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서 남 주다 -대중과 교양을 나누어 성공한 지식인들의 남다른 삶-

▣ 출판사서평

대중과 교양 사이에 다리를 놓다
백성에게 문자를 전파하려는 세종과 그런 세종에게 반대하는 세력의 대립을 그린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언어와 문자가 권력으로 보고 이런 권력을 백성에게 나눠 주려는 세종과 이를 저지하려는 보수 기득권층 사이의 갈등에서 온다. 이 드라마에를 보면서 우리는 재미뿐 아니라 지식의 보급에 관해 생각할 계기를 얻을 수 있다.
예로부터 문자, 지식, 정보는 권력을 쥐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지식과 정보는 문자로 전달됐고 문자를 모르는 대중은 지식과 정보에 닿지 못한 채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에 예속되어 이리저리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 세계사에서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인쇄술이 지식을 대중에게 널리 보급함으로써 사람들의 교양을 높이고 문화를 다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20세기 미국 사회의 기성 지식인들은 지식과 지혜를 얻고자 하는 대중을 환영하기는커녕 엄청나게 멸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으로 끊임없이 대중과 자신을 구분 지으려 했고, 이렇게 분리된 지식인은 대중과 멀리 떨어져 정작 자신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횡설수설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망치고 사회를 병들게 하면서도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그런데 이때 ‘그들’이 나타났다. 대중과 교양 사이에 다리를 놓은, 교양을 대중과 나눔으로써 남다른 삶을 산 지식인들이.
대니얼 플린의 『공부해서 남 주다』는 20세기 미국에 나타난 이 파격적인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들려준다.

대중과 교양을 나누는 지식인의 등장
부두 노동자 출신 철학자 에릭 호퍼, SF 소설의 대가 레이 브래드버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가장 성공적인 성인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위대한 책들’ 운동의 기획자 모티머 애들러, 골방에 갇혀 있던 역사를 광장으로 끄집어낸 듀랜트 부부.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데 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에릭 호퍼는 부두 노동자로 일하며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삶을 살았고, 결혼하기 전까지 동생과 한 침대에서 잘 정도로 가난했던 레이 브래드버리는 신문을 팔아 돈을 벌었으며, 모티머 애들러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잡지사에서 사환으로 일하기도 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웨이터로 일하거나 노점에서 폭죽을 팔아 스스로 돈을 벌었고, 윌 듀랜트는 25센트를 받고 시민들을 가르치고 아리엘 듀랜트는 술집을 경영했다. 이렇게 그들은 화이트칼라적인 삶이 아니라 블루칼라적인 삶을 살며 자신이 배우고 익힌 지식과 지혜를 대중과 나누는 데 앞장섰다. 이들이 수많은 사람을 역사, 철학, 문학, 경제학의 세계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이처럼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현실에 굳건히 발 딛고 있었던 덕이다.

-에릭 호퍼
맹신자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친 『맹신자들』을 쓴 거리의 철학자 에릭 호퍼는 오랫동안 부두 노동자로 일하며 철저하게 혼자 공부한 사람이다. 그는 헌책방과 캘리포니아 공공 도서관을 이용하며 고전을 공부했다. 거리가 그의 서재였고, 미국이 그의 교실이었다. 노숙자, 떠돌이 생활을 전전하던 에릭 호퍼는 사람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 인생에 대한 훌륭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중요한 논점을 짧은 문장으로 전달하는 경구적 글쓰기 방식을 선보였다. 그의 명쾌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는 당시 지식인의 산문체로 자리 잡아 가던 불분명하고, 장황하고, 빙 둘러 이야기하는 방식과 대비되어 더욱 돋보였다. 호퍼는 “큰 책은 저자가 무엇을 모르는지 은폐하는 반면 얇은 책은 저자에게 숨을 곳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철학을 전달하며 대중을 정신적인 삶으로 이끌었다.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이 브래드버리는 끊임없이 읽고 썼다. 1943년에서 1962년 사이에 그는 239편의 이야기를 출판했다. 당시에 과학소설 작가는 만화가보다는 위, 스파이 소설 작가보다는 아래에 있는 사람쯤으로 여겨졌다. 비평가들은 그의 글을 문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중은 그의 작품에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보냈다.
브래드버리는 책에 완전히 몰두한 끝에 지식인이 되었다. 브래드버리는 말한다. “텔레비전은 간교한 짐승, 매일 밤 수십 억 인류를 돌로 만드는 메두사이다.” “요즘은 핸드폰이 너무 많다. 인터넷도 너무 많다. 그런 기계들은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 “비디오게임은 수컷의 쓸모없는 본능이다.” 가난한 괴짜였던 그를 무명에서 불멸로 이끈 것은 책이었다. 그의 작품 속에는 한 가지 일관된 메시지가 흐른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브래드버리의 삶의 중심에는 늘 책이 있었다.

-밀턴 프리드먼
다른 경제학자들이 현실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이론만 세우고 있을 때 프리드먼은 실제 세계에서 살았다. 스스로 돈을 벌며 세상과 직접 부딪혀 본 그는 경제학이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님을 이해했다. 경제학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숫자는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은 예측할 수 없다. 현실에 발붙이고 선 그의 경제학은 1970년대 초반 미국의 경제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을 때 사람들에게 하나의 해답을 제시했다. 교수들이 다른 교수들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쓸 때 프리드먼은 자신이 말하려는 바를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했다. 그는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책을 통해, 18년 동안 연재한 『뉴스위크』 칼럼을 통해 『선택의 자유』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어려운 경제학 개념을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프리드먼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이자 그 누구보다 경제학 개념을 일반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모티머 애들러
54권짜리 전집 『서양의 위대한 책들』을 기획하고, 출판하는 데 헌신한 모티머 애들러는 만인에게 왕과 같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행에 옮긴 인물이다. 그는 서양의 위대한 고전을 모아 책으로 펴내고,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토론 운동을 전개하며 지식과 지혜의 확산에 공헌했다.
고상한 척하는 지식인들은 방문 외판원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서양의 위대한 책들』을 팔자 “이제는 문화 또한 다른 상품처럼 ‘팔아야’ 할 것이 되었다.”고 탄식했다. 그럼에도 애들러가 이끈 ‘위대한 책들’ 운동은 사람들을 위대한 사상가에게로 이끄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었다. 지식인들이 집안에 가만히 앉아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해 할 때 모티머 애들러는 미국 곳곳의 도서관과 서점을 돌아다니며 지식을 열망하던 대중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듀랜트 부부
『철학 이야기』와 『문명 이야기』의 저자 윌 듀랜트는 고전으로 들어서는 입구와도 같은 역할을 한 사람이다. 『철학 이야기』가 출판된 이후 철학서 판매량이 증가했음은 물론 도서관의 철학서 대출량도 급증했다. 세계사를 다룬 『문명 이야기』는 11권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책 한 권이 벽돌만 한 두께를 자랑했으나 각 권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퓰리처상과 대통령 훈장을 받기도 했다.
윌 듀랜트와 아리엘 듀랜트는 기존 역사학자들의 접근 방식을 뒤엎었다. 그들은 이론에 입각한 역사를 지양하고 민중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았다. 역사를 세밀하게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신 폭넓게 종합적으로 다루었으며, 학계의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순수한 영국 영어를 사용했다. 이런 점 때문에 학자들은 화를 냈지만 독자들은 그를 사랑했다.
듀랜트 부부가 어떤 고등교육기관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학자라는 점, 윌이 철학을 전공한 외부인이라는 점, 설상가상 아리엘은 대학 졸업장조차 없다는 점이 다른 역사학자들에게는 몹시 거슬리는 일이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역사학자 존 플럼은 듀랜트 부부가 『문명 이야기』에서 저지른 역사적 실수가 “서리가 내릴 듯 추운 밤하늘의 별처럼 책 전체에 가득하지만, 단순히 잘못된 사실을 기록한 것보다 나쁜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여기서 ‘잘못된 사실을 기록한 것보다 나쁜 결점’은 동시대의 역사학자들은 무시했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든 교수 이름이 참고 문헌 목록에서 빠지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법이다.
듀랜트 부부는 기존 역사학계의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부인이라는 이유로, 역사를 쉽게 설명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냉정하고 잔인한 비판의 포화를 받았지만 그들이 학자와 대중을 갈라놓은 깊은 골짜기에 튼튼한 다리를 놓았고, 대중은 그의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림으로써 그에 화답했다.

▣ 작가 소개

저자 : 대니얼 플린 Daniel J. Flynn
미국의 독립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자신이 관심을 가진 주제의 책과 자료를 섭렵하고 발로 뛰면서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정리하여 책을 쓰는 논픽션 전문 작가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보스턴 글로브』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미국 좌파의 보수적인 역사?A Conservative History of the American Left, ?지적인 백치들: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똑똑한 사람들을 멍청한 생각에 빠뜨리는가?Intellectual Morons: How Ideology Makes Smart People Fall For Stupid Ideas 등을 썼다.

역자 : 윤태준
한양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논리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단단한 공부』, 『동양의 생각지도』, 『유행의 시대』, 『기브 앤 테이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지식은 나눌수록 커진다

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부두 노동자 철학자-에릭 호퍼
싸구려 문학의 시인, 장르 문학 보급에 큰 공을 세운 베스트셀러 작가-레이 브래드버리
경제학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경제학을 쉽게 풀어 시민의 교양을 높인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밀턴 프리드먼
만인에게 왕의 교육을!, 고전의 대중화에 기여한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의 전설적 편집장-모티머 애들러
1인 대학교, 세계사 교양서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듀랜트 부부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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