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정주 문학의 기원을 찾아가는 문학 여행기
나보고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내 신발을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 이 신발은 벌써 변산 콧등 밑의 개 안을 벗어나서 이 세상의 온갖 바닷가를 내 대신 굽이치며 놀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신발」, 『질마재 신화』(전집 2), 32쪽
한국 현대시의 큰 바다에 도달한 미당 서정주 문학의 발원지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그가 일군 시냇물이며 강물을 거쳐 도저한 큰 바다에 이르는 유장한 발자취를 찾아 나선 저자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한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미당문학 연구가인 동국대학교 윤재웅 총장이 펴낸 『질마재 이야기』는 서정주 문학 탄생의 흔적을 꼼꼼히 훑어 나선 미당 시문학 로드 에세이이다. 미당의 고향 질마재 마을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는 한국시의 명문장의 탄생지이자 시집 『질마재 신화』를 잉태한 곳이다. 질마재 마을에서 여정을 시작한 저자는 줄포, 곰소, 고창읍성, 선운사, 하전 개펄 등을 찾아가 시인에게 정신적·문학적 영향을 미친 사람들―어린 시절 이야기 선생님인 외할머니와 진영이 아재, 서운니 누이, 스승인 석전 박한영 스님 등등 인연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정주 문학의 기원을 탐색한다. 미당의 시와 자서전, 산문, 소설 등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풍성한 입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서정주’라는 한국 현대시의 큰 바다에 다다를 것이다.
미당의 시의 질감과 마음결을 따라가는 여행기
저자가 길어 올린 미당 문학의 매혹적인 성과물은 한 편의 잘 만든 로드 에세이를 연상케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미당을 키운 ‘팔할의 바람’이 머물던 곳들에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을 물들인다. 미당의 탄생지인 질마재 마을에선 시인의 외롭고 가난한 천성을 지니게 된 흔적을 더듬고, 칠산 바다에선 마음의 번뇌를 식히던 쓸쓸한 충만의 바다를 관조한다. 줄포와 고창에선 청소년 미당의 항일정신과 방황하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돌아보고, 선운사에서 처연한 동백의 붉은빛 낙화와 자신을 시인의 길로 인도한 석전 박한영과의 인연에 주목한다. 그리고 동리국악당에서 미당시가 도달한 전통의 세계가 가야금과 판소리로 이어진 미당의 전통 소리에 대한 깊은 사랑에 있었음에 주목한다.
저자가 훑어가는 미당의 지리적, 정신적 여정은 그대로 한 편의 시이고 감성으로 버무린 다큐멘터리이다. 저자는 스승 못지않은 아름다운 문장을 앞세워 미당의 시적 성취에 이르는 단단한 여정을 때로는 번민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때로는 깨달음에 이르는 철인(哲人)의 육성으로 영롱하게 색칠한다.
책 소개 질마재 이야기
여기에 미당 시문학의 질감과 마음결을 헤아리듯 곳곳에 배치된 인상적인 사진들도 아름다운 시문학의 또 다른 절경이다.
『질마재 신화』라는 한국문학의 원형과 공간의 시학
이 책은 명시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환경 인문학적 고찰이다. 이는 연구논문이나 학술 저서와는 또 다른 시도로서 시인의 경험과 추억을 실제의 현장을 통해 추적해 가는 방법이다. 시가 탄생한 공간, 시인이 지나쳤던 길가에 가서 시인과 시를 다시 불러내는 호명 의례와 비슷하다. 연구도 이론도 비평도 창작도 아닌, 그동안 우리 문학의 울타리에서 잘 시도하지 않았던 ‘공간의 시학’이다.
저자는 서정주 문학에 진한 자양분을 제공한 질마재를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현장으로 꼽는다. 미당의 고향마을엔 시인이 『질마재 신화』를 통해 이야기한 사건 현장들이 대부분 남아 있다. 생가, 외가터, 서당터, 도깨비집터, 신발 떠내려 보낸 냇물, 부안댁터, 알묏집, 「간통사건과 우물」의 현장인 우물,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이 오줌 누워 키우던 무밭…. 저자는 미당의 문학과 인생에 영향을 미친 주변의 공간에 주목하게 해 이 책을 문학 지리학이자 서정주 문학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탈바꿈시킨다.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읽는 미당문학 입문서
이 책은 미당 문학정신의 기원을 찾아가는 입문서이기도 하다. 미당의 시를 탄생하게 만든 자연환경, 그가 만난 사람들과 그가 겪은 사건의 현장 탐방을 통해 명시 감상의 새로운 시각을 경험해 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책에서 언급된 현장을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동백나무가 사라진 고창읍성의 빈터에 가서 「나의 시」를 읊으면 시인이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 장모님의 펼쳐진 치마폭에 올려다 놓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고, 물 빠진 하전 개펄에 가면 빈 바다의 ‘쓸쓸한 충만’을 느껴 보는 특별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된 「바다」, 「조금」, 「행진곡」, 「영산홍」 등을 꼭 읽어보고 갈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봄철 동백 질 때, 초가을의 상사화 필 때, 늦가을의 단풍철에 선운사에 들러 자연이 주는 감성의 세례도 흠뻑 맞고 오기를 권한다.
한국 탐미시의 대가가 문학적 영향을 받은 지역과 인물을 찾아가는 인문교양 에세이답게 문장과 사진에서 빼어난 아름다움의 질감을 더한다. 저자의 질마재 마을과 고창 일대를 세심하게 훑어본 시적인 문장도 발군이지만, 여기에 더해 질마재 마을의 시적 운치를 더하는 장치로 고창 출신 사진 에세이스트 박성기의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눈부시게 빛나는 질마재 갯벌과 지천으로 흐드러진 노란 국화꽃밭, 선운사의 눈 내린 마당 풍경, 칠산 바다의 쓸쓸한 충만, 좌치 나룻터의 홀로 매어둔 나룻배, 노을 지는 서해바다 풍경, 한적한 고창읍성의 오후, 줄포의 쓸쓸한 거리, 미당시문학관 내부에 전시된 유서 깊은 미당 가야금, 한문 필적이 좋은 아버지 서광한의 편지 등 귀한 사진이 이 책의 또 다른 볼
책 소개 질마재 이야기
거리다.
문학적 가치가 높은 희귀 자료 수록
이 책에는 미당의 자전적 일대기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희귀 자료도 실어 ‘미당 문학의 숨겨진 2인치’까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문학 사료적 가치에도 정성을 쏟았다. 미당의 시작 노트를 비롯해 줄포공립보통학교 학적부, 동아일보 1930년 12월 18일 ‘학생압송사건’ 기사, 1936년 동아일보 신춘현상공모 입선 기사, 1938년 미당 결혼 사진, 1940년 『신세기』 11월호 「행진곡」 시 발표 지면, 중앙고보 2학년 때 광주학생운동 지지 시위로 퇴학된 사건 기록 등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미당의 항일정신과 문학적 성과까지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작가 소개
윤재웅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서정주 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당 서정주 시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마지막 제자이며 대표적인 미당 연구가이다. 고창군 선운리에 있는 미당시문학관 개관 전시와 미당문학제를 기획했으며 『미당 서정주 전집』(전20권)을 편찬했다. 저서로 『미당 서정주』, 『문학비평의 규범과 탈규범』, 『서정주 시의 사계』(전4권), 『서정주학파』(전2권), 『동국문풍』, 『유럽 인문 산책』, 시집 『어쩌라구』 등이 있다. 현재 동국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목 차
책머리에 / 서정주 문학의 기원을 찾아가는 문학 여행기
1부. 쓸쓸한 충만의 바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013 / 미당未堂 026 / 질마재 마을 034/ 바다호수 042/ 줄포茁浦 050 /
곰소 066 / 좌치 나루(조화치 나루) 074 / 풍천 -92 / 시인의 고향 104/ 이야기마을 116
2부. 길 따라 물 따라
고창 이야기 143 / 고창읍성 148 / 동리국악당 176 / 선운사 198 / 하전 개펄 230 /
미당시문학관 246
3부. 시집 속 사람들
사람들 이야기 269 / 신부 272 / 외할머니 276 /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 283 /
알묏집 287 / 상가수와 진영이 아재 그리고 장사익 292/ 눈들영감 301 / 소×한 놈 307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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