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영미문학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있었다면,
이제 우리에게는 『제정신병자들』이 있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증상을 붙들지 않는 이상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는 이들에게
해방적 읽기에서 회복적 쓰기로 나아가는 오은교식 파라노이드 파크
문학평론가 오은교의 첫 평론집 『제정신병자들』을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섬세한 비평의 매력과 미덕이 이렇게까지 발휘된 사례가 흔치 않다”(심사평)는 찬사를 받으며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비평활동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선보이는 첫 책이다. 등단 이래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언어 행위를 통해 간절히 다른 존재가 되기를 꿈꾸”(수상 소감)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이자, 특유의 섬세한 비평이 과감하고도 논쟁적인 평문으로 만개한 결실을 『제정신병자들』에 모두 담았다. 2010년대 중후반 점화된 페미니즘 이론의 대중화 국면에서 맞닥뜨린 여러 논제를 한국문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 이 글들은, 여성주의의 세례 한복판에서 그러나 여성주의 운동의 쟁점 그 사각까지 아우르는 너른 시각으로 쓰였다. 오은교의 뾰족한 펜 끝은 텍스트를 향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겨누고 있기에, 그 어떤 비평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진솔한 대면-대화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모두가 나름의 제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제정신으로는 못 버티는 나날들이 반드시 온다. 정동적으로 온다. 그 파라노이아는 제정신이라는 상태가 임시적임을 깨닫게 하고 그 허구적 정상성과 항구성을 점검하게 만든다. 정신병자라는 말의 낙인을 염두에 두고 ‘제정신병자’라는 조어를 사용하다보니 수치심과 자부심이 동시에 들었다. (……) 시대와 형편에 따라 한 생명의 우연이자 개인의 운명이 되는, 지극히 가변적인 ‘제정신’은 어떤 대상이 아직 좋고 나쁠 수 있다는 예감의 윤리뿐만 아니라 영영 옳고 그를 수 있다는 판단의 도덕을 낳아 특정 행동과 감정을 강제하고 억압하며 동시에 다른 존재가 될 기회의 쾌락과 틈을 부산물처럼 생성한다. 그 잠깐을 조금 더 강렬하고 선명하게 현시하고 알아채는 일에 삶의 기예로서의 문학이 있다. 문학은 과연 제정신병자들의 놀이터다. _‘책머리에’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은교
1990년 출생.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현재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크리티컬 포인트』를 함께 기획하고 썼다.
목 차
책머리에
1부 도전하는 섹슈얼리티
오염과 친밀성의 경계에서-이성애 공포와 여성 섹슈얼리티 재현의 임계점들
벽장의 문학과 사생활의 자유주의-소수자 시민 가시화의 욕망을 둘러싼 한 쟁점
죽을 만큼 사랑해, 죽일 만큼 사랑해-이희주론
명사 퀴어와 형용사 퀴어-퀴어는 대상 선택의 문제인가
총수님과 낙태죄: 박완서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다시 읽기-'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부쳐
2부 로맨스 비틀기와 스릴러 재장전
여성, 타인에게 가는 길: 여성 서사의 성장환경과 은희경 다시 읽기-은희경론
아내가 죽은 후에 벌어진 일들: 홀아비 스릴러의 탄생-편혜영의 『홀』
여성주의 가족 스릴러-강화길의 「음복(飮福)」
공공장소에서 생긴 일-김지연의 「공원에서」
예술성의 안개를 걷으면-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던진 돌로 쌓은 여자의 성채-강화길의 『화이트 호스』
3부 동아시아의 소녀들
'혐한'과 '노재팬 운동' 속 일본 여성을 읽는 일
플레이, 젠더!-김세희의 『항구의 사랑』
글로벌 자유노동 시대, 차별은 여성의 몸을 타고-서수진의 『코리안 티처』
여자 탈락 여자 문학-안담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와 장진영의 『치치새가 사는 숲』
대화하는 인간, 진화하는 패턴-황정은의 대화론
시간을 달리는 소녀: 최진영 소설에 나타나는 미성년 여성 성장담을 중심으로-『내가 되는 꿈』 읽기
4부 독자의 광장과 감염의 독서
독자 오더메이드 소설, 국산 SF 문학이 걸어온 어느 길-김보영 스페이스 오디세이 트릴로지 읽기
그날 이후 우리가 세상을 걷는 법-은모든의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장막, 그림자, 증강 현실-박솔뫼론
발열 없이 아팠던 전염병 시국 속 여성들-최은미의 「여기 우리 마주」
여성들의 잡스러운 독서사, 불투명한 문서고와 환상의 그림자들-『원본 없는 판타지』
정세랑의 많은 사람들-정세랑론
5부 취약한 신체, 불구의 사랑
심리스한 세계와 수선하는 사이보그들-김초엽ㆍ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와 김초엽의 「로라」
열심히 사는 일이 불가능할 때-송지현의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와 이주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 결말을 축하해주세요-최현숙의 『황 노인 실종사건』
꿈에 젖은 뇌-문학적 자살학 시론(試論)
파라노이아 비평을 넘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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