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누가 저항할 수 있다고 쉬이 말하는가!
인간 정신에 대한 극심한 압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실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역작.
이 책이 출간된 해는 1956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책이 나온 때가 1950년대인만큼 주로 중국 전체주의와 나치의 사고 통제, 정신적 살해, 세뇌 등을 다룬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사고 통제·정신적 살해·세뇌가 작동하는 원리는 변하지 않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역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큰 사회 문제로 대두한 것 중 하나가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이란 거부, 반박, 전환, 경시, 망각, 부인 등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연인이나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역시 ‘세뇌’의 한 범주라 할 수 있다. 또 사이비 종교에서도 신도들을 묶어두는 방편으로 ‘세뇌’ 기술을 사용한다.
세뇌란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주의를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일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헌터는 ‘세뇌(brainwashing)’는 중국어 洗腦에서 유래한 말로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을 수동적인 공산당 추종자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사상 주입, 전향, 자기고발을 이용하는 의식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정신적 살해(Menticide)’는 저자가 만든 단어로, ‘마음’을 뜻하는 ‘mens’와 ‘죽이다’는 뜻의 ‘caedere’를 합한 말이다. 두 단어 모두 형틀의 뒤틀린 변형으로, 언뜻 더 허용 가능한 수준인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는 천 배는 더 나쁘며, 심문자에게는 천 배는 더 유용하다. 세뇌가 심리학적 연구 대상이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다.
따라서 이 책 역시 한국전쟁 당시 중국 공산군 포로로 잡힌 미국 해군 대령의 일화로 시작한다.
한국전쟁 때 미국 해군 부대 소속이었던 프랭크 H. 슈와블 대령은 중국 공산군에 포로로 잡혔다. 심한 심리적 압박과 신체적 학대가 몇 달 동안 이어진 끝에, 그는 미국이 적에 대한 세균전을 펼쳤다는 ‘자백’ 기록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관련자들의 이름, 임무, 전략 회의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이는 전체주의자들에게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선전 도구였다. 그들은 전 세계에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전했다.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평화를 사랑하는 중국 인민들을 상대로 질병을 퍼뜨리는 박테리아를 실은 폭탄을 터뜨렸다.”
슈와블 대령은 귀국 후 이 자백을 부인하며, 군사법원 심리에 출석해 스스로를 변호했다. “제 마음속에서 우리 해군 제1전투비행 부대가 세균전을 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의, 비행기, 작전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같은 나머지 것들은 저에게는 사실이었습니다.”
대령은 계속했다. “말은 제가 했지만, 생각은 그 사람들의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앉아서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는지, 이것이 제가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 사례는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포로에게 큰 거짓말을 하도록 조작한 예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치적 목적의 정신적 강요 문제와 이것이 초래하는 결과를 직면해야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요스트 A. M. 메이를로 Joost A. M. Meerloo, 1903~1976
1903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 1927년 레이던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1932년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28~1934년에 몇몇 병원에서 교수 겸 상주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이후 헤이그에서 개업해 심리치료와 정신분석을 시작했으며, 네덜란드 왕실과 정부 기관의 정신과 자문을 하기도 했다. 메이를로는 나치가 네덜란드를 점령했을 때 이 책에서 소개한 정신 고문과 강제 심문 기술을 직접 목격했다.
1942년 벨기에로 도망쳤고, 독일인 덕에 간신히 죽음을 면한 뒤 영국으로 탈출한 그는 네덜란드 육군 대령으로서 심리 분과 부서장 직무를 수행했다. 1944년에는 네덜란드의 복지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 for Welfare)으로 재직했으며, 연합국 구제부흥기관(UNRRA)과 연합국 파견군최고사령부(SHAEF)의 고문으로 일했다. 1943년 수훈십자훈장(Distinguished Service Cross)을 받았다. 1946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정착한 뒤에는 여러 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심리치료와 정신분석을 이어갔다. 195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몇몇 전문가 협회의 명예 회원 겸 전임 회원이기도 했다. 1972년에 네덜란드 시민권을 되찾았다. 4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일한 메이를로는 197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숨을 거뒀다.
지은 책으로 《전체주의 전쟁과 인간 정신(Total War and the Human Mind)》 《공황의 규칙(Patterns of Panic)》 《인간의 두 얼굴(The Two Faces of Man)》 등 15권이 있으며, 학술지와 대중지에 200여 편의 기사를 기고했다. 또한 뛰어난 편집자이자 유명한 도서평론가이기도 했다.
옮긴이 : 신기원
중앙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도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번역과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부정성 편향》(공역)이 있다.
목 차
머리말
1부 인간을 굴복시키는 기술
01 당신도 자백할 것이다
02 서커스의 조련사가 된 파블로프의 학생들
03 복종을 위한 처방
04 왜 굴복할까: 거짓 자백의 정신역동
2부 대중 복종의 기술
05 정신에 대한 냉전
06 전체주의 제국과 독재
07 전체주의 사고의 침투
08 계속되는 재판
09 공포 전략과 공포 반응
3부 보이지 않는 강요
10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11 정신적 전염과 집단 망상
12 마음속에 침투하는 기술
13 관료제의 침공
14 우리 안의 변절자: 반역과 충성의 복잡한 영향
4부 방어책의 탐색
15 정신적 고문에 대비한 훈련
16 규율과 사기를 높이기 위한 교육
17 오래된 용기에서 새로운 용기로
18 자유-우리의 정신적 버팀목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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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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