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산문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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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수밀
출판사항현암사, 발행일:2022/11/25
형태사항p.308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232253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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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고전 지성사의 빛나는 별, 조선 최고의 작가 박지원

연암 사상의 정수를 산문으로 만나다


북학에 대한 열망부터 진리를 구하는 방법론까지

‘연암 전문가’ 박수밀 교수의 연암 산문 깊이 읽기


연암 박지원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실학자이자 「양반전」, 「허생전」, 『열하일기』의 작가라는 점과 위엄 있는 초상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연암을 뛰어난 작가로만 평가한다면 그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제대로 살폈다 할 수 없다. 노론 명문가인 반남 박씨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위선적인 양반들과 사회 모순을 지속적으로 비판하였으며 바뀌지 않는 사회 현실에 상처 입고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연암은 북학을 통한 이용후생(利用厚生)으로 민중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했으며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정철조, 이서구 등 18세기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모인 백탑 공동체를 주도하여 전 분야에 걸친 학문 연구의 장을 마련하였다. 백탑 공동체의 사상은 실학 전반과 북학파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연암은 비유법에 뛰어났으며 자신의 사상과 성찰을 산문이라는 형식에 담는 데 탁월한 시대의 지성이었다. 이렇듯 연암은 조선 시대 최고의 작가이자 고전 지성사에서 중요도로 선두를 다투는 인물이다. 『연암 산문의 멋』은 그러한 연암의 세계를 그의 산문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제시한다.

「연암 박지원의 문예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열하일기 첫걸음』을 썼으며 『연암 산문집』을 번역하고 다수의 연암 관련 강의로 독자들을 만나온 ‘연암 전문가’ 한양대학교 박수밀 교수는 『연암 산문의 멋』을 통해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엮어 펴냈다. 연암의 사상과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난 12편의 글을 가려 뽑고 새롭게 번역한 뒤 깊이 있는 해설로 연암 산문이 왜 현대에도 읽을 가치가 있는 고전인가를 밝힌다.

책의 서문과 발문, 산문, 논(論), 묘비명 등 연암이 남긴 다양한 글에서 중용, 확증편향 지양, 낮은 자세로 임하기, 배움의 덕을 통해 편협한 사고에 갇히는 것을 늘 경계했던 삶의 지향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연암의 마음가짐,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이며 어디서 진리를 구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현대인에게 자신과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연암의 독창적이며 유려한 비유, 상대방의 고정관념을 인정한 뒤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는 설득의 묘, 에피소드로 글을 시작하는 작법 등 문장과 산문 구조에 대한 꼼꼼한 해설을 통해 연암 산문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진리를 향한 구도의 자세

경전에 대한 추종과 모방을 거부했던 경계인 연암은 말한다

‘감각에 의지하지 말고 명심(冥心)하라.’


「양반전」, 「허생전」, 「호질」 등 널리 알려진 연암의 작품을 떠올리면 그는 사회 비판적 요소가 강한 글을 쓴 작가로 보인다. 「마장전」, 「예덕선생전」, 「민옹전」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내세워 사회적 모순을 우회해 비판한다. 그러나 연암의 탁월함은 비판의 근거가 되는 진리를 구하려는 태도에 있다. 『연암 산문의 멋』에서는 사회 고발 성향의 바탕이 되며 연암 사상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도의 자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낭환집서」의 이가 옷과 몸 중 어디서 생기는지에 대한 논쟁, 말똥구리와 용은 서로의 말똥과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비유에서 진리의 양면성, 상대성을 읽어낸다. 이는 중용의 덕을 떠올리게 하며, 양편 사이에서 생각하는 경계인의 시각을 가져야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통찰이다.

「능양시집서」에서 연암은 까마귀가 실은 검은색만 띠고 있지 않다는 비유를 통해 경전의 문체(한 가지 색)로만 글을 쓰라 강요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저자는 주변 사물을 관찰하여 얻은 진실을 현실의 모순에 적용하려는 태도야 말로 진리에 이르는 길이며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것은 연암의 창조자적 안목이라 칭찬한다.

「일야구도하기」도 눈과 귀로 느낀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를 전해주는 수작이다. 연암은 하룻밤 사이에 여러 번 강을 건너며 느낀 두려움을 통해 감각기관이 만드는 편견과 선입견을 지적한다. 저자는 연암이 강조한 ‘명심冥心’, 즉 감각기관의 모순을 경계하고 공정하고 순수하게 보는 마음이야말로 참됨에 이르는 길이라 말한다.

「상기」는 코끼리의 상아가 먹이를 먹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통해 조물주가 모든 것을 의도하여 만든 것은 아니며 자연에는 목적의식이 없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신, 하늘, 이理에 의지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배제한 유학자들을 떠올리며 변화하는 세계를 하나의 질서로만 규정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전한다.

연암은 자신의 여러 산문을 통해 진실은 상대적이며 양면적이라 명심을 행하면서 사물들 간의 관계에 집중할 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확증편향을 지양하는 것, “경계인의 시좌”를 가지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저자가 해석해낸 연암의 ‘구도’는 오늘날 가짜 뉴스와 혐오적 정서, 편협한 사고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박지원의 세상을 보는 눈

투철한 기록 정신이 만들어낸 연암 박지원의 세계


책 첫머리에 실은 이동원 화백의 〈연암 박지원 초상〉(2017)은 우리가 알던 연암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풍채 좋은 모습과 위엄 있는 낯빛은 그대로지만 세태를 비관한 지식인의 그늘도 엿보인다.

연암의 체념적 정서는 절친한 지기였던 이희천의 죽음과 관련이 깊다. 영조의 정치 공학적 선택에 의해 목숨을 잃은 친구의 모습을 보며 연암은 과거를 접고 더욱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문학, 민중, 친구, 가족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시대의 지성은 자신의 감정을 글로 남기는 데 생을 바쳤다.

「영처고서」에서 연암은 『시경』이 당시 민간의 풍속을 담은 자료임을 강조하면서 『영처고』에 담긴 이덕무의 시 또한 ‘조선의 노래’라며 가치 있게 여긴다. 이는 북학에 대한 열망 이전에 실학의 주체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백성들에 대한 연암의 애정 어린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열녀함양박씨전」도 맥을 같이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열녀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고 여성에 대한, 당시로서는 진일보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회성원집발」에서는 “벗은 반드시 지금 이 세상에서 구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며 친구 사귐의 어려움에 대해 탄식하였으며 「백이론」에서는 의리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드러낸다.

연암은 큰 누나를 떠나보낸 후 「백자증정부인박씨묘비명」을 남긴다. 고인을 형식에 맞춰 추모하던 당대의 글쓰기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작품으로 누나를 잃은 개인적 소회와 누나와의 추억을 절절히 담아낸 수작이다. 연암의 사랑은 형과 누나에게 지극했으나 연암은 가족을 하나둘 잃어갔다.

박지원의 글을 자세히 보면 당대 유학자들의 동의를 구하거나 그들의 반발을 약화시키려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연암의 성정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연암의 전략적 글쓰기, 화술, 처세술 등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를 비판했으되 조선풍을 강조하며 고쳐 쓰려 했고 유학자의 위선을 고발했으나 그들을 설득해 포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연암만의 세계관인 것이다. 마침 그는 줄곧 진실은 상대적이고 양면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함에 있어서도 어쩌면 그러했을 것이다. 

작가 소개

박수밀

작은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고전의 지혜를 담백하면서 맑은 언어로 풀어내는 고전학자. 옛사람 들의 글에 나타난 심미적이고 실천적인 문제의식을 지금 여기의 현장에서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미시적 관찰과 거시적 조망의 균형 감각을 놓치지 않으면서 문학과 미학, 철학, 역사를 아우르는 시좌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실학의 인문 정신과 글쓰기, 고전의 생태 정신, 동아시아 교류사를 공부하고 있으며 특히 연암 박지원의 문학과 사상을 오랫동안 탐구해오고 있다. 그 결실로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열하일기 첫걸음』을 저술했으며 고전을 매개로 지금 여기와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박수밀의 알기 쉬운 한자 인문학』,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고전필사』, 『리더의 말공부』, 『오우아』, 『탐독 가들』, 『청춘보다 푸르게, 삶보다 짙게』 등을 썼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18세기 지식인의 생각과 글쓰기 전략』, 『과학기술 글쓰기』(공저)를 저술했 으며, 옮긴 책으로는 『글로 만나는 옛 생각. 고전산문』, 『정유각집』(공역), 『연암 산문집』 등이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목 차

서문


1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_ 낭환집 서문(蜋丸集序)

2 까마귀는 검지 않다_ 능양시집 서문(菱洋詩集序)

3 참된 배움의 길_ 북학의 서문(北學議序)

4 지금 이곳, 조선을 노래하다_ 영처고 서문(嬰處稿序)

5 비슷한 것은 참되지 않다_ 녹천관집 서문(綠天館集序)

6 눈과 귀를 믿지 말고 명심(冥心)하라_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7 진실은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_ 상기(象記)

8 도로 눈을 감아라_ 환희기후지(幻戲記後識)

9 열녀 이데올로기의 음모_ 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

10 의리를 다시 묻다_ 백이론(伯夷論) 상(上)

11 친구는 제2의 나다_ 회성원집 발문(繪聲園集跋)

12 새벽달은 누님의 눈썹 같았네_ 백자증정부인박씨묘지명(伯姊贈貞夫人朴氏墓誌銘)


참고 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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