 기도를 한 적도 있었어요.”

코로나 검사로 어머니를 뵙지 못한 이랑 씨

작가 소개

양준석

철학박사, 애도상담 전문가. 생사관 연구와 애도집단 프로그램 웰바이(Well-bye)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이며, 생사학 실천마을과 마음애터 협동조합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 삶의 이야기 다시 쓰기』(2017・공역),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2018・공저), 『자살이론의 과거, 현재, 미래』(2019・공역), 『코로나 시대의 애도문화의 변화연구』(2021) 등의 출판물을 통해 사별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_ 생사인문학 관점에서 코로나를 사유하다


1장 죽음의 현장에서 바라본 10가지 단상

1.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지니고 산다|2. 자살, 그 견딜 수 없는 마음의 고통|3. 무연고사, 애도되지 않는 죽음을 생각하며|4. 고독사, 소리 없는 외로운 죽음|5. 간병살인, 마지막 시간의 선택|6. 죽어가는 사람도 살아 있는 사람이다|7. ‘박탈된 비탄’, 빼앗긴 슬픔에 대한 애도|8. 애도문화로서 죽음의례에 대한 생각|9. 애도작업, 사별 후 애도적 개입에 대하여|10. 삶은 끝나도 관계는 지속된다


2장 존엄한 죽음이 사라지는 사회

1. 팬데믹이 끝나지 않는다|2. 코로나19 이후 죽음을 대하는 태도|3. 밀려난 죽음의 존엄성


3장 코로나 시대에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

1. 사별 경험자 인터뷰 원칙|2. 팬데믹 속에서 경험한 11인의 사별


4장 코로나 시대 애도 이야기

1. ‘준비 없이 다가온 죽음’을 경험하다|2. 팬데믹 속 유가족들의 감정|3. 사별의 슬픔을 견뎌내는 과정|4. 사별 이후 변화와 성장|5. 코로나19로 달라진 애도문화|6. “애도상담이 효과 있다고 느꼈어요”|7. 애도문화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


5장 죽음의 역사를 통해서 보는 애도문화

1. 죽음의 역사|2. 문화는 개인을 넘어 의례를 만든다|3. 의례로 보는 애도문화|4. 사회가 변하면 애도문화도 변한다


6장 사회적 치유로서 애도 코뮤니타스를 지향하며

1. 코로나19가 불러온 문제들|2. 애도 공동체를 제안하며


에필로그 _ 죽음을 ‘당할’ 것인가, 죽음과 ‘함께할’ 것인가

감사의 글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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