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먹고 마시는 것들의 과학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즐기기 위한
한 꼬집의 푸드 사이언스
맛은 혀끝에 있지 않다
먹방의 홍수, 우리는 ‘먹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먹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늘도 누군가의 ‘먹방’을 보면서 함께 입맛을 다신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먹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저마다 먹방을 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맛’이다. 부드럽고 달달한 케이크,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구수하고 쌉싸름한 커피, 알싸한 매운맛의 고추, 짭쪼름한 간고등어, 짜릿한 레몬, 고소하고 짭짤한 치킨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맛들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맛을 느끼기까지의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오감이 총동원되어 각기 수집한 신호들은 뇌로 보내지고 이것이 다시 기억과 조합된다. 그러므로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다른 맛을 느낀다. 홍어나 과메기 같은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귀한 별미일 테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일 수도 있다. 혀와 연구개(입천장의 연한 부분)에 분포한 미뢰를 통해서만 맛을 감지한다면 모두가 거의 똑같이 느낄 테지만, 같은 음식을 먹어도 우리는 모두 다르게 느낀다. 각자의 뇌가 맛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맛은 기억과 다시 한번 어우러진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은 심리적 인자 때문에 원래 맛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날씨와 식기, 조명 같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도 맛이 달라진다.
매력적인 연구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맛을 찾아가는 과정, 요리는 마술이 아니라 재료에 에너지와 시간을 투여해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종합 과학이니까 말이다.
요리의 본질은 에너지와 시간
저자는 주방에서 매일 만나는 일상적인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표준과 단위를 연구하는 과학자답게 요리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그 양적·질적 변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요리의 전 과정이 과학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요리는 식재료에 일정 시간 동안 열(에너지)을 전달하는 행위다. 열을 가해 재료의 구조를 바꾸고, 성분들 간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풍미와 식감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열을 가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직접 불에 굽기도 하고, 프라이팬에 볶기도 하며, 기름에 튀기기도 한다. 물로 삶거나 찌기도 하지만,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익히기도 한다. 동일한 재료도 열을 가하는 방법에 따라 맛과 형태가 변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모두 몇 가지 기본 물질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 물 그리고 소량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각기 다른 비율로 섞여 있다. 이러한 기본 물질들이 특정한 온도에 다다르면 물리·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풍미와 색, 질감 등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것을 우리는 맛있게 느끼는 것이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들을 친근한 음식들을 통해 아주 쉽게 설명한다. 케이크를 잘 굽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스크림과 젤라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튀김을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꼭 기억해야 하는지, 과학자가 실험을 진행하듯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리고 실험으로 확인된 결과를 바탕으로 커피가 가장 맛있는 온도와 추출률을 알려주는가 하면, 냉장고의 작동원리와 식재료별 보관법도 친절하게 일러준다. 이 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고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 고등어가 어떻게 안동의 특산물이 된 사연, 신맛과 전기의 관계, 와인병과 코르크 마개에 담긴 과학, 독을 품은 열매와 진화, 식재료의 색이 주는 정보와 같은 수준 높은 인문·과학 상식부터 맛있는 수박 고르는 법, 군고구마 맛있게 굽는 법과 같은 실용적인 팁까지 주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과학, 맛의 본질에 다가서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초전도체 연구와 의료장비를 개발해온 과학자다. 하지만 평생 과학을 공부해온 학자로서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우리 일상에는 과학이 마치 공기처럼 가득 차 있는데 사람들은 늘 접하고 있으면서도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일상적이고 친근한 것을 통해 사람들과 과학 이야기를 해보려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누구나 하루 세 번 마주하는 음식과 맛을 과학으로 풀어내기로 한 것이다. 음식을 나누듯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듯싶다고 말이다. 그래서 과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임을 일깨우려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법칙에 의존하는 주방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 책은 과학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였다. 맛을 구성하는 인자들과 과학적 원리를 연결시켜, 조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고 과학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즐기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밖에도 중간중간 음식에 담긴 역사와 저자 자신의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까지 담담하게 식탁에 올려놓는다. 《맛있다, 과학 때문에》는 과학을 어렵고 딱딱한 공부로만 생각하는 청소년은 물론, 과학에 관심을 잃어버린 성인 독자까지 인심 좋게 식탁으로 불러들여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 소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KAIST를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재료공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비파괴 시험과 초전도 연구를 했으며 심장과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생체자기 신호를 측정하여 의료 진단 및 뇌과학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심자도 및 뇌자도 측정장치를 연구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의학물리 전공 책임 교수로도 재직했다.
KRISS와 UST를 정년퇴직한 후 KRISS의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 강연을 다수 진행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등 일간지와 KRISS 사보에 생활과 과학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재하면서 과학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 맛 속에 담긴 과학을 음미하다
1 달콤 쌉싸래한 맛의 과학
부드러운 달콤함에 빠지다, 케이크의 과학
차갑고 달콤한 과학, 아이스크림
쌉쌀한 맛이 생각날 때, 커피 한 잔의 과학
작은 고추가 맵다
2 짜고 짜릿한 맛의 과학
소금 1 g의 과학, 간고등어
레몬과 짜릿한 전기의 맛
40 mL 속에 담긴 맛과 과학
요리의 기본, 물 끓이기
3 맛의 연금술, 불과 온도
열과 온도가 만드는 맛의 마술
열이 만들어낸 마법의 향기, 원두
참을 수 없는 유혹, 튀김
음식 맛이 2% 부족할 때
4 단위로 만나는 맛과 과학
어머니의 식혜, 시간이 만드는 맛
분자요리로 밥을 짓다
뜨거운 음식을 바로 냉장고에
무지개의 맛, 눈으로 맛보는 풍미
5 상큼한 과일과 야채가 들려주는 과학
색으로 말하는 맛, 과일의 변신
달콤한 유혹, 그 뒤에 숨겨진 함정
와인병에 담긴 향긋한 과학
식탁 위의 그린 필드
6 계절을 타는 맛
봄의 미각
잘 익은 수박
그리운 옛맛을 찾는 계절
군고구마 냄새가 유혹하는 겨울
에필로그 | 미래, 과학이 있어 맛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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