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육지의 바다’로 불리는 북미의 심장부
오대호의 탄생과 파괴, 재생과 순환
30억 년의 자연사와 인간사를 범선 한 척으로 탐험하다
“열정적이고, 시적이며, 꼼꼼한 연구를 바탕으로 삼았다. 이 책은 믿음직한 친구처럼 우리에게 말해준다. 보고, 발견하고, 즐기라고. 제리 데니스의 지적인 필치는 인간애를 겸비했다. 엄청나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마법 같은 책이다.”_더그 스탠턴, 『위험한 곳으로In Harm’s Way』 저자
“속속들이 재미있다.” _『시카고선타임스』
“발견의 항해이자 내밀한 회고록. 오대호의 생태학적·역사적 손아귀로 독자를 단단히 사로잡는다.” _마이클 J. 치아라파, 웨스턴미시간대
“오대호 폭풍의 장엄하고 치명적인 힘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냈다.” _『네이처컨서번시매거진』
지구 민물의 5분의 1,
한반도보다 넓은 ‘육지의 바다’
그곳의 자연사, 인류사, 지질학사,
민물의 환경적·생물학적 퇴보와 진화
북미 오대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탐사하다
북아메리카 심장부에 있는 다섯 개의 근사한 호수, 어쩌면 육지의 바다라고 불러도 좋을 대자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시간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오대호 가까이서 보낸 제리 데니스는 어느 날 ‘호수를 알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대형 스쿠너 말라바르 호에 몸을 싣는다. 4주간의 항해기에는 고생대 화석에서부터 온갖 동식물, 뱃사람들, 호숫가와 섬에서 알게 된 생물학자, 어부, 주민, 심지어 오대호를 파괴할 뻔한 기업과, 오대호를 살린 사람들이 들려주는 ‘대자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데니스의 항해기는 전혀 다른 시간 감각과 삶의 방식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탐험의 목적:
영감의 근원을 찾아서
가까이 있는 자연에 대해 우리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어쩌면 전혀 없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으면 더 명확해질 것이다. 사실 제리 데니스가 범선 한 척에 몸을 싣고 오대호를 항해하기로 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그는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오대호 가까운 곳에서 보냈다. 하지만 호수를 알고자 하면서, 호수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를 절감한다. “호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컸다. 지구 끝까지 오로지 물뿐이었다. 저기서는 상어가 헤엄치고 해적선이 떠다니며, 머나먼 건너편 기슭에는 낯선 언어를 말하는 사람이 사는 줄 알았다. 저 물이 짠물이라고 생각했다.”(29쪽) 그는 3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오대호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마침내 사람과 도시와 도로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 그러나, “호수는 여전히 몰랐다.”(40쪽)
어쩌면 당연하다. 데니스가 알고자 한 것은 단지 호수 자체에 관한 지식이 아니었으니까(물론 그에 관해서도 충실히 다루는 책이지만). 그는 이름을 아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오대호를 이루는 모든 것의 한 살이, 생태적 지위, 시와 철학과 과학을 알고 싶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평생을 바치게 하는 영감의 근원을, 모든 장소와 순간과 의미를 아우르는 말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데니스는 이렇게 적는다. “물 하나만으로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물 위에 부서지는 햇빛, 일렁이는 물결 그림자, 푸르고 투명한 깊은 물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겐 어휘가 없었다. (…) 내가 보고 느끼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은 것을 붙잡아 늘 간직하고 싶었다. 관광객처럼 사진이나 찍는 게 아니라 물리적 사실을 내 것으로 만들어 언제나 곁에 두고 싶었다.”(40~41쪽)
그러기 위해 내린 결정은 ‘물의 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언제까지고 헤엄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필요한 것을 깨닫는다. 곧 배에 타야겠다고 마음먹고, 항해는 시작된다.
범선에 몸을 싣고
뱃사람의 눈으로 본 세계와 자아
데니스가 올라탄 배는 ‘말라바르 호’다. 1975년에 건조된, 길이 30미터가 넘는 대형 스쿠너(세로돛을 단 서양식 범선)로, 지중해 크루저 선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여객선 부흥을 이끌던 이 배는, 지난 몇 년간 그랜드트래버스만에 정박된 채 선상 파티가 열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학기 중에는 학생들이 호수와 호수생물을 배우는 실습 장소로도 쓰였다. 그러다 한두 해 동안 방치되었고, 선주초자 너무 삭아서 수리할 수 없으리라 생각해 곧 호수 밑바닥으로 가라앉혀질 신세였다. 어느 기업인에게 매입돼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말라바르 호는 선박 건조 기술이 빼어나고 평판 좋던 선장 하요 너텔에게 맡겨진다. 하요는 말라바르 호를 그렇게 하요와 저자 데니스, 말라바르 호의 항해가 시작된다. 이 책은 그들이 말라바르 호를 트래버스시티에서 메인주까지 운항하며 벌어진 일들을 담은 항해기이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 그리고 그들이 만난 자연과 사람들의 생애 기록이다.
항해 내내 데니스와 함께하는 선장 하요는 순수하고 호기심 강한 사람이다. 뱃사람 특유의 강인함과 유연함이 몸에 배어, 심오한 진실을 적당한 무게로 눙치면서도 듣는 이의 기억에 오래 남기는 법을 잘 알고 있다. 1960년대에 히피였으며 ‘침착하라, 우주를 신뢰하라, 어쩔 수 없는 일을 걱정하지 마라’ 같은 히피 철학의 가르침을 간직한 이 남자가 내내 항해를 이끌 것이다. 하요는 수마트라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여덟 살도 되기 전에 수에즈 운하를 스무 번도 넘게 통과했다고 한다. 북대서양과 인도양, 홍해와 지중해를 1년에 두 번씩 건넜다. 이후 “드넓은 바다가 자신을 걷잡을 수 없이 끌어당겨” 열여덟 살 되던 해에 바다의 품에 아주 안긴다. 뭍에서는 한 번도 편안한 적이 없었다는 그는, 대양에 마법이 있다고 말한다. “망망대해에서 짠물과 제 몸의 악취 말고는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한 채 며칠만 있어보면 육지가 가까워질 때 흙과 나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도.
궁금해진다. 돌고래들이 파도를 앞질러 빛을 내며 별자리처럼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바다 한가운데서도 우리는 지금 이 모습을 하고 있을까? 처리해야 할 일과 버텨야 할 1분 1초가 숨 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주어지고 닥쳐오는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이 모습이 우리가 아는 우리 자신의 전부일까? 데니스는 말라바르 호에 오르고 고작 일주일 만에 스스로의 변화를 알아차린다.
우리는 사람들이 더 고요하고 느린 삶을 갈망하면서도 그런 삶을 성취하는 법은 모른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사람이 삶을 경쟁으로 여긴다. 잠깐이라도 옆으로 밀려나는 걸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배제되고 잊히고 교체되고 퇴물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 속도는 우리를 도취시킨다. 속도는 엔도르핀을 분비시킨다. 우리가 성취하는 삶은 러너스하이와 다르지 않다. 심지어 카페인과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흘러 머리가 빙빙 도는 채로 침대에서 잠 못 들어도 우리는 남들에게 뒤지지 않고 있음에 감사한다. 우리는 몰아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이메일을 읽고 텔레비전에서 자막이 화면 아래로 지나가는 CNN 뉴스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복잡한 차량 사이사이를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면서 몇 분의 1초 단위로 결정을 내릴 때의 만족감을 좋아한다. 이것은 최고 수준의 문제 해결이며 기술과 대담성과 민첩성을 요한다. 최고 속도로 세상을 질주하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뒤처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묘한 만족감이 든다.
하지만 이 때문에 피해가 생긴다면? 속도가 은밀히 나를 잠식한다면? 어쩌면 속도가 우리를 망칠지도 모른다. 우리 감각을 무디게 하고 영혼을 뒷전으로 내몰지도 모른다. 평상시의 삶에서 한발 물러나 더 느리고 고요하고 여유 있는 삶을 경험하기 전에는 피해를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연휴의 첫 사흘을 긴장 푸는 데 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완하는 법은 나흘째가 되어야 생각난다. 배에서 지내면서 이 모든 것이 뚜렷해졌다. 하요는 내게서 변화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배에서 고작 일주일을 지냈을 때 현대인의 삶이 허물처럼 내게서 벗겨졌으며 나는 인내심을 재발견했다. _359~360쪽
이들의 항해기는 오대호라는 거대한 자연과 거기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말할 뿐 아니라,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독자에게 줄곧 새로운 감각, 또 다른 자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금의 속도가 우리 삶의 유일한 속도인지를, 지금 우리 모습이 정말 우리 자신의 전부인지를 자문하게 한다.
항해의 민낯:
탐구의 충동이 영감이 되는 곳
그렇다고 오대호 항해가 늘 도시에서의 삶을 이런 식으로 관조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고 잔잔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때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생의 감각을 압도한다. 죽고 싶어질 만큼 괴롭다는 뱃멀미가 수시로 찾아오고, 육중한 너울, 거칠고 시커먼 하늘, 배를 덮치는 파도와 몸을 가눌 수 없는 돌풍을 맞으며 비명을 질러대는 선체는 편히 쉴 곳이기는커녕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위태로운 곳으로 순식간에 변해버린다. 끊임없이 굉음이 들리고 파도의 무지막지한 힘이 단단하게 내리꽂힌다. 데니스는 롱아일랜드 해협 어귀에서 만난 사나운 파도를 기억했다.
지옥문이 열렸다. 번개가 쳤다. 한 번에 여남은 개씩 사방에서 번쩍거렸다. 우레가 끊임없이 쿵쾅거렸다. 치 떨리는 폭발음이 바로 옆에서 들려 진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포화에 휩싸였다. 융단 폭격이었다. _421쪽
파도가 어둠 속에서 솟아 우리에게 밀려왔다. 그날 밤 본 어떤 파도보다 컸다. 3.6미터, 어쩌면 4.6미터인지도 몰랐다. 파도가 뱃전을 후려치자 배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20도, 30도, 아마도 40도까지 기울어 돛대가 바다에 빠질 지경이었다. 선실에서는, 고정하지 않은 물건들이 모두 날아다녔다. 유리가 깨지고 무거운 물체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밧줄, 난간, 계선주, 타륜을 잡고 매달렸다. 한순간 이대로 끝장이라는 공포가 엄습했다. (…) 호들갑 떨 생각은 없다. 더 험악한 폭풍도 늘 일어나니까. 이번 폭풍은 에드먼드피츠제럴드 호를 침몰시킨 폭풍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물론 대서양에서 생길 수 있는 폭풍에 견주어도 새 발의 피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폭풍의 생존자가 목격한 것을 엿보았으며 그들이 알게 된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우리는 바다의 민낯을 보았으며, 그것은 무시무시했다. 그 얼굴 뒤에는 깊고 깊어 모든 희망을 짓밟는 무차별이 있었다. 우리는 약하고 덧없는 존재였으며 발에 짓밟히는 벌레처럼 어느 때든 지워질 수 있었다. 세상은 치명적이었으며 신은 어디에나 있었다. 우리는 지극히 하찮은 존재였다. _427~429쪽
그러나 이런 자연의 무자비함 역시, 우리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 주 주말 어느 순간에 호수가 나의 안녕에 무관심한 것이야말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악의보다 끔찍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는 더 큰 함의가 있었다. 나 자신에게 무척 중요한 사람이던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나’라고 부르는, 원자와 분자의 이 괴상한 조합과 (이 조합에 생기를 불어넣은) 설명할 수 없는 불꽃이 어찌하여 이토록 하찮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죽으면 불꽃은 어디로 갈까? 내가 살았다는 증거는 무엇이 남을까? 이런 문제를 고민한 것이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닐 테지만, 그때의 인상은 마음속 깊이 남았다. 하요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그 또한 바다를 항해하면서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비를 숙고하기에 뱃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까? 야간 항해보다 좋은 때가 있을까? _162~163쪽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세상에는 풍요가 넘치지만 거기에는 딜레마 역시 존재한다. “땅의 것은 매혹적이고 놀랍고 신비하고 근사하나 불충분하다. 우리는 더 많이 원한다. 우리는 물리적 세상뿐 아니라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까지 탐구하려는 충동을 늘 느낀다.”(454쪽)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런 탐구의 충동을 느낄까?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방식에 있어 스스로를 얼마나 열어두는가? 세상의 경이를 맞닥뜨리고, 그것을 내면화할 기회를 우리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는가? ‘영감의 근원’을 알고 싶어 직접 배에 올랐다는 제리 데니스의 항해는 이러한 탐구의 충동 속에서 점점 의미를 찾아간다. 그리고 생생한 모험담과 내밀한 자기고백으로 독자를 충동질한다. 항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저자는 난파선 주변에서 헤엄치던 아이들이 배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자 말한다. 잠수해보라고, 그러면 직접 알아낼 테니.
오대호의 역사:
수난과 회복, 무심함과 공존 사이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알아내고 싶다’는 탐구의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은 옮긴이의 말처럼 저자가 “지나는 곳마다 항해기와 더불어 그곳의 생태, 환경, 역사, 자연사, 감동적인 사연, 재밌는 에피소드를” 충실히 들려주는 훌륭한 조사원이자 스토리텔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대호를 ‘제대로’ 항해한 기분”을 그가 만난 모든 풍경과 모든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있다. 미시간호에서 출발해 매키노 해협을 통과한 말라바르 호는 슈피리어호, 휴런호, 세인트클레어강과 디트로이트강, 이리호를 지나 온타리오호, 허드슨강과 대서양까지 거쳐 미시간호로 돌아온다. 여러 호수와 강을 지나는 동안 뉴욕,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익히 아는 대도시를 ‘수로’라는 새로운 경로로 알아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항해는 긴 여정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요컨대 이 책은 자연에서 인간까지 오대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오대호를 호수라고 부르는 것은 로키산맥을 야산이라고 부르는 격이다.”(27쪽) 저자의 말마따나 오대호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호수들은 그 크기만큼이나 기나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크기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대호 전체 면적 24만4106제곱킬로미터는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를 합친 면적보다 더 크다. 1만6000킬로미터가 넘는 호안선은 미국의 대서양 및 태평양 해안선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지구 표면의 민물 중 5분의 1 가까이가 오대호에 담겨 있고, 미국의 모든 연못·호수·강·저수지에 있는 물을 거대한 양동이 100개에 붓는다 치면 95개는 오대호 물로 채워진다.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을 요구한다. 지금으로부터 30억 년 전인 선캄브리아대에 화산이 분화해 마그마가 흘러나왔고, 흐르던 용암이 멈추고 짠물 바다가 물러나기 오래전에 넓고 둥근 셰일 띠가 남겨졌는데, 이것이 지금의 오대호 지대다. 셰일이 침식되어 계곡이 되고, 겨울이 점차 추워지며 눈이 쌓이고 빙하가 된다. 얼음이 이동하며 긁어낸 곳은 호수가 되었다.
긴 역사만큼이나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유럽인들이 도착한 1600년대 초에 이미 아메리카 원주민이 500대째 이곳에 살았다. 캐나다와 미국 서북부에서 사람과 물자를 나르던 부아야죄르들도 이곳이 주요 활동지였다. 헤밍웨이, 토크빌의 호수이며, 과수원과 밭을 일구는 농민들,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공업지대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도 이곳이 터전이다. 호수를 죽인 사람들, 호수에서 죽어간 사람들과 죽다 살아난 사람들, 호수 복원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 호수에서 삶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로 인해 오대호의 물과 생태계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한때 이리호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은 5000년 동안 유입되는 양과 맞먹어 ‘미국의 사해’로 불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중적 항의가 입법으로 이어지면서 19720년대 초 미국과 캐나다에서 ‘맑은 물 법’ ‘물 법’ ‘오대호 수질 협약’ 등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수질 기준이 확립되고 오대호 정화 및 보호가 의무화되었으며 오대호를 오염시키는 산업에 대해 벌금이 부과된 것이다. 또한 저자는 수질오염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오대호의 위기로 ‘생물학적 위험’을 꼽는다. 19세기 이후 꾸준히 유입된 외래종 때문이다. 가문비나무, 솔송나무,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아스펜 등 다양한 식물과 월아이, 배스, 농어, 연어, 송어, 꼬치고기, 바다칠성장어 등 토착종과 외래종을 아울러 오대호와 그 연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이 얽히고설켜 살아간다. 오대호는 특히 바다칠성장어와 얼룩말홍합의 대거 유입으로 커다란 생태 변화를 겪었다. 둥근망둑어, 가시물벼룩 등을 포함해 수십 종의 외래종도 침략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생물종들과 오대호의 행보는 매년 4대강의 몸살로 곤욕을 치르는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제리 데니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태어났다. 루이빌대학 졸업 후 작가가 되기 전까지 목수로 일하다가 1986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에세이, 시, 단편소설 등 여러 장르의 글을 써왔으나, 인간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쓴 논픽션들로 널리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스미스소니언』 『오듀본』 『스포츠어필드』 『아메리칸웨이』 『에포크』 『미드아메리칸리뷰』 등 수많은 매체에 글을 실었으며, 특히 북미 전역과 아이슬란드, 칠레 등을 여행하며 야생 동식물 보호, 카누 및 카약 여행에 관한 글을 꾸준히 기고했다. ‘미시간주 올해의 작가상’과 ‘오대호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 『위대한 호수』를 비롯해 『물 위의 장소A Place on the Water』 『나무 카누에서From a Wooden Canoe』 『릴러노Leelanau』 『바람이 불어오는 호안The Windward Shore』 『폭포 속의 새The Bird in the Waterfall』 『동물의 왕국을 걷다A Walk in the Animal Kingdom』 등을 썼다.
옮긴이 :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박산호 번역가와 함께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으며, 『당신의 머리 밖 세상』 『헤겔』 『마르크스』 『자본가의 탄생』 『천재의 발상지
를 찾아서』 『바나나 제국의 몰락』 『트랜스휴머니즘』 『나무의 노래』 『노르웨이의 나무』 『정치의 도덕적 기초』 『그림자 노동』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홈페이지(http://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에 대한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목 차
1장 미시간호
크기가 중요하다│어린 시절의 미시간호 풍경│토크빌이 놓친 것│굿하버 항의 호안│슈피리어호의 풍경
2장 미시간호
말라바르 호를 만나다│콘크리트 선박의 역사│하늘이 도운 정진동│출항하다
3장 미시간호
옛 바다│호수는 어떻게 생겼을까│최초의 사람들│헤밍웨이 동네│비버섬의 왕│말편자 꼭대기에 도달하다
4장 미시간호
시카고 수변지역│매키노 경주│사구와 모래 채굴│결승선을 통과하여
5장 매키노 해협
마이티맥│오대호의 교차로│바람과 얼음│매키노 해협의 간추린 역사
6장 슈피리어호
슈피리어호를 기억하다│북호안 카누 여행│부아야죄르의 짧은 역사│물을 판다고?│폭풍우에 휩싸이다│오지 여행의 교훈│레퀴엠
7장 슈피리어호
11월의 강풍│에드먼드피츠제럴드 호의 침몰│생존자의 이야기
8장 휴런호
휴런호 아래쪽으로│처음으로 돛을 올리다│맷의 매듭│조지아만과 사라진 숲│푸른돔교│목재와 화재│수마트라섬의 오랑우탄
9장 세인트클레어강과 디트로이트강
호수의 낮은 수위│세인트클레어강으로│화물선과 호수운반선│좌초│라 살과 그리핀 호│디트로이트에 정박하다
10장 디트로이트강과 이리호
디트로이트강 하류│이리호로│월아이 천지│얼룩말홍합의 침입과 환경 문제│오싹한 이리호에 몰아친 작은 폭풍
11장 이리호
이리호에서 순풍을 타고│롱곶의 호숫가 사냥꾼│웰랜드 운하와 바다칠성장어의 침입
12장 미시간호
연어가 돌아오다│1967년 호수 스콜
13장 온타리오호
웰랜드의 리버티선│온타리오로│오스위고의 고수위│호수운반선 구경│석유 유출과 가스 화재│돛대를 내리다
14장 이리 운하와 허드슨강
이리 운하와 아메리칸드림│다시 좌초하다│올버니에서 돛대를 세우다│허드슨 호 야간 항해│맨해튼의 아침│헬게이트에서 해협까지
15장 대서양
롱아일랜드 해협│뉴헤이븐에서 새 승무원을 영입하다│해협의 폭풍│메인으로
16장 미시간호
집으로│쟁점들│오대호의 미래를 생각하다│침몰선으로 헤엄쳐 가다
주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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