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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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헨리 페트로스키
출판사항반니, 발행일:2017/05/25
형태사항p.399 국판:22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798018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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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미래창조부 명칭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뀌었다. 부처 이름이 지나치게 길기는 하지만 창조와 과학이라는 어찌 보면 상반되는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이름에서 벗어난 것을 환영한다. ‘과학기술’이라는 말은 우리가 쉽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science and technology’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냥 과학과 기술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과학기술이라는 남들이 안 쓰는 명칭을 고집할까?
  자식을 과학자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는 많아도 자식을 기술자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는 부모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 우리에게는 기술을 천시하는 풍조가 있다. 과학은 원리를 밝히는 근사한 학문이지만 기술은 왠지 손재주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기술(공학)이다. 공기와 물에 들어 있는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임을 밝힌 사람들은 과학자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기와 물을 맘대로 들이킬 수 있게 되었을까? 아니다. 기술자들이 여과와 소독 기술을 개발한 다음에야 식수에서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방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역학에 대한 이해가 아니다. 불과 물을 다뤄본 기술자들의 경험이 없으면 열역학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연구와 개발은 과학과 기술(공학)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과학은 연구하고 공학은 개발한다. 과학과 공학의 협력체계를 깨뜨린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전쟁에 복속된 과학이 공학을 효과적으로 포섭하여 만든 게 바로 핵폭탄이다.
  이 책은 과학과 공학의 화해를 꿈꾼다. 과학과 공학은 공동으로 선을 이루어야 한다. 과학자가 문제를 파악하면 공학자(기술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 추천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공학이다!
과학자의 임무가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는 공학자의 것이다!

- 과연 공학은 과학보다 못한가?
어느 날, [뉴욕타임스] 1면 머리기사의 헤드라인은 ‘핵무기공학자, 자료 유출 혐의로 기소’였다. 그러나 다음 면에서는 ‘중국을 향한 마녀사냥의 희생자인 과학자일 뿐’이라고 되어 있었다. 과연 ‘공학자’와 ‘과학자’는 동의어인가?

[타임스] 정도의 매체에서도 공학과 과학을 혼동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시어도어 폰 카르만은 “과학자는 이미 있는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공학자는 결코 없었던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공학의 일에 해당하는 발명이 사물의 조작일 뿐 아니라 개념의 조작이라고 생각했고 “기술과 과학을 가르는 뚜렷한 선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로켓공학은 이런 문제를 좀 더 고찰하게 해준다. 로켓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이는 공학의 행위다. 로켓의 형태 역시 공학자의 머리에서 나온다. 물론 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에는 과학도 필요하다. 그러나 로켓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로켓공학이 성립되었다. 비행기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그에 관한 공학이 만들어졌다. 즉, 공학이 과학에 선행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공학은 과학에 대해 격하되는 경우가 많다. 공학과 과학이 비슷한 면이 많고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비슷한 일로 보이지만, 사실 두 분야는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 공학자가 과학을 하거나 과학자가 공학을 하는 일은 종종 일어나는데도, 두 분야를 바라보는 불평등한 시각 때문에 공학자들은 과소평가된다고 느낀다.

왜 과학이 공학보다 높게 평가되는 것일까? 과학자들이 공기와 식수에 들은 미생물이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공학자들이 여과 및 소독 기술을 개발하고서야 식수에서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내의 장티푸스 발생 빈도는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런 환경공학자의 업적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과학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공학자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다른 전문가와 공조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정받는 경우가 드물다. 과학적 추구는 고상하고 공학적 업적은 실용적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과학이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과학을 위한 과학은 굳이 눈에 보이는 목표나 대상이 필요 없다.

공학은 문제를 해결하지만, 단순히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고친다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은 공학자(engineer)와 기관사(engineer)를 혼동하지만, 후자가 눈앞의 선로에 집중하는 반면, 전자는 주변 시각이 발달하여 미래까지도 예견하고 새로운 기계를 착상하고 설계하고 현실화한다.

공학과 과학은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공학자는 20세기를 대표한다. 공학자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삶은 결코 현재의 표준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의 진보와 안위에서 공학자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지만, 많은 이들의 눈에는 모호해 보이고 그 역할은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 공학과 과학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비슷한 방식으로 말하고 유사한 수학 방정식을 놓고 고민한다. 과학자의 일이 어디에서 끝나고 공학자의 일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판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공학은 세계를 연구할 뿐 아니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와 환경, 공중보건에 관한 거시적 문제이든, 상수도나 오염, 나노 독소에 관한 미시적 문제이건 간에 공학적 접근법은 문제를 해결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 연구와 개발 vs 개발과 연구
연구와 개발은 과학과 공학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과학은 연구하고, 공학은 개발한다. 그러므로 흔히 R&D라는 것은 두 분야가 협력하여 제품을 개선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원래 R&D는 토머스 에디슨이 최초의 산업적인 연구 실험실을 세운 데서 비롯되었다. 이 실험실은 그 외의 산업적 실험실의 기본이 되었다. 초기의 실험실은 기초 과학 혹은 기초 연구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공학적 업적이 필요할 뿐 순수과학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 전쟁은 세계를 뒤바꾸었고, 과학은 전쟁에 복속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자들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공학을 과학에 효과적으로 포섭했으며, 결국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폭탄을 만들어냈다. 그 덕분에 과학자들은 연구 정책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독차지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의 과학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이 공학자였다는 사실은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스스로 “과학자가 아니다. 공학자다”라고 선언한 배너바 부시는 전쟁이 과학자들만의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타임스]는 그를 “물리학의 장군”으로, [뉴욕타임스]는 “연구의 차르”로 불렀을 만큼 연구 자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루스벨트에게 부탁받아 트루먼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그는 기초 연구를 통한 과학의 발전이야말로 우리의 나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초 연구가 있어야 응용이 이루어지고 그 후에야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술이 과학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과학이 개발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기도 했다.

결국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미국은 충격을 받았다. 이는 우주를 연구하려는 순수과학의 열망이 아니라, 소련을 능가하고픈 실제적이고 공학적인 목표를 불러일으켰다. 아폴로 프로그램은 맨해튼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공학적 노력이었다. 점차 “공학자는 세속의 과학자”이며 “공학은 과학의 자녀라기보다는 동업자”임을 인정받게 되었다. 한편 R&D 예산 면에서 산업 분야에서는 예산이 늘어났지만 연방 자금 지원은 줄어들었고, 연구 영역은 무조건 개발하기보다는 공학적인 개념이나 관점에 의해 제안되게 되었다.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개발이 이뤄지리라는 식의 막연하고 안이한 방식의 연구는 배척되었다. 결과를 보이지 않으면 먹을 파이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가 필요 없다거나 개발보다 못하다는 식의 시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결국 연구는 개발로 귀결되고 개발은 다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진다. R&D는 산업 게놈의 일부인 것처럼 길고도 지속적인 선상에서 서로 연결된 구획이다. 이 두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접근과 해결 방식에 관련된다. 자금과 자원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는 만큼 대개 연구보다는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하는 편이 나으며,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기초 연구에 예산이 먼저 배분되어 얻은 지식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오히려 부적절하거나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해결처럼 실제적이고 다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연구보다는 개발, 즉 과학보다는 공학의 역할이 더 주도적이어야 한다.

 

작가 소개


저 : 헨리 페트로스키
''테크놀로지의 계관시인''이라는 별칭답게, 기술적 고안물에 대한 치밀하고 방대한 조명 및 역사적 접근으로 저술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 학자이다. 그는 일상 속 사물들의 역사와 공학적 의미, 디자인의 유래에 대해 방대하면서도 치밀한 분석을 경쾌한 글쓰기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3년에 맨해튼 칼리지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대학(Urbana-Champaign)에서 196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대학(Austin)에서 가르쳤고, Argonne National Laboratory에서 연구했다. 1980년부터 듀크 대학의 Civil Engineering 과정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Aleksandar S. Vesic 석좌 교수로 있으며, 듀크 대학의 Department of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과정의 학과장이기도 하다. 또한 역사학 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주요 학술지에 70편 이상의 논문을 기고했으며, 기계공학과 디자인 관련 논문이 다수를 차지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최용준 옮김, 1997),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 (최용준 옮김, 1998 제17회 한국 과학기술도서상 번역 부문 수상.), 『연필』 (홍성림 옮김, 1997), 『인간과 공학 이야기』 (최용준 옮김, 1997),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이희재 옮김, 1995)와 『디자인이 만든 세상』(문은실 옮김, 2005)이 번역, 출간되었다.

역 : 박중서
출판기획가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센터(KCC)에서 근무했으며, ‘책에 대한 책’ 시리즈를 기획했다. 옮긴 책으로는 『언어의 천재들』,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영어 수다』,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아주 짧은 세계사』, 『생각의 힘을 실험하다』, 『해부학자』, 『모뉴먼츠 맨』, 『식량의 세계사』, 『생각의 완성』, 『선택의 과학』,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지식의 역사』,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런던 자연사 박물관』, 『신화와 인생』, 『끝없는 탐구』, 『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아스테리오스 폴립』, 『에식스 카운티』, 『지미 코리건』,『피터 팬과 웬디』,『 너는 특별하지 않아』 등이 있다.

목 차

서문
1장 보편적 위험
2장 공학은 로켓과학이다
3장 의사와 딜버트
4장 무엇이 먼저인가?
5장 발명가 아인슈타인
6장 과속방지턱
7장 연구와 개발
8장 개발과 연구
9장 대안에너지
10장 복잡한 시스템
11장 두 문화
12장 불확실한 과학과 공학
13장 위대한 업적과 거대한 도전 과제
14장 공학에 상금 매기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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