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동물의 역사를 알면 세계사의 흐름이 보인다”
그리스왕을 죽인 원숭이, 파라오의 고양이,
다윈의 핀치, 복제양 돌리까지
매혹적인 50가지 동물에 얽힌 역사적 순간들
▼ 문명과 전쟁, 신화와 과학의 세계를 이끈
인간보다 오래된 동물의 역사
세계사라는 말 앞에는 ‘인간’이라는 수식어가 숨어 있다. 보통 세계 각지에서 인류가 벌인 사건을 떠올리기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인간만 세계사의 주역인 것은 아니다. 지구에는 인간 이외에도 수많은 동물이 살아왔으며 이들은 자연과 세계, 또 인류와 어우러지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책,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은 50가지 동물을 선정해 이들이 세계와 얽히며 만들어낸 역사적 순간을 담고 있다.
저자 제이콥 필드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역사학자로, 이 책에서 신화와 종교부터 과학과 의학, 산업 이야기까지 넘나들며 각 동물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최초로 바다에서 육지로 향한 틱타알릭을 시작으로 공룡, 시조새, 핀치 같은 진화론과 자연사에 지대한 영향을 준 동물을 먼저 소개한다. 개와 돼지, 말, 닭처럼 인류의 생활상을 바꾼 가축의 역사 그리고 로마를 구한 거위나 노르망디 전투에서 활약한 전서구 등 전쟁에 얽힌 동물도 등장한다. 고양이, 불곰, 회색늑대, 원숭이, 독수리처럼 세계의 종교나 신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동물이 왜 추앙받았고 어떻게 정치적 힘과 어떻게 결부되었는지도 그려낸다. 벼룩이나 모기, 곰쥐처럼 인간에게 큰 해를 입힌 동물부터 라이카나 돌리처럼 인류의 과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동물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꿀벌과 소, 누에, 비버 등 인류의 산업 전반에 얽힌 동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인류만이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들려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동물에 비하면 인류는 최근에 등장한 동물이기에, 역사에 근본적으로 기여한 생명체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동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살피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된다. 아울러 자칫 무겁고 방대해 보이는 역사 지식에 가볍고 흥미롭게 접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은 독자를 흥미진진한 동물의 세계사로 안내할 것이다.
▼ 동물은 어떻게 처음 육지로 올라왔을까?
동물의 역사에는 인간의 흔적이 결코 닿을 수 없는 생명의 역사가 얽혀있다. 틱타알릭은 어류와 사지동물의 특징을 모두 갖춘 가장 오래된 동물이다. 2.7m가 넘는 몸에는 어류처럼 비늘과 아가미, 지느러미가 있고 지상동물처럼 두꺼운 갈빗대와 허파도 있다. 튼튼한 뼈가 지느러미를 지탱하는데 이것이 다리로 변했을 것으로 본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머리를 좌우로 돌릴 수 있었는데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어류는 없다. 6m가 넘는 덩치의 다른 어류와 먹이를 다투던 바다에서 나와 경쟁이 적고 식량 자원이 풍부한 육지는 틱타알릭에게 그야말로 신세계였을 것이다.
진화를 증명하는 동물이 또 있다. 시조새다. 몸길이 50cm의 시조새는 육식성 공룡의 특징을 지녔지만 새에게서 볼 수 있는 세 개의 발톱과 깃털도 있었다. 이처럼 조상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드러내 진화를 증명하는 화석을 전이화석이라고 부른다.
▼ 거위는 어떻게 로마군을 괴멸 직전에서 구했을까?
기원전 390년경 어느 야심한 시각, 세노세스족은 로마 부대를 섬멸하려 보초병과 보초견의 눈을 피해 카피톨리누스 언덕을 기어올랐다. 그런데 이때, 느닷없이 꽥꽥거리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헤라의 신전에서 신관들이 기르던 거위들이 내는 소리였다. 이 소리에 깨어난 전직 집정관 카피톨리누스는 결국 수비대와 함께 세노세스족을 몰아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거위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면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습성이 있다. 시력과 청력이 매우 발달했고 심지어 자외선도 감지할 수 있어 충분히 보초병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혹한 전쟁 중, 전선은 모두 잘려 외부와 소식을 통 주고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전서구는 유일한 메신저였다. 전서구는 제1차 세계대전에 ‘비둘기 전쟁 자원 봉사단’의 일원으로 인적이 뜸한 지역까지 날아가 군 상층부에 메시지를 전달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유럽 전역으로 날아가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하기 전에 독일군의 배치를 예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날랐다.
▼ 숭배하던 고양이 때문에 이집트가 몰락했다고?
동물은 신화와 종교에도 강력하게 얽혀있다. 이집트는 6,000년도 전에 고양이를 길들였고 3000년 중반부터는 청동 고양이상을 공물로 이용하고 부적으로 지니며 숭배했다.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할 만큼 신심이 깊었다. 이를 안 페르시아 제국은 고양이를 앞세우거나 품에 안고, 방패에는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고는 이집트를 향해 진격했다. 이집트인은 주저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집트는 페르시아 속국이 되었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에 관한 역사적 에피소드도 있다.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연설을 할 때 흰 비둘기 한 마리가 카스트로의 어깨에, 두어 마리가 연설대에 앉았다. 짝을 바꾸지 않는 습성과 기독교에서 파생한 이미지로 평화를 상징했던 비둘기와 카스트로가 어우러진 모습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카스트로의 적들은 비둘기를 훈련했거나 꾀었을 거라며 사기죄로 고소하기도 했지만 이후 카스트로를 향한 대중의 지지는 굳건했다.
▼ 라이카는 왜 편도 우주선을 타고 홀로 지구를 떠났을까?
동물은 과학과 의학의 영역에서도 세계사를 뒤흔들었다.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팬데믹은 과거에도 있었다. 페스트균이 원인인 흑사병이 대표적이다. 1330년대 페스트균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해 실크로드를 따라 중동으로, 무역선을 타고 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펴졌다. 5년간 흑사병으로 7,500만 명이 사망했고 도시 인구의 사망률은 80%가 넘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오염된 공기 때문에 병이 생겨난다고 믿거나 신의 징벌로 이해했다. 그로부터 500년이 더 지나고서야 생물학자 폴-루이 시몽이 벼룩이 페스트균을 전파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우주 시대를 개척한 동물도 있다. 소련은 최초로 우주에 인간을 보내기로 계획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주공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있었고, 동물을 먼저 인공위성에 실어 보내기로 결정했다. 계획의 실행은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10월 혁명 40주기에 맞춰야 했다. 한 달의 시간을 앞둔 상황에서 소련 과학자들은 지구로 귀환하거나 둘 이상의 동물을 수용할 크기의 캡슐을 만들 재간이 없었다. 편도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타기로 결정된 동물은 라이카 한 마리였다. 한 연구자는 임무가 시작되기 전 라이카를 집으로 데려가 자녀들과 어울려 놀게 했다. 1957년 11월 3일, 라이카는 우주로 향했고 궤도에 올라 우주 공간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임무에 임한 지 7시간이 되지 못해, 기체 과열과 공황 상태로 사망하고 만다. 그렇게 동물의 희생에 힘입어 인간은 우주로 향하는 시대를 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제이콥 필드
역사가이자 작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현대사를 공부하고, 뉴캐슬대학교에서 1666년 런던대화재의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연구해 박사 논문을 썼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케임브리지 그룹의 연구원으로 1600~1900년 영국의 직업 구조, 여성의 일과 가사서비스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2년에 뉴질랜드로 건너가 매시대학교와 와이카토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고, 2016년 영국으로 돌아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런던의 경제사를 연구한다. 2019년에는 왕립역사학회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2012년에 끔찍한 역사적 사건을 조명한 첫 대중서 《피로 얼룩진 일들(One Bloody Thing After Another)》를 낸 이후 《숫자로 보는 디데이(D-Day in Numbers)》, 《한눈에 보는 유럽사(The History of Europe in Bite-sized Chunks)》를 출간해 독자의 반향을 일으켰다. 박사 논문을 바탕으로 2018년 《런던, 런던 시민과 1666년 대화재(London, Londoners and the Great Fire of 1666)》을 썼고, 2021년 《세계사에 기억된 50개의 장소》가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되었다. 〈이코노믹 히스토리 리뷰〉, 〈런던 저널〉 등에도 꾸준히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 이한이
출판기획자 및 번역가. 국외의 교양 도서들을 국내에 번역 소개하는 한편,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기획, 집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착각의 쓸모』,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몰입, 생각의 재발견』, 『디지털 시대 위기의 아이들』, 『인생의 태도』, 『부자의 언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살로메』 등이 있고 쓴 책으로는『 문학사를 움직인 100인』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
제1부 최초의 동물
틱타알릭, 바다에서 육지로 향하다
공룡이란 거대한 세계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동물, 상어
공룡이 새로 진화한 흔적, 시조새
진화론과 다윈의 핀치
1.2%의 차이, 고등 유인원
제2부 가축과 전쟁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 개
가축의 왕, 돼지
말, 전쟁의 속도를 올리다
용기 혹은 겁을 상징한 닭
알렉산더 대왕에 맞선 코끼리 부대
고대문자를 새긴 거북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거위 보초병
잉카제국의 수호신, 라마
노르망디의 전서구
오스트레일리아 군대를 이긴 에뮤
제3부 신화와 상징
고양이 숭배가 이집트를 몰락시킨 이유
동물의 탈을 쓴 신, 불곰
게르만 전설부터 칭기즈칸까지, 회색늑대
손오공의 현신, 원숭이
올빼미는 정말 지혜로울까
로마부터 이어진 강대국의 상징, 독수리
훌리징부터 구미호까지, 붉은 여우
콜로세움의 사자
뱀은 왜 의학의 신 지팡이를 휘감고 있을까
카스트로의 비둘기
박쥐가 배신의 상징이 된 이유
아즈텍의 전사, 재규어
제4부 과학과 의학
팬데믹의 주범, 벼룩
거머리 치료법
도도새는 왜 구식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 모기
애완동물 그리고 실험동물, 기니피그
퀴즈를 푸는 말, 한스
마지막 여행 비둘기, 마사
세계의 섬을 초토화한 곰쥐
아시아의 산신, 호랑이
편도 우주선을 타고 날아오른 라이카
제인 구달과 침팬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나사는 왜 큰돌고래 연구를 도왔을까
제노봇과 신약의 원천, 개구리
돌리가 생명복제에 관해 알려준 것들
제5부 무역과 산업
자연의 일꾼, 꿀벌
소의 가치와 그늘
누에, 실크로드를 잇다
사하라 무역의 교통수단, 단봉낙타
한자동맹과 청어
비버와 7년 전쟁
식민지의 슬픈 역사, 아메리카들소
가장 거대한 동물의 위기, 흰긴수염고래
나가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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