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당신은 착한 아이가 아니다,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고 권력을 고발하라!
금기와 직면해 본 사람만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
처음 ‘악명 높은’ 영화들을 보고 잠시 우물쭈물하던 사람들이, 두 선생의 ‘도발적인’ 강연을 듣고 나자 하나둘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럼없이 쏟아 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금기가 둘러친 벽과 마주한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과 이 사회를 전혀 새로운 관점에 보게 된다. 「감각의 제국」을 보며 적나라한 성애 묘사에 헉 하고 놀라던 사람들이 어느새 자기 욕망을 되돌아봤고, 「시계태엽 오렌지」를 보고 난 뒤엔 국가 권력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악인의 모습을 지켜보며 정의와 폭력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또 「살로, 소돔의 120일」을 가득 채운 기괴한 성행위와 고문 장면을 보고 나서는 파시즘에 대한 분노를, 「비리디아나」가 끝난 뒤에는 종교적 구원이 지닌 한계와 허망함을 줄줄이 토로했다. 저마다 ‘나만 이상한 거면 어쩌지? 입을 다물자, 모른 척하자, 이제껏 배워 온 대로 침묵하자!’라고 생각하며 잠자코 있던 사람들이, 부조리한 현실과 자기 내면이 뿌리내린 허위적인 금기를 낱낱이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도전 혹은 도발을 통해 우리는 금기를, 기성세대의 꼰대 짓을, 국가 권력의 폭압과 수수방관을 넘어설 수 있다. 결국 ‘진짜 성숙’은 그동안 우리를 길들여 온 권력자의 가르침과 금지를 뿌리침으로써, 즉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나쁜 사람’이 됨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메르스를 뚫고 심야(새벽 4시까지!)에 열린 「30금 시네마」, 그리고 그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30금 쌍담』의 최종 목표다. 우리는 누구나 만 20세가 되면 성인된다고 여긴다. 또 30세 즈음이면 사회의 기둥으로서 주체적 시민되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단지 나이를 먹었다고, 출세했다고 해서 ‘성숙’한 건 아니다.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 즉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미래로 이끌 명랑한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민얼굴을 똑똑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늦었더라도(30대 이상이라도 상관없다.), 다소 이르더라도(20대면 뭐 어떤가?) 『30금 쌍담』이 들려주는 어려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 교양’에 귀를 기울여 보자.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30금 쌍담』을 통해 착한 사람을 나쁘게 만들고 싶었다. 타인들이 나쁘다고 했을 때에만, 우리의 행동은 타자의 이익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행동이 된다. 그래야 우리는 타인의 평가가 아닌 진정한 자기 평가에 따라 행동하게 될 테다. 자신의 삶에 진짜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혹은 자신에게 유쾌한지 불쾌한 일인지를 알려면, 우리는 어떤 규칙이나 금기에 연연하지 말고 직접 도전하고 행동해야만 한다.―강신주
『30금 쌍담』을 뜨겁게 달군 질문들
계속 섹스를 해도 허무감을 느낀다면 그 관계를 정리해야 할까요? 사랑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여러 관계에서 끊임없이 허무감을 느낀다면 그런 관계들을 그만두는 게 옳을까요?
‘예전 같지 않다, 별로다.’ 하는 느낌인 거죠? 뭔 관계를 정리해요, 관계가 이미 끝난 건데요. (……) 종종 관계가 끝났음에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우리는 추억에 젖듯 섹스를 하게 돼요. 그러니까 다른 관계는 전부 무너져 버리고, 오직 섹스만 남은 셈입니다. 따라서 허무할 수밖에 없어요. 이제 이야기를 주고받는 관계, 함께 여행을 다니는 관계,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관계…… 이런 모든 것들이 붕괴됐으니까요. 섹스를 마치고 나서도 함께하고 싶은 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니, 관계 후에 허무만 남는 겁니다. 그러니 또, 자꾸 섹스를 시도하게 될 테죠. 그래도 허무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먼저 얘기하세요, ‘헤어지자.’라고요. 지지부진하고 괴로우면, 서로를 갉아먹을 뿐이에요. 지금까지의 좋은 추억도 저주하게 될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선의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진짜 그런 게 존재하기는 하나요? 악과 또 다른 악이 있을 뿐이죠. 이것은 곧 선과 악, 모두 다 없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과연 선과 악은 무엇일까요?
선은 영원한 선이고 악은 영원한 악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런데 니체는 『선악의 저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에게 선(good)과 악(evil)은 없다. 단지 좋은 것(good)과 나쁜 것(bad)만 있다.”라고요. 나한테 어떤지가 중요해요. 독을 써서 죽는 사람이 있고 치료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원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한다면 선생님, 아버지, 체제, 사회가 주장하는 선악일 뿐이죠. 따라서 우리에겐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을 따름입니다. 이걸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뭐가 맞는지 물어보죠. 그러다가는 평생 남의 명령만 받다가 죽는 거예요.
가난한 상황 탓에 삶이 점점 더 불리해지는 듯합니다. 애초에 돈이 많았다면 편법 따윈 생각하지도 않았을 텐데, 저처럼 없는 사람에게까지 벌금을 먹이다니! 변호사를 구해 억울함을 풀 수도 없고, 막막한 형편입니다. 돈이 없을수록 돈을 더 많이 써야 하는 이런 사회! 정말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게 있죠? 이 절차들이 우리를 죽여요. 가령 우리가 시위를 한다고 해 봐요. 헌법에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으니, 당당하게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도로 교통법’을 더 우선시하죠. 헉, 이게 뭐야? 그래서 불만을 제기했더니, 옳다구나 하면서 소송을 걸어 보래요. 지금 시위하기도 바쁜데, 대법원까지 가야겠어요? 절차를 복잡 미묘하게 만드는 게, 바로 부르주아 사회의 특징이에요.
소송이 발생하면 대기업이나 자본가들은 당장 변호사를 사죠. 하지만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변호사를 만날 수조차 없어요. 그러니 소송 과정에서 우리는, 약자들은 진이 빠질 수밖에요. 대기업은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기고 다른 일을 하는데, 우리는 생업을 제쳐 두고 재판에 몰입해야 해요. 설령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우리는 망한 거죠. 그중 제일 치사한 게 파업했다고 업무 방해죄로 고소하는 놈들이죠. 정말 법대로 끝까지 가면 결국 노동자가 이길 테지만, 법정에서 소송을 이어 가는 수년 동안 그 사람은 뭘 먹고살겠어요? 어느 광고 문구처럼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하는 거죠. 만약 그때 질문자가 민병대한테 반항했다면, 그들은 분명 이랬을 거예요. ‘나한테 돈을 내는 게 좋을 걸요? 내 뒤엔 더 센 놈들이 있어요.’
저는 제법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기독교의 핵심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랑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죠. 서로 알게 모르게 대가를 요구하니까요. 앞서 말씀해 주셨지만,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인간적 불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순수하고 절대적인 신성을 모독해야, 복잡하고 상대적인 우리의 인간성이 회복되지요. 사실 순수한 절대성이 있다고 믿는 건 이상주의적 태도입니다. (……) 그런 이상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나면, 내 곁에 있는 사소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돼요. 더 큰 그림, 내가 만들어 낸 거대한 틀만 꿈꾸다 보면 오히려 그게 자신을 옥죄고 힘들게 하죠. 대기만성이라며 큰 그릇을 내다보지 마시고, 작은 간장 종지를 꿈꾸세요. 간장 두 종지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어요. 종지에도 은근히 많은 걸 담을 수 있으니까요. 커다란 대야를 놓고 여기에 뭘 넣을지 고민하면 힘들어져요. 참기름을 넣자니 돈이 아깝고요. 차라리 그릇을 줄이는 게 좋은 방법이죠.
(……) 나만을 위한 순수, 그것이 바로 종교의 감각이에요. 순수가 정당할 때는 나 자신을 위할 때가 아니라 상대방을 아낄 때죠. 본래 청소는 더러워지라고 하는 거예요. 립스틱을 바르고 애인을 만났는데 뽀뽀도 못 하게 하면 대략 난감하죠. 키스하다가 입술에 립스틱이 번지려고 만나는 건데요. 또 아이가 새로운 마음으로 집 안을 어지럽히길 바라며 청소를 하는 부모가 돼야 해요. 아이한테 집에 오자마자 ‘발 씻어! 손 씻어!’ 하면 그 애가 집에 오고 싶겠어요? 괴로울 뿐이죠. 타인을 위한 순수가, 결국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엔 분명 순수의 요소가 들어가지만, 사랑 자체가 순수인 건 아닌 셈이지요.
강신주와 이상용이 적극 권장하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
『30금 쌍담』을 읽고 바로 도전해 봐야 할 버킷 리스트
* 내 감정, 내 인생은 나의 것, 숙제 검사받지 마라!
* 과연 사랑일까, 욕정일까? 마음에 들면 일단 자고 보자!
* 나약한 존재일수록 타인을 짓밟는다, 압도적으로 강해져라!
* 서열 정리에 목맬수록 꼰대다, 형님이라 부르지 마라!
* 용서는 강자만이 할 수 있다, 약자일수록 복수를 생활화하라!
* 나답게 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수치심을 넘어서라!
* 삶을 먼저 배려하는 믿음, 집과 절을 구별하라!
* 관용 없는 신앙은 지옥이다, 격하게 여행을 떠나라!
▣ 작가 소개
저 : 강신주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그는 강단에서 벗어나 대중 강연과 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문학자가 되었다. 새로운 철학적 소통과 사유로 모든 사람이 철학자인 세상을 꿈꾼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상상마당 등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출판기획사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강단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들과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소통과 사유를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한다. 우리 삶의 핵심적인 사건과 철학적 주제를 연결시켜 포괄적으로 풀어간 『철학, 삶을 만나다』, 장자의 철학을 ‘소통’과 ‘연대’의 사유로 새롭게 해석한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원치 않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자본주의 비판을 시도한 『상처받지 않을 권리』,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을 담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기존의 연대기적 서술을 지양하고 56개의 주제에 대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철학자들을 대비시킨 철학사 『철학 VS 철학』 등을 펴냈다. 동양철학 전공자이면서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능한 그는 쉽게 읽히는 철학을 지향하고, 철학과 문학을 동시에 이야기하며 이성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철학자이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입니다. 그렇습니다. 인문정신을 회복하는 순간, 우리는 정치가나 자본가, 혹은 멘토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문정신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우리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스스로 주인으로 사유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은 용기가 있는가? 당신은 주인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힘이 있는가?”
저 : 이상용
영화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현재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필름2.0》을 비롯해 각종 매체에서 활발히 영화 비평을 쓰고 있다. 《씨네21》 2회 ‘신인평론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다양한 방면에서 비평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 『안나 카리나』 등이 있으며, 《중앙SUNDAY》에서 「작가의 탄생」을 연재하고 있다. 영화를 문학과 인문학의 틀을 통해 들여다보는 글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번 『씨네샹떼』는 저자가 영화평론가로서 쌓아 온 경력을 결산하며 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전부 훑어 보여 준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책이다.
▣ 주요 목차
INTRO 영화는 재발명되어야 한다
TRACK 1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섹스
「감각의 제국」, 오시마 나기사
TRACK 2 비정상적 영혼의 정상화를 위한 폭력
「시계태엽 오렌지」, 스탠리 큐브릭
TRACK 3 배신하지 않는 동물의 왕국을 꿈꾸는 정치
「살로, 소돔의 120일」,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TRACK 4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길 바라는 종교
「비리디아나」, 루이스 부뉴엘
OUTRO 시험해 보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당신은 착한 아이가 아니다,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고 권력을 고발하라!
금기와 직면해 본 사람만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
처음 ‘악명 높은’ 영화들을 보고 잠시 우물쭈물하던 사람들이, 두 선생의 ‘도발적인’ 강연을 듣고 나자 하나둘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럼없이 쏟아 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금기가 둘러친 벽과 마주한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과 이 사회를 전혀 새로운 관점에 보게 된다. 「감각의 제국」을 보며 적나라한 성애 묘사에 헉 하고 놀라던 사람들이 어느새 자기 욕망을 되돌아봤고, 「시계태엽 오렌지」를 보고 난 뒤엔 국가 권력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악인의 모습을 지켜보며 정의와 폭력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또 「살로, 소돔의 120일」을 가득 채운 기괴한 성행위와 고문 장면을 보고 나서는 파시즘에 대한 분노를, 「비리디아나」가 끝난 뒤에는 종교적 구원이 지닌 한계와 허망함을 줄줄이 토로했다. 저마다 ‘나만 이상한 거면 어쩌지? 입을 다물자, 모른 척하자, 이제껏 배워 온 대로 침묵하자!’라고 생각하며 잠자코 있던 사람들이, 부조리한 현실과 자기 내면이 뿌리내린 허위적인 금기를 낱낱이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도전 혹은 도발을 통해 우리는 금기를, 기성세대의 꼰대 짓을, 국가 권력의 폭압과 수수방관을 넘어설 수 있다. 결국 ‘진짜 성숙’은 그동안 우리를 길들여 온 권력자의 가르침과 금지를 뿌리침으로써, 즉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나쁜 사람’이 됨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메르스를 뚫고 심야(새벽 4시까지!)에 열린 「30금 시네마」, 그리고 그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30금 쌍담』의 최종 목표다. 우리는 누구나 만 20세가 되면 성인된다고 여긴다. 또 30세 즈음이면 사회의 기둥으로서 주체적 시민되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단지 나이를 먹었다고, 출세했다고 해서 ‘성숙’한 건 아니다.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 즉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미래로 이끌 명랑한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민얼굴을 똑똑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늦었더라도(30대 이상이라도 상관없다.), 다소 이르더라도(20대면 뭐 어떤가?) 『30금 쌍담』이 들려주는 어려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 교양’에 귀를 기울여 보자. 나를 위해, 너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30금 쌍담』을 통해 착한 사람을 나쁘게 만들고 싶었다. 타인들이 나쁘다고 했을 때에만, 우리의 행동은 타자의 이익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행동이 된다. 그래야 우리는 타인의 평가가 아닌 진정한 자기 평가에 따라 행동하게 될 테다. 자신의 삶에 진짜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혹은 자신에게 유쾌한지 불쾌한 일인지를 알려면, 우리는 어떤 규칙이나 금기에 연연하지 말고 직접 도전하고 행동해야만 한다.―강신주
『30금 쌍담』을 뜨겁게 달군 질문들
계속 섹스를 해도 허무감을 느낀다면 그 관계를 정리해야 할까요? 사랑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여러 관계에서 끊임없이 허무감을 느낀다면 그런 관계들을 그만두는 게 옳을까요?
‘예전 같지 않다, 별로다.’ 하는 느낌인 거죠? 뭔 관계를 정리해요, 관계가 이미 끝난 건데요. (……) 종종 관계가 끝났음에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우리는 추억에 젖듯 섹스를 하게 돼요. 그러니까 다른 관계는 전부 무너져 버리고, 오직 섹스만 남은 셈입니다. 따라서 허무할 수밖에 없어요. 이제 이야기를 주고받는 관계, 함께 여행을 다니는 관계,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관계…… 이런 모든 것들이 붕괴됐으니까요. 섹스를 마치고 나서도 함께하고 싶은 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니, 관계 후에 허무만 남는 겁니다. 그러니 또, 자꾸 섹스를 시도하게 될 테죠. 그래도 허무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먼저 얘기하세요, ‘헤어지자.’라고요. 지지부진하고 괴로우면, 서로를 갉아먹을 뿐이에요. 지금까지의 좋은 추억도 저주하게 될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선의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진짜 그런 게 존재하기는 하나요? 악과 또 다른 악이 있을 뿐이죠. 이것은 곧 선과 악, 모두 다 없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과연 선과 악은 무엇일까요?
선은 영원한 선이고 악은 영원한 악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런데 니체는 『선악의 저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에게 선(good)과 악(evil)은 없다. 단지 좋은 것(good)과 나쁜 것(bad)만 있다.”라고요. 나한테 어떤지가 중요해요. 독을 써서 죽는 사람이 있고 치료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원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한다면 선생님, 아버지, 체제, 사회가 주장하는 선악일 뿐이죠. 따라서 우리에겐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을 따름입니다. 이걸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뭐가 맞는지 물어보죠. 그러다가는 평생 남의 명령만 받다가 죽는 거예요.
가난한 상황 탓에 삶이 점점 더 불리해지는 듯합니다. 애초에 돈이 많았다면 편법 따윈 생각하지도 않았을 텐데, 저처럼 없는 사람에게까지 벌금을 먹이다니! 변호사를 구해 억울함을 풀 수도 없고, 막막한 형편입니다. 돈이 없을수록 돈을 더 많이 써야 하는 이런 사회! 정말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게 있죠? 이 절차들이 우리를 죽여요. 가령 우리가 시위를 한다고 해 봐요. 헌법에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으니, 당당하게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도로 교통법’을 더 우선시하죠. 헉, 이게 뭐야? 그래서 불만을 제기했더니, 옳다구나 하면서 소송을 걸어 보래요. 지금 시위하기도 바쁜데, 대법원까지 가야겠어요? 절차를 복잡 미묘하게 만드는 게, 바로 부르주아 사회의 특징이에요.
소송이 발생하면 대기업이나 자본가들은 당장 변호사를 사죠. 하지만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변호사를 만날 수조차 없어요. 그러니 소송 과정에서 우리는, 약자들은 진이 빠질 수밖에요. 대기업은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기고 다른 일을 하는데, 우리는 생업을 제쳐 두고 재판에 몰입해야 해요. 설령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우리는 망한 거죠. 그중 제일 치사한 게 파업했다고 업무 방해죄로 고소하는 놈들이죠. 정말 법대로 끝까지 가면 결국 노동자가 이길 테지만, 법정에서 소송을 이어 가는 수년 동안 그 사람은 뭘 먹고살겠어요? 어느 광고 문구처럼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하는 거죠. 만약 그때 질문자가 민병대한테 반항했다면, 그들은 분명 이랬을 거예요. ‘나한테 돈을 내는 게 좋을 걸요? 내 뒤엔 더 센 놈들이 있어요.’
저는 제법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기독교의 핵심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랑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죠. 서로 알게 모르게 대가를 요구하니까요. 앞서 말씀해 주셨지만,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인간적 불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순수하고 절대적인 신성을 모독해야, 복잡하고 상대적인 우리의 인간성이 회복되지요. 사실 순수한 절대성이 있다고 믿는 건 이상주의적 태도입니다. (……) 그런 이상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나면, 내 곁에 있는 사소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돼요. 더 큰 그림, 내가 만들어 낸 거대한 틀만 꿈꾸다 보면 오히려 그게 자신을 옥죄고 힘들게 하죠. 대기만성이라며 큰 그릇을 내다보지 마시고, 작은 간장 종지를 꿈꾸세요. 간장 두 종지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어요. 종지에도 은근히 많은 걸 담을 수 있으니까요. 커다란 대야를 놓고 여기에 뭘 넣을지 고민하면 힘들어져요. 참기름을 넣자니 돈이 아깝고요. 차라리 그릇을 줄이는 게 좋은 방법이죠.
(……) 나만을 위한 순수, 그것이 바로 종교의 감각이에요. 순수가 정당할 때는 나 자신을 위할 때가 아니라 상대방을 아낄 때죠. 본래 청소는 더러워지라고 하는 거예요. 립스틱을 바르고 애인을 만났는데 뽀뽀도 못 하게 하면 대략 난감하죠. 키스하다가 입술에 립스틱이 번지려고 만나는 건데요. 또 아이가 새로운 마음으로 집 안을 어지럽히길 바라며 청소를 하는 부모가 돼야 해요. 아이한테 집에 오자마자 ‘발 씻어! 손 씻어!’ 하면 그 애가 집에 오고 싶겠어요? 괴로울 뿐이죠. 타인을 위한 순수가, 결국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엔 분명 순수의 요소가 들어가지만, 사랑 자체가 순수인 건 아닌 셈이지요.
강신주와 이상용이 적극 권장하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
『30금 쌍담』을 읽고 바로 도전해 봐야 할 버킷 리스트
* 내 감정, 내 인생은 나의 것, 숙제 검사받지 마라!
* 과연 사랑일까, 욕정일까? 마음에 들면 일단 자고 보자!
* 나약한 존재일수록 타인을 짓밟는다, 압도적으로 강해져라!
* 서열 정리에 목맬수록 꼰대다, 형님이라 부르지 마라!
* 용서는 강자만이 할 수 있다, 약자일수록 복수를 생활화하라!
* 나답게 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수치심을 넘어서라!
* 삶을 먼저 배려하는 믿음, 집과 절을 구별하라!
* 관용 없는 신앙은 지옥이다, 격하게 여행을 떠나라!
▣ 작가 소개
저 : 강신주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그는 강단에서 벗어나 대중 강연과 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문학자가 되었다. 새로운 철학적 소통과 사유로 모든 사람이 철학자인 세상을 꿈꾼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상상마당 등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출판기획사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강단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들과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소통과 사유를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한다. 우리 삶의 핵심적인 사건과 철학적 주제를 연결시켜 포괄적으로 풀어간 『철학, 삶을 만나다』, 장자의 철학을 ‘소통’과 ‘연대’의 사유로 새롭게 해석한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원치 않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자본주의 비판을 시도한 『상처받지 않을 권리』,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을 담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기존의 연대기적 서술을 지양하고 56개의 주제에 대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철학자들을 대비시킨 철학사 『철학 VS 철학』 등을 펴냈다. 동양철학 전공자이면서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능한 그는 쉽게 읽히는 철학을 지향하고, 철학과 문학을 동시에 이야기하며 이성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철학자이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입니다. 그렇습니다. 인문정신을 회복하는 순간, 우리는 정치가나 자본가, 혹은 멘토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문정신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우리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스스로 주인으로 사유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은 용기가 있는가? 당신은 주인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힘이 있는가?”
저 : 이상용
영화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현재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필름2.0》을 비롯해 각종 매체에서 활발히 영화 비평을 쓰고 있다. 《씨네21》 2회 ‘신인평론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다양한 방면에서 비평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 『안나 카리나』 등이 있으며, 《중앙SUNDAY》에서 「작가의 탄생」을 연재하고 있다. 영화를 문학과 인문학의 틀을 통해 들여다보는 글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번 『씨네샹떼』는 저자가 영화평론가로서 쌓아 온 경력을 결산하며 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전부 훑어 보여 준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책이다.
▣ 주요 목차
INTRO 영화는 재발명되어야 한다
TRACK 1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섹스
「감각의 제국」, 오시마 나기사
TRACK 2 비정상적 영혼의 정상화를 위한 폭력
「시계태엽 오렌지」, 스탠리 큐브릭
TRACK 3 배신하지 않는 동물의 왕국을 꿈꾸는 정치
「살로, 소돔의 120일」,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TRACK 4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길 바라는 종교
「비리디아나」, 루이스 부뉴엘
OUTRO 시험해 보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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