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류의 역사를 바꾼 동물 이야기
“고양이는 인류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고, 판다는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스페인을 떠나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의외의 동물을 데리고 왔다. 주인공은 긴 뿔을 가진 육중한 이베리아반도의 소인 롱혼이다. 스페인 국왕 부부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럽 혈통의 소를 최초로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콜럼버스가 덩치 큰 롱혼을 배에 싣고 대서양을 건넌 것은 유럽인의 식문화와 관련이 있다. 신대륙에 정착하는 스페인 이주민들의 입맛을 위해서였다. 이는 신대륙을 안정적인 식민지로 만들려고 한 스페인의 준비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사향소는 북극늑대가 나타나도 새끼를 지키기 위해 무섭지만 도망가지 않고 스크럼을 짠다. 사향소의 얼굴에는 북극늑대의 이빨 자국이 깊게 생기고, 사방은 사향소의 핏방울로 붉게 물들지만 그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어른이라면 희생과 용기라는 덕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수사자는 멋진 갈기를 휘날리며 흰개미집 위에 올라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 하는 포효를 한다. 하지만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전형이다. 천신만고 끝에 무리(pride)의 왕이 되었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시한부 권력자다. 실속은 미토콘드리아를 후대에 남기는 암사자의 몫이다.
동물은 인류 문명에 크게 공헌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소는 인류에게 노동력과 단백질을 공급했으며, 소가죽은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으며, 소뼈라는 보양식을 제공했다. 개는 인류의 사냥 도우미였다. 사람보다 후각이 예민하고 발이 빠른 개와 협업을 시작하자 인류의 사냥 성공률은 크게 개선되었다. 더구나 개가 없었다면 인류는 축산업을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낙타는 로마군과 파르티아군의 승패를 가르기도 했다. 파르티아군은 낙타의 등에 엄청난 양의 화살을 싣고 와서 로마군에게 화살비를 내렸고, 이 화살을 맞고 로마군은 맥없이 쓰러졌다.
고양이는 배에서 식량을 축내고 전염병을 옮기는 쥐를 박멸해 원양 항해의 안전성을 높여 인류가 대항해 시대를 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고양이는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수호천사다. 판다는 1972년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 두 나라가 적대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했을 때,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판다는 20세기 중국 외교사에 큰 획을 그으면서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이처럼 인류 문명의 발전에는 수많은 동물이 헌신하고 기여해왔다. 어쩌면 동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와 문명은 지금보다 훨씬 뒤처졌을 것이다.
『동물 인문학』은 동물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물들의 삶이나 특징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동물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었고,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 살펴본다. 또 동물이 인간의 삶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살펴본다. 제1부는 동물의 왕국, 제2부는 동물과 인간이 만든 역사, 제3부는 중국사를 만든 동물 이야기, 제4부는 세계사를 만든 동물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인간과 동물과 환경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인류와 동물은 영원히 함께 지구에서 같이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속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고양이는 인류에게 항해의 자유를 주었다
고양이가 인류의 눈에 띈 것은 탁월한 사냥 능력 덕분이다. 고양이는 사냥감이 내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인간 세상에서 발생한 쥣과 동물의 찍찍거리는 소리가, 고양이가 야생을 떠나 인간이 사는 곳으로 이동한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이는 인류에게 더 큰 세상으로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고양이가 선내(船內)에서 쥐를 사냥한 것이다. 쥐가 배에 타면 식량을 축내는 것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번지고 선체 곳곳에 상처가 난다. 인간은 안전과 행복을 위해 불청객을 박멸해야 했다. 인간은 이 불청객을 박멸하기 위해 최고의 전문가인 고양이를 초대했다. 배에서 쥐를 사냥하는 고양이를 함재묘(艦在猫)라고 하는데, 이 고양이 덕분에 15~16세기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인류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인류 역사에서 축산업은 식생활의 대전환이었다. 인류는 야생동물을 개량해 소, 양 등의 가축으로 만들었다. 가축을 키워 고기를 얻거나 젖을 채취하는 식으로 단백질 공급 방식을 다양화한 셈이다. 축산업은 사냥에 비해 실패 확률이 낮았다. 그만큼 인류는 육류를 더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일부 사냥개나 집을 지키던 번견(番犬)은 가축을 지키는 목양견(牧羊犬)이 되었다. 개의 넓은 시야와 하루 종일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은 이 일에 제격이었다. 개는 목숨을 걸고 그 임무를 수행했다. 개가 자신보다 강한 대형 포식자와 대치할 수 있는 것은 주인을 믿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개는 인류와 가족처럼 살아왔다. 수만 년 전부터 개는 사람과 자신이 같은 무리에 속한 운명공동체라고 여기고 자신의 주인을 우두머리처럼 떠받들어왔다. 이처럼 충실한 개가 없었다면 인류는 축산업을 계속해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만큼 인류에게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 동물은 없다. 산업화 이전까지 소의 핵심 역할은 노동력 제공이었고, 산업화 이후에는 질 좋은 단백질을 제공했다. 또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맛도 좋은 우유도 제공했다. 이 세상 동물의 가죽 중 산업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우피(牛皮), 즉 소의 가죽이다. 우피는 내구성이 우수해서 소파같이 가죽이 질겨야 하는 제품에는 다른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기 어렵다. 소의 뼈는 식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소뼈는 보양식의 선두주자였다. 또 소뼈는 헌신과 봉사라는 의미에서 부모의 유별난 자식 사랑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소똥은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농부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소똥을 차곡차곡 모아 퇴비를 만든다. 다시 말해 소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소처럼 묵묵히 일하면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인류에게 준 동물은 없다.
낙타, 로마군을 격파하다
로마 공화정 말기,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함께 삼두정치의 한 축이었던 크라수스는 4만 대군을 이끌고 동방의 파르티아 원정에 나선다. 크라수스는 기원전 73년 스파르타쿠스가 일으킨 반란을 진압했지만, 사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오합지졸 노예 반란을 막아낸 것일 뿐이었다. 당시 대부분 시민들은 크라수스의 군공(軍功)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크라수스는 꾸준히 국력이 신장되던 파르티아를 정복하기로 마음먹고 행동에 옮긴다. 반면 파르티아군은 로마군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기원전 53년 지금의 터키 땅인 카레의 들판에서 조우한 크라수스의 원정군과 파르티아군의 승패를 가른 것은 낙타였다. 낙타는 전략 무기인 화살을 등에 잔뜩 지고 전쟁이 벌어진 사막으로 옮겼다. 파르티아군은 낙타를 잘 활용해 크라수스의 원정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1972년 미·중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렸는데, 두 나라는 적대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바야흐로 데당트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당시 ‘중국 외교관’인 판다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에 큰 힘을 보탰다. 이렇게 ‘판다 외교’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중국의 ‘판다 외교’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국민당 국가주석인 장제스의 아내 쑹메이링은 1941년 12월 국민당의 최대 우군인 미국을 감동시키고자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인 판다 2마리를 데리고 뉴욕 브롱크스동물원을 방문한다. 쑹메이링은 화려한 외모, 뛰어난 언변, 능숙한 대인관계로 국제적인 스타가 될 정도로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내공을 갖추고 있었다. 이 판다들은 1972년 미·중 정상회담 때의 판다들보다 31년이나 앞서 태평양을 건넜다. 미국인들은 쑹메이링과 판다에게 매료되었다. 쑹메이링은 귀여운 판다가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꿰뚫고 있었다.
모피는 유럽의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해주었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모피를 ‘부드러운 금’이라고 불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중남미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 북미에는 네덜란드·프랑스·영국 등에서 모여든 사냥꾼들이 금덩어리나 다름없는 비버를 사냥하고자 각축을 벌였다. 그 후 모피에 대한 유럽인의 갈증을 채워준 곳은 시베리아였다. 유럽 곳곳에서 시베리아로 집결한 사냥꾼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수달, 비버, 담비 등 모피 동물을 사냥했다. 그리고 모피 동물의 씨를 말린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해 사냥을 계속했다. 17세기부터 서유럽에서 모여든 사냥꾼과 장사꾼이 북아메리카 동부에서 모피 동물을 사냥하거나 가죽을 수집했다. 그 결과 모피 동물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사냥감이 부족해진 사냥꾼들은 모피 동물을 찾아 아직 유럽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중부와 서부로 향한다. 모피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아메리카 대륙 서부 개척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돼지,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을 일으키다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 즉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인이 돼지고기를 식량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평안하게 정치하려면 시장에 돼지고기의 공급이 부족해서는 안 되며, 돼지고기를 충분히 먹는 세상이 태평성대인 셈이다. 2017년 기준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은 1억 1,059만 톤이다. 그중 중국인이 소비한 양은 절반가량인 5,494만 톤이다. 14억 중국 인구가 70억 인류가 먹는 돼지고기의 절반을 먹은 셈이다. 중국인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도 38.6킬로그램이다. 돼지고기가 없는 중국 요리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엄청난 돼지고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세계 돼지 사육 두수(頭數)의 절반에 달하는 4억 5,000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2018년에는 5,496만 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해 5,624만 톤을 소비했다. 수요에 미치지 못한 공급량 탓에 128만 톤을 해외에서 조달했다. 2020년에는 수입 물량이 439만 톤으로 급증했다.
중국 돼지를 살찌우는 것은 콩으로 만든 대두박(大豆粕)이다. 중국은 2018년 기준 1,420만 톤의 콩을 생산했으나, 그 정도로는 자국 내 수요를 충당할 수 없었다. 중국은 콩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해외에서 수입해야 했다. 2018년부터 미·중 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상대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다. 중국은 돼지의 주식인 미국산 대두박은 물론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높은 관세를 매겼다. 이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하던 팜 벨트 지역의 농민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이 때문에 중국 내 양돈농가와 소비자가 경제적인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콩은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중국에는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다. 그런데 중국이 지정한 추가 관세 부과 제품에 넣지 말아야 할 콩을 포함한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2018년 8월 3일 발생했다.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돼지고기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돼지고기는 살아 있는 돼지의 몸에서 생산된다. 부족 물량을 공장에서 생산할 수가 없다. 중국 돼지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발병 36년과 3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전염병 종식을 선언할 수 있었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 치러야 할 전염병과의 전쟁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돼지 먹일 밥’이 다시 미·중 양국의 무역 전쟁의 주요한 무기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멧돼지, 버펄로, 참새를 박멸하다
유럽인들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이전까지 미국 땅에는 돼지라는 발굽 동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유럽 이주민들이 산과 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던 야생 멧돼지를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데려온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멧돼지를 미국으로 옮기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멧돼지를 미국에 가져온 것은 고기를 얻을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냥을 대중 스포츠로 생각하는 미국의 문화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냥꾼이 가장 선호하는 사냥감은 사슴이지만, 거친 야성을 가진 일부 사냥꾼들에게 사슴은 밋밋한 사냥감에 불과하다. 덩치가 크고, 저돌적이고, 빠른 동물을 잡으려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냥꾼들에게 멧돼지는 최적의 대상이다. 미국에는 거친 사냥꾼들의 수렵 욕망을 만족시킬 만한 야생 멧돼지가 없었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유럽에서 멧돼지를 수입한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축산업이 발전한 텍사스에서는 스페인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럽 혈통의 소를 최초로 데려온 인물로도 유명하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으로 데리고 온 소는 뿔 길이가 1미터가 넘는 긴 뿔 소인 롱혼이며, 그 후손이 텍사스의 긴 뿔 소인 텍사스 롱혼이다. 1493년 롱혼이 도착하기 이전에도 아메리카 대륙에는 거대한 솟과 동물이 존재했다. 북미의 넓은 초원에는 수천만 마리에 달하는 아메리카 들소, 즉 버펄로라고 불린 야생 들소가 살았다. 버펄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인 네이티브 아메리칸에게 요긴한 존재였다. 그들은 식생활에 필요한 단백질의 상당 부분을 버펄로에게서 얻었다.
그런데 유럽 이주민들은 풀을 뜯어서 농장에 해가 될 수 있는 버펄로를 마구 학살했다. 심지어 덩치 큰 동물을 죽이는 재미를 느끼고자 도륙하기도 했다. 그 결과, 바다의 물고기처럼 많던 버펄로가 단기간에 사라지고 만다. ‘버펄로 학살’에는 정치적인 목적도 숨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버펄로에게서 많은 것을 의존하던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생존을 어렵게 하기 위해 학살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초원에서 버펄로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자 일부 네이티브 아메리칸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저항을 포기했다.
중국의 대약진운동(1958~1960년) 당시 ‘참새 박멸’ 사건이 있었다. 마오쩌둥이 농촌에 현지 지도를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농촌의 참새를 보고 마오쩌둥이 ‘해로운 새’라고 지적하자, 1958년 중국 전역에서 참새 박멸 운동이 벌어졌다. 참새로 인한 곡식 피해를 줄이겠다는 명목이었다. 1년간 중국인이 잡은 참새는 2억 1,000만 마리였다. 중국에 사는 참새가 멸종 위기에 이를 지경이었다. 중국인들은 참새가 벌레도 먹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듬해 참새의 주식인 해충이 전국적으로 창궐했다. 이 밖에 다른 이유가 겹치면서 중국 전역에 기근이 발생했다. 최소 3,000만 명 이상이 아사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환경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것도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영향을 미친다.
동물이 인류에게 가르쳐준 것들
인간 세상이나 사자의 왕국이나 권력을 가진 지배자는 선망의 대상이다. 권력자의 자리는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제한된 자리일 뿐이다. 그런데 사자 왕국의 왕좌는 인간 세상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프라이드(pride)라는 사자 무리에서 왕위에 오르는 것은 출신 성분과는 관계없다. 사자의 왕국에서 ‘아빠 찬스’나 ‘엄마 찬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애당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프라이드의 왕이 되기 전 모든 수사자는 자신이 태어난 무리에서 쫓겨난다. 프라이드의 왕 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사자가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고 쟁취해야만 한다. 더구나 프라이드의 왕 자리는 수사자 한 마리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짧으면 수개월 안에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은 사자라는 종(種)에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정 수사자가 장기 집권한다면, 그 수사자의 유전자를 가진 많은 후손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잔인하고 냉혹한 이야기지만, 다양한 샘플의 유전자가 퍼지는 것이 종의 생존에는 유리하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늑대가 없어지자,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 여우가 왕 노릇한다’는 속담처럼 엘크가 공원을 차지했다. 엘크는 체중을 유지하고자 엄청난 양의 풀과 나뭇잎을 먹었다. 결국 엘크가 공원의 녹색 자원을 고갈의 위험에 빠뜨린다. 평화로운 얼굴의 거대 사슴이 공원 내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식물 자원 고갈은 토양 침식으로 이어져 숲의 생태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1995년 옐로스톤국립공원은 늑대 복원 프로젝트에 나선다. 그리고 공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늑대들은 오로지 먹이 활동만으로 생태계를 복원시킨다. 공원이 녹색을 되찾으면서 새와 중소형 동물이 돌아왔다. 나무로 물을 막아 호수를 만드는 건축가 비버가 돌아오면서 수생생물의 서식지도 복원되었다. 생태계 복원이라는 옐로스톤국립공원의 기적은 최상위 포식자 늑대가 귀환한 덕분이었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지구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공했다. 인류는 이 모든 성공을 자신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의 성공에는 다른 동물이 기여한 부분도 있다. 오랜 시간 수많은 동물이 인류를 위해 헌신했다. 영화 〈아바타〉는 인간과 동물과 환경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진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무관해 보이는 여러 동물의 운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지만, 인류와 동물은 영원히 함께해야 하는 운명공동체이자, 동물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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