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이 건전한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임금은 소비재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제2장 「생산과 노동」중에서)
아인슈타인의 편지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에 물리학의 거장이 준비한 답변이랄까. 또 다른 글에서는 실업과 저성장의 해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하기도 한다. 칸트에 매료된 조숙한 10대 소년은 물리학자로 일가를 이룬 뒤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대화와 집필을 이어간다. 아인슈타인은 생명, 국제정치, 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방대한 지식과 심오한 통찰을 펼친다.
‘인류가 지금까지 이룩한 가장 높은 수준의 지적 성과’로 추앙받는 상대성 이론의 명성에 기대어 아인슈타인의 어록으로 포장된 수많은 잠언이 유포되었다. 물론 이 가운데 의심스러운 내용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아인슈타인 문서집을 정리하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그의 어록집『The Ultimate Qoutable Einstein』(한국어판 제목은 『아인슈타인이 말합니다』)을 펴내며 잘못 알려진 것들을 별도로 추려서 정리했을까.
거장의 육성을 직접 듣는다
아인슈타인에 대한 무성한 소문과 함께 아인슈타인에 대한 서적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인슈타인을 만나는 지름길은 그가 직접 쓴 글을 읽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세계관을 잘 알 수 있는 기고문, 연설문, 성명서 가운데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글을 가려 뽑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어떤 글은 근 100년 전에 쓰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참신하고 대담하다.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본 덕분이다. 모든 것이 아인슈타인에게는 질문의 대상이었다. 스스로 해답을 얻을 때까지는 결코 통념을 좇지 않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반대로 만인의 비웃음을 살 만한 맹랑한 주장에도 귀 기울여 듣는 묘한 인물이었다.
충실한 번역에 꼼꼼한 주석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의 서지 사항을 늘어놓자면, 그 또한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기다란 목록이 이어질 것이다. 저작권과 무관하던 시절부터, 이 책에 실린 여러 글을 부분적으로 편집한 번역본을 숱하게 발견할 수 있다. 기왕의 번역서에 더해 새로이 저작권 계약을 맺고 번역본을 내놓은 것은, 무엇보다 정식 저작권 계약본이 드물더라는 아쉬움에 더해, 그나마 기왕의 번역본 또한 죄다 절판된 까닭이다.
독일어로 집필한 아인슈타인의 원고를 영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혹은 일부 모호한 대목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아인슈타인 문서집’ 프로젝트를 참조하며 적확한 우리말로 옮기려고 힘썼다. 또한 단순 검색으로는 찾기 까다로운 내용을 선별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아인슈타인에 대한 흥미를 더할 만한 대목마다 꼼꼼히 주석을 달았다.
누구보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이해하고자 했던 옮긴이의 말을 옮겨본다.
“(아인슈타인은) 관계가 주는 구속이나 관습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고독한 개인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믿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했다. 자연의 질서가 주는 신비를 느끼라 했다. 그리하여 개별 존재의 감옥을 벗어나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라 했다. 알고 보니 아인슈타인은 그런 사람이었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민주주의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허튼 권위에 굴하지 않는 개인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아인슈타인에게 그럴싸한 롤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독일 출신의 미국 이론물리학자. 300편이 넘는 과학 논문과 150편이 넘는 과학 이외 일반 분야에 대한 글을 발표했다. 그가 이룬 놀라운 업적과 지적인 독창성은 ‘아인슈타인’이란 단어를 ‘천재’란 말과 동의어로 대중들에게 각인되게 했다. 취리히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1905년은 물리학에서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데 ‘광전 효과’, ‘브라운 운동’, ‘특수 상대성이론’,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 등 현대 물리학의 초석을 놓은 논문들을 잇달아 발표해 시간, 공간, 질량, 에너지에 대한 고전역학 이래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베를린 과학 아카데미의 교수로 있다가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가 프린스턴 대학 고등연구소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재직했다. 2차 대전 때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극도로 강력한 새로운 유형의 폭탄’에 대한 경고 편지를 써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탄이 개발되는 데 일조했지만 그것이 무기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했다. 말년에 인생의 가장 큰 실수로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후 민주적인 세계 정부 수립이라는 이상을 강력히 옹호했고 대중들에게 핵무기와 전쟁의 위험을 경고하는 평화 운동에도 헌신했다. 냉전 체제가 고착화되던 1955년 버트란드 러셀과 함께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에 서명한 것이 그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 되었다. 그가 죽기 불과 하루 전이었다.
옮긴이 : 강승희
영문학을 전공했다. 강의실보다는 연극무대에서 대학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 생계도 도모할 겸,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좌절된 욕망을 잊지 못해 타자학원에 등록했다가 얼결에 벽지 수입, 경영 컨설팅, 헤드헌팅 등으로 회사를 옮겨 다녔다. 엄마가 되면서 관심의 방향이 공동체로 옮겨 갔고, 공부하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동네 이웃들과 영어로 책 읽는 모임을 끈질기게 함께하고 있다.
역서로는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시간 상자』, 『미생물 전쟁』 등이 있다.
목 차
원판 서문 6
요약판 서문 8
제1장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생명의 의미 22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23
견해의 자유 - 굼벨 사건에 관하여 30
인간의 진정한 가치 33
선과 악 34
사회와 개인 36
국제 협력을 위한 H. A. 로렌츠의 작업 41
H. A. 로렌츠의 묘지에서 행한 연설 45
아널드 베를리너의 70세 생일을 축하하며 46
포퍼-린케우스 50
외과의사 M. 카첸슈타인의 부고 51
졸프 박사에게 보내는 축하 인사 56
부에 대하여 58
선생과 학생 59
교육과 교육자 60
일본 학생들에게 62
실낙원 64
버나드 쇼에게 보내는 인사 65
어느 비평가에게 보내는 축사 66
종교와 과학 67
과학의 종교성 74
파시즘과 과학 76
곤궁한 처지의 과학 78
기자들 81
미국에 감사를 전하며 84
다보스에서 열린 대학 강좌 86
미국의 인상에 대한 단상 89
미국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답신 96
제2장 정치와 평화주의
여성과 전쟁 100
평화 101
평화주의자의 문제 102
학생 군축 회의에서 행한 연설 104
지그문트 프로이트 108
징병 제도 112
독일과 프랑스 114
중재 115
과학의 국제성 116
지식인 협력 기구 119
군비 축소 문제 122
안녕을 고하며 124
1932년의 군축 회의 127
미국과 군축 회의 137
적극적 평화주의 141
평화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143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생각 148
문화와 번영 156
생산과 구매력 158
생산과 노동 160
소수 민족 164
유럽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의견 165
시대의 계승자 166
제3장 1933년 독일
성명서 170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와 나눈 서신 172
답신 183
제4장 유대인
유대인의 이상 188
유대인의 관점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189
유대인 청년 193
팔레스타인 재건에 관한 연설 194
유대인 공동체 208
워킹 팔레스타인 214
유대의 재건 216
반유대주의와 청년 학도 218
국무장관 헬파흐 박사에게 보내는 편지 221
어느 아랍인에게 보내는 편지 224
기독교와 유대교 227
옮긴이의 말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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