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밤하늘이 사라졌다.
빛이 거대한 뚜껑처럼 지구를 덮었다.”
생태계 파괴에서 질병의 확산까지
빛의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충격적 진실
우리는 너무 많은 환경 문제에 움츠러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자원은 고갈되고 쓰레기는 넘쳐난다. 누군가는 풍요를 누린 대가를 뒤늦게 지불하게 되었고 다른 누군가는 누리지도 못한 환경 부채를 억울하게 떠안게 되었다. 물론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이 누구의 몫인지 명확히 시시비비를 가릴 순 없다. 하지만 해결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으며 그 해결 방안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도 그런 책 중의 하나다. 차이가 있다면 환경 문제로 기후 변화, 플라스틱, 쓰레기만 생각하는 우리의 좁은 시야를 더 넓혀준다는 점이다. 우리의 세계를 서서히 그리고 철저히 망가뜨리고 있는 빛 공해에 관한 책이다.
생물학자 아네테 크롭베네슈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기반하여 빛 공해의 원인과 그것이 인간과 자연,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는《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빛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충격적 진실을 직시하게 이끈다. 그리고 빛 공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유럽 전역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빛 공해 세계 2위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의 차례다. 우리 행복과 삶의 터전, 자연과의 조화를 위기로 몰아넣기 전에 이 책 속에서 빛 공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밤에 충실하라(Carpe Noctem)!”
‘백색도시’, ‘24시간 사회’
밤과 낮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우리의 세계는 무너지고 있다
오래전 우리 선조들은 엄격한 낮과 밤의 리듬에 따라 생활했다. 밝은 낮에는 일을 했고, 어두운 밤에는 사회적 교류를 하거나 잠을 잤다. 그러다 불을 발견하면서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고, 야생 동물을 물리치고, 온기를 느끼게 되었다.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후 전기를 발견하고 전구를 발명하게 되면서 삶 곳곳에는 더 많고, 더 밝은 빛들이 채워졌다.
빛은 다양한 도구로 쓰였다. 국가는 시민들이 권력을 두려워하게 만들기 위해 불을 밝혔고, 시민들은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불을 끄거나 불이 꺼진 가로등에 부패한 정치인들의 목을 매달았다. 부자들은 늦은 밤까지 쇼핑과 파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불빛을 ‘부의 상징’으로 삼았다. 노동자들은 불빛 아래에서 고된 노동을 하거나 불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빛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점점 커져 갔다.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 불을 밝히기 위해 더 저렴하고 적은 전기로 밝힐 수 있는 인공조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는 24시간 내내 불을 밝히고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살게 되었다. 밤은 ‘폐기’가 되었다.
인공조명은 정말 필요할까?
생태학자, 생물학자, 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경보음을 울려왔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밤이 밝아지면 좋은 게 아닌가?
빛 공해란 인공적인 빛에 의해 밤이 밝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대부분의 사람이 더 이상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우리는 매일 고성능 전조등과 광고판, 가로등, 주택 조명에서 나오는 빛을 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또는 아래에서) 안전감을 느낀다. 실제로 누군가 빛 공해에 대처하기 위해 가로등을 줄이자고 말하면 반대편에서는 빛이 교통사고와 범죄를 줄여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날 빛 공해는 거의 화제가 되지 못한다. 심지어 대규모 환경 보호 단체조차 이를 부차적인 문제로 다룰 뿐이다.
하지만 생태학자, 생물학자, 의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인공조명의 비극적 결과물을 발견하고 있다. 대부분의 철새는 태양이 대기를 데우지 않고, 기류의 소용돌이가 적은 밤에 이동을 한다. 야간 비행 중에는 지형지물과 지구의 자기장에 의존하여 방향을 잡는데 빛은 새들의 나침반을 무력화시킨다.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새들은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에 비행하게 되고 결국 불을 밝힌 고층 빌딩과 스카이 빔, 밝게 빛나는 주유소 바닥으로 곧장 날아간다. 이러한 충돌에 대부분의 새가 죽거나 상처 입은 상태로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힌다.
인공조명은 새끼 바다거북에게도 치명적이다. 갓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은 천적들의 눈에 띄거나 비축된 에너지를 소진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바다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해변의 환한 조명은 새끼 바다거북을 바다로 이끄는 대신 탈진할 때까지 모래벌판을 방황하게 한다. 또는 도로, 주택가로 이끌어 차에 깔려 뭉개지거나 태양열에 말라 죽게 만든다. 매년 10만 마리의 새끼 바다거북이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식물도, 그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도 모두가 인공조명으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혼란에 빠져 본연의 생체 리듬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특정 동식물에게 생긴 것이 아니다. 먹이사슬을 타고 점점 전파되어 전체 시스템에도 변화를 초래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 역시 빛 공해의 피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눈부심, 두통, 불안, 수면 장애, 비만, 암, 치매…
사람들은 흡연의 해악에 무지했던 것처럼
빛 공해의 부정적 영향을 알지 못한다
우리의 생체 시계는 나름의 박자를 지킨다. 하지만 빛은 박자를 유지하는 진자의 위치를 일정 한도 내에서 이리저리 옮겨 놓을 수 있다. 그래서 빛을 ‘차이트게버’ 혹은 ‘시간 신호’라고 부른다.
우리는 아침 햇빛 속 청색광을 쐬면 세로토닌, 도파민, 코르티솔의 분비가 촉진되고 저녁 햇빛 속 청색광을 쐬면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잠이 들게 된다.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시간대에 우리 눈에 빛이 들어온다면 생체 리듬이 억제되거나 심지어는 교란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늦게 잠이 들고,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한다.
수면 장애에 뒤따르는 결과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전반적인 행복감이 줄어들고, 밤사이 쉬지 못한 몸은 다음 날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비만, 중독, 심혈관계 질환과 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밝은 지역인 서울과 가장 어두운 지역인 강원도의 유방암 위험률 차이는 34퍼센트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73퍼센트까지 차이가 났다.
무조건 밝고 강한 빛만이 이런 질병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아주 약한 빛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빛에 대한 민감도는 연령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빛을 흡수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인차도 크다. 누군가에게는 안정감을 높여주는 인공조명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력 장애, 두통, 불안 장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사람들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빛 공해가 심한 나라, 한국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빛 공해에 관한 이야기
우리나라는 빛 공해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위성사진을 통해 세계 주요 20개국의 빛 공해 노출 면적을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89.4퍼센트로 2위를 차지했다. 인구의 66퍼센트가 너무 밝은 환경에 살고 있어서 완전한 암순응(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차차 어둠에 눈이 익어 주위의 물건들이 보이는 현상)에 들어가는 일이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에는 빛 공해를 알리는 책이 절실하다.
이 책은 빛 공해의 원인과 그것이 인간과 자연,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그리고 빛 공해를 측정하는 방법과 그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불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면서도 환경친화적이며 동시에 우리 삶의 질과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찾아가게 이끈다.
우리 세계에서 어둠이 사라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빛과 어둠의 교차가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빛의 아름다움과 편리함 속에 감춰져 있던 충격적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 자연, 도시, 법의 관점에서 빛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행복과 삶의 터전, 자연과의 조화를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아네테 크롭베네슈
1974년 독일 헤센주 남부에서 태어났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과 야생 동물의 생물학적 리듬을 연구했다. 2013년 연구 단체 ‘밤의 상실’을 대표하여 처음으로 야간 인공조명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유럽 전반을 아우르는 단체인 ‘밤의 상실 네트워크’와 독일 조명기술협회의 회원이며, 블로그 ‘밤과 빛’을 통해 대중에게 빛 공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옮긴이 : 이지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프레시안〉에서 5년간 정치 기사를 썼다. 2008년 이후 독일로 이주하여 독일 풀다대학교에서 ‘문화 간 소통’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갈하고 명료한 문장이 장점이다. 지금은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문화 간 소통’을 번역으로 중개하고 있다. 옮긴 도서로는 《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 《형제자매는 한 팀》, 《매너의 문화사》, 《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지적인 낙관주의자》, 《두 개의 독일》 등이 있다.
목 차
1부 빛이 있으라
빛 공해
빛의 역사
오늘날의 빛 산책
2부 인간
24시간 사회
생체 시계
빛이 병을 만든다
3부 자연
밤의 생활 공간
가로등에 매혹되는 나방
죽으러 가는 길
다음 세대
자연의 박자가 흐트러질 때
먹이사슬에 난 구멍
야간 서식지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
4부 규제와 갈등
빛이 있는 곳에 갈등도 있다
강력한 법인가, 유연한 가이드라인인가
5부 도시
더 밝다고 더 안전하지는 않다
교통안전을 위한 점등
빛나는 광고판
빛과 예술
6부 어둠의 가치
별을 찾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더 읽을거리
감사의 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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