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고객평점
저자조너선 마크스
출판사항이음, 발행일:2017/10/31
형태사항p.129 국판:23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316678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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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인종주의와 과학의 끈끈한 관계

인종주의는 사회·문화적 영역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종주의는 역사적으로 과학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 책의 저자 조너선 마크스는 인종주의의 문제를 과학의 차원에서 검토한다. 이와 관련해서 그가 던지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과학의 역사에서 인종주의는 주요한 이론적 배경으로 등장했었는가? 둘째, 아직도 과학에는 인종주의적인 요소가 남아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는 큰 고민이 없이 ‘그렇다’고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종주의의 가장 끔찍한 결과물인 홀로코스트는 나치의 정치적 선동만이 아니라 당시의 과학으로 유통되던 우생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당시 우생학은 국가의 정책과는 별도로 그 자체로 권위적인 과학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독일의 나치라는 문제적 집단의 기괴한 지식이 아니라 한 시대가 공유하고 있는 합리적인 지식이었던 것이다. 유대인들은 나치의 만행을 피해 미국으로 왔지만, 미국에서는 당시 우생학적 내용을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마크스는 1920년대 말에 미국에서 당시 인기를 끌었던 유전학 교과서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자립적인 생활의 기준에 항상 못 미치는 사람들은 매우 많고, 그들의 사회 공헌은 매우 적어서 그들의 혈통은 제거하는 것이 이롭다.” 유대인들이 인종 학살을 피해 이민을 올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인종 학살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강력한 인종주의를 과학의 이름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크스가 보기에 과학의 역사에서의 인종주의는 공신력 있는 앎으로 유통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인, 아직도 과학에는 인종주의가 남아 있는가에 대해선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 조금 미심쩍지만 그래도 많이 청산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크스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2014년에 뉴욕타임스의 어느 기사에서 인용된 심리학자 존 러슈턴을 소개한다. 러슈턴은 한 때 인간의 성기의 크기와 뇌의 크기의 연관관계를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따라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서 번식률은 높아지고 지능은 낮아졌다고 주장했었다. 흑인을 지적으로 열등하고 성적으로 우월한 인간으로 설명하는 과학자의 연구 방법이 아직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공신력 있는 잡지의 기사에 주요 논거로 인용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주장은 러슈턴보다 훨씬 더 저명한 과학자인 제임스 왓슨에서도 볼 수 있다. 왓슨은 2007년에 선데이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백인과 동일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고 있는 서구 국가들의 아프리카 관련 정책들은 잘못됐다”라든지, “인종 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유전자가 앞으로 10년 안에 발견될 수 있을 것”과 같은 발언을 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주지하다시피 왓슨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분자유전학의 아버지이자, 30대에 이미 노벨상을 수상한 금세기 최고의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창조론이 과학이 아니라면, 인종주의 또한 과학이 아니다

일부 과학자에게 죄가 있지, 과학 자체에 무슨 죄가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왓슨과 같은 대가도 인종주의적 발언을 한 이후 학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것을 보면, 과학에서 인종주의는 우려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일부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 전체를 향해 묻는다. “과학은 인종주의적인가?”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인종주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기하는 과학자들이 생존하고, 그런 그들이 제도적으로 잘 나가도록 허용할 때 과학은 인종주의적이다.” 우리가 쉽게 예상하듯 일부 과학자의 편견만이 아니라 과학의 내용 자체가 인종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러슈턴이나 왓슨과 같은 인종주의적인 과학자가 과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인종주의적 편견을 가졌다는 사실에 있기보다는, 그의 연구가 인종주의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엉터리 과학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적지 않은 과학자들이 인종주의적 성향의 과학자를 대할 때 그의 개인적 편견과 과학적 업적을 구분하여, 그의 과학적 업적을 중요하게 인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라는 권위 있는 언론에서도 말이다. 저자가 보기에 이는 인종주의가 아직도 과학에서 청산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인종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위대한 과학자들을 매장해야 한다는 말인가? 저자는 도발적으로 다음과 같이 답한다. “만약 왓슨이 창조론자였다면 이 정도로 사람들의 지지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창조론이 과학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담론이라면, 그래서 현대 과학자들이 창조론을 과학자 개개인의 종교적 성향과 무관하게 과학 담론 안에서 퇴출시켰다고 한다면, 인종주의 역시 마찬가지로 과학에서 퇴출시켜야 할 담론이다. 아프리카인은 성욕이 강하고 지능이 낮다는 주장을 입증하려고 하거나, 인종 간 지능의 우열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과학으로 밝히려는 시도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과학은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질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나쁜 과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종주의적 과학은 핵폭탄 개발처럼 과학을 나쁘게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 수준 미달의 나쁜 과학에 해당한다.


‘인종’은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아직도 과학에서 만연하는 인종주의를 폭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종주의적 과학이 개념화하고 있는 ‘인종’이라는 단위 자체를 문제로 지적한다는 데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종주의가 전제로 하고 있는 인종이라는 개념은 비과학적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의 집단을 인구라는 관점에서 개념화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과학에서 생물을 분류하는 ‘종’이라는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개개의 침팬지를 상이한 종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처럼 각각의 인간도 흑인종, 백인종, 황인종처럼 상이한 종으로 분류할 수 없다. 심지어 유전학적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 변이는 침팬지의 유전자 변이보다도 적다. 즉, 인간만 유독 하위 종으로 나눌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더 나아가 린네, 뷔퐁, 그리고 다윈과 헤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분류가 어떻게 종으로 분류하는 관점과 합쳐지면서 인종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인종주의의 비과학성을 폭로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과학 담론 안에서 인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계보학을 시도한다. 이는 인종주의가 어떻게 과학에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뿌리를 발견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학의 역사에서 등장한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다시 불거지고 있는 인종주의의 문제를 과학의 시선으로 보는 일은 대단히 유효한 관점을 제공한다. 과학의 시선에서 인종주의는 나쁜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나쁜 과학이다. 아직도 인종이라는 단어를 생물학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고, 한 개인의 특성을 그가 속한 집단의 생물학적 차원으로 환원하여 설명하고자 한다면 이는 나쁜 과학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 마크스는 인종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종이라는 개념의 과학성을 의문시하면서, 과학의 이름으로 보증되는 인종이라는 개념을 해체할 수 있는 메스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책을 따라 우리는 인종주의적 편견만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식으로 인종이라는 개념까지 버리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조너선 마크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샬럿)의 인류학과 교수이다. 인류학과 유전학을 공부했고, 과학과 인문학에 폭넓은 관심사를 갖고 있다. 인류의 기원과 인간 종 다양성을 주제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왔다. 인간과 침팬지가 98%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연구를 다룬 저서 <<98퍼센트 침팬지라는 의미>>(What It Means to Be 98% Chimpanzee: Apes, People and Their Genes, 2002)를 통해 과학의 사회적 역할, 인종주의, 동물의 권리, 유전자 복제 등 과학계의 논란이 있는 주제들에 대해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하게 비평했다. 마크스는 이렇게 유전자학과 인류학이 조우하는 지점에서, 유전자에 담긴 정보뿐 아니라 그것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문화의 관계에 대해 물음을 던짐으로써 현대 사회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으로 2009년 인류학 분야의 퓰리처상이라고 불리는 J. I. 스털리 상(School for Advanced Research 주최)을 수상했다.

 

역 : 고현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경향신문>, <뉴시스>, <뉴스1>에서 과학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과학 책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 차

서론
과학은 어떻게 인종을 만들어냈나?
과학, 인종 그리고 유전체학
인종주의와 생체의학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그 중요성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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