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대칭부터 전기와 자기까지,
약한 상호작용부터 끈이론까지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다 보면,
현대 물리학이 보인다!
“신이 왼손잡이라니!”
─볼프강 파울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다 보면, 현대 물리학이 보인다!
✔ 가장 독특하고 발칙한 글을 쓰는 물리학자
✔ 한국고등과학원 박권 교수 강력 추천
✔ 서울대학교 김진의 교수 추천 저자
“자네는 오른쪽을 설명할 수 있나?”
─영화 〈행복한 사전〉
외계인에게 왼손을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인류가 멸망하고, 「허생전」만 남았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지구를 방문한 어떤 지적 생명체들이 「허생전」에 실린 다음 문장을 해독했다고 해보자.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에 숟가락을 쥐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먼저 먹도록 양보케 하여라.” 그들 나름대로 왼쪽과 오른쪽의 개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허생전」에서 어떤 손을 ‘오른손’으로 정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이 생명체들에게는 앞의 문장이 단지 “아이들을 낳거들랑 뾰로롱손에 숟가락을 쥐고” 이상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왼손이나 오른손을 알려주려면, 우리는 「허생전」에 어떤 기록을 덧붙여야 할까?
놀랍게도, 1956년까지만 해도 모든 물리학자가 어떠한 기록으로도 왼손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하려면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해야 하는데,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현대 물리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이 책은 익숙해 보이기만 했던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를 구별하다 보면, 전기와 자기, 자연의 네 가지 기본 힘, 더 나아가 대칭성 깨짐과 차원, 우주의 가장 깊숙한 비밀을 이해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는 왜 이토록 우주와 깊이 얽혀 있을까? 20세기에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깨달은 것처럼, 대칭과 대칭의 깨짐이 자연 법칙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보존 법칙은 자연 법칙의 시간 이동 대칭으로부터 유도되고, 운동량 보존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각각 자연 법칙의 공간 이동 대칭과 회전 대칭으로부터 유도된다.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모든 물리 법칙의 (연속) 대칭은 보존 법칙과 대응한다. 다른 한편으로, 양자역학에서 자발적 대칭성 깨짐은 이미 우주와 질량의 기원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닮았다는 점을 아는 것은 대칭을 이해하는 것이고, 이 둘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아는 것은 대칭의 깨짐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그저 익숙해 보이기만 하는 왼손과 오른손에, 우리 우주의 작동 원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조금, 아주 조금 과장해서, 대칭이 빠진 물리학은 아무것도 아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
“누가 왼손과 오른손의 차이를 모를까 싶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질문의 깊이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우주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된다.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한다는 것은 대칭을 깬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 우주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인 양자역학의 오묘한 성질과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권, 한국고등과학원 교수,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저자
“조금, 아주 조금 과장해서,
대칭이 빠진 물리학은 아무것도 아니다.”
─필립 앤더슨,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우리는 대칭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타지마할의 좌우 대칭, 도자기의 회전 대칭, 화장실 타일의 이동 대칭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물리학자들도 다르지 않아서, 마치 물고기들이 짝짓기 대상으로 대칭적인 몸을 가진 물고기를 선호하는 것처럼, 대칭성을 지닌 물리 법칙을 선호한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더 집요해서, 물리 법칙이 대칭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물리학자들이 이토록 숭배하는 대칭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울 대칭이었다. 말하자면, 물리학자들은 자연이 왼쪽과 오른쪽을 차별하지 않아서, 왼쪽으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오른쪽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아주 굳게 믿었다. 예를 들어, 곧게 뻗지 않고 왼쪽으로 조금 뒤틀려 자란 나무를 사진기로 찍어보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무가 찍힌 사진을 보여주면, 그는 그 사진이 원본인지 좌우를 반전시킨 사진인지 결코 알 수 없다. 자연에는 왼쪽으로 뒤틀린 나무만큼이나 오른쪽으로 뒤틀린 나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1956년에 이르러,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물리학자들이 작은 입자를 관찰하다, 중성미자라는 입자가 오직 왼쪽으로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거울 대칭이 깨진 것이다. 이는 우주가 근본적인 수준에서 비대칭적이고 자연이 왼쪽과 오른쪽을 차별한다는 것을 뜻하기에, 볼프강 파울리가 다음과 같이 경악하도록 만들었다. “신이 왼손잡이라니!”
파울리의 말대로, 자연은 정말로 왼쪽과 오른쪽을 차별하는 왼손잡이일까?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 중 하나이므로, 읽는 이들은 스포일러를 보지 않고 책의 논리 과정을 따라가며 스스로 답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 무엇보다도 이 책의 결론은 (『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에 실린) 가드너의 결론과 다르므로 비판적으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대칭부터 전기와 자기까지,
약한 상호작용부터 끈이론까지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다 보면,
현대 물리학이 보인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목표는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는 것이다. 1964년에, 마틴 가드너는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는 문제에 ‘오즈마 문제’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만들었다. “펄스 신호로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 왼쪽이라는 뜻을 전달하는 방법이 있을까? 이때 신호를 받는 이들이 실험을 통해 알아낼 수 있도록, 어떤 말로든 알려줄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우리와 그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비대칭 물체나 구조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왼쪽을 설명하는 물음이 풀릴 듯 풀리지 않아 “정말 뇌가 근질근질해서 미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파벳 L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오른쪽을 알려주고, 그 반대 방향을 왼쪽이라고 설명하면 풀릴 듯하다.
“안드로메다인: 나는 그 글자를 몰라. 그 L이라는 글자의 모양을 설명해 줘.
지구인: 먼저 선분을 그리고 세로로 세워봐.
안드로메다인: 응. (‘|’을 그리고 세운다.)
지구인: 그다음 이 선분 아래쪽에 짧은 획을 붙이는데, 오른쪽으로 뻗어나가도록 붙이면 돼.
안드로메다인: 잠깐만, 오른쪽? 우리는 오른쪽이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어.”
─본문 36쪽
이 책은 알파벳 L뿐만 아니라 전기의 (+)극과 (-)극, 자석의 N극과 S극 그리고 중력으로도 왼쪽과 오른쪽 또는 위와 아래를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이며, 이 둘을 구별하기 위해 왜 적어도 약한 상호작용이 필요한지를 보인다. 그럼에도 “왼손과 오른손의 관계는 전기와 자기의 관계에 숨어” 있기 때문에,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거울 대칭과 그 밖의 다양한 대칭들, 전하와 자하, 전기와 자기의 오른손 법칙, 마흐의 충격, 전자와 양성자, 스핀, 벡터와 같은 여러 가지 물리적 개념들을 함께 소개하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물리 개념들을 모두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입자물리학과 끈이론을 연구하는 저자의 글답게, 이 책은 1956년의 발견에 멈추지 않고 우주의 심오한 비밀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대칭과 깨진 대칭이 우주 및 질량의 기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하고, 근본적으로 전하가 (+)와 (-) 두 가지가 아닌 한 가지일 수 있는 가능성, 덧차원의 간접적인 증거와 새로운 오즈마 문제, 과거와 미래를 뒤집는 시간 역전 대칭에 대해 “엄청나게 독특하고 믿을 수 없게 발칙한 글”을 통해 이야기한다.
작가 소개
최강신
이론물리학을 전공하고, 끈이론이 이 세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공부하고 본대학교, 교토대학교, 한국고등과학원,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에서 연구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부교수로, 스크랜튼학부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빛보다 느린 세상』과 『우연에 가려진 세상』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 과학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게 해준다
하나. 약속
1. 왼손과 오른손을 다르다
2. 왼손과 오른손은 닮았다
3. 모르면서도 약속할 수 있다
4. 왼손과 오른손 관계를 가진 다른 것들
5. 아레시보 메시지
6. 오즈마 문제
둘. 대칭
7. 아름다움
8. 대칭
9. 왼쪽과 오른쪽의 관계, 홀짝성
10. 대칭의 힘
11. 깨진 대칭
셋. 위, 아래
12. 물체는 아래로 떨어지므로
13. 거꾸로 매달려 사는 사람들
14. 달도 땅에 떨어진다, 중력
15. 위와 아래
16. 생물의 모양
17. 거꾸로 뒤집힌 세상
넷. 양과 음
18. 일상에서 느끼는 자연의 기본 힘
19. 전기의 발견
20. 전하, 전기를 짊어지다
21. 전류, 전기의 흐름
22. 전가의 흐름과 전류
23. 자석의 두 극
24. 힘과 마당
25. 한 극만 있는 자석도 있을까
다섯. 전기와 자기의 통합
26. 외르스테드의 발견
27. 마흐의 충격
28. 오른손 법칙
29. 전자기 대칭성과 힘의 통합
30. 전기로 움직이는 도구들
31. 전기와 자기의 대칭
32. 전기를 흐르게 하는 도구들
33. 자연에 공짜는 없다
34. 맥스웰과 빛
여섯. 다른 힘
35. 원자, 작은 자석
36. 약한 상호작용
37. 거울과 홀짝성
38. 홀짝성 위반
39. 오른손을 정의하는 방법, 오즈마 문제의 답
40. 중성미자
일곱. 자세한 이야기
41. 각운동량, 나선성
42. 못생긴 세상과 힉스 입자
43. 전하는 몇 종류인가
44. 반입자
45. 거울, 더 높은 차원
46. 시간 흐름
참고 문헌
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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