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0은 당연하지 않다.
0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철학, 종교, 수학, 물리학의 트러블 메이커이자 해결사 0을 파헤치다
“이 보잘것없는 숫자는 왜 우리에게 두려움과 경외를 불러일으키는가?”
지금껏 의심하지도, 알아채지도 못했던 제로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제로(0)는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0이 없는 숫자 체계는 상상하기 어렵고 0의 존재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생활 구석구석에서 0은 다른 숫자와는 다르게 묘한 이질감을 드러낸다. 일단 키보드나 전화기의 숫자판을 보자. 맨 앞에 있는 숫자는 무엇인가? 0이 아닌 1이다. 크기대로 배열한다면(수직선에서처럼) 당연히 0이 첫 번째 자리에 와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왜일까?
나이에서도 이런 어색함이 느껴진다. 아이가 태어나서 열두 달이 지나면 한 살이 된다. 그렇다면 아직 이 시점에 이르지 못한 아이는 0살이라고 해야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0살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은 없다. 아이가 이제 6주가 되었다거나 아홉 달이 되었다고 말하며 사람들은 0살이라는 표현을 애써 피한다.
한 세기의 시작은 언제일까? 0년은 없으므로 서기 100년의 나이는 99살이다. 100번째 생일은 101년 1월 1일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우리는 새천년의 시작이라며 요란스러운 기념일을 챙긴 바 있다. 사실 새천년은 2001년 1월 1일에 시작되는데 말이다.
이러한 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0이 본디 있었던 숫자가 아니라 아주 긴 시간이 지난 후 나중에야 발명된 숫자이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0이 필요하지 않았다. 0마리의 가축을 기록하거나 0명의 자녀를 셀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나타낼 숫자는 당연히 필요치 않았다. 0은 불필요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출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BC 300년 무렵 바빌로니아에서 자리 기호로서의 0이 발명되었다. 하지만 이때도 숫자를 구분하는 용도의 자리 기호였을 뿐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값을 갖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바빌로니아 기수법에서 0은 혼자 쓰일 수 없었고, 외톨이 0은 언제나 말썽을 피웠다.
보통의 수는 어떤 수에 그 자신을 더하면 다른 수가 된다. 1 더하기 1은 2이고, 2 더하기 2는 4이다. 그런데 0은? 아무리 더해봤자 0이다. 이처럼 0은 ‘어떤 수에 그 자신을 충분히 여러 번 더하면 다른 어떤 수보다 커진다’는 아르키메데스의 공리에 어긋난다. 또한 이 실체 없는 숫자에는 곱셈과 나눗셈 같은 수학의 가장 단순한 계산을 무너뜨릴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0을 곱하면 모든 수가 0으로 되돌아가 수직선이 붕괴하고, 0으로 나누면 논리학과 수학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이처럼 0은 인류가 사용해온 숫자 가운데 가장 기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수였다. 수는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데, 0은 없는 것을 나타내는 숫자이다. 고대 그리스와 중세 유럽에서는 무(無)를 공포스럽게 생각했고 이단과 동일시했다. 유럽에서 수 세기 동안 0을 거부한 이유다. 0과 1은 아주 작은 차이지만, 없음과 있음의 엄청난 차이이고, 무에서 유의 창조이다. 0은 이처럼 인간이 고안해낸 것 중 가장 풍성하고도 위험한 개념이다. 피타고라스, 뉴턴, 페르마,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그리고 오늘날의 천체물리학자에 이르기까지 전설적인 천재들도 모두 0 앞에서 고심했다. 이 사소한 숫자에 철학, 종교, 수학, 물리학의 근간을 뒤흔들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의 찰스 세이프가 쓴 《위험하고 매혹적인 제로 이야기는》 인류사의 각 분야를 넘나들며 0의 출현에서부터 억압, 성장 등을 일대기 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책을 읽고 나면 분명 0이 다시 보일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찰스 세이프 (Charles Seife)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뉴욕대학교 언론학 교수.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수학 학위를 취득했으며 예일대학교에서 확률이론과 인공지능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이언스」 「뉴 사이언티스트」 「이코노미스트」 「와이어드」 등의 유명 매체에 글을 썼다.
『위험하고 매혹적인 제로 이야기』는 「뉴욕타임스」에서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펜/마르타 알브랜드 상(PEN/Martha Albrand Award)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만물해독』 『알파와 오메가: 우주의 시작과 끝을 찾아서(Alph and Omega)』 등이 있다.
옮긴이 : 김동균
미국 대형 회계법인과 다국적 기업의 M&A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귀국, LG전자 전략기획실에서 일했으며 이후 넥슨 모바일과 게임하이의 해외사업을 책임지다가 독립하여 게임 개발사를 경영했다. 20여 년간 실무에서 경험한 재무, 금융, 세무, 마케팅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의 스마트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재테크 스타트』를 썼으며, 옮긴 책으로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이 있다
감수 김주민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퍼듀대학교 토목공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과 LG화학 중앙연구원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개발, 강판콘크리트벽체(Steel-Plate Composite (SC) Walls) 설계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과학서 번역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목 차
Chapter 0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비할 데 없이 막강한 숫자
Chapter 1 아무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뒤흔들다 {0의 기원}
0 없는 삶
0의 탄생
무의 가공할 속성
Chapter 2 무는 무에서 나왔다 {0을 거부한 서양}
그리스 수철학의 기원
무한, 진공 그리고 서양
숨은 날짜
0번째 수
무의 크레바스
Chapter 3 험난한 여정 끝에 거둔 승리 {동양으로 간 제로}
0의 환생
아라비아숫자
나는 나 자신이다: 무
제로의 승리
Chapter 4 무한, 무, 진공 그리고 신의 존재 {제로의 신학}
금이 간 호두 껍데기
제로와 무
신성한 도박
Chapter 5 무한개의 0과 신앙심 없는 수학자들 {0과 과학혁명}
무한개의 0
0과 신비로운 미적분
신비주의의 끝
Chapter 6 무한대의 쌍둥이 {0의 무한한 속성}
허수
점과 대점
무한의 0
Chapter 7 절대적인 숫자 0 {0의 물리학}
열역학의 0: 절대영도
양자론의 0: 무한 에너지
상대성이론의 0: 블랙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Chapter 8 빅뱅의 0시와 블랙홀의 그라운드 제로 {시공간의 기원}
0의 추방: 끈이론
0번째 시간: 빅뱅
Chapter ∞ 제로의 최종 승리 {시간의 끝}
무한대와 그 너머로
부록 A
부록 B
부록 C
부록 D
부록 E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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