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농업 -먹거리와 농업을 통해 본 현대 문명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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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후지하라 다쓰시
출판사항따비, 발행일:2020/08/20
형태사항p.216 46판:19
매장위치농축산식품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843983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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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농업과 전쟁이 공유하는 기술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 이래 농사는 인류를 먹여 살리는 근본이자 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불안정한 수확량과 고된 노동 때문에 농민들이 고통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농사일의 고됨을 줄여주고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이 하나하나 농업에 도입되었다.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건조기, 도정기 등 많은 농기계가 등장해 농사일의 대부분을 떠맡게 되었고, 화학비료가 거름을 대체했으며, 농약이 등장해 해충 구제와 잡초 제거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런 농업의 기술은 전쟁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트랙터의 캐터필러는 탱크에 장착되어 전장을 누볐고, 화학비료 생산의 핵심 기술인 공중 질소 고정법은 화약 제조에 사용되며 기관총의 사용을 가능케 했다. 거꾸로, 전쟁의 산물이 농업으로 옮겨 온 사례도 있었으니, 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다가 그 가공할 살상력에 사용 금지돼 남은 독가스는 이후 농약으로 쓸모를 바꾸었다.

이와 같은 듀얼유스Dual Use(군사 기술과 민생 기술의 이중 사용)가 가능했던 것은, 현대 농업과 전쟁이 대량화ㆍ무차별성이라는 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트랙터가 그 바퀴 아래 익충이 있든 작은 생물들이 살든 가리지 않고 밟고 지나가듯, 탱크에 탄 군사는 사람을 죽인다는 감각을 가지지 않은 채 적군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짓밟고 포를 겨누게 된다. 적을 대면하지도 않은 채 학살할 수 있는 독가스가 하나하나 벌레를 잡고 잡초를 뽑는 노동을 대체한 농약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현대의 농업은 땅이나 작물, 혹은 타인과의 교감 없이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고, 현대의 전쟁 또한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 없이,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민간인까지 학살한다.

 

정치는 어떻게 기아를 이용했나

 

20세기는 화려한 테크놀로지를 꽃피운 시대가 아니라 폭력에 물든 시대였다. 또한, 식민지를 해방하고 모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등 민주주의가 정착한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그 민주주의는 누군가를 배제한 민주주의였다. 나치 정부가 유대인, 집시 등 소위 열등 인종을 차별하고 학살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국가로 이름 높은 스웨덴은 1970년대까지 우생 계획을 실행하여 강제 단종마저 서슴지 않았고,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에서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강제 단종이 이루어졌다.

그런 배제가 가장 잔인하게, 또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식량을 통해서였다. 어떤 정부든 국민을 굶주림에서 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수단으로서 내부의 누군가 혹은 적국 국민의 굶주림을 부추기거나 심지어는 무기로 사용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독일을 굶겨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독일에 식량을 운반하던 배를 해상에서 나포했고, 독일은 이때의 고통을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에 물려준다. 1941년 가을부터 1944년 초까지 900일간 독일군에 의해 수행된 레닌그라드 봉쇄로 인해 총계 약 1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군은 소련군 포로에게는 하루에 700킬로칼로리밖에 제공하지 않았다. 영국, 프랑스 포로에 비해 명백히 인종적 차별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소련 역시 2차 세계대전 이전 점령한 동유럽에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태평양전쟁에서 병참을 등한시한 일본이 일본군 병사의 굶주림을 유발한 것은 물론, 현지 식량 징발을 명령해 아시아 대륙과 도서부, 태평양 섬들의 주민들의 삶을 파괴한 것도 기록해둘 만하다.

 

즉효성에서 지효성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향해

 

기아를 극복하고 포식飽食의 시대로 접어든 현재, 여전히 음식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토양과 물뿐 아니라 사람의 몸에도 그 흔적을 깊이 남겼다. 제초제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된 작물은 농민의 수확량이 아니라 몬산토나 신젠타 같은 다국적 바이오화학 기업의 매출액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가축조차 대량생산하려는 먹거리체계에서는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등의 유행을 막을 수가 없다.

저자는 효율성, 게다가 그 효과를 즉시 확인하려는 즉효성에의 추구가 먹거리와 농업 분야에서 위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즉효성을 추구하는 분야는 먹거리와 농업뿐만이 아니다. 토론보다는 처리에 가까워진 정치도, 골프장을 개발하거나 기업을 유치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 지역 개발 구상의 빈곤함도, 대규모ㆍ대량생산ㆍ효율주의ㆍ즉효성에 근거해 매뉴얼화된 식문화 및 농업의 생산양식과 그 뿌리를 공유한다. 또한 이러한 생산양식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마치 어린이가 기계라도 되는 듯이 규범과 지식을 투여하고, 즉효를 내기 위해 체벌도 서슴지 않았던 교육 말이다.

 

저자는 이런 즉효성에서 지효성으로, 즉 경쟁을 대신해 모름지기 효험이 나타나기를 느긋이 기다리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교육사상가 프뢰벨이 고안한 가베처럼, 기존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올리기 위한 작은 실천도 제안한다. 기업이 유발한 폐해에 저항하기, 유기농업을 높은 부가가치의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의 핵심으로 재정의하기, 재래종자를 되살리고 종자의 다양성을 복원하기, 식사 장소 재설정하기 등 저자가 제안한 실천은 누군가에게는 너무 거대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사소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질문이 주는 울림은 누구에게나 묵직할 것이다. 폭력과 배제에 기반한 현대 문명을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그와 뿌리를 같이하고 있는 먹기와 농업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뿌리는 먹기에 있고 먹기의 뿌리는 농업에 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목 차

제1강 | 농업 기술로 본 20세기 

 

제2강 | 폭력의 기술로 본 20세기 

 

제3강 | 기아로 본 20세기 정치 

 

제4강 | 먹거리의 종언 

 

제5강 | 먹거리와 농업의 재정의 

 

제6강 | 강의를 마치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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