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과학의 돌다리를 놓은 ‘평범한’ 과학자들의 ‘위대한’ 이야기
과학은 우리 일상의 풍경을 수없이 바꾸어왔다. 생활 속에서 누리는 소소한 사물들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위대한 발견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책 『숨은 과학』은 만년필, 스카치테이프, LED, 돼지껍데기, 비타민C, 마가린, 당구공, 미세먼지 등 33가지 다양한 사물들과 사건들에 숨은 과학을 발굴한다. 나아가 숨은 과학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그 긴 여정을 간결하게 풀어낸다.
숨은 과학 뒤편에는 오랜 무지와 싸운 과학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늘 1등만을 기억하고 뛰어난 천재 과학자의 이름을 되뇌지만, 과학은 한 사람의 위대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과학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 책은 누구나 다 아는 유명 과학자만이 아니라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현대 세계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여러 과학자들의 숨은 노력을 찬찬히 이야기해준다.
이렇듯 일상 속 사물들의 파란만장한 과학 연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류의 위대함만이 아니라 인류의 오만과 욕망도 마주하게 된다. 인류는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풍요로운 문명을 만들어왔지만, 그만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과 과학의 발전이 맞물리는 역사적 순간들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더 정의롭고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의 길을 모색한다.
■ 우리 일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숨은 이야기’를 만나다
우리는 과학이나 과학사를 우리의 일상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스카치테이프 하나에도, 만년필 하나에도, 심지어 물 한 방울에도 결코 만만치 않은 과학이 들어 있다. 이 책 『숨은 과학』은 일상 속 사물들에 숨어 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런 과학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과학자들의 ‘숨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별의 사진을 검토하는 계산원이었지만 천문학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대발견을 한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2장),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다가 최초의 화학합성 염료를 만들어 유기화학의 출발점이 된 윌리엄 헨리 퍼킨(5장), 난방장치를 개발하다가 최초의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13장) 등과 같은 ‘마이너’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생생히 그려진다.
과학자들의 피, 땀, 눈물은 우리 일상을 조금씩,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바꾸어왔다. 예컨대 에어컨은 이제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자 마치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과학과 사회의 긴밀한 접촉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었다. 말라리아를 잡는 살충제 DDT는 수많은 인류를 구원했고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생태계를 파괴시켜 새가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책은 과학이 가져온 밝고 낙관적인 측면뿐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왔기에 숨어 있던 과학의 어두운 면모 또한 직시하도록 해준다.
■ 욕망의 과학에서 정의로운 과학으로
인류 문명에 등장한 과학기술은 늘 양날의 검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은 많은 경우에 인류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으려 했던 것은 제국주의 영국이 아프리카 등지로 영토 확장을 시도할 때 말라리아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각종 바이러스가 지구 전체로 퍼져온 과정은 인간 욕망의 확산 경로와 너무나 닮아 있다. 영토 확장과 부에 대한 욕망을 위해 유럽인들이 아시아와 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정복해 식민지로 만들고, 그 길을 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와 같은 치명적 바이러스가 이동해왔기 때문이다(18장).
“화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천 년을 지배했던 연금술 시기로부터 지금의 화학산업 전성기까지 화학은 인간의 욕망에 닿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물질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탐구했던 과학정신도 있었지만, 영원한 부와 생명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으로 화학은 시작되고 지속한 겁니다. (…) 하지만 인류의 과학적 능력이 모든 일을 쉽고 이롭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한계가 없는 듯 보이는 이 능력이 욕망의 만족에 머무른다면 자연과 인류를 공격하는 침묵의 재앙은 반복될 겁니다.”(63-64쪽)
그렇지만 저자는 우리의 삶이 무작정 과학에 대한 공포와 혐오로 점철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우리는 과학에 대해서 더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를 통해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동안 과학의 오용이 우리 자신의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점이 있다면, 이제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적 교양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 전환은 과학 발전과 인간 욕망의 뒤얽힘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일을 통해서 가능하다. ‘숨은 과학’에 관한 이야기는 과학의 명암을 평가할 수 있는 눈을 키워준다.
세상을 이해하는 많은 방법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는 여전히 과학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에도 한계와 편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명암을 더 잘 알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 이야기는 무한한 낙관주의의 과학사가 아니라 과학이 걸어온 좌충우돌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잘못 나아갔던 길을 성찰하고 기후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과학의 올바른 방향을 제안하는 과학사다. 이 책 『숨은 과학』은 세상이 과학을 만들고 과학이 세상을 만들었음을 말해주면서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과학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지도록, 그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지도록 도와준다.
작가 소개
김병민
“상상과 호기심은 과학의 시작입니다. 우연으로 가장된 발견조차 수많은 오류와 실패를 거쳐 긴 노력 끝에 얻어진 결과이고 그 시작은 상상과 호기심이었습니다. 상상과 호기심, 고민 없이 결과를 외우고 답을 찾으려 계산하느라 바쁜 우리는 어쩌면 남태평양의 화물신앙(cargo cult)처럼 날지 못하는 나무 비행기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설명을 붙이려는 노력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인류는 처음부터 과학적 사고를 해왔습니다. 신화 역시 과학의 철학적 사고 양식을 빌렸지요. 호기심과 상상, 그리고 질문은 인류 발전의 시작이자 동력이었습니다. 그 본능을 잃은 채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꺼진 동력의 스위치를 조심스럽게 올리고 싶습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탄소나노튜브 연구를 시작으로 물질의 본질에 관해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 지금은 물질의 분자 진동에너지 분석을 통해 국내외 각 분야의 기업체, 대학 및 연구소 과학자들의 연구를 돕고 있다.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는 동시에 강연과 각종 매체의 칼럼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드로잉을 좋아해 삽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사이언스 빌리지』, 『사이언스 빌리지: 슬기로운 화학생활』이 있다.
목 차
머리말 - 우물에 숨은 과학
Ⅰ부 세상을 알다
1 빛의 연대기 - 왜 슈퍼맨은 지구를 여덟 바퀴 돌지 못했나
2 밤하늘의 탄생 - 어두운 밤하늘이 우리에게 알려준 사실
3 우연의 역사 - ‘세렌디피티’, 모든 상황은 필연적 우연이다
4 주기율표의 오류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과학도 그렇다
5 욕망의 DDT - 말라리아 잡은 특효약, 인류에게는 축복이자 재앙
Ⅱ부 세상을 보다
6 만년필의 과학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만년필 잡학
7 스카치테이프의 탄생 - 두 남자, 노벨상 그리고 꿈의 신소재
8 미세먼지의 과학 - 하늘이 맑은데 미세먼지가 있다고?
9 LED의 혁명 - 빛의 혁명, 생활 시계를 바꾸다
10 망원경의 세상 - 때론 맨눈으로 보아야 예쁘다
Ⅲ부 세상을 오해하다
11 인류의 오만 - 우리는 사과가 아닌 치유를 받아야 한다
12 지구의 미래 - 지구에는 임대차보호법이 없다
13 에어컨의 과학사 - 에어컨은 가족이다
14 기생충의 과학 - 안녕하지 못한 기생충
15 시계의 물리학 - 나는 8시 99분에 출근한다
Ⅳ부 세상과 맞서다
16 현미경의 세상 -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17 바이러스의 발견 - 바이러스 확산을 닮은 소셜 미디어
18 돼지열병의 과학 - 케냐로 갔던 영국 돼지, 바이러스로 돌아오다
19 면역과 약 - 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적
20 희생양극 -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앉아 있다
Ⅴ부 세상에 도전하다
21 수소의 미래 - 화석 에너지의 연장선에 있는 수소 경제
22 인생의 과학 - ‘헤스 법칙’을 믿고 설국열차에서 내려라
23 무역 갈등 속의 화학 - 일본 무역보복 조치가 안겨준 기회
24 포스트휴먼의 미래 - 첨단중독시대, 포스트휴먼으로 산다는 것
25 빛 공장 - 모든 것이 멈추어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
26 당구공의 과학 - 플라스틱이 상아를 대체했지만, 코끼리는 잘 살고 있을까
Ⅵ부 세상을 살아가다
27 발효의 비밀 - 술은 닭이 물 마시듯 조금씩만
28 비타민C의 임무 - 돼지껍데기에 숨은 과학
29 마가린의 과학 - 버터가 되고 싶은 마가린
30 물의 화학식 - 물, 물로 보지 마라!
31 미생물의 선물 - 축복인가, 판도라의 상자인가
32 기후변화의 과학 - 북극곰과 남극펭귄이 만나면 인류는 사라진다
33 엔트로피의 과학 - 엔트로피 인버전을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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