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광우병 논란, 삼성백혈병 공방, 원전과 저선량 방사선의 진실…
‘진실 vs 거짓’이라는 이분법으로는 풀리지 않는 21세기 과학논쟁들
과학 연구와 논쟁의 무대에서 무엇인가 배제되고 있다!
현대과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 언던 사이언스
현대사회의 과학 논쟁은 종종 전문가 집단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 전체의 논쟁으로 번지곤 한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광우병 논란이 그렇고, 거대자본과 시민사회의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삼성백혈병’ 논란이 그렇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촉발된 저선량 방사선의 안전성 논란처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논쟁들도 드물지 않다.
문제는, 서로 대립하는 입장들 중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혹은 진실에 더 가까운지) 명쾌하게 밝혀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상생활과 깊이 연관되어 있고 심지어는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들임에도 결론은 매번 안갯속이다 보니, 대중들로서는 불안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혼란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누군가 고의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여러 학자들과 저술가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런 주장을 ‘청부과학론’이라 부른다. 나치에게 조종당한 청부과학자들의 인종론이 홀로코스트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듯, 오늘날에도 특정 연구의 결론을 왜곡하거나 특정 연구의 진척을 가로막는 검은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친미적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주장과 “불순 세력이 광우병 괴담을 퍼뜨려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동일한 전제에서 출발한 청부과학론의 두 가지 버전이다.
이 같은 관점을 글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빗대어 ‘용의자 X론’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청부과학은 ‘용의자 X에게 이용당한 과학’이 되고, 용의자를 추적하여 진실을 캐내려는 사람들은 천재물리학자 유가와가 되는 셈이다.
“이들은 기업, 정부, 언론 등 권력기관이나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배후세력 같은 용의자 X들이 진실을 은폐하거나 오도한다고 보고, 그들의 음모를 폭로함으로써 과학이라는 진리를 왜곡과 정치적 술수로부터 해방시키려 노력한다.” (본문 중)
문제는 ‘용의자 X론’이 ―‘원전 커넥션’이나 친(親)기업 연구소 등의 실체를 밝혀 종종 사회적 각성을 이끌어낸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과학 논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근원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논쟁들을 단순한 진실게임으로 환원시킴으로써 각각의 논쟁에 깃든 사회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요소들을 죄다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계가 뚜렷한 ‘용의자 X론’ 대신 글쓴이가 새롭게 꺼내 든 개념은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다.
과학 분야의 통섭적 연구들이 집약된 새로운 관점
‘언던 사이언스(수행되지 않은 과학)’는 미국의 과학운동가 데이비드 헤스가 ‘정부, 산업, 사회운동의 제도적 매트릭스 속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된 채 생산되지 않은 지식들’을 가리키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글쓴이는 이를 더욱 확장하여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무시되고 배제된 과학 연구 영역들’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기술학(STS) 같은 통섭적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두루 반영된 이 관점은 ‘진실 vs 거짓’ 혹은 ‘과학 vs 비과학’이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현대과학의 논쟁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글쓴이는 19세기 이후 지금까지의 다양한 과학 주제와 논쟁들을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한다. 1부에서는 나치 독일의 인종위생학을 비롯한 과거 사례들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고, 2부에선 구제역 살처분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쟁점들을 관찰함으로써 ‘언던 사이언스’라는 개념의 유용성을 입증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광우병, 삼성백혈병, 저선량 방사선 같은 첨예한 과학 논쟁들을 언던 사이언스의 세밀한 렌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글쓴이의 작업은 단순히 누가 과학적으로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판가름하기 위한 게 아니다. 과학기술학의 최신 연구들은 과학 논쟁 속에 무수한 ‘불확실성’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모든 문제를 선악 이분법으로 환원시키는 청부과학론으로는 그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없으며, 동일한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와 상이한 해석이 등장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에 앞서 논쟁의 발생 및 진행 과정부터 다시 살펴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에 선다는 것은 과학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왜 어떤 것들은 강조되고 어떤 것들은 배제되는지, 왜 어떤 것은 과학적으로 옳다고 ‘판단’되고 어떤 것은 틀렸다고 ‘간주’되는지를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추적하고 재검토한다는 뜻이다. (…) 우리가 일차적으로 물어야 할 것은 과학적 진실 여부가 아니라, 그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배제가 사회적, 도덕적, 정치적으로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본문 중)
‘사회적 산물로서의 과학’이 외면하거나 배제한 것들
논의의 출발점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사회와 동떨어진 가치중립적 관념 혹은 ‘천상의 진리’가 아니라 정치나 문화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뒤얽힌 인간 활동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치의 장애인 학살, 19세기의 젠더 차별적 과학,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종 연구 등을 찬찬히 훑어본 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용과학자들에게 거짓된 지식을 만들라고 주문하는 용의자 X 대신 우리는 여성, 인종, 질병에 대한 당대의 시선을 공유하고 그에 기초하여 과학적 연구 과제들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 속의 과학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과학 또한 사회적 산물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특정한 가치 또는 방법들이 외면당하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상존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또 다른 배제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가축대학살로 귀결된 영국에서의 구제역 살처분은 과학적으로는 두 개의 역학모델 중 하나를 배제한 결과였고, 사회경제적으로는 대규모 기업농 외의 축산 농가들을 ‘공공선’의 이름으로 배제한 결과였다. 20세기 미국에서 두 갈래로 진행된 유방암 관련 여성운동은 기존의 연구 공백을 채우는 성과를 낳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수행되지 않은 과학’을 만들어 냈다.
미국산 소고기를 둘러싼 한국의 광우병 논쟁과 대만의 락토파민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식품위생 관련 국제표준 제정기구인 OIE(국제수역사무국)과 국제식품무역기구(Codex)는 미국식 위험분석을 주된 프레임웍으로 채택함으로써 개별 국가들의 사회문화적, 종교적, 환경적 특성들을 배제했고 그로 인해 전 세계에 극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므로 광우병과 관련된 진실/거짓을 따지기 전에(과학적으로 볼 때 그것은 아직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안전’의 기준과 관련하여 무엇이 일방적으로 강조되고 무엇이 부당하게 배제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언던 사이언스, 그리고 시민과학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는 식의 불가지론이나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주장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관망주의’와는 다르다. 과학적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과학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시민으로서의 정당한 문제제기 및 행동과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 이를테면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와 관련하여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과 의구심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결정했음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시민적 저항이었던 촛불시위는 충분한 정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것이 촛불의 과학적 올바름까지 동시에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촛불시위의 사회정치적 정당성과는 별개로,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은 우리에게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 논쟁과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각 국가들의 위험등급이나 지위를 결정하는 OIE의 규제문화가 무엇을 ‘수행되지 않은 과학’으로 만드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일이다.” (본문 중)
국민의 안전을 배제하는 정부, 직업병과 관련된 책임을 은폐하는 재벌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나아가 그 모든 것들의 배후에 놓인 신자유주의에 대해 줄곧 날선 어조를 유지하면서 글쓴이는 하나의 대안으로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을 제시한다. 배제된 지식과 목소리들을 조직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시민과학은 권력과 자본이 외면하는 위험과 이해관계들을 포착하는 대안적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논쟁에서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 똑 부러지는 답을 원했다면 이 책의 결론이 약간 허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의 주장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독자라면 그 논쟁들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천상의 진리’가 아닌 ‘지상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태도이며, 용의자 X와 유가와들이 동시에 놓치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새로운 시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과학 논쟁들에 대해 완벽한 답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언던 사이언스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현대과학의 여러 문제들을 한층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것.” (본문 중) 펼처보기
▣ 작가 소개
저자 : 현재환
1987년 서울 출생. 고교 시절 문과를 택하자니 이과에게 미안하고 이과를 택하자니 문과가 눈에 밟혀 심각한 결정 장애를 겪은 바 있다. 인류의 과거와 인간의 본성에 관한 두 개의 학문 ―역사학과 생물학― 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과학사 · 과학철학과 과학기술학(Science & Technology Studies, STS)이라는 매력적인 분야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양대에서 역사학과 철학, 과학기술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 과정’에서 기나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일찍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동시에 사랑했던 지적 바람기를 학문에서의 통섭적 열정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요즘엔 1950년대 이후 인간 유전에 대한 생물학 연구의 역사가 사회정치적 흐름의 변화와 뒤얽히며 인간의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꽃피워 온 과정,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다시금 새로운 사회정치적 관계와 이해들을 만들어 내는 양상을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길게 서술된 이 연구 주제를 최대한 간결하게 줄여서 박사 논문의 제목으로 삼을 예정이다.
인간생물학 연구가 낳는 인간에 대한 이해... 변화와 관련된 역사학적, 철학적, 사회학적 연구가 ‘사회 속의 과학’과 ‘과학 속의 사회’에 깃든 복잡한 문제들을 명료하게 이해시켜 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믿으며, 이에 관한 글들을 [한국과학사학회지], [과학철학], [과학기술학연구], [EASTS] 등에 실었다. 『언던 사이언스』는 그가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책이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1부] 용의자 X의 과학 다시 쓰기
1장 “우울한 여성호르몬, 용감한 남성호르몬” : 성차별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과학?
2장 “열등한 인종, 우월한 민족” : 인종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
3장 “장애인은 없어져야 한다” : 국가사회주의의 망령?
[2부] 언던 사이언스 : 용의자 X의 과학을 넘어서
4장 불멸의 인종과학 : 현대 생명과학 연구에서의 인종
5장 구제역이라는 이름의 재앙 : 살처분 정책과 환원적 과학
6장 신자유주의 시대의 건강 불평등 : 임상시험과 소외질환 연구에서 잊혀진 것들
7장 현대과학의 젠더정치 : 유방암 연구와 여성건강운동
[3부] 동아시아의 수행되지 않은 과학들
8장 미국과 쇠고기, 그리고 국제과학기구 : 광우병과 락토파민 논쟁
9장 RCA암과 삼성백혈병의 대중역학 : 대만과 한국의 산재과학 지식투쟁
10장 후쿠시마, 그 이후 : 저선량 전리방사선의 정치
에필로그
참고 문헌
광우병 논란, 삼성백혈병 공방, 원전과 저선량 방사선의 진실…
‘진실 vs 거짓’이라는 이분법으로는 풀리지 않는 21세기 과학논쟁들
과학 연구와 논쟁의 무대에서 무엇인가 배제되고 있다!
현대과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 언던 사이언스
현대사회의 과학 논쟁은 종종 전문가 집단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 전체의 논쟁으로 번지곤 한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광우병 논란이 그렇고, 거대자본과 시민사회의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삼성백혈병’ 논란이 그렇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촉발된 저선량 방사선의 안전성 논란처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논쟁들도 드물지 않다.
문제는, 서로 대립하는 입장들 중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혹은 진실에 더 가까운지) 명쾌하게 밝혀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상생활과 깊이 연관되어 있고 심지어는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들임에도 결론은 매번 안갯속이다 보니, 대중들로서는 불안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혼란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누군가 고의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여러 학자들과 저술가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런 주장을 ‘청부과학론’이라 부른다. 나치에게 조종당한 청부과학자들의 인종론이 홀로코스트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듯, 오늘날에도 특정 연구의 결론을 왜곡하거나 특정 연구의 진척을 가로막는 검은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친미적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주장과 “불순 세력이 광우병 괴담을 퍼뜨려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동일한 전제에서 출발한 청부과학론의 두 가지 버전이다.
이 같은 관점을 글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빗대어 ‘용의자 X론’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청부과학은 ‘용의자 X에게 이용당한 과학’이 되고, 용의자를 추적하여 진실을 캐내려는 사람들은 천재물리학자 유가와가 되는 셈이다.
“이들은 기업, 정부, 언론 등 권력기관이나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배후세력 같은 용의자 X들이 진실을 은폐하거나 오도한다고 보고, 그들의 음모를 폭로함으로써 과학이라는 진리를 왜곡과 정치적 술수로부터 해방시키려 노력한다.” (본문 중)
문제는 ‘용의자 X론’이 ―‘원전 커넥션’이나 친(親)기업 연구소 등의 실체를 밝혀 종종 사회적 각성을 이끌어낸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과학 논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근원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논쟁들을 단순한 진실게임으로 환원시킴으로써 각각의 논쟁에 깃든 사회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요소들을 죄다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계가 뚜렷한 ‘용의자 X론’ 대신 글쓴이가 새롭게 꺼내 든 개념은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다.
과학 분야의 통섭적 연구들이 집약된 새로운 관점
‘언던 사이언스(수행되지 않은 과학)’는 미국의 과학운동가 데이비드 헤스가 ‘정부, 산업, 사회운동의 제도적 매트릭스 속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된 채 생산되지 않은 지식들’을 가리키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글쓴이는 이를 더욱 확장하여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무시되고 배제된 과학 연구 영역들’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기술학(STS) 같은 통섭적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두루 반영된 이 관점은 ‘진실 vs 거짓’ 혹은 ‘과학 vs 비과학’이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현대과학의 논쟁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글쓴이는 19세기 이후 지금까지의 다양한 과학 주제와 논쟁들을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한다. 1부에서는 나치 독일의 인종위생학을 비롯한 과거 사례들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고, 2부에선 구제역 살처분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쟁점들을 관찰함으로써 ‘언던 사이언스’라는 개념의 유용성을 입증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광우병, 삼성백혈병, 저선량 방사선 같은 첨예한 과학 논쟁들을 언던 사이언스의 세밀한 렌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글쓴이의 작업은 단순히 누가 과학적으로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판가름하기 위한 게 아니다. 과학기술학의 최신 연구들은 과학 논쟁 속에 무수한 ‘불확실성’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모든 문제를 선악 이분법으로 환원시키는 청부과학론으로는 그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없으며, 동일한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와 상이한 해석이 등장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에 앞서 논쟁의 발생 및 진행 과정부터 다시 살펴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에 선다는 것은 과학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왜 어떤 것들은 강조되고 어떤 것들은 배제되는지, 왜 어떤 것은 과학적으로 옳다고 ‘판단’되고 어떤 것은 틀렸다고 ‘간주’되는지를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추적하고 재검토한다는 뜻이다. (…) 우리가 일차적으로 물어야 할 것은 과학적 진실 여부가 아니라, 그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배제가 사회적, 도덕적, 정치적으로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본문 중)
‘사회적 산물로서의 과학’이 외면하거나 배제한 것들
논의의 출발점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사회와 동떨어진 가치중립적 관념 혹은 ‘천상의 진리’가 아니라 정치나 문화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뒤얽힌 인간 활동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치의 장애인 학살, 19세기의 젠더 차별적 과학,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종 연구 등을 찬찬히 훑어본 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용과학자들에게 거짓된 지식을 만들라고 주문하는 용의자 X 대신 우리는 여성, 인종, 질병에 대한 당대의 시선을 공유하고 그에 기초하여 과학적 연구 과제들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 속의 과학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과학 또한 사회적 산물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특정한 가치 또는 방법들이 외면당하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상존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또 다른 배제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가축대학살로 귀결된 영국에서의 구제역 살처분은 과학적으로는 두 개의 역학모델 중 하나를 배제한 결과였고, 사회경제적으로는 대규모 기업농 외의 축산 농가들을 ‘공공선’의 이름으로 배제한 결과였다. 20세기 미국에서 두 갈래로 진행된 유방암 관련 여성운동은 기존의 연구 공백을 채우는 성과를 낳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수행되지 않은 과학’을 만들어 냈다.
미국산 소고기를 둘러싼 한국의 광우병 논쟁과 대만의 락토파민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식품위생 관련 국제표준 제정기구인 OIE(국제수역사무국)과 국제식품무역기구(Codex)는 미국식 위험분석을 주된 프레임웍으로 채택함으로써 개별 국가들의 사회문화적, 종교적, 환경적 특성들을 배제했고 그로 인해 전 세계에 극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므로 광우병과 관련된 진실/거짓을 따지기 전에(과학적으로 볼 때 그것은 아직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안전’의 기준과 관련하여 무엇이 일방적으로 강조되고 무엇이 부당하게 배제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언던 사이언스, 그리고 시민과학
언던 사이언스의 관점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는 식의 불가지론이나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주장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관망주의’와는 다르다. 과학적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과학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시민으로서의 정당한 문제제기 및 행동과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 이를테면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와 관련하여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과 의구심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결정했음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시민적 저항이었던 촛불시위는 충분한 정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것이 촛불의 과학적 올바름까지 동시에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촛불시위의 사회정치적 정당성과는 별개로,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은 우리에게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 논쟁과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각 국가들의 위험등급이나 지위를 결정하는 OIE의 규제문화가 무엇을 ‘수행되지 않은 과학’으로 만드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일이다.” (본문 중)
국민의 안전을 배제하는 정부, 직업병과 관련된 책임을 은폐하는 재벌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나아가 그 모든 것들의 배후에 놓인 신자유주의에 대해 줄곧 날선 어조를 유지하면서 글쓴이는 하나의 대안으로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을 제시한다. 배제된 지식과 목소리들을 조직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시민과학은 권력과 자본이 외면하는 위험과 이해관계들을 포착하는 대안적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논쟁에서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 똑 부러지는 답을 원했다면 이 책의 결론이 약간 허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의 주장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독자라면 그 논쟁들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천상의 진리’가 아닌 ‘지상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태도이며, 용의자 X와 유가와들이 동시에 놓치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새로운 시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과학 논쟁들에 대해 완벽한 답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언던 사이언스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현대과학의 여러 문제들을 한층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것.” (본문 중) 펼처보기
▣ 작가 소개
저자 : 현재환
1987년 서울 출생. 고교 시절 문과를 택하자니 이과에게 미안하고 이과를 택하자니 문과가 눈에 밟혀 심각한 결정 장애를 겪은 바 있다. 인류의 과거와 인간의 본성에 관한 두 개의 학문 ―역사학과 생물학― 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과학사 · 과학철학과 과학기술학(Science & Technology Studies, STS)이라는 매력적인 분야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양대에서 역사학과 철학, 과학기술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 과정’에서 기나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일찍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동시에 사랑했던 지적 바람기를 학문에서의 통섭적 열정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요즘엔 1950년대 이후 인간 유전에 대한 생물학 연구의 역사가 사회정치적 흐름의 변화와 뒤얽히며 인간의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꽃피워 온 과정,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다시금 새로운 사회정치적 관계와 이해들을 만들어 내는 양상을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길게 서술된 이 연구 주제를 최대한 간결하게 줄여서 박사 논문의 제목으로 삼을 예정이다.
인간생물학 연구가 낳는 인간에 대한 이해... 변화와 관련된 역사학적, 철학적, 사회학적 연구가 ‘사회 속의 과학’과 ‘과학 속의 사회’에 깃든 복잡한 문제들을 명료하게 이해시켜 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믿으며, 이에 관한 글들을 [한국과학사학회지], [과학철학], [과학기술학연구], [EASTS] 등에 실었다. 『언던 사이언스』는 그가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책이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1부] 용의자 X의 과학 다시 쓰기
1장 “우울한 여성호르몬, 용감한 남성호르몬” : 성차별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과학?
2장 “열등한 인종, 우월한 민족” : 인종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
3장 “장애인은 없어져야 한다” : 국가사회주의의 망령?
[2부] 언던 사이언스 : 용의자 X의 과학을 넘어서
4장 불멸의 인종과학 : 현대 생명과학 연구에서의 인종
5장 구제역이라는 이름의 재앙 : 살처분 정책과 환원적 과학
6장 신자유주의 시대의 건강 불평등 : 임상시험과 소외질환 연구에서 잊혀진 것들
7장 현대과학의 젠더정치 : 유방암 연구와 여성건강운동
[3부] 동아시아의 수행되지 않은 과학들
8장 미국과 쇠고기, 그리고 국제과학기구 : 광우병과 락토파민 논쟁
9장 RCA암과 삼성백혈병의 대중역학 : 대만과 한국의 산재과학 지식투쟁
10장 후쿠시마, 그 이후 : 저선량 전리방사선의 정치
에필로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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