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과학의 언어는 수학일뿐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유쾌하고 서정적인 인문학의 언어로 물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꿰뚫는 문제적 저작!
과학과 시는 ‘우주는 상호작용하는 것들의 총체’라는
육중한 명제의 몸에서 뻗어 나온 아름다운 두 팔이다.
과학은 아름다움의 가치로 다시 해석되어야 하며
인생에 적용될 수 있도록 번역되어야 한다.
*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시를 쓰는 시인을 아시나요?
이 책은 첫 시집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랜덤하우스중앙, 2006)로 ‘상대성이론’ ‘E=mc2’ 등 전문적인 과학 개념이나 이론을 시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해 주목을 받은 김병호 시인이 펴낸 과학에세이집이다. 젊은 시절 저자는 물리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1986년 성균관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수상한 세상에 뒤섞이다가 가끔 도서관 400번 서가를 서성이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군대에서 우연히 시를 만나 시에 빠져 시인이 된 저자는 물리학과 시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추천사에서 말했듯 그 뒤부터 저자는 “한국 문단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멋진 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고도로 압축된 상징의 언어로 과학과 삶을 동시에 은유한다는 일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평범한 사람들이 그 시를 읽고 음미하면서 과학과 문학을 동시에 산책한다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 수도 있다. 『과학인문학-시인과 함께하는 물리학 산책』은 과학과 문학을 하나의 총체성으로 뭉뚱그리려고 해온 시인의 오랜 고민이 찾은 하나의 통로이다. 부제목 “시인과 함께하는 물리학 산책”에서 보듯 독자들은 저자의 손에 이끌려 물리학의 정원에 들어와 질량, 관찰자, 상수, 시간, 대칭, 과학에서의 해석, 과학과 문학의 통섭 등의 주제들을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이 책에서 질량은 “친근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고 상수는 “가장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레시피”다. 대칭은 “모든 것의 보이지 않는 배후”이며 관찰자는 “흔들리는 우주를 고정하는 눈”으로 정의된다. 독자들은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기이함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그렇기 때문에 유머러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 과학은 아름답다… 마치 시처럼
과학의 언어는 수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저자는 과학 또한 아름다움의 가치로 다시 해석되어야 하며 인생에 적용될 수 있도록 번역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문명의 이기를 만드는 ‘도구’를 넘어 그 스스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래는 리처드 파인말의 말이다.
“오늘날의 시인들은 왜 이런 것을 시의 소재로 삼지 않는가? 왜 그들은 목성을 쉽게 의인화시키면서도 목성이 메탄과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구형의 회전체라는 뻔한 사실 앞에서는 침묵하고 있는가? 이렇게 한정된 소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시인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과학인문학』은 “스산한 밤에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감상을 떠올릴 줄 아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런 섭섭함을 달래주기 위해 한국의 한 시인이 세상의 모든 시인들을 대표해서 선물한 책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물리학으로 사랑을 말하고 시로 우주를 말하는, 그것도 정확하고 아름답게 말하는 이 책을 삶을 한쪽 팔로만 더듬어온 모든 분들에게 권한다”라는 추천사처럼 두 문화(과학과 인문과학)의 양 극점에 ‘정착한’ 정주민들의 오래된 상식에 대한 ‘딴지 걸기’일지도 모르겠다.
* 과학의 핵에 시라는 잉크를 떨어뜨려라
이 책은 글항아리에서 펴내는 ‘과학에세이’ 시리즈 제2탄이다. 글항아리의 ‘과학에세이’는 기존의 대중과학서와는 약간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것은 인문학의 ‘적극성’이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주는 ‘감초’ 역할로 만족하지 않고 과학에 적극 개입해서 그것의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깊이’를 획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제1탄은 지난해 나온 『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이종필 지음)다. 이 책은 과학을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문명의 제도’들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프리즘으로 활용했다. 마치 적군을 사로잡아 아군의 스파이로 활용하는 것처럼, 매너리즘화된 인문학적 인식도구들을 밀어낸 자리 위에 물리학의 기본 관점이 올라서서 정치·사회·문화의 제반 현상을 분석했다. 제2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책 『과학인문학』은 과학 그 자체가 목적이다. 과학의 가장 중심부에 ‘시’라는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려서 그 푸른빛이 안에서 밖으로 서서히 번져나오게 한 것이 이 책의 서사방식이다. 어찌보면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할 만한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왜냐하면 과학과 문학이 서로 통한다는 저자의 믿음은 한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과학은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며 그 호기심을 밀고 나가는 힘은 상상력이다. 아래에서 각 장의 주요 대목들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 ‘질량, 친근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것’
저자는 물리학의 기초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끌어온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 에피소드에서 ‘삶의 속성’을 일반화하고, 그 결과물을 과학 현상에 비유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에피소드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간 ‘삶의 원리’ 대 ‘과학의 원리’의 만남을 주선한다. 또한 상상력을 동원한 ‘과격한 은유’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것들을 어울리게 만든다.
“우리는 전기의 힘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사가 돌아가는 방식은 전자기력을 많이 닮아 있다. 이성끼리 서로 끌리는 힘과 동성끼리 서로 밀쳐내고 경쟁하는 경향(예외도 있지만)이 그렇다.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 좋아하는 이들도 수시로 상태가 변한다. 좋았다가 싸웠다가 한다는 것은 전자기장이 수시로 요동치고 있는 상태의 표현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 또한 전자기력과 닮아 있다. 세상을 음陰과 양陽의 조화로 본 것이다. 이 둘은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역동적으로 보완한다. 전기를 일으키는 힘이 마이너스와 플러스 전하인 것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움직임을 설명하는 훌륭한 형식이다.” (25쪽)
“모든 사랑은 에너지이다. 들끓는 에너지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갈망하고 또 그 에너지는 다른 과정을 거쳐 새로운 에너지로 거듭난다. 사랑은 에너지의 순환이다. 이것은 문학적 해석이라기보다는 아직 증명하지 못한 과학적 사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에너지가 뭉쳐서 만들어진 질량처럼 우리의 내적인 에너지들도 결절을 만들어 눈에 보이는 모양을 가지고 우리 앞에 드러낼 수 있다. 우리 마음속의 질량이고 관계의 망이 만드는 중력장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을 뿐 나는 아직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것을 알려면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해 분석하고 관측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일이다. 사랑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과학이 추구하는 일이고 문학이 통찰하는 분야이다.” (37쪽)
* ‘관찰자, 흔들리는 우주를 고정하는 눈’
저자는 양자역학을 설명하기 위해 바벨탑을 끌어온다. 탑의 외벽에 만들어진 계단은 가까이서 보면 벽돌 하나를 기본 단위로 한 칸 한 칸 불연속적으로 이어진 계단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것은 선으로 나타난다. 양자역학과 같은 미시세계도 이런 과정을 거쳐 사유할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주변의 일상들은 모두 연속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시간의 흐름, 끊어질듯 흐르는 사랑하는 이의 작은 노랫소리, 유려한 곡선으로 하늘의 아랫단을 자르고 있는 산맥의 능선, 위성사진으로 바라보는 해안선, 한밤의 방을 빛으로 가득 채우는 촛불의 울렁거림 등. 연속적인 현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다가가면 바빌론의 벽돌처럼 하나씩 끊어진 것들의 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벽돌이 양자이다.(물론 이것은 양자에 대한 비유이다. 벽돌 또한 무수한 하부구조를 가진 거시세계의 물체일 뿐이다.)” (57쪽)
저자는 미시세계의 물질들을 마치 살아있는 행위자처럼 묘사한다. 부부싸움을 했을 때 안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아내는 밖의 기척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그때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엄마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끙끙 앓는 소리를 흘린다. 아들은 이 모습을 보고 아빠에게 전달한다. 엄마의 상태를 관찰한 것이지만, 그것은 이미 변화된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즉, 객관적 관찰은 없다. 과학적 관찰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전자電子, electron의 위치를 알고 싶다. 방법은 오로지 전자가 있는 곳에 빛을 던지는 것뿐이다. 빛은 날아가 전자와 충돌한다. 그리고 돌아와 당신에게 전자의 위치를 말한다. 그러나 전자는 광자와의 충돌로 운동량이 변해버렸다. 조금 전의 위치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가 가진 운동량은 이미 달라져 있다. 알 수가 없다. 보려는 시도가 대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바로 이런 것이 근원적인 관측의 문제이다. 미시세계는 이런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72쪽)
* ‘상수, 가장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레시피’
상수란 말 그대로 고정된 하나의 수이다. 움직이지 않고 정해진 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일 수도 있고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일 수도 있다. 상수의 예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수 π, 파이가 있다. 이 수는 시장통에서 만나는 고향 아?마처럼 아주 익숙하다. 저자는 아줌마와 파이의 공통점을 아래와 같이 풀어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 나이가 있는 여성들은 출생지에 댁이라는 호칭을 붙여 불렀다. 해남댁, 포천댁, 뭐 이런 식이다. 이는 한 성인 여자가 가진 수많은 속성을 출생지로 축약하여 부르는 일이다. 많은 부분 의미를 가지지만 또 수많은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일단 해남댁이라 불리는 여자와 이야기할 일이 있을 때에는 남도에서 들을 수 있는 강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그들이 구사하는 특유의 은유를 맛볼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해남댁의 집에서 밥 먹을 일이 생긴다면 푹 삭인 홍어나 짭짤하면서 웅숭깊은 젓갈, 구수한 김을 기대하면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입 안에 침을 담는다. 호칭 하나가 많은 정보를 준다. 그러나 해남댁이 아이를 방목하는지 또는 때려서 엄하게 키우는지, 정치적으로 진보인지 보수인지, 그리고 남편과는 자유분방한 연애로 결혼에 이르렀는지 혹은 중매로 얼굴도 모른 채 3일 만에 합방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π에 대해서는 역시 미지수이다.” (90~91쪽)
이 책에서 저자는 ‘상상력’과 ‘연상작용’이 과학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몸으로 보여준다. 가령 파이의 값 3.141592…는 끝없이 이어지는 무리수다. 하지만 저자의 따님께서는 무리수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빠! 파이라는 수는 정말 끝없이 이어져? 끝까지 계산해본 사람이 없잖아. 그 사람이 계산하다가 지쳐서 그만두었는데 바로 그다음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잖아.” 이러한 아이 앞에는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어마어마한 숫자의 꼬리도 통하지 않는다. 이 앞에서 저자는 질문한다. ‘인간은 과연 무슨 근거로 무한無限이라는 것을 정의하였는가?’ 무한까지 가본 이는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측정할 수 없는 것, 인간이 가보지 못한 곳, 인간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 이런 것들을 싸그리 몰아 덮어놓은 양탄자 아래를 무한이라고 부르는 것 아닌가? 인간은 미루어 짐작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무한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가? 사랑은? 삶은? 죽음은? 중심은?”
이러한 무한에 대한 상상력은 아래와 같은 통찰을 낳는다.
“사실 무한은 미궁에 대한 유추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한한 것에서 무한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유추가 아니라 경험이다. 인간이 가본 마지막 발자국! 바로 그다음 자리. 우리의 어머니가 늦은 밤 대문을 나서는 장가간 아들의 뒤통수에 살짝 얹어놓는 조심해 돌아가라는 말, 그리고 차마 하지 못하는 그다음 말.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로에게서 마지막 체온을 떼어놓는 연인의 손 둘, 그리고 영원히 식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다음 온도.” (94쪽)
우주는 시공의 축으로 이뤄져 있다. 시간과 맞물린 공간 속에 우리는 존재한다. 삶에 있어서는 어떨까. 저자는 시간이 ‘생존의 축’이라면 공간은 ‘가치의 축’이라고 가정한다. 생존의 축이 먹고사는 일이라면 가치의 축은 우주를 관찰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서 소통하고 회의함으로써 생의 가치를 넓혀나가는 일이다. 세상엔 생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고, 물질적 만족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는 자신이 선택할 상수의 폭이 넓지 않다. 그것은 ‘빈곤’이다. 후자는 스스로 인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공의 여러 면을 한쪽으로 몰아간 경우다. 당연히 ‘가치의 축’은 짧아진다. 반면 가치가 생존의 축을 잡아먹는 경우도 존재한다. 저자는 말한다. “시공을 모두 사용하고도 모자란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고.
“인생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를 지정하는 상수를 생각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인생의 가치와 관련이 깊다. 이 속도 상수는 각각 나이에 맞는 일, 인간이 가지고 느끼는 범위와 그 안에서 푸근하게 지낼 수 있는 사건들과 상황들의 비율을 지정하는 상수이다.” (126쪽)
* 시간, 대칭, 해석…
이런 식으로 저자는 과학에서 시간의 문제, 대칭의 문제, 해석의 문제로까지 계속 나아간다. 시간의 문제에서는 당연히 저 유명한 ‘상대성법칙’이 호출되고, ‘절대시간’의 몰락이 말해진다. 시간과 소비라는 철학적 주제도 육박한다. 시간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풀기 위해 엔트로피 법칙도 동원된다. ‘시간의 죽음’은 블랙홀로 풀어낸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이 결국 시간의 문제를 풀기 위한 호기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과학은 인생의 고민과 멀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 작가 소개
저 : 김병호
물리학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학문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6년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를 입학했다. 그러나 그때는 시절도 정신상태도 모두 하수상하였고, 군대에서 우연히 시를 만나 시에 빠져 시인이 되었다. ''상대성이론'' ''E=mc2'' 등 전문적인 과학 개념이나 이론을 시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해 주목을 받았으며, 물리학과 시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1998년 에 「샛강의 노래」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거미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에서 뜨거운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도서관에 가면 다시 400번 서가에서 많이 배회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서울을 떠난 후, 시집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를 한 권 냈고 지금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다시 세상의 근원을 찾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2007년 제1회 대전충남작가상을 받았다. 저서로 『과학인문학』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장 질량, 친근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것
2장 관찰자, 흔들리는 우주를 고정하는 눈
3장 상수, 가장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레시피
4장 시간, 희미한 옛사랑의 지문
5장 대칭, 모든 것의 보이지 않는 배후
6장 해석, 번역, 그리고 잡설
7장 과학과 문학의 통섭, 안개상자 속에서 시가 만드는 궤적
참고문헌
과학의 언어는 수학일뿐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유쾌하고 서정적인 인문학의 언어로 물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꿰뚫는 문제적 저작!
과학과 시는 ‘우주는 상호작용하는 것들의 총체’라는
육중한 명제의 몸에서 뻗어 나온 아름다운 두 팔이다.
과학은 아름다움의 가치로 다시 해석되어야 하며
인생에 적용될 수 있도록 번역되어야 한다.
*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시를 쓰는 시인을 아시나요?
이 책은 첫 시집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랜덤하우스중앙, 2006)로 ‘상대성이론’ ‘E=mc2’ 등 전문적인 과학 개념이나 이론을 시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해 주목을 받은 김병호 시인이 펴낸 과학에세이집이다. 젊은 시절 저자는 물리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1986년 성균관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수상한 세상에 뒤섞이다가 가끔 도서관 400번 서가를 서성이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군대에서 우연히 시를 만나 시에 빠져 시인이 된 저자는 물리학과 시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추천사에서 말했듯 그 뒤부터 저자는 “한국 문단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멋진 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고도로 압축된 상징의 언어로 과학과 삶을 동시에 은유한다는 일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평범한 사람들이 그 시를 읽고 음미하면서 과학과 문학을 동시에 산책한다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 수도 있다. 『과학인문학-시인과 함께하는 물리학 산책』은 과학과 문학을 하나의 총체성으로 뭉뚱그리려고 해온 시인의 오랜 고민이 찾은 하나의 통로이다. 부제목 “시인과 함께하는 물리학 산책”에서 보듯 독자들은 저자의 손에 이끌려 물리학의 정원에 들어와 질량, 관찰자, 상수, 시간, 대칭, 과학에서의 해석, 과학과 문학의 통섭 등의 주제들을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이 책에서 질량은 “친근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고 상수는 “가장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레시피”다. 대칭은 “모든 것의 보이지 않는 배후”이며 관찰자는 “흔들리는 우주를 고정하는 눈”으로 정의된다. 독자들은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기이함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그렇기 때문에 유머러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 과학은 아름답다… 마치 시처럼
과학의 언어는 수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저자는 과학 또한 아름다움의 가치로 다시 해석되어야 하며 인생에 적용될 수 있도록 번역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문명의 이기를 만드는 ‘도구’를 넘어 그 스스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래는 리처드 파인말의 말이다.
“오늘날의 시인들은 왜 이런 것을 시의 소재로 삼지 않는가? 왜 그들은 목성을 쉽게 의인화시키면서도 목성이 메탄과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구형의 회전체라는 뻔한 사실 앞에서는 침묵하고 있는가? 이렇게 한정된 소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시인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과학인문학』은 “스산한 밤에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감상을 떠올릴 줄 아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런 섭섭함을 달래주기 위해 한국의 한 시인이 세상의 모든 시인들을 대표해서 선물한 책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물리학으로 사랑을 말하고 시로 우주를 말하는, 그것도 정확하고 아름답게 말하는 이 책을 삶을 한쪽 팔로만 더듬어온 모든 분들에게 권한다”라는 추천사처럼 두 문화(과학과 인문과학)의 양 극점에 ‘정착한’ 정주민들의 오래된 상식에 대한 ‘딴지 걸기’일지도 모르겠다.
* 과학의 핵에 시라는 잉크를 떨어뜨려라
이 책은 글항아리에서 펴내는 ‘과학에세이’ 시리즈 제2탄이다. 글항아리의 ‘과학에세이’는 기존의 대중과학서와는 약간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것은 인문학의 ‘적극성’이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주는 ‘감초’ 역할로 만족하지 않고 과학에 적극 개입해서 그것의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깊이’를 획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제1탄은 지난해 나온 『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이종필 지음)다. 이 책은 과학을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문명의 제도’들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프리즘으로 활용했다. 마치 적군을 사로잡아 아군의 스파이로 활용하는 것처럼, 매너리즘화된 인문학적 인식도구들을 밀어낸 자리 위에 물리학의 기본 관점이 올라서서 정치·사회·문화의 제반 현상을 분석했다. 제2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책 『과학인문학』은 과학 그 자체가 목적이다. 과학의 가장 중심부에 ‘시’라는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려서 그 푸른빛이 안에서 밖으로 서서히 번져나오게 한 것이 이 책의 서사방식이다. 어찌보면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할 만한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왜냐하면 과학과 문학이 서로 통한다는 저자의 믿음은 한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과학은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며 그 호기심을 밀고 나가는 힘은 상상력이다. 아래에서 각 장의 주요 대목들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 ‘질량, 친근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것’
저자는 물리학의 기초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끌어온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 에피소드에서 ‘삶의 속성’을 일반화하고, 그 결과물을 과학 현상에 비유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에피소드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간 ‘삶의 원리’ 대 ‘과학의 원리’의 만남을 주선한다. 또한 상상력을 동원한 ‘과격한 은유’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것들을 어울리게 만든다.
“우리는 전기의 힘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사가 돌아가는 방식은 전자기력을 많이 닮아 있다. 이성끼리 서로 끌리는 힘과 동성끼리 서로 밀쳐내고 경쟁하는 경향(예외도 있지만)이 그렇다.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 좋아하는 이들도 수시로 상태가 변한다. 좋았다가 싸웠다가 한다는 것은 전자기장이 수시로 요동치고 있는 상태의 표현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 또한 전자기력과 닮아 있다. 세상을 음陰과 양陽의 조화로 본 것이다. 이 둘은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역동적으로 보완한다. 전기를 일으키는 힘이 마이너스와 플러스 전하인 것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움직임을 설명하는 훌륭한 형식이다.” (25쪽)
“모든 사랑은 에너지이다. 들끓는 에너지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갈망하고 또 그 에너지는 다른 과정을 거쳐 새로운 에너지로 거듭난다. 사랑은 에너지의 순환이다. 이것은 문학적 해석이라기보다는 아직 증명하지 못한 과학적 사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에너지가 뭉쳐서 만들어진 질량처럼 우리의 내적인 에너지들도 결절을 만들어 눈에 보이는 모양을 가지고 우리 앞에 드러낼 수 있다. 우리 마음속의 질량이고 관계의 망이 만드는 중력장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을 뿐 나는 아직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것을 알려면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해 분석하고 관측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일이다. 사랑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과학이 추구하는 일이고 문학이 통찰하는 분야이다.” (37쪽)
* ‘관찰자, 흔들리는 우주를 고정하는 눈’
저자는 양자역학을 설명하기 위해 바벨탑을 끌어온다. 탑의 외벽에 만들어진 계단은 가까이서 보면 벽돌 하나를 기본 단위로 한 칸 한 칸 불연속적으로 이어진 계단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것은 선으로 나타난다. 양자역학과 같은 미시세계도 이런 과정을 거쳐 사유할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주변의 일상들은 모두 연속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시간의 흐름, 끊어질듯 흐르는 사랑하는 이의 작은 노랫소리, 유려한 곡선으로 하늘의 아랫단을 자르고 있는 산맥의 능선, 위성사진으로 바라보는 해안선, 한밤의 방을 빛으로 가득 채우는 촛불의 울렁거림 등. 연속적인 현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다가가면 바빌론의 벽돌처럼 하나씩 끊어진 것들의 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벽돌이 양자이다.(물론 이것은 양자에 대한 비유이다. 벽돌 또한 무수한 하부구조를 가진 거시세계의 물체일 뿐이다.)” (57쪽)
저자는 미시세계의 물질들을 마치 살아있는 행위자처럼 묘사한다. 부부싸움을 했을 때 안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아내는 밖의 기척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그때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엄마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끙끙 앓는 소리를 흘린다. 아들은 이 모습을 보고 아빠에게 전달한다. 엄마의 상태를 관찰한 것이지만, 그것은 이미 변화된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즉, 객관적 관찰은 없다. 과학적 관찰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전자電子, electron의 위치를 알고 싶다. 방법은 오로지 전자가 있는 곳에 빛을 던지는 것뿐이다. 빛은 날아가 전자와 충돌한다. 그리고 돌아와 당신에게 전자의 위치를 말한다. 그러나 전자는 광자와의 충돌로 운동량이 변해버렸다. 조금 전의 위치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가 가진 운동량은 이미 달라져 있다. 알 수가 없다. 보려는 시도가 대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바로 이런 것이 근원적인 관측의 문제이다. 미시세계는 이런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72쪽)
* ‘상수, 가장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레시피’
상수란 말 그대로 고정된 하나의 수이다. 움직이지 않고 정해진 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일 수도 있고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일 수도 있다. 상수의 예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수 π, 파이가 있다. 이 수는 시장통에서 만나는 고향 아?마처럼 아주 익숙하다. 저자는 아줌마와 파이의 공통점을 아래와 같이 풀어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 나이가 있는 여성들은 출생지에 댁이라는 호칭을 붙여 불렀다. 해남댁, 포천댁, 뭐 이런 식이다. 이는 한 성인 여자가 가진 수많은 속성을 출생지로 축약하여 부르는 일이다. 많은 부분 의미를 가지지만 또 수많은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일단 해남댁이라 불리는 여자와 이야기할 일이 있을 때에는 남도에서 들을 수 있는 강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그들이 구사하는 특유의 은유를 맛볼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해남댁의 집에서 밥 먹을 일이 생긴다면 푹 삭인 홍어나 짭짤하면서 웅숭깊은 젓갈, 구수한 김을 기대하면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입 안에 침을 담는다. 호칭 하나가 많은 정보를 준다. 그러나 해남댁이 아이를 방목하는지 또는 때려서 엄하게 키우는지, 정치적으로 진보인지 보수인지, 그리고 남편과는 자유분방한 연애로 결혼에 이르렀는지 혹은 중매로 얼굴도 모른 채 3일 만에 합방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π에 대해서는 역시 미지수이다.” (90~91쪽)
이 책에서 저자는 ‘상상력’과 ‘연상작용’이 과학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몸으로 보여준다. 가령 파이의 값 3.141592…는 끝없이 이어지는 무리수다. 하지만 저자의 따님께서는 무리수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빠! 파이라는 수는 정말 끝없이 이어져? 끝까지 계산해본 사람이 없잖아. 그 사람이 계산하다가 지쳐서 그만두었는데 바로 그다음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잖아.” 이러한 아이 앞에는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어마어마한 숫자의 꼬리도 통하지 않는다. 이 앞에서 저자는 질문한다. ‘인간은 과연 무슨 근거로 무한無限이라는 것을 정의하였는가?’ 무한까지 가본 이는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측정할 수 없는 것, 인간이 가보지 못한 곳, 인간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 이런 것들을 싸그리 몰아 덮어놓은 양탄자 아래를 무한이라고 부르는 것 아닌가? 인간은 미루어 짐작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무한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가? 사랑은? 삶은? 죽음은? 중심은?”
이러한 무한에 대한 상상력은 아래와 같은 통찰을 낳는다.
“사실 무한은 미궁에 대한 유추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한한 것에서 무한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유추가 아니라 경험이다. 인간이 가본 마지막 발자국! 바로 그다음 자리. 우리의 어머니가 늦은 밤 대문을 나서는 장가간 아들의 뒤통수에 살짝 얹어놓는 조심해 돌아가라는 말, 그리고 차마 하지 못하는 그다음 말.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로에게서 마지막 체온을 떼어놓는 연인의 손 둘, 그리고 영원히 식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다음 온도.” (94쪽)
우주는 시공의 축으로 이뤄져 있다. 시간과 맞물린 공간 속에 우리는 존재한다. 삶에 있어서는 어떨까. 저자는 시간이 ‘생존의 축’이라면 공간은 ‘가치의 축’이라고 가정한다. 생존의 축이 먹고사는 일이라면 가치의 축은 우주를 관찰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서 소통하고 회의함으로써 생의 가치를 넓혀나가는 일이다. 세상엔 생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고, 물질적 만족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는 자신이 선택할 상수의 폭이 넓지 않다. 그것은 ‘빈곤’이다. 후자는 스스로 인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공의 여러 면을 한쪽으로 몰아간 경우다. 당연히 ‘가치의 축’은 짧아진다. 반면 가치가 생존의 축을 잡아먹는 경우도 존재한다. 저자는 말한다. “시공을 모두 사용하고도 모자란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고.
“인생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를 지정하는 상수를 생각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인생의 가치와 관련이 깊다. 이 속도 상수는 각각 나이에 맞는 일, 인간이 가지고 느끼는 범위와 그 안에서 푸근하게 지낼 수 있는 사건들과 상황들의 비율을 지정하는 상수이다.” (126쪽)
* 시간, 대칭, 해석…
이런 식으로 저자는 과학에서 시간의 문제, 대칭의 문제, 해석의 문제로까지 계속 나아간다. 시간의 문제에서는 당연히 저 유명한 ‘상대성법칙’이 호출되고, ‘절대시간’의 몰락이 말해진다. 시간과 소비라는 철학적 주제도 육박한다. 시간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풀기 위해 엔트로피 법칙도 동원된다. ‘시간의 죽음’은 블랙홀로 풀어낸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이 결국 시간의 문제를 풀기 위한 호기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과학은 인생의 고민과 멀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 작가 소개
저 : 김병호
물리학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학문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6년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를 입학했다. 그러나 그때는 시절도 정신상태도 모두 하수상하였고, 군대에서 우연히 시를 만나 시에 빠져 시인이 되었다. ''상대성이론'' ''E=mc2'' 등 전문적인 과학 개념이나 이론을 시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해 주목을 받았으며, 물리학과 시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1998년 에 「샛강의 노래」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거미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에서 뜨거운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도서관에 가면 다시 400번 서가에서 많이 배회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서울을 떠난 후, 시집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를 한 권 냈고 지금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다시 세상의 근원을 찾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2007년 제1회 대전충남작가상을 받았다. 저서로 『과학인문학』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장 질량, 친근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것
2장 관찰자, 흔들리는 우주를 고정하는 눈
3장 상수, 가장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레시피
4장 시간, 희미한 옛사랑의 지문
5장 대칭, 모든 것의 보이지 않는 배후
6장 해석, 번역, 그리고 잡설
7장 과학과 문학의 통섭, 안개상자 속에서 시가 만드는 궤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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