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류의 미래를 바꿀 가장 혁신적인 생명 과학 기술
게놈 편집 기술, 그 혁명이 시작되다
크리스퍼 캐스9이라는 게놈 편집 기술은 최신 과학 기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다. 세계적인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가 2015년 ‘최고의 혁신 기술’과 ‘2016년 기대되는 과학 기술’로 선정했으며, 노벨 생리·의학상 유력 후보로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처음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게놈 편집 기술을 적용하여 세계적으로 윤리적 논쟁을 야기하기도 하였으며, 이 게놈 편집 기술을 둘러싼 ‘버클리 팀’과 ‘브로드연구소 팀’의 특허 싸움으로 세간에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학 뉴스에서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크리스퍼 캐스CRISPR-Cas9이라는 게놈 편집 기술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용어가 되었다.
게놈이란 하나의 생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자 정보의 총합을 이르는 말이다. 게놈 편집 기술이란 말 그대로 생명의 설계도인 게놈을 편집하는 기술이다. 물론 게놈을 편집하는 방법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한 생물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의 유전자와 결합하여 원하는 형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재조합이 그 대표적 예다. 하지만 게놈 편집과 유전자 재조합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유전자 재조합은 우연에 의지하여 특정 유전자가 원하는 부분에 결합하기를 수천, 수만 번의 실험을 반복하며 기다려야 하는 반면, 게놈 편집은 ‘유전자 탐지기’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목표로 하는 유전자를 ‘정조준’하여 조작하는 기술이다. 1세대 기술인 징크 뉴클레아제에서 3세대 기술은 크리스퍼 캐스9까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게놈 편집 기술은 바로 인간의 의도에 따라 게놈을 편집하는 방법인 것이다. 더욱이 이 기술은 식물이나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서도 작동하고, 성공률까지 높으며, 기초적인 유전 공학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비교적 간단히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장점이 있다.
생명 과학 분야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게놈 편집 기술은 빠르게 의료와 식품, 에너지 문제 등 인류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에이즈 치료와 혈우병이나 근디스트로피와 같은 선천성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열고 있으며, 기름을 만드는 해초의 유전자를 조작해 연료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근육량을 엄청나게 증가시킨 소나 병충해에 강하게 만든 농작물과 같은 품종 개량을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얼마 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로 게놈 편집이 없었다면 결코 실현될 수 없었다.
머지않아 인류는 게놈 편집이 가져올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식료품에서부터 의료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는 혁명에 비견될 만큼 엄청날 것이다. 이미 시작된 안정성 논쟁에서부터 윤리적 문제까지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과정에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이제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을 포함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명의 설계도 게놈 편집의 세계》는 그 혁명의 시작을 목격한 저널리스트의 리포트다. NHK 게놈 편집 취재반이 현장 취재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게놈 편집의 발전상과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게놈 편집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탐지기’와 ‘가위’로 유전자를 조작하다
속도와 정확도에서 차원이 다른 게놈 편집 기술
사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생물의 게놈을 편집해왔다. 인위적으로 특정 종들을 교배시켜 원하는 종을 만드는 품종 개량에서부터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조합하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까지 모두 인간의 의도에 따라 생물을 조작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게놈 편집 이전의 기술들은 모두 상당 부분 우연에 의존해야 했다. 인위적 교배를 통한 품종 개량보다 발전된 기술인 유전자 재조합의 경우에도 유전자를 원하는 위치에 삽입하는 통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유전자가 우연히 원하는 곳에 들어가기를 기대하며 수천에서 수만 번 실험을 반복해야 했다. 이런 방법들은 정확도는 물론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을 가진다.
게놈 편집 기술은 이런 난점을 ‘유전자 탐지기’와 ‘유전자 가위’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원하는 목표 유전자를 찾아가는 ‘유전자 탐지기’와 그 유전자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를 통해 게놈 편집 과정에서 우연의 과정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다. 게놈 편집 기술의 역사는 바로 얼마나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탐지기와 가위를 만들 것인가로 특징지을 수 있다. 1세대 기술인 징크 핑거 뉴클레아제ZFN: Zinc Finger Nuclease와 2세대 기술인 탈렌TALEN은 유전자 탐지기로 각각 징거 핑거와 TAL리피트라는 단백질을 이용했다. 이전과 비교해 상당한 정밀도를 보였지만, 탐지기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던 와중 2012년도에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9이 등장했다.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교수가 개발한 이 기술은 세균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기작에 힌트를 얻어 세균의 크리스퍼를 유전자 탐지기로,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하는 효소인 캐스9을 가위로 이용한다. 크리스퍼의 특징은 단백질이 아닌 DNA와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RNA이라는 점에서 정확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 기초적인 유전 공학을 지닌 사람은 누구든 제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 크리스퍼 캐스9의 결과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전의 품종 개량으로 100년, 심하면 200년이 걸리던 일을 게놈 편집을 이용해서는 단 1년 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지만, 게놈 편집을 이용할 경우 그 기간을 100분의 1로 단출할 수 있다. 이는 단지 효율성이 좋아졌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기술인 것이다.
품종 개량의 상식을 뒤엎다
개놈 편집 기술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품종 개량 가능할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그 대표적인 예들을 살펴보자.
일본 킨기 대학 수산연구소의 한 실험실. 이 실험실에 위치한 한 수조에 게놈 편집을 한 참돔들이 헤엄치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일반 참돔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치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지만 성체로 성장할 경우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이 참돔들은 근육량을 제어하는 미오스타틴 유전자가 게놈 편집으로 제거되었다. 게놈 편집이 성공했다면 성체가 되었을 경우 일반 참돔보다 근육량이 불어날 것이었다. 몇 개월 후 참돔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배와 등 쪽 부분이 눈에 띄게 부풀어 있던 것이다. 참돔의 체중을 재자 그 변화가 더욱 명확했다. 게놈 편집된 참돔이 일반 참돔보다 1.5~2배정도 더 무거웠다. 참돔의 게놈 편집이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텍사스 주의 한 목장. 여기에는 위의 참돔과 마찬가지로 미오스타틴 유전자가 편집된 소, 버디가 사육되고 있다. 태어난 지는 18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816킬로그램까지 성장해 있었다. 나이에 비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넬로르와 비교해 허리둘레에 근육량이 두 배는 불어난 상태였다. 근육질 소가 탄생한 것이다. 다시 일본의 한 실험실. 이 실험실에서는 에너지를 기름으로 저장하는 해초의 유전자를 게놈 편집했다. 더 빠르게 기름을 생산하도록 해초의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다. 그러자 해초가 만드는 기름 생산량이 시간당 1.5배까지 증가했다.
위와 같이 게놈 편집을 통해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품종 개량이 가능해 지고 있다.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가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식량 위기와 에너지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과연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게놈 편집이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지 그 미래가 주목된다.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열다
게놈 편집을 이용해 에이즈와 난치병에 도전하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인 에이즈는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는 면역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을 꾸준하게 복용해야 하지만 이 약은 고가에 어지럼증, 구토,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렇다고 해서 면역력이 높게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 사는 게놈 편집을 이용해 에이즈 치료에 도전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백혈구 표면에 있는 돌기에 붙어 이를 발판 삼아 백혈구 안으로 침투해 증식한다. 상가모는 백혈구 표면 돌기와 관련 있는 백혈구 유전자를 망가뜨려 그 돌기를 제거하고자 했다. 이렇게 하면 에이즈 바이러스가 백혈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이 실험에 임상 피험자로 참여한 매트 샤프Matt Sharp는 당시를 놀라울 정도로 간단한 치료라고 회상했다. 그가 한 것은 단지 침대에 누워 피를 뽑는 일 밖에 없었다. 혈액에서 추출된 백혈구는 상가모에서 게놈 편집하고 다시 샤프의 몸으로 주입되었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시술 직후 바로 몸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는 낮은 면역력 수치에서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수치로 회복된 것이다. 심지어 2014년 5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논문의 임상 실험 결과에서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피험자도 나타났다.
이렇듯 게놈 편집은 의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게놈 편집은 하나의 유전자 이상으로 나타나는 선천성 난치병에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소좀 병이나 겸상 적혈구 빈혈증, 혈우병, 근디스트로피에 대한 연구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난치병에 대한 희망이 앞으로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게놈 편집이 제시하는 새로운 미래의 의료는 어떤 모습일지 윤리적 측면과 안성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작가 소개
저 : NHK 게놈 편집 취재반
2014년 가을 NHK 오사카 방송국 및 교토 방송국 프로듀서 등으로 꾸려진 프로젝트 팀이다. 2015년 7월에 <클로즈업, 현대의 생명을 바꾸는 신기술 ? 게놈 편집의 최전선>을 방송하여 큰 주목을 끌었다. 마쓰나가 미치타카松永道隆 (시작하면서, 6장, 나가면서) 1970년생. 1997년에 NHK에 입사했다. 아오모리 방송국 보도국 과학문화부, 교토 방송국 등을 거쳐 현재는 히로시마 방송국 방송부 뉴스 데스크를 맡고 있다. 야마시타 유키코山下由紀子 (1장, 4장, 5장)1983년생. 2007년에 NHK에 입사했다. 도쿠시마 방송국을 거쳐 현재는 교토 방송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노로 신이치野呂晋一 (2장) 1975년생. 2001년에 NHK에 입사했다. 삿포로 방송국, 방송 총국 수도권 방송 센터, 교토 방송국 등을 거쳐 현재는 니가타 방송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미야노 키누宮野キヌ (3장, 4장, 5장) 1968년생. 1992년에 NHK에 입사했다. 요코하마 방송국, 보도국 정경 국제 방송국, 오사카 방송국 보도부 등을 거쳐 현재는 국제 방송국 책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역 : 이형석
전북 과학고등학교를 거쳐 도호쿠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생물학의 철학을 공부 중에 있다.
목 차
시작하면서
1장 혁명이 시작되다
홀스타인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탄생 | 100년 걸리던 일을 몇 년으로 단축하다 | 근육량을 조절하는 유전자 | 참돔이 헤엄치는 수조 | 물고기는 커졌을까 | 순식간에 끝난 게놈 편집 작업 | 유전자 분석 결과 | 1.5배 차이 | 새로운 참돔 | ‘기능성 물고기’를 생각하다
2장 게놈 편집의 메커니즘
하얗게 변한 개구리 | 게놈이란 무엇인가? | 품종 개량의 역사 | 유전자 재조합과 게놈 편집 | 하나의 유전자를 조작하다 | 게놈 편집 기술은 언제 등장했을까 | 3세대 크리퍼 캐스9의 탄생 | 크리스퍼 캐스9의 원리 : ‘가이드’와 ‘가위’ | 원리적으로 모든 생물에 응용 가능하다 | 선구자 야마모토 교수의 일화 | 크리스퍼의 최초 발견
3장 크리스퍼 캐스9이 기폭제가 되다
쥬라기 공원이 계기가 되다 | ‘슈퍼 도구’가 탄생하기까지 | ‘보물’이 잠들어 있는 냉장고 | 암 치료에 대한 희망 | 인터넷으로 게놈 편집 도구를 주문하다 | 사만 개의 게놈 편집 도구 | 연구자에게 필요한 유통 미디어 | 아마존 수준의 배달 시스템 | 정말 간단한 게놈 편집 기술 | 애드진, 대리점을 세우다
4장 품종 개량의 상식을 뒤엎다
축산의 상식을 뒤집는 소 | 연구자에서 벤처 기업 CEO로 | 뿔 없는 소, 질병에 강한 돼지 | 프랑켄슈타인 소가 아니다 | 감자의 싹에는 독이 있다 | ‘감염’이 독소에서 감자를 구하다 | 유전자 재조합 작물을 막아서는 현실의 벽 | 식물에 대한 게놈 편집의 가능성 | 국가가 주도하는 게놈 편집 품종 개량 | 해초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 | 기름의 대량 생산을 향하여
5장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이 열리다
임상 실험 피험자를 찾아 | 새로운 에이즈 치료법 | 놀라울 정도로 간단한 치료 | 게놈 편집 의료의 개척자 | 임상 실험 직후의 놀랄만한 변화 | 암 치료에서도 시작된 실용화 |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소의 도전 | 근디스트로피의 완벽한 퇴치를 목표로 | 아미노산과 단백질 |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편집 방법 | 유도만능줄기세포와 게놈 편집 | 주사기로 게놈 편집 물질을 주입하다 | 미국과 경쟁하다 | 원숭이를 동물 모델로 삼다
6장 희망과 불안 사이에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엄격한 제약 | 연구자가 토로한 불만 | 유전자 재조합과 무엇이 다른가 | 식탁에 게놈 편집된 먹거리가 놓인다면 | 게놈 편집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게놈 편집 식품은 안전한가 | ‘안전한 게놈 편집’을 향한 길 | 크리스퍼 캐스9은 누구의 것인가 | 노벨상은 누구의 손에 들어갈 것인가 | 인류를 개혁하다 | 엇갈리는 견해 | ‘인간 게놈 편집 국제회의’의 개최 | 아실로마 회의와 카르타헤나 의정서 | 국제회의가 발표한 성명 | 인간 수정란을 사용한 게놈 편집이 계속되다 | 일본 정부의 견해 | 예상되는 임상 응용 사례들 | 과학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인류에게 행복을 선물하기 위하여
마치면서
인터뷰 ‘생명 과학의 최전선에서’ ? 야마모토 타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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