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육식은 윤리적일까? 채식은 취향일 뿐일까?
동물 윤리의 모든 논쟁에 대한 철학적 답변!
한국 사회의 채식인구 비율은 1% 안팎이다. 누군가 채식을 한다고 말한다면 특이한 취향을 과시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육식을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하기까지 한다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광신적 채식주의자’로 인식되지 않을까? 이렇듯 우리 대다수는 고기를 먹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여긴다. 몇몇 ‘육식주의 철학자’들은 동물에게는 도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육식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 즉 일종의 ‘윤리’라는 것이다.
이 책 『동물을 위한 윤리학』은 우리의 관습적 편견인 ‘육식의 윤리’에서 잠시 벗어나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꼼꼼히 따져본다. 동물에게는 정말 아무런 도덕적 지위가 없을까?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일까? 육식은 인간 사회의 당연한 윤리이고 채식은 개인의 취향일 뿐일까?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윤리학은 불가능한 것일까?
‘채식주의 철학자’인 저자는 데카르트와 칸트부터 존 롤스와 피터 싱어에 이르는 철학자들과 논쟁하면서 육식의 윤리가 어째서 ‘가짜 윤리’인지 밝혀낸다.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평등한 것처럼, 인간과 동물 역시 서로 다르지만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에서 동등하다는 것이다. 10여 년간의 동물 윤리 연구를 담아낸 이 책은 국내 학자가 쓴 최초의 동물 윤리학 저작으로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동물 윤리 논쟁을 쉽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 문제, 종차별주의 논쟁, 동물의 고통 문제, 동물실험 찬반 논쟁 등을 둘러싼 동물 윤리의 주제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육식이냐? 채식이냐?” -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둘러싼 철학자들의 열띤 논쟁
왜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문제일까? 동물이 우리가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면 동물을 먹거나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물이 어떤 도덕적 지위도 갖지 않는다면 육식과 동물실험은 합리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편에는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없기에 육식을 해도 괜찮다는 육식주의 철학자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기에 채식은 우리의 의무라는 채식주의 철학자들이 있다. 이 두 진영 간의 열띤 논쟁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이다.
과연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을까? 천연기념물 보호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을 고려해보면,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어떻게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도덕적 지위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어쩌면 그 말은 주인이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인간 중심적 논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주인도 없고 천연기념물도 아닌 동물은 함부로 대해도 좋다는 것일까?
이 책의 1장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서는 책의 기본적 화두인 동물의 도덕적 지위 개념을 명확히 한다. 동물이 주인이 있거나 천연기념물이므로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물이 ‘간접적인’ 도덕적 지위만을 가진다는 얘기다. 데카르트, 아퀴나스, 칸트, 캐루더스 같은 철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이것은 동물이 모자나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는 궤변임이 밝혀진다. 이런 견해에서는 주인도 없고 천연기념물도 아닌 동물, 즉 인간의 가치와 관계가 없는 동물은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직관이나 상식과 어긋난다.
육식의 윤리에 반대하며 톰 리건과 피터 싱어는 각각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을 주장한다. 이들은 모두 동물에게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그 근거를 ‘감응력’이라고 본다. 즉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인간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허용된다고 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주장이며, 동물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성이나 인종에 따라서 사람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성차별이나 인종 차별의 방식처럼, ‘종’에 따라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을 ‘종차별주의’라고 부른다. 이러한 종차별주의는 똑같은 것은 똑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윤리 원칙인 ‘평등의 원리’를 위배한다. 그렇게 되면 성차별이나 인종 차별에 반대할 때 우리가 내세우는 양성평등의 원리나 인종평등의 원리도 힘을 잃고 만다. 동물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이 인간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자리 인간을 구하라!” - 가장자리 인간을 위한 윤리 vs 종차별주의적-인간차별주의적 윤리
이처럼 동물을 차별하는 논리는 인간을 차별하는 논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합리적,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인간들, 가령 유아, 식물인간, 지적 장애인 같은 ‘가장자리 인간’을 배제하고 차별해도 된다는 극단적 주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육식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인간이 동물을 차별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인간 종이 공유하는 독특한 유대감이 있으며, 인간 사이의 계약을 통해 도덕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선 바깥에 있는 동물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그 ‘선’을 그을 것인가이다.
2장 “종차별주의 반대 논증”에서 저자가 보여주듯이 이처럼 인간이라는 종을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는 인간만을 대우하고자 한다면, 그런 정의에 맞지 않기에 실상 동물과 구분될 수 없는 가장자리 인간에게서 도덕적 지위를 빼앗게 된다. 예컨대 이성적 인간만이 도덕적 대우를 받을 만하다고 한다면, 이성이 없는 인간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종차별주의를 옹호하는 주장들은 동물을 차별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식물인간이나 장애인과 같은 가장자리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처럼 종차별주의는 새로운 인간차별주의를 만들기 좋은 논리이다. 육식의 윤리를 옹호하며 인간과 동물을 차별하는 종차별주의자들은 가장자리 인간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는 이상, 종차별주의는 인종차별주의나 성차별주의처럼 합리적 근거가 없는 편견이 될 것이다.
“고통을 느끼는 존재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윤리학
결국 인간도 동물이다. 따라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물을 위한 윤리학’은 어떤 점에서 인간 자신을 위한 윤리학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과 동물은 서로 다르지만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따라서 존 롤스를 비롯한 계약론자들의 ‘인간을 위한 정의론’은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정의론’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장자리 인간을 고려한다면 그와 같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동물 또한 도덕 공동체 안에 포함시켜야 합당하기 때문이다.
3장 “동물의 고통”에서는 이러한 도덕적 논쟁을 넘어 동물이 ‘정말로’ 고통을 느끼는지, ‘어느 정도의’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논란에 답한다. 육식주의 철학자들은 종종 동물이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고통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데카르트는 동물은 기계이며 자동인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고통에 대한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여 동물 고통의 윤리적 함축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자의식이 없고 한갓 의식만 있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똑같은 양의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동물에게 자의식이 있느냐가 논란거리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도덕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우리의 의무가 달라질 것은 없는 것이다.
4장 “종차별주의의 현실”에서는 동물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육식과 동물실험, 구제역 살처분이 상세히 검토된다.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의 입장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 가능성 논변’을 통해 윤리적 육식을 옹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즉 이번에 죽인 가축을 대신해서 또 다른 가축이 나중에 탄생한다면, 공리주의적으로 볼 때 고통의 양이 증가하지 않으므로 비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들이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실행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아주 어려운 동물 사육과 목축에 기반해야 함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주장들은 현실을 외면한 채 ‘공상’에 빠져 있다.
나아가 동물실험의 경우, 동물에 대한 실험을 허용한다면 가장자리 인간에 대한 실험도 허용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또한 동물의 고통과 동물실험의 효용을 가늠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동시에 요구되는데, 이 역시 공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구제역 사태를 둘러싸고 나타난 대규모 살처분이 인간 중심적인 이익 계산에 치중한 비윤리적이며 종차별주의적 관행임을 밝혀낸다.
5장 “채식주의, 환경주의, 여성주의”에서는 채식주의와 다른 주장과의 관계를 다룬다. 환경 운동은 동물권 운동보다 좀 더 외연이 넓고 대중적인 지지도 많이 받는다. 그 둘은 공유하는 지점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지점에서 의견을 달리한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옹호하는 이론으로는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 외에 여성주의도 있다. 저자는 채식주의와 환경주의, 채식주의와 여성주의의 관계를 탐구하여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주장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맺음말”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동물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덕적 의무를 갖고 동물은 어떤 도덕적 권리를 갖는지에 대한 대답을 끌어낸다. 또한 동물의 ‘본성’을 존중한다는 주장이 평등의 원리에서 어떻게 도출되고 그 주장이 동물을 다루는 실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결국 채식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의무,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윤리적 의무인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훈
강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호주 멜버른대학교, 캐나다 위니펙대학교, 미국 마이애미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현재 강원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오랫동안 채식을 실천해온 ‘채식주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2012년 출간한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로 채식과 동물권에 대한 철학적 담론의 지평을 열었다. 이 책 『동물을 위한 윤리학』은 10여 년간의 동물 윤리 연구를 종합한 책으로, 동물 윤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철학적 논쟁을 한데 담아냈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 종차별주의, 동물의 고통, 동물실험 등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논변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상세히 밝힌다. 전공 분야인 논리학, 윤리학 등 철학 응용 분야에서의 왕성한 연구 활동과 함께,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인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도 관심을 가지고 대중적 눈높이에 맞는 철학서 집필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논리학의 스테디셀러인 『논리는 나의 힘』, 『변호사 논증법』, 철학적 사고의 기초... 를 알려주는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 『생각을 발견하는 토론학교 철학』,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인 『불편하면 따져봐』, 논증의 맥락을 고려한 오류 연구인 『좋은 논증을 위한 오류 이론 연구』 등이 그 성과이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는가?
1장 동물의 도덕적 지위
1. 도덕적 지위
2.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기존 이론들
3. 감응력 이론
4. 평등의 원리
2장 종차별주의 반대 논증
1. 종차별주의를 옹호할 수 있는가?
2. 가장자리 상황 논증
3. 동물 편에 선 계약론
4. 자연주의적 오류 피하기
3장 동물의 고통
1. 동물 고통의 윤리적 의미
2. 동물 고통의 과학과 철학
3. 동물과 식물의 도덕적 지위
4. 동물의 고통에 대한 대답
4장 종차별주의의 현실
1. 육식
2. 동물실험
3. 구제역의 윤리적 대처
5장 채식주의, 환경주의, 여성주의
1. 채식주의와 환경주의
2. 채식주의와 여성주의
맺음말 - 우리가 동물에게 갖는 의무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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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은 윤리적일까? 채식은 취향일 뿐일까?
동물 윤리의 모든 논쟁에 대한 철학적 답변!
한국 사회의 채식인구 비율은 1% 안팎이다. 누군가 채식을 한다고 말한다면 특이한 취향을 과시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육식을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하기까지 한다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광신적 채식주의자’로 인식되지 않을까? 이렇듯 우리 대다수는 고기를 먹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여긴다. 몇몇 ‘육식주의 철학자’들은 동물에게는 도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육식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 즉 일종의 ‘윤리’라는 것이다.
이 책 『동물을 위한 윤리학』은 우리의 관습적 편견인 ‘육식의 윤리’에서 잠시 벗어나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꼼꼼히 따져본다. 동물에게는 정말 아무런 도덕적 지위가 없을까?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일까? 육식은 인간 사회의 당연한 윤리이고 채식은 개인의 취향일 뿐일까?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윤리학은 불가능한 것일까?
‘채식주의 철학자’인 저자는 데카르트와 칸트부터 존 롤스와 피터 싱어에 이르는 철학자들과 논쟁하면서 육식의 윤리가 어째서 ‘가짜 윤리’인지 밝혀낸다.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평등한 것처럼, 인간과 동물 역시 서로 다르지만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에서 동등하다는 것이다. 10여 년간의 동물 윤리 연구를 담아낸 이 책은 국내 학자가 쓴 최초의 동물 윤리학 저작으로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동물 윤리 논쟁을 쉽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 문제, 종차별주의 논쟁, 동물의 고통 문제, 동물실험 찬반 논쟁 등을 둘러싼 동물 윤리의 주제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육식이냐? 채식이냐?” -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둘러싼 철학자들의 열띤 논쟁
왜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문제일까? 동물이 우리가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면 동물을 먹거나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물이 어떤 도덕적 지위도 갖지 않는다면 육식과 동물실험은 합리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편에는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없기에 육식을 해도 괜찮다는 육식주의 철학자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기에 채식은 우리의 의무라는 채식주의 철학자들이 있다. 이 두 진영 간의 열띤 논쟁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이다.
과연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을까? 천연기념물 보호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을 고려해보면,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어떻게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도덕적 지위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어쩌면 그 말은 주인이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인간 중심적 논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주인도 없고 천연기념물도 아닌 동물은 함부로 대해도 좋다는 것일까?
이 책의 1장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서는 책의 기본적 화두인 동물의 도덕적 지위 개념을 명확히 한다. 동물이 주인이 있거나 천연기념물이므로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물이 ‘간접적인’ 도덕적 지위만을 가진다는 얘기다. 데카르트, 아퀴나스, 칸트, 캐루더스 같은 철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이것은 동물이 모자나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는 궤변임이 밝혀진다. 이런 견해에서는 주인도 없고 천연기념물도 아닌 동물, 즉 인간의 가치와 관계가 없는 동물은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직관이나 상식과 어긋난다.
육식의 윤리에 반대하며 톰 리건과 피터 싱어는 각각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을 주장한다. 이들은 모두 동물에게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그 근거를 ‘감응력’이라고 본다. 즉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인간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허용된다고 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주장이며, 동물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성이나 인종에 따라서 사람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성차별이나 인종 차별의 방식처럼, ‘종’에 따라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을 ‘종차별주의’라고 부른다. 이러한 종차별주의는 똑같은 것은 똑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윤리 원칙인 ‘평등의 원리’를 위배한다. 그렇게 되면 성차별이나 인종 차별에 반대할 때 우리가 내세우는 양성평등의 원리나 인종평등의 원리도 힘을 잃고 만다. 동물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이 인간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자리 인간을 구하라!” - 가장자리 인간을 위한 윤리 vs 종차별주의적-인간차별주의적 윤리
이처럼 동물을 차별하는 논리는 인간을 차별하는 논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합리적,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인간들, 가령 유아, 식물인간, 지적 장애인 같은 ‘가장자리 인간’을 배제하고 차별해도 된다는 극단적 주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육식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인간이 동물을 차별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인간 종이 공유하는 독특한 유대감이 있으며, 인간 사이의 계약을 통해 도덕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선 바깥에 있는 동물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그 ‘선’을 그을 것인가이다.
2장 “종차별주의 반대 논증”에서 저자가 보여주듯이 이처럼 인간이라는 종을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는 인간만을 대우하고자 한다면, 그런 정의에 맞지 않기에 실상 동물과 구분될 수 없는 가장자리 인간에게서 도덕적 지위를 빼앗게 된다. 예컨대 이성적 인간만이 도덕적 대우를 받을 만하다고 한다면, 이성이 없는 인간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종차별주의를 옹호하는 주장들은 동물을 차별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식물인간이나 장애인과 같은 가장자리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처럼 종차별주의는 새로운 인간차별주의를 만들기 좋은 논리이다. 육식의 윤리를 옹호하며 인간과 동물을 차별하는 종차별주의자들은 가장자리 인간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는 이상, 종차별주의는 인종차별주의나 성차별주의처럼 합리적 근거가 없는 편견이 될 것이다.
“고통을 느끼는 존재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윤리학
결국 인간도 동물이다. 따라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물을 위한 윤리학’은 어떤 점에서 인간 자신을 위한 윤리학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과 동물은 서로 다르지만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따라서 존 롤스를 비롯한 계약론자들의 ‘인간을 위한 정의론’은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정의론’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장자리 인간을 고려한다면 그와 같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동물 또한 도덕 공동체 안에 포함시켜야 합당하기 때문이다.
3장 “동물의 고통”에서는 이러한 도덕적 논쟁을 넘어 동물이 ‘정말로’ 고통을 느끼는지, ‘어느 정도의’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논란에 답한다. 육식주의 철학자들은 종종 동물이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고통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데카르트는 동물은 기계이며 자동인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고통에 대한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여 동물 고통의 윤리적 함축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자의식이 없고 한갓 의식만 있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똑같은 양의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동물에게 자의식이 있느냐가 논란거리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도덕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우리의 의무가 달라질 것은 없는 것이다.
4장 “종차별주의의 현실”에서는 동물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육식과 동물실험, 구제역 살처분이 상세히 검토된다.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의 입장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 가능성 논변’을 통해 윤리적 육식을 옹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즉 이번에 죽인 가축을 대신해서 또 다른 가축이 나중에 탄생한다면, 공리주의적으로 볼 때 고통의 양이 증가하지 않으므로 비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들이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실행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아주 어려운 동물 사육과 목축에 기반해야 함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주장들은 현실을 외면한 채 ‘공상’에 빠져 있다.
나아가 동물실험의 경우, 동물에 대한 실험을 허용한다면 가장자리 인간에 대한 실험도 허용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또한 동물의 고통과 동물실험의 효용을 가늠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동시에 요구되는데, 이 역시 공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구제역 사태를 둘러싸고 나타난 대규모 살처분이 인간 중심적인 이익 계산에 치중한 비윤리적이며 종차별주의적 관행임을 밝혀낸다.
5장 “채식주의, 환경주의, 여성주의”에서는 채식주의와 다른 주장과의 관계를 다룬다. 환경 운동은 동물권 운동보다 좀 더 외연이 넓고 대중적인 지지도 많이 받는다. 그 둘은 공유하는 지점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지점에서 의견을 달리한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옹호하는 이론으로는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 외에 여성주의도 있다. 저자는 채식주의와 환경주의, 채식주의와 여성주의의 관계를 탐구하여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주장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맺음말”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동물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덕적 의무를 갖고 동물은 어떤 도덕적 권리를 갖는지에 대한 대답을 끌어낸다. 또한 동물의 ‘본성’을 존중한다는 주장이 평등의 원리에서 어떻게 도출되고 그 주장이 동물을 다루는 실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결국 채식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의무,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윤리적 의무인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훈
강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호주 멜버른대학교, 캐나다 위니펙대학교, 미국 마이애미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현재 강원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오랫동안 채식을 실천해온 ‘채식주의 철학자’이기도 하다. 2012년 출간한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로 채식과 동물권에 대한 철학적 담론의 지평을 열었다. 이 책 『동물을 위한 윤리학』은 10여 년간의 동물 윤리 연구를 종합한 책으로, 동물 윤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철학적 논쟁을 한데 담아냈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 종차별주의, 동물의 고통, 동물실험 등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논변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상세히 밝힌다. 전공 분야인 논리학, 윤리학 등 철학 응용 분야에서의 왕성한 연구 활동과 함께,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인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도 관심을 가지고 대중적 눈높이에 맞는 철학서 집필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논리학의 스테디셀러인 『논리는 나의 힘』, 『변호사 논증법』, 철학적 사고의 기초... 를 알려주는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 『생각을 발견하는 토론학교 철학』,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인 『불편하면 따져봐』, 논증의 맥락을 고려한 오류 연구인 『좋은 논증을 위한 오류 이론 연구』 등이 그 성과이다.
▣ 주요 목차
머리말 -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는가?
1장 동물의 도덕적 지위
1. 도덕적 지위
2.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기존 이론들
3. 감응력 이론
4. 평등의 원리
2장 종차별주의 반대 논증
1. 종차별주의를 옹호할 수 있는가?
2. 가장자리 상황 논증
3. 동물 편에 선 계약론
4. 자연주의적 오류 피하기
3장 동물의 고통
1. 동물 고통의 윤리적 의미
2. 동물 고통의 과학과 철학
3. 동물과 식물의 도덕적 지위
4. 동물의 고통에 대한 대답
4장 종차별주의의 현실
1. 육식
2. 동물실험
3. 구제역의 윤리적 대처
5장 채식주의, 환경주의, 여성주의
1. 채식주의와 환경주의
2. 채식주의와 여성주의
맺음말 - 우리가 동물에게 갖는 의무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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