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 책은 정치ㆍ문화ㆍ경제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극심한 한국을 위한 하나의 사유실험이자 제안서이다. 실험적이고 과감한 제안을 하는 책에 걸맞게 저자는 융합적이고 첨단적인 21세기 문화론을 개진하고 있다.” ―천정환,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오늘날 한국사회는 정치ㆍ경제ㆍ문화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존재와 인식의 ‘중립 지대’는 점점 매몰되고 있는 중이다. 균형감 있는 사회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곳을 그냥 공백으로 내버려둘 것인가?
삶의 실재를 문화(문학)연구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로 삼는다는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마니아마추어’라는 새로운 존재자를 호출해낸다. ‘마니아’와 ‘아마추어’의 합성으로 탄생하는 이들은 파고들 고유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관계나 위계 따위에 매몰되지 않는 자유인들이다. 또한 침묵하는 다수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적 중간자로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삶의 자세와 지향을 가지고, 그저 떠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실천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정보화 사회의 허명 속에서 허다한 대중들이 그저 재잘대고(twittering) 추종하면서(following) 저도 모르게 불필요한 사회구조적 대립에 휩쓸려버리곤 하지만, 마니아마추어는 그 대열에서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빈약해진 중립 지대를 끊임없이 메꿔간다. 우리사회에 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실천 공간의 복원을 구상하며, 필자는 있는 인간보다는 ‘있어야 할’ 인간으로서 새로운 대중적 이상향을 모색해내고 있다.
21세기 한국, 지식정보화 사회의 실상
―불통, 대립의 구조들 그리고 강경론
광역화된 미디어?테크놀로지 인프라와 세밀해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만 고려한다면, 정보와 지식이 곳곳에서 넘쳐나는 21세기 한국의 문화적 환경은 대단히 이상적이다. 이른바 퇴영적 경쟁이나 대립이 최소화될 수 있는 요건이 구비된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요컨대 소통의 환경은 나아졌지만 소통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
물론 풍부해진 정보와 지식을 묵묵히 섭렵하면서 독자적으로 자기계발과 상호 소통을 지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취에는 별 관심 없이 표층의 불투명한 정보들만 소량으로 인지하고 소비하면서 재잘대거나(twittering) 여과 없이 말 그대로 따르기(following)만 하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필자는 이 소란과 따름의 ‘질주들’로 구조화된 군집을 도리어 소통이 부재한 텅 빈 세계에 비유한다. 그리고 지금의 양태대로라면, 이와 같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그 모순과 역설은 사회의 대립 구조들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필자는 책의 중반을 할애해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갈등의 양상들을 문화 차원에서 다섯 가지 대립 항들―‘전문|비전문’, ‘고급|대중’, ‘중심|주변’, ‘순수|잡종’, ‘정통|사이비’―로 유형화한 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분석하고 점검하며, 비판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는 독특한 문화론을 전개해나간다.
먼저 분야 장벽 쌓기―패거리주의―에 빠진 의사ㆍ변호사 그리고 이와 반대로 그들의 전문성을 압도해버린 사무장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고(‘전문|비전문’), 이어 대중을 지향해가는 고급문화의 적극적인 제스처들을 소개하며(‘고급|대중’), 2002년 대선을 예로 들어 중심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더욱 막강해지고 있는 (개인)미디어의 위력을 흥미롭게 분석해놓았다(‘중심|주변’). 또한 연예인과 국회의원의 사례를 들어 공인의 윤리 문제를 참과 거짓에 대한 구별 노력으로 환치시켜보기도 하고(‘순수|잡종’), 현재 이 땅에서 극단적인 사회문제로 노골화돼버린 왕따 문제, 색깔론 논쟁, 종교근본주의 등의 사례를 들며 그 편협과 배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정통|사이비’).
그러나 기존의 견고한 체계가 섞이고 와해되는 상황에서 앞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할 때, 고개를 쳐드는 것이 근본주의적인 강경론이다. 합리적인 생각들이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을 틈타 강경론은 점차 세를 불리고 사회문화적 담론의 지도적인 위치를 점해 나간다. 현재 한국사회의 문화적 대립 양상들이 극단적으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이 근본주의적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필자의 내놓은 대안은 무엇일까?
“이 책은 불온한 시대유감 한 소절을 덧붙이려 쓰인 것이 아니다. 존재와 인식의 ‘중립 지대’가 사라져버린 한국사회를 위해 다급한 목청으로 호출되고 있는 새로운 대중들을 위한 선언서다.”
있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있어야 할 인간’
―마니아마추어의 시대가 온다
필자는 무엇보다 대중 각자가 잘못된 대립 구조를 무화시키는 주도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대단한 능력이나 이론으로 무장해야 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지식정보화 사회의 지성인으로 변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컴퓨팅 시스템 상의 표층에서 재잘대거나 추종의 질주만 거듭할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정보ㆍ지식의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해보고, 대립의 이쪽저쪽도 다니면서 보고 때로는 탐구해보기도 하면서 21세기 식 주체가 되어 문화의 중립 지대를 구축해보자는 것이다. 바로 ‘마니아마추어’로의 변신이다.
마니아마추어는 지식정보화 사회, 그 인공의 쓰레기 피라미드(무한하지만 그 질적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지식정보들이 넘쳐나는 공간을 필자는 난지도에 비유한다)에서 탄생한다. 그대로였다면 쓰레기더미에 불과했고, 더 심각한 환경적ㆍ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될 때는 콘크리트에 덮여서 영원히 봉쇄되고 말았을 그 버려진 땅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자연과 인간이 재탄생했던 방법과 꼭 마찬가지로(난지도는 이제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마니아마추어는 무한정한 정보ㆍ지식의 피라미드를 ‘제대로’ 이용함으로써 이전의 생태계와는 다른 차원의 생명력이 발휘되는 곳을 건설해나간다.
또한 이들은 그저 떠들어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실천가다. 자기 관심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떠들어댈 일이 별로 없을뿐더러, 떠드는 한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한다. 따라서 한갓 쓰레기 지식이나 정보를 거의 양산하지 않는다. 더욱이 스스로의 주도로 여러 영역을 자유롭게 횡단하므로, 특정한 입장, 특히 양 극단의 일률적인 견해에는 잘 빨려들지 않는다. 이 새로운 중간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서서히 우리사회의 중립 지대를 형성해나간다.
하지만 민주화시대의 ‘침묵하는 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이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삶의 자세와 지향, 즉 ‘실천적 지혜(phronesis)’를 갖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시대적ㆍ사회적 소명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마니아마추어는 별종은 아니되, 물론 별안간 달성할 수 있는 인간형도 아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게’ 아니라면, 여전히 더욱 행복해져야 할 이유가 절실하다면, 이 책은 그러한 기대와 가능성의 지평에 똬리를 틀고서, 있는 인간보다는 ‘있어야 할 인간’을 그려보고자 했다. 펼처보기
▣ 작가 소개
저자 : 임형택
버스에서 무작정 내려 거리와 골목을 거닐던 시절이 그립다는 저자는 그 ‘저자’(시장·거리를 뜻하는 옛말)들에서 영감을 키워왔는지 모른다. 요즘엔 손가락 움직임만으로도 무한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과거에는 많은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아야 그보다 훨씬 못한 정보나마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일과 가정이 생기고 차로 바삐 움직이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저자의 주된 ‘저자’ 역시 책과 인터넷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저자는 실재를 감각하고자, 아니 살아 숨 쉬고자 끊임없이 일탈을 시도한다. 참된 이론(글쓰기는 결국 이론화 작업이다)이란 오직 실재로부터 잉태된다는 그의 확신도 그렇게 온-오프라인 간의 빈번한 변환과 접속 가운데서 수립됐다. 이제 저자는 실존적인 문학, 실감되는 문학을 향한 탐험과 체험으로부터 껍데기-미디어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마침내 생생한 알맹이-문학과 조우하고자 한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금융맨, 광고기획자, 기자 생활 등을 거치며, 현실 사회와 문화를 두루 체험한 편이다. 지금은 대학에서 한국문학과 미디어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교학상장하고 있다.... 최근 ??문학미디어론??(소명출판, 2016)을 출간했으며, 앞으로 문학과 미디어에 관한 연구 바탕 위에서 세상의 실재와 살아 있는 목소리를 담은 연작들을 차곡차곡 채워갈 계획이다. 이 책은 그 신호탄이다. 그의 온라인상 거주지는 331iht@gmail.com이고, ‘지식의 뜨락’은 서울 동북 변경 어디쯤이다.
▣ 주요 목차
이 책을 읽으시기 전에
|프롤로그| 마니아마추어, 문화의 중립지대를 생성하는 자유인들을 그리며
혼종의 중립-자유 지대를 구축하라
ㆍ 문화의 대립 구조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역설인가 필연인가
ㆍ 융합되는 문화와 융합되지 않는 입장들
ㆍ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와 문화적 대립 구조들의 존재 양상
전문 | 비전문_장벽 쌓기와 관련짓기 : 전문 영역의 재설정
고급 | 대중_친절의 소비 : 대중을 향한 고급문화의 제스처
중심 | 주변_미디어 노출증 : 중심을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
순수 | 잡종_양파껍질 벗기기 또는 입히기 : 순수를 위한 인정투쟁
정통 | 사이비_‘일진?왕따’놀음 : 정통이라는 권력 유지법
ㆍ V형 사회, 극한 대립 구조의 사회물리학적 모형과 분석
ㆍ 마니아마추어, 문화의 대립 구조들을 횡단하며
마니아마추어의 탄생 배경과 특성
퍼블릭아마추어 | 마니아마추어 | 스페셜아마추어
마니아마추어의 시대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
|에필로그| 마니아마추어와 실천적 지혜의 역동―21세기 문화의 이상
주
“이 책은 정치ㆍ문화ㆍ경제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극심한 한국을 위한 하나의 사유실험이자 제안서이다. 실험적이고 과감한 제안을 하는 책에 걸맞게 저자는 융합적이고 첨단적인 21세기 문화론을 개진하고 있다.” ―천정환,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오늘날 한국사회는 정치ㆍ경제ㆍ문화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존재와 인식의 ‘중립 지대’는 점점 매몰되고 있는 중이다. 균형감 있는 사회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곳을 그냥 공백으로 내버려둘 것인가?
삶의 실재를 문화(문학)연구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로 삼는다는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마니아마추어’라는 새로운 존재자를 호출해낸다. ‘마니아’와 ‘아마추어’의 합성으로 탄생하는 이들은 파고들 고유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관계나 위계 따위에 매몰되지 않는 자유인들이다. 또한 침묵하는 다수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적 중간자로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삶의 자세와 지향을 가지고, 그저 떠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실천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정보화 사회의 허명 속에서 허다한 대중들이 그저 재잘대고(twittering) 추종하면서(following) 저도 모르게 불필요한 사회구조적 대립에 휩쓸려버리곤 하지만, 마니아마추어는 그 대열에서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빈약해진 중립 지대를 끊임없이 메꿔간다. 우리사회에 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실천 공간의 복원을 구상하며, 필자는 있는 인간보다는 ‘있어야 할’ 인간으로서 새로운 대중적 이상향을 모색해내고 있다.
21세기 한국, 지식정보화 사회의 실상
―불통, 대립의 구조들 그리고 강경론
광역화된 미디어?테크놀로지 인프라와 세밀해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만 고려한다면, 정보와 지식이 곳곳에서 넘쳐나는 21세기 한국의 문화적 환경은 대단히 이상적이다. 이른바 퇴영적 경쟁이나 대립이 최소화될 수 있는 요건이 구비된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요컨대 소통의 환경은 나아졌지만 소통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
물론 풍부해진 정보와 지식을 묵묵히 섭렵하면서 독자적으로 자기계발과 상호 소통을 지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취에는 별 관심 없이 표층의 불투명한 정보들만 소량으로 인지하고 소비하면서 재잘대거나(twittering) 여과 없이 말 그대로 따르기(following)만 하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필자는 이 소란과 따름의 ‘질주들’로 구조화된 군집을 도리어 소통이 부재한 텅 빈 세계에 비유한다. 그리고 지금의 양태대로라면, 이와 같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그 모순과 역설은 사회의 대립 구조들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필자는 책의 중반을 할애해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갈등의 양상들을 문화 차원에서 다섯 가지 대립 항들―‘전문|비전문’, ‘고급|대중’, ‘중심|주변’, ‘순수|잡종’, ‘정통|사이비’―로 유형화한 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분석하고 점검하며, 비판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는 독특한 문화론을 전개해나간다.
먼저 분야 장벽 쌓기―패거리주의―에 빠진 의사ㆍ변호사 그리고 이와 반대로 그들의 전문성을 압도해버린 사무장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고(‘전문|비전문’), 이어 대중을 지향해가는 고급문화의 적극적인 제스처들을 소개하며(‘고급|대중’), 2002년 대선을 예로 들어 중심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더욱 막강해지고 있는 (개인)미디어의 위력을 흥미롭게 분석해놓았다(‘중심|주변’). 또한 연예인과 국회의원의 사례를 들어 공인의 윤리 문제를 참과 거짓에 대한 구별 노력으로 환치시켜보기도 하고(‘순수|잡종’), 현재 이 땅에서 극단적인 사회문제로 노골화돼버린 왕따 문제, 색깔론 논쟁, 종교근본주의 등의 사례를 들며 그 편협과 배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정통|사이비’).
그러나 기존의 견고한 체계가 섞이고 와해되는 상황에서 앞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할 때, 고개를 쳐드는 것이 근본주의적인 강경론이다. 합리적인 생각들이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을 틈타 강경론은 점차 세를 불리고 사회문화적 담론의 지도적인 위치를 점해 나간다. 현재 한국사회의 문화적 대립 양상들이 극단적으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이 근본주의적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필자의 내놓은 대안은 무엇일까?
“이 책은 불온한 시대유감 한 소절을 덧붙이려 쓰인 것이 아니다. 존재와 인식의 ‘중립 지대’가 사라져버린 한국사회를 위해 다급한 목청으로 호출되고 있는 새로운 대중들을 위한 선언서다.”
있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있어야 할 인간’
―마니아마추어의 시대가 온다
필자는 무엇보다 대중 각자가 잘못된 대립 구조를 무화시키는 주도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대단한 능력이나 이론으로 무장해야 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지식정보화 사회의 지성인으로 변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컴퓨팅 시스템 상의 표층에서 재잘대거나 추종의 질주만 거듭할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정보ㆍ지식의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해보고, 대립의 이쪽저쪽도 다니면서 보고 때로는 탐구해보기도 하면서 21세기 식 주체가 되어 문화의 중립 지대를 구축해보자는 것이다. 바로 ‘마니아마추어’로의 변신이다.
마니아마추어는 지식정보화 사회, 그 인공의 쓰레기 피라미드(무한하지만 그 질적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지식정보들이 넘쳐나는 공간을 필자는 난지도에 비유한다)에서 탄생한다. 그대로였다면 쓰레기더미에 불과했고, 더 심각한 환경적ㆍ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될 때는 콘크리트에 덮여서 영원히 봉쇄되고 말았을 그 버려진 땅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자연과 인간이 재탄생했던 방법과 꼭 마찬가지로(난지도는 이제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마니아마추어는 무한정한 정보ㆍ지식의 피라미드를 ‘제대로’ 이용함으로써 이전의 생태계와는 다른 차원의 생명력이 발휘되는 곳을 건설해나간다.
또한 이들은 그저 떠들어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실천가다. 자기 관심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떠들어댈 일이 별로 없을뿐더러, 떠드는 한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한다. 따라서 한갓 쓰레기 지식이나 정보를 거의 양산하지 않는다. 더욱이 스스로의 주도로 여러 영역을 자유롭게 횡단하므로, 특정한 입장, 특히 양 극단의 일률적인 견해에는 잘 빨려들지 않는다. 이 새로운 중간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서서히 우리사회의 중립 지대를 형성해나간다.
하지만 민주화시대의 ‘침묵하는 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이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삶의 자세와 지향, 즉 ‘실천적 지혜(phronesis)’를 갖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시대적ㆍ사회적 소명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마니아마추어는 별종은 아니되, 물론 별안간 달성할 수 있는 인간형도 아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게’ 아니라면, 여전히 더욱 행복해져야 할 이유가 절실하다면, 이 책은 그러한 기대와 가능성의 지평에 똬리를 틀고서, 있는 인간보다는 ‘있어야 할 인간’을 그려보고자 했다. 펼처보기
▣ 작가 소개
저자 : 임형택
버스에서 무작정 내려 거리와 골목을 거닐던 시절이 그립다는 저자는 그 ‘저자’(시장·거리를 뜻하는 옛말)들에서 영감을 키워왔는지 모른다. 요즘엔 손가락 움직임만으로도 무한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과거에는 많은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아야 그보다 훨씬 못한 정보나마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일과 가정이 생기고 차로 바삐 움직이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저자의 주된 ‘저자’ 역시 책과 인터넷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저자는 실재를 감각하고자, 아니 살아 숨 쉬고자 끊임없이 일탈을 시도한다. 참된 이론(글쓰기는 결국 이론화 작업이다)이란 오직 실재로부터 잉태된다는 그의 확신도 그렇게 온-오프라인 간의 빈번한 변환과 접속 가운데서 수립됐다. 이제 저자는 실존적인 문학, 실감되는 문학을 향한 탐험과 체험으로부터 껍데기-미디어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마침내 생생한 알맹이-문학과 조우하고자 한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금융맨, 광고기획자, 기자 생활 등을 거치며, 현실 사회와 문화를 두루 체험한 편이다. 지금은 대학에서 한국문학과 미디어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교학상장하고 있다.... 최근 ??문학미디어론??(소명출판, 2016)을 출간했으며, 앞으로 문학과 미디어에 관한 연구 바탕 위에서 세상의 실재와 살아 있는 목소리를 담은 연작들을 차곡차곡 채워갈 계획이다. 이 책은 그 신호탄이다. 그의 온라인상 거주지는 331iht@gmail.com이고, ‘지식의 뜨락’은 서울 동북 변경 어디쯤이다.
▣ 주요 목차
이 책을 읽으시기 전에
|프롤로그| 마니아마추어, 문화의 중립지대를 생성하는 자유인들을 그리며
혼종의 중립-자유 지대를 구축하라
ㆍ 문화의 대립 구조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역설인가 필연인가
ㆍ 융합되는 문화와 융합되지 않는 입장들
ㆍ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와 문화적 대립 구조들의 존재 양상
전문 | 비전문_장벽 쌓기와 관련짓기 : 전문 영역의 재설정
고급 | 대중_친절의 소비 : 대중을 향한 고급문화의 제스처
중심 | 주변_미디어 노출증 : 중심을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
순수 | 잡종_양파껍질 벗기기 또는 입히기 : 순수를 위한 인정투쟁
정통 | 사이비_‘일진?왕따’놀음 : 정통이라는 권력 유지법
ㆍ V형 사회, 극한 대립 구조의 사회물리학적 모형과 분석
ㆍ 마니아마추어, 문화의 대립 구조들을 횡단하며
마니아마추어의 탄생 배경과 특성
퍼블릭아마추어 | 마니아마추어 | 스페셜아마추어
마니아마추어의 시대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
|에필로그| 마니아마추어와 실천적 지혜의 역동―21세기 문화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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