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생명은 역습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인간은 자신들이 진화의 정점에 서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38억 년에 걸친 생명의 시간 가운데 인간의 등장은 극히 최근 일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생물은 인간의 대선배라고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일침을 가한다. 생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긴 진화의 시련을 헤치고 나와 현재 그 정점에 서 있다. 긴 시간을 겪어온 만큼 그 완성도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이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나 미숙하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생물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들에게 역습을 당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다릴 줄 아는 지혜, 코모도왕도마뱀
코모도왕도마뱀은 자기보다 덩치가 물소를 함부로 사냥하지 않는다. 물소의 뒷다리를 그저 한번 물기만 한다. 그 녀석의 타액에는 흉악한 세균이 가득하다. 그러고 나서 왕도마뱀은 물소가 병들어 쓰러지기만은 몇 주씩 차분히 기다린다. 왕도마뱀은 스스로 시한폭탄을 설치한 후, 그 결과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음 작용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들만이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고 착각한다.
**단세포생물에게는 죽음이 없다
분열을 반복하는 한 단세포생물은 영원한 생을 누린다. 더구나 원래 세포 성분 가운데 절반이 다음 세포로 넘겨진다. DNA는 2배로 복제되어 균등하게 분배된다. 단세포생물에게 기억 같은 것이 있다면 분열할 때 그것도 어느 한쪽의 낭세포에, 혹은 양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한된 일생을 끝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인간은 단세포생물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허무한 일생이다.
**연가시는 숙주를 조정한다
연가시는 강에서 살다가 수생곤충의 몸에 들어간 뒤, 그 수생곤충을 먹은 사마귀로 옮겨가서 성장한다. 연가시의 본래 번식 장소는 물속이다. 따라서 사마귀 몸에서 성장한 연가시는 물로 돌아가야만 한다. 연가시가 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마귀를 물가로 유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작은 연가시가 사마귀라는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다.
**우파루파는 팔, 다리, 뇌까지 재생한다
멕시코가 원산인 양서류 우파루파는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2주 정도면 원래 상태로 다시 자라난다. 결핍이 생기면 줄기세포에서 분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파루파는 뇌를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한 번 몸의 일부분을 잃으면 결코 다시 재생하지 못한다.
**원숭이는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추운 겨울날, 온천욕을 즐기는 원숭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이 원숭이들이 동상에 걸리지 않을지 걱정한다. 하지만 그 점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숭이의 체모는 피지를 포함하고 있기에 젖지 않는다. 또 인간만큼 땀샘이 많지 않기에 목욕을 마치고 나올 때 땀을 흘리지 않고 체온을 조정할 수 있다. 당연히 목욕 후 한기도 느끼지 않고 동상에도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는 자연계,
생식 방법에 우열이란 없다
자연계에는 성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생식을 하는 방법에 있어 우열은 없다고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말한다. 자연계에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저자는 인류 역시 처음에는 단위 생물처럼 여자 스스로 증식을 해나가다 진화되는 도중 나중에서야 남자가 생겨났다고 밝히며 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달팽이의 교묘한 성생활
달팽이에게는 성별이 없다. 달팽이는 정소와 난소를 모두 갖고 있어서 두 마리의 달팽이가 만나면 생식공을 서로 대고 함께 사정을 하고, 함께 임신을 한다. 인간은 이런 현상에 대해 신기해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지 달팽이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엾은 수컷의 존재 이유
남자 성기의 뒤쪽에는 개미의 행렬이라고 부르는 바느질 땀 같은 흔적이 있다. 이것은 여자 성기일 것이 남성화 과정으로 조직이 맞춰진 흔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이것은 남자가 유전자의 운반책으로써 나중에 발명된 것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한다. 생명의 기본장치는 암컷으로, 암컷이 스스로 암컷을 낳는 것이 본래 증식 유형이다. 그런데 환경이 불안정하게 되면서 유전자를 셔플링(shuffling)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는데, 그것이 수컷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부족한’ 존재인 것이다.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것도 무리하게 바뀌는 과정에서 온 생물학적 과부하의 탓이라고 저자는 추론한다.
**할머니가 오래 사는 진짜 이유
사람의 암컷은 생식 가능 연령을 지난 후에도 꽤 오래 산다. 이것을 생물학적으로 답하기 위해 저자는 ‘할머니 가설’을 세웠다. 자녀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생명의 계보는 거기서 끊어진다. 때문에 제일 확실한 것은 자녀가 다음 세대를 만들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손자를 갖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결국 각 세대는 다음 세대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다음 세대까지 보살핌으로써 간신히 하나의 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번식한 생물의 역설적 발명품, 피임약
임신을 여성의 의사로 통제하게 된 일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생명이 진화해온 역사는 끊임없이 번식, 증식을 갈구한 역사였는데 오늘날 인류는 오히려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너무 증식한 생물의 역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인간은 과연 생명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가?
자연을 거스르는 딱한 생물, 인간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생명현상을 함부로 조절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고발한다. 오늘날 인간은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활성화해 수명을 늘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란하게 등장한 것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시르투인 유전자이다. 한때 사람들은 이 유전자가 불로장생의 유전자인 것처럼 열광했지만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시르투인을 활성화한 결과,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수명’이라는 거시적인 현상이 단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조정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순진한 사고였다고 저자는 일깨우고 있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인종 문제
많은 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인류가 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인류의 DNA와 네안데르탈인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양자는 다른 종임이 판명되었다. 만약 지금 네안데르탈인이 있다면, 그들과 섹스는 가능하다고 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오늘날 존재한다면 진짜 인종 문제가 대두되었을 것이다. 사실상 지금 우리가 문제 삼는 ‘인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생물학적으로는 현재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모두 한 종이다. DNA를 분석해도 황인종, 백인종을 구별할 수 없다. 교배가 가능하다면 같은 종이고 DNA는 계속 뒤섞인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무리에서 일부러 차이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부른 뜻밖의 비극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 이상적인 출산을 이렇게 추정하던 적이 있었다. 현재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저체중아이다. 조산 같은 요인을 생각할 수 있지만, 임산부의 극단적 다이어트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태아기에 저영양에 노출되면 아기의 신체는 기아 상태를 예상하고 다양한 준비를 한다. 절약이 설정되어 세상에 나와 보니 기다리는 것은 포식과 정크푸드이다. 신체는 고지방, 고당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그것을 축적한다. 달리던 자동차는 급히 멈추지 못한다. 이런 원리는 생명 현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시간 범위로 사물을 보는 사고에 갇힌 인간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양식을 얻던 당시, 그들은 현재 우리만큼 장시간 노동하며 살지 않았다. 문화인류학적 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하루에 2~3시간 정도만 노동을 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꽃을 즐기거나 별을 바라보거나 아이와 놀면서 즐겁게 살았을 것이다. 현대 인간 사회가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는 인식은 어쩌면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꿀벌의 대량 실종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는 신농약 때문이다. 치사량 이하라도 네오니코티노이드가 전달된 벌은 신경이 손상당해 집에 돌아가는 능력에 장애가 나타나거나 여왕벌의 수가 감소한다. 저자는 꿀벌의 실종이 지구에 있는 생물 전체에 전파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저자는 인간은 그리 대단한 생물이 아니며, 얕은 지혜로 생명을 조종하려 든다면 결국 곧바로 크게 보복을 당할 것이라며 끝을 맺는다.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생물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뜨리는 놀라운 책이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흡인력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생명의 경이로움에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 작가 소개
저 : 후쿠오카 신이치
Shin-Ichi Fukuoka,福岡伸一
일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이자,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서 집필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1959년 도쿄에서 태어나 교토대학을 졸업했다. 하버드대학 의학부 연구원, 교토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분자생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제1회 과학저널리스트 상을 수상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한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비롯해 고단샤출판문화상을 수상한 [프리온설은 사실일까] [소고기 안심하고 먹어도 되나?] [모자란 남자들] [동적평형] 등이 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와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은 일본에서 수십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국내에도 주요 저서 대부분이 번역 출간돼 있다.
역 : 송서휘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환경, 생태 문제를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가족과 후세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책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런 책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 주요 목차
1 곤충소년의 눈빛
중요한 것은 모두 벌레로부터 배웠다
도서관에서 ‘세계의 나비’를 여행하다
화창한 날은 나비를 찾아
《둘리틀 선생님 항해기》와 《비글호 항해기》
자연의 신비에 설레는 마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만나러 가다
과학과 예술이 만날 때
화가 베르메르와 카메라 옵스큐라
해상 인공도시 베네치아의 지혜
생물학자는 현미경에서 무엇을 보는가?
2 센스 오브 원더
이 세계는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모포나비의 날개는 왜 파랄까?
생물학자, 강으로 낚시하러 가다
작은 단편에서 커다란 세계를 보는 힘
소년 데즈카 오사무의 소우주
개똥벌레가 빛날 때까지의 길고 긴 여정
곤충은 왜 빛을 좋아할까?
소용돌이 모양은 자연계의 공통원리
공룡의 꼬리는 줄무늬 모양
끝없는 탐구심이 발견을 가져온다
단세포생물에게도 죽음이 있을까?
사마귀라는 초현실적인 존재
산호랑나비의 애벌레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명은 역습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3 ♀의 우월, ♂의 우울
아담은 이브로부터 만들어졌다
가엾은 수컷의 존재 이유
달팽이의 교묘한 성생활
피임약, 너무 많아진 생물의 역설적 발명
이리하여 인간 암컷은 장수를 누린다
4 생명의 질서와 혼돈
참 만만치 않은 우파루파
우리가 코끼리에게 친밀한 정을 느끼는 이유
바닷물고기가 담수를 얻는 법
생간 색깔의 정체
간장은 장기들의 가부장이다
진주 탄생의 정묘한 질서
곤약의 냉정과 관용
아주 섬세한 모기의 식생활
꼼짝 않고 가만히 있는 도마뱀을 돌아보게 하는 방법
iPS세포는 ‘자기 찾기’를 하는 젊은이
iPS세포는 새로운 직장에 익숙해질까?
두더지의 사체를 볼 수 없는 이유
노천탕의 원숭이는 목욕 후 한기를 느끼지 않을까?
케라틴은 폴리우레탄보다 대단하다
샬레 안 배양세포인 트리세트
5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
300년 뒤의 금환일식, 그때 일본인은?
간장은 술 마신 후에 ‘마무리’를 원한다
경계의 풍부함에 눈을 돌리자
애처로운 수달
양은 사람에게서 만들어졌다
시르투인은 불로장수의 유전자인가?
시르투인 광조 곡의 종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인종 문제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
조몬인의 ‘천천히-주의’가 부럽다
꿀벌의 대량 실종이 말하는 것
에필로그
생명은 역습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인간은 자신들이 진화의 정점에 서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38억 년에 걸친 생명의 시간 가운데 인간의 등장은 극히 최근 일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생물은 인간의 대선배라고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일침을 가한다. 생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긴 진화의 시련을 헤치고 나와 현재 그 정점에 서 있다. 긴 시간을 겪어온 만큼 그 완성도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이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나 미숙하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생물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들에게 역습을 당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다릴 줄 아는 지혜, 코모도왕도마뱀
코모도왕도마뱀은 자기보다 덩치가 물소를 함부로 사냥하지 않는다. 물소의 뒷다리를 그저 한번 물기만 한다. 그 녀석의 타액에는 흉악한 세균이 가득하다. 그러고 나서 왕도마뱀은 물소가 병들어 쓰러지기만은 몇 주씩 차분히 기다린다. 왕도마뱀은 스스로 시한폭탄을 설치한 후, 그 결과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음 작용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들만이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고 착각한다.
**단세포생물에게는 죽음이 없다
분열을 반복하는 한 단세포생물은 영원한 생을 누린다. 더구나 원래 세포 성분 가운데 절반이 다음 세포로 넘겨진다. DNA는 2배로 복제되어 균등하게 분배된다. 단세포생물에게 기억 같은 것이 있다면 분열할 때 그것도 어느 한쪽의 낭세포에, 혹은 양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한된 일생을 끝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인간은 단세포생물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허무한 일생이다.
**연가시는 숙주를 조정한다
연가시는 강에서 살다가 수생곤충의 몸에 들어간 뒤, 그 수생곤충을 먹은 사마귀로 옮겨가서 성장한다. 연가시의 본래 번식 장소는 물속이다. 따라서 사마귀 몸에서 성장한 연가시는 물로 돌아가야만 한다. 연가시가 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마귀를 물가로 유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작은 연가시가 사마귀라는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다.
**우파루파는 팔, 다리, 뇌까지 재생한다
멕시코가 원산인 양서류 우파루파는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2주 정도면 원래 상태로 다시 자라난다. 결핍이 생기면 줄기세포에서 분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파루파는 뇌를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한 번 몸의 일부분을 잃으면 결코 다시 재생하지 못한다.
**원숭이는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추운 겨울날, 온천욕을 즐기는 원숭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이 원숭이들이 동상에 걸리지 않을지 걱정한다. 하지만 그 점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숭이의 체모는 피지를 포함하고 있기에 젖지 않는다. 또 인간만큼 땀샘이 많지 않기에 목욕을 마치고 나올 때 땀을 흘리지 않고 체온을 조정할 수 있다. 당연히 목욕 후 한기도 느끼지 않고 동상에도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는 자연계,
생식 방법에 우열이란 없다
자연계에는 성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생식을 하는 방법에 있어 우열은 없다고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말한다. 자연계에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저자는 인류 역시 처음에는 단위 생물처럼 여자 스스로 증식을 해나가다 진화되는 도중 나중에서야 남자가 생겨났다고 밝히며 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달팽이의 교묘한 성생활
달팽이에게는 성별이 없다. 달팽이는 정소와 난소를 모두 갖고 있어서 두 마리의 달팽이가 만나면 생식공을 서로 대고 함께 사정을 하고, 함께 임신을 한다. 인간은 이런 현상에 대해 신기해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지 달팽이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엾은 수컷의 존재 이유
남자 성기의 뒤쪽에는 개미의 행렬이라고 부르는 바느질 땀 같은 흔적이 있다. 이것은 여자 성기일 것이 남성화 과정으로 조직이 맞춰진 흔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이것은 남자가 유전자의 운반책으로써 나중에 발명된 것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한다. 생명의 기본장치는 암컷으로, 암컷이 스스로 암컷을 낳는 것이 본래 증식 유형이다. 그런데 환경이 불안정하게 되면서 유전자를 셔플링(shuffling)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는데, 그것이 수컷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부족한’ 존재인 것이다.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것도 무리하게 바뀌는 과정에서 온 생물학적 과부하의 탓이라고 저자는 추론한다.
**할머니가 오래 사는 진짜 이유
사람의 암컷은 생식 가능 연령을 지난 후에도 꽤 오래 산다. 이것을 생물학적으로 답하기 위해 저자는 ‘할머니 가설’을 세웠다. 자녀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생명의 계보는 거기서 끊어진다. 때문에 제일 확실한 것은 자녀가 다음 세대를 만들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손자를 갖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결국 각 세대는 다음 세대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다음 세대까지 보살핌으로써 간신히 하나의 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번식한 생물의 역설적 발명품, 피임약
임신을 여성의 의사로 통제하게 된 일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생명이 진화해온 역사는 끊임없이 번식, 증식을 갈구한 역사였는데 오늘날 인류는 오히려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너무 증식한 생물의 역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인간은 과연 생명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가?
자연을 거스르는 딱한 생물, 인간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생명현상을 함부로 조절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고발한다. 오늘날 인간은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활성화해 수명을 늘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란하게 등장한 것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시르투인 유전자이다. 한때 사람들은 이 유전자가 불로장생의 유전자인 것처럼 열광했지만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시르투인을 활성화한 결과,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수명’이라는 거시적인 현상이 단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조정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순진한 사고였다고 저자는 일깨우고 있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인종 문제
많은 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인류가 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인류의 DNA와 네안데르탈인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양자는 다른 종임이 판명되었다. 만약 지금 네안데르탈인이 있다면, 그들과 섹스는 가능하다고 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오늘날 존재한다면 진짜 인종 문제가 대두되었을 것이다. 사실상 지금 우리가 문제 삼는 ‘인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생물학적으로는 현재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모두 한 종이다. DNA를 분석해도 황인종, 백인종을 구별할 수 없다. 교배가 가능하다면 같은 종이고 DNA는 계속 뒤섞인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무리에서 일부러 차이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부른 뜻밖의 비극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 이상적인 출산을 이렇게 추정하던 적이 있었다. 현재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저체중아이다. 조산 같은 요인을 생각할 수 있지만, 임산부의 극단적 다이어트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태아기에 저영양에 노출되면 아기의 신체는 기아 상태를 예상하고 다양한 준비를 한다. 절약이 설정되어 세상에 나와 보니 기다리는 것은 포식과 정크푸드이다. 신체는 고지방, 고당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그것을 축적한다. 달리던 자동차는 급히 멈추지 못한다. 이런 원리는 생명 현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시간 범위로 사물을 보는 사고에 갇힌 인간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양식을 얻던 당시, 그들은 현재 우리만큼 장시간 노동하며 살지 않았다. 문화인류학적 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하루에 2~3시간 정도만 노동을 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꽃을 즐기거나 별을 바라보거나 아이와 놀면서 즐겁게 살았을 것이다. 현대 인간 사회가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는 인식은 어쩌면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꿀벌의 대량 실종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는 신농약 때문이다. 치사량 이하라도 네오니코티노이드가 전달된 벌은 신경이 손상당해 집에 돌아가는 능력에 장애가 나타나거나 여왕벌의 수가 감소한다. 저자는 꿀벌의 실종이 지구에 있는 생물 전체에 전파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저자는 인간은 그리 대단한 생물이 아니며, 얕은 지혜로 생명을 조종하려 든다면 결국 곧바로 크게 보복을 당할 것이라며 끝을 맺는다.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생물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뜨리는 놀라운 책이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흡인력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생명의 경이로움에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 작가 소개
저 : 후쿠오카 신이치
Shin-Ichi Fukuoka,福岡伸一
일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이자,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서 집필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1959년 도쿄에서 태어나 교토대학을 졸업했다. 하버드대학 의학부 연구원, 교토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분자생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제1회 과학저널리스트 상을 수상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한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비롯해 고단샤출판문화상을 수상한 [프리온설은 사실일까] [소고기 안심하고 먹어도 되나?] [모자란 남자들] [동적평형] 등이 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와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은 일본에서 수십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국내에도 주요 저서 대부분이 번역 출간돼 있다.
역 : 송서휘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환경, 생태 문제를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가족과 후세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책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런 책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 주요 목차
1 곤충소년의 눈빛
중요한 것은 모두 벌레로부터 배웠다
도서관에서 ‘세계의 나비’를 여행하다
화창한 날은 나비를 찾아
《둘리틀 선생님 항해기》와 《비글호 항해기》
자연의 신비에 설레는 마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만나러 가다
과학과 예술이 만날 때
화가 베르메르와 카메라 옵스큐라
해상 인공도시 베네치아의 지혜
생물학자는 현미경에서 무엇을 보는가?
2 센스 오브 원더
이 세계는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모포나비의 날개는 왜 파랄까?
생물학자, 강으로 낚시하러 가다
작은 단편에서 커다란 세계를 보는 힘
소년 데즈카 오사무의 소우주
개똥벌레가 빛날 때까지의 길고 긴 여정
곤충은 왜 빛을 좋아할까?
소용돌이 모양은 자연계의 공통원리
공룡의 꼬리는 줄무늬 모양
끝없는 탐구심이 발견을 가져온다
단세포생물에게도 죽음이 있을까?
사마귀라는 초현실적인 존재
산호랑나비의 애벌레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명은 역습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3 ♀의 우월, ♂의 우울
아담은 이브로부터 만들어졌다
가엾은 수컷의 존재 이유
달팽이의 교묘한 성생활
피임약, 너무 많아진 생물의 역설적 발명
이리하여 인간 암컷은 장수를 누린다
4 생명의 질서와 혼돈
참 만만치 않은 우파루파
우리가 코끼리에게 친밀한 정을 느끼는 이유
바닷물고기가 담수를 얻는 법
생간 색깔의 정체
간장은 장기들의 가부장이다
진주 탄생의 정묘한 질서
곤약의 냉정과 관용
아주 섬세한 모기의 식생활
꼼짝 않고 가만히 있는 도마뱀을 돌아보게 하는 방법
iPS세포는 ‘자기 찾기’를 하는 젊은이
iPS세포는 새로운 직장에 익숙해질까?
두더지의 사체를 볼 수 없는 이유
노천탕의 원숭이는 목욕 후 한기를 느끼지 않을까?
케라틴은 폴리우레탄보다 대단하다
샬레 안 배양세포인 트리세트
5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
300년 뒤의 금환일식, 그때 일본인은?
간장은 술 마신 후에 ‘마무리’를 원한다
경계의 풍부함에 눈을 돌리자
애처로운 수달
양은 사람에게서 만들어졌다
시르투인은 불로장수의 유전자인가?
시르투인 광조 곡의 종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인종 문제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
조몬인의 ‘천천히-주의’가 부럽다
꿀벌의 대량 실종이 말하는 것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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