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게임을 통해 낯선 과학의 세계를 여행하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이 배트맨의 수트보다 강한 이유
가위바위보의 확률과 물수제비의 각도를 알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이 책은 게임 비평서가 아니다. 게임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게임을 통해 과학이라는 낯선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만화’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뉴스에서 혹은 교과서에서 골치 아프게 생각했던 과학적 지식을 게임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풀어낸다.
여러 과학책을 펴낸 하리하라(이은희) 작가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것 같은 현대과학의 최신 논문들을 끄집어내는 것을 게임을 즐기는 방법으로 제시하다니. 놀라운 건,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 꽤나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게임과 덕질이 만났을 때 생성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결과란 바로 이 책”으로 추천하는 이유이다.
의학, 생물학, 고고학부터 성차별연구까지
이 책에는 의학, 생물학, 고고학, 정신의학, 과학사, 과학 기술, 아날로그 게임의 과학 등 총 7개의 과학적 주제에 39개의 다양한 게임이 등장한다. 각각의 게임을 전혀 모른다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게임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지언정, 게임을 모른다고 책의 내용이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은 없다.
‘의학’ 편에서 다루는 ‘멀미’를 보자. 한 번도 RPG게임이나 VR 헤드셋을 써보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멀미에 대해 충분히 만화적 재미와 과학적 지식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멀미가 감각의 충돌이라는 일반적인 이해에서 한발 더 나아간 연구들을 제시하는데, 예컨대 성별에 따라, 유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멀미의 정도에 차이가 난다는 과학적/의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한국 PC방의 부흥을 이끈 ‘스타크래프트’와 더불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통해서는 전염병의 확산을 이야기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전염병의 전문가가 된 최근의 현실에서 전염병 확산의 수학모델은 이제 꽤나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만화적 재구성이 이를 재밌으면서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생물학’ 편에서는 분자와 세포, 기생, 진화, 유전 등과 같은 생물학의 주요 주제를 게임의 배경, 캐릭터들과 연관 지어 흥미롭게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파이더맨과 거미줄. 게임 속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배트맨과 비교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자아낸다. 거미줄보다 강한 산업용 섬유인 케블라(Kevlar) 갑옷으로 무장한 배트맨이 스파이더맨을 비웃는다. 하지만 운동에너지를 흡수할뿐더러 인성(靭性, 재료의 질김)에서 케블라보다 월등한 거미줄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스파이더맨이 배트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거미줄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최근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소개한다. 더불어 분자의 구조라는 생물학적 특성을 자연스럽게 연결짓는다.
가위바위보의 확률과 물수제비의 각도
이 책에서는 조금 더 우리의 삶과 밀접하면서도 중요한 주제도 다룬다. 가령 ‘온라인 게임을 활용한 성불평등 연구’에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남성의 대부분이 왜 여성을 적대시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소개한다. 게임을 통한 연구라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남성 게이머의 레벨 수준에 따라 여성 게이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분석결과는 상당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성차별에 대한 작은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에 더해 온라인 게임이 인간 행동 연구에 좋은 도구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책은 강조한다.
이 책이 너무 과학적인(?) 주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가위바위보와 물수제비 게임. 말 그대로 가위, 바위, 보의 무작위적 확률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는 기존 학설(?)에 대한 또 다른 연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어낸다. 왜 다수의 사람이 바위부터 낼까? 상대적으로 승률이 높은 사람과의 게임에서는 먼저 가위를 내는 것이 왜 유리할까?
이와 함께 물수제비를 잘 뜨기 위한 최적화된 각도가 존재할까? 책에서는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계산된 20도라는 각도를 제시한다. 더불어 무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연구논문을 통해 물수제비를 둘러싼 과학연구가 활발히 선행되어왔음을 유쾌하고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어려운 과학, 만화로 읽는 즐거움
혹시 주변에서 공부나 일은 안 하고 게임만 하는 ‘누구’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그 ‘누구’에게 권해보자. 게임을 통해 과학을 공부할 수 있다니 얼마나 탁월한 ‘참고서’인가. 더군다나 빼곡한 글과 도표와 수식이 아닌 친절한 스토리텔링으로, 그것도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낸 책이니 말이다. 이왕이면 함께 읽고 과학적 지식을 한 뼘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앞서 계속 강조했듯이 만화가 주는 재미는 덤이다.
작가 소개
과학 만화가. 빠르진 않지만, 넓은 인생을 살고 있다.
일러스트 작가로 다수의 책에 삽화를 그렸다. 몇 년 전부터 과학 만화가로 활동하며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 연구윤리정보센터, LG화학, 과학계간지 《에피》, 엔씨소프트에서 만화를 연재했고, 고등과학원 웹진 《호라이즌》에 실리는 컬럼들의 일러스트를 그렸다. 현재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독성물질에 관한 만화를 연재중이다.
쓰고 그린 책으로 《알포가 만난 동물 건축가》,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김명호의 과학뉴스》, 《관찰과 표현의 과학사: 하늘을 그리다》가 있다.
목 차
들어가는 글·····5
의학
인류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상현실 멀미: 3D 게임·····14
전염병 모델의 미래를 비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26
통증을 조절하다: 가상현실 게임·····40
전염병이 불러온 아포칼립스: 디비전·····52
노화의 역할: 갓 오브 워·····64
영혼이 탈색되다: 인왕 2·····76
생물학
게임은 단백질: 과학과 게임의 협력·····92
색다른 좀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다: 라스트 오브 어스·····109
전장의 중심에서 생물학을 외치다: 지구방위군 5·····118
그 말들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 레드 데드 리뎀션 2·····130
영웅은 꼬이지 않는다: 스파이더맨·····138
양과 염소 사이에서: 캐서린 풀보디·····150
직업의 선택: 용과 같이 7·····164
고고학
고고학의 탄생: 언차티드·····180
모래 위를 미끄러지다: 저니·····192
피라미드의 비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200
정신의학
온라인 게임을 활용한 성불평등 연구: 헤일로 3·····214
정신이란 이름의 악기: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224
공포의 기능: 레지던트 이블 7·····232
흥미는 잠자는 고래도 깨운다: 포켓몬고·····242
사람은 섬이 아니다: 데스 스트랜딩·····250
과학사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266
진단 의학자 혹은 명탐정: 셜록 홈즈: 악마의 딸·····276
사냥의 이유: 몬스터 헌터: 월드·····286
괴물의 탄생: 라스트 가디언·····296
중력에 대항하다: 그래비티 러시·····306
근세가 싹트다: 플래그 테일: 이노센스·····316
초능력을 발휘하다: 컨트롤·····328
전류 전쟁: 디 오더 1886·····340
과학 기술
인공지능 로봇을 위한 모래 놀이터: 마인 크래프트·····354
생물을 닮은 로봇: 호라이즌 제로 던·····366
상상력을 접다: 테어어웨이: 언폴디드·····376
로봇과 인간의 유대: 디트로이트·····386
전쟁의 풍경을 바꾼 드론: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 포인트·····396
인공지능은 하이힐에 매력을 느낄까: 니어 오토마타·····408
아날로그 게임의 과학
가위바위보는 확률이 지배할까?: 아날로그 게임의 과학(1)·····420
물수제비와 마법의 각도: 아날로그 게임의 과학(2)·····430
동전 던지기는 확률이 지배할까?: 아날로그 게임의 과학(3)·····436
어떻게 카드를 섞어야 할까?: 아날로그 게임의 과학(4)·····444
참고문헌·····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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