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뒷산에서 만난 새들, 그리고 세상
11년 동안 동네 뒷산에서 새들을 관찰했고, 새들의 이야기를 도감과 그림책으로 어린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저자 이우만이 새를 만났던 반짝이는 순간들을 에세이에 담았다.
우리나라에도 탐조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새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새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이들도 많아졌고, 새를 찾아 탐조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안내서는 전문가들을 위한 필드 도감이거나 실용서에 치우쳐 있고, 새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이 갖기란 쉽지 않았다. 이런 때, 새들과 만난 감동적인 순간들을 아름다운 세밀화로 보여 주는 이우만 작가의 다정한 책 《새를 만나는 시간》은 새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새를 만나는 입문서로 안성맞춤이고, 이미 새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에게는 새삼스러운 애정을 일깨우는 책이 될 것이다.
새와 만나는 선물 같은 시간
새를 관찰하던 카메라 렌즈에 노랑배진박새가 내려앉은 떨리는 순간, 보고 싶어서 멀리 섬까지 찾아갔으나 오래도록 그 실물을 보지 못했던 한국동박새를 늘 가는 작업실 밖 감나무에서 발견한 날의 놀라움, 다양한 새들을 보려고 저자가 놓아둔 먹이대에 제가 좋아하는 땅콩이 없자 창문을 톡톡 두드려 ‘땅콩이 없잖아!’ 당당하게 요구하는 곤줄박이, 박새가 먹는 먹이를 같이 먹고 싶어 ‘이게 뭐지?’ 하며 거짓 호들갑을 떨어 박새를 유인한 뒤 박새가 먹던 벌레 알집을 냉큼 맛보는 쇠박새의 꾀…. 새들이 보여 주는 그 모든 순간순간 작가가 새와 나눈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몰랐던 새들이 옆집 꼬마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다른 새들이 나무를 아래에서 위로 오르며 먹이를 찾을 때 홀로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며 먹이를 구하는 동고비에게서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다는 뜻을 새삼 새기고, 시끄럽다 구박했던 직박구리가 나는 모습이 멋지다고 감탄하는 초보 관찰자 덕에 자신의 고정된 시선을 반성하는가 하면, 온통 검은색투성이로 보이던 큰부리까마귀에게서 찬란한 색의 향연을 발견하는 순간 선입견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리는지 배운다. 부리부터 발까지, 단 하나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우는 새호리기에게서 죽음을 대하는 경건한 자세를 엿보고, 섬에서는 칡때까치를 홀대하더니 뒷산에서 만나니 환대하는 스스로를 보며 또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성찰한다. 이 모든 것이 새와 함께한 덕이고, 새를 애정으로 만나 온 덕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우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세밀화가라고 불리지만 그저 대상을 관찰하고 이해한 뒤 그림으로 열심히 설명해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 처음 평양냉면을 먹고, 걸레를 빤 물 같은 걸 왜 먹을까 생각했습니다. 먹고 난 며칠 뒤부터 자꾸 생각이 나서 이름난 평양냉면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새를 소개하는 일이 평양냉면을 사 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그 존재를 알게 되면 저절로 폭 빠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른 봄 파란 하늘빛이 담긴 무논이나 불어오는 바람이 간지러워 하늘거리는 청보리밭이나 고둥들 이 온갖 그림을 그려 놓은 갯벌이나 키 큰 나무들이 만든 경계 속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새들이 있을 때 훨씬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라는 아이들도 그런 풍경들 속에서 새를 만나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새를 만나고 스스로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도심에 있는 작은 뒷산을 11년째 관찰하며 그 안에서 보고 들은 걸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동물원》, 《내가 좋아하는 야생동물》 등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책으로 《창릉천에서 물총새를 만났어요》, 《청딱따구리의 선물》, 《뒷산의 새 이야기》, 《새들의 밥상》이 있습니다.
목 차
여는 글_ 하필이면 새
1부 새와 나
노랑배진박새_내가 뒷산을 서성이는 까닭
쇠박새_쇠박새의 꾀
어치_기억력이 나쁘다고?
뻐꾸기_태어남을 축하받지 못하는 생명
한국동박새_감나무가 맺어 준 인연
굴뚝새_적당한 행운
검은등뻐꾸기_사람들 듣는 귀는 다 비슷비슷
곤줄박이_뻔뻔이라 불린 새
박새_나를 눈뜨게 해 준 고마운 새
오색딱다구리_누가 더 대단한가
쇠딱다구리_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지
동고비_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직박구리_편견에서 탈출하기
파랑새_멀리서 찾으면 목만 아프지
홍방울새_일상이 주는 선물
쇠솔딱새_날개가 있어서
큰부리까마귀_온통 검은 줄만 알았더니
흰머리오목눈이_봄이 되어도 떠나지 않은 까닭
꾀꼬리_유리왕의 마음이 이랬을까
흰눈썹황금새_그 이름의 무게를 견뎌라
노랑할미새_내가 머물 습지는 어디로 갔나요?
콩새_깃털로 기억되는 이름아
멋쟁이새_진부한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딱새_침묵이 전해 주는 마음
새호리기_죽음을 대하는 자세
노랑지빠귀_새와 나 사이
칡때까치_언제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해
울새_요란한 노래로 불러 세울 땐 언제고
솔부엉이_낮엔 자야 해요
노랑턱멧새_노래를 연습하는 새
뱁새_기분 좋은 재잘거림
2부 새를 그리다가
가만히 멈춰 보기
임계 거리
나만의 기준
늘상 있는 일
툭! 도토리 죽비를 맞다
새를 그리는 방법
깃털의 색
새와 열매
쌍안경으로 새를 찾는 방법
레어와 커먼
사진과 세밀화
실제와 사진과 그림
내가 채워야 할 빈자리
조성성과 만성성
일반화의 오류
토종과 외래종
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
찾아보기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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