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노오력’해도 NO답,
‘조용한 분노’가 들끓는다
한국의 근대에서 ‘하면 된다’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부모 세대의 삶 그 자체였다. 그들은 사회와 구조의 문제마저도 개인의 노력으로 끌어안고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런데 오늘날 ‘하면 된다’라는 노력의 신화는 유통기한을 넘긴 듯하다. ‘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해야 한다’는 ‘노오력’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조한혜정·엄기호 연구팀은 압축적 근대를 경험한 한국 사회가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현실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오력’을 대표 키워드로 잡았다.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헬조선’이라는 단어 하나가 흡수한 상태에서, 그보다 더 빈번하게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단어인 ‘노오력’을 들여다보는 게 현실을 파악하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해서이다(「‘노오력’이 삶을 보호할 수 있을까?」 참조). 즉 ‘노오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청년들의 마음에 ‘헬조선’에 대한 분노가 생겨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오력’을 통해 청년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직장, 가정, 관계 등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겨우 닿을까 말까 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왜 분노하지 않느냐, 왜 연애·결혼·출산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느냐며 나무란다. 그런데 2015년 청년 담론을 지배한 키워드가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노답’ 등이라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한혜정 교수는 “헬조선 담론은 한국의 청년들이 만들어낸 실천적, 이론적 움직임”이라고 말하며, 그들이 선택한 방법에 주목한다. “OECD 가입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답이 없는 나라,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나라에서, 나라를 떠나거나 아니면 남아서 ‘벌레’가 되는 선택만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으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청년들이 조용하고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뜨거운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방식으로 분명하게 밝힌다. 과거처럼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오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깊이 그리고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으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노답 사회’라는 말은 적당한 해법으로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 정치와 기성세대 및 조직은 문제 해결 능력도 의사도 없음을 간파한 단어이며(「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청년들」 참조), 이런 상황에서도 청년들은 해방구이자 놀이터, 일터, 삶터가 되는 공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본문 211~214면 참조). 거대한 물밑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다른 어떤 사회보다 더 과격하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청년들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을 떠나기로 한 청년,
청년 사회·문화학자를 만나다
청년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그들 속으로 파고드는 과감한 방법을 선택했다. 3포니 5포니 N포니 하는 수많은 포기 속에서 결국 사회를 포기하게 된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한 것이다. 일찌감치 한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용접공이 되어 호주로 ‘탈조선’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왜 한국을 버릴 결심을 했을까」 참조), 이미 일본으로 ‘탈조선’을 한 연구자(나일등 「헬조선 밖에서 헬조선 바라보기」 참조),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한국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싱가포르로 해외 취업을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이규호 「탈조선하거나 대한민국을 텅텅 비우거나」 참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한국의 부조리한 노동 현실과 싸우고 있는 청년에서부터 학교가 얼마나 ‘노답’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의 학생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면서 쌓은 결과물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청년에게 말을 걸기 위해 초대한 사람들도 청년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 연구자들이었다. 이 책의 필자들이 대표적이다. 최은주·이충한·양기민·강정석은 각각 ‘노오력’ ‘노답 사회’ ‘OO충(벌레)’ ‘헬조선·탈조선’을 키워드로 잡고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청년부채를 연구하는 천주희는 ‘노오력’의 비용을 확인하기 위해 청년실업자를 직접 인터뷰했으며(「‘노오력’의 비용」 참조), 이영롱은 끝없이 취업·이직을 준비하며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민호(가명)를 만났다(「민호 씨의 3년 후」 참조). 나일등은 ‘탈조선’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이규호는 해외 취업 청년들의 실태를 면밀하게 분석해 그 실상을 전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잉여’ ‘일베’ 등을 연구해온 청년 연구자들을 초대하고, 때로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청년단체 활동가들을 찾아가 만나는 등 대상자와 연구자 모두 청년문제를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찾은 결론은 분명하다. 청년문제를 청년만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 사회의 기본 설계에 대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망가졌음을 ‘헬조선’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로 표현해내는 청년들에게 다시 사회를 고민하게 하자면,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간 “국가와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접어둔 채, 경제성장을 위해 무성찰적으로 질주”해왔음을 인정하고, 그 결과로서 오늘날의 청년문제가 비롯되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계속된다
헬조선은 끝나야 한다
연구팀을 이끈 조한혜정은 총체적 파국을 인지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 상황을 해방적 파국으로 맞아들일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 참조). 우선 청년들이 패닉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시간과 자원, 그리고 자치적 삶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청년 시민/국민 배당제도’와 ‘청년 자치/협치 특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일례로 2015년부터 이재명 성남 시장과 경제학자 강남훈 교수팀이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청년 배당제도는 단순한 노동정의나 재분배의 차원을 넘어, 사회를 헬조선으로 인식하는 청년들이 사회적 해법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하는 첫걸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가 미래를 상상한다면 청년들은 충분히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청년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신뢰는 지자체의 실험만이 아니라 자생적 청년 동네가 생겨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동사(우리동네 사람들)’가 대표적이다. 이곳의 청년들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구입한 집을 공유하고, 주거 걱정 없이 각자 일을 하면서 어우러져 지내고 있다. 사회는 청년들의 실험을 받아들여 청년 자치/협치 특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곧 청년이 될 청소년들을 위해 ‘전환학년제’와 ‘갭이어(gap year) 제도’를 제대로 시행해보자고 주장한다. 전환학년제는 경쟁교육의 폐해를 절감한 아일랜드에서 시행해 큰 효과를 본 모델이다. 정부가 이를 본떠 시행하는 ‘자유학기제’는 입시 경쟁을 감안해 중학교 2학년 한 학기만 실시하고 있는데, 서울시 교육청에서 시범 시행하는 ‘오디세이’처럼 입시경쟁에서 벗어난 고1 학생에게 학교 밖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과 같은 완전한 전환학년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갭이어 제도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스무 살이 되는 청년 모두가 여행을 떠나게 해,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구상해보게 하자는 취지이다.
지금 한국의 대다수 청년들은 ‘노오력의 배신’을 경험하고 패닉에 빠져 있다. 그들은 노력과 노오력이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노력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개인의 의지라면, 노오력은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초과달성하기 위해 합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용 자원 이상의 것들을 쏟아부으라는 사회의 요구이다. 게다가 사회는 개인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모든 잘못을 개인의 자질과 태도, 나아가서는 ‘윤리’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개인을 몰아붙이고 있다. ‘노오력’은 바로 그 사회의 채찍질인 셈이다(본문 12~18면 참조). 조한혜정·엄기호 연구팀은 『노오력의 배신』을 통해 국가와 가족만 있던 한국에서 이제는 사회를 고민해보자고 진지하게 제안한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손을 내민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지금” 둘러앉아 하는 이야기 자체가 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을 부리리라는 것이다. “요즘 애들 왜 이래?”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이들이라면, “기성세대는 안 돼”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이들이라면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현재를 제대로 인식하고, 미래의 향방을 가늠하는 소중한 참고도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 명예교수. ‘하자 청년 연구팀’ 공동 책임연구원. 주요 저서로 『자공공: 우정과 환대의 마을 살이』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등이 있다.
엄기호: 문화학자. ‘하자 청년 연구팀’ 공동 책임연구원. 주요 저서로『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등이 있다.
최은주: 하자센터 창의허브팀 팀장. ‘비진학 청소년 실태조사연구’ 연구원을 지냈다.
천주희: 독립연구자.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에서 「대학생은 어떻게 채무자가 되는가」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충한: 전 ‘유유자적 살롱’ 공동대표. 저서로 『유유자적 피플: 무중력 사회를 사는 우리』가 있다.
이영롱: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석사. 저서로 『사표의 이유』가 있다.
양기민: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사회적기업 노리단 경영전략실장을 지냈다.
강정석: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사무국장. ‘비진학 청소년 실태조사연구’ 연구원을 지냈다.
나일등: 도쿄대 특임연구원. 역서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워킹 푸어』 등이 있다... .
이규호: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인류학 박사과정.
▣ 주요 목차
00 왜 한국만 조용한가, 아니, 난리인가?
지금 청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01 무너지는 근대의 신화
‘노오력’이 삶을 보호할 수 있을까?
직접 듣다: ‘노오력’의 비용
02 노답 사회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청년들
직접 듣다: 민호 씨의 3년 후
03 벌레가 되는 삶
모두가 ‘벌레’가 되어가고 있다
04 심정적 난민의 탄생
왜 한국을 버릴 결심을 했을까?
직접 듣다: 헬조선 밖에서 헬조선 바라보기
직접 듣다: 탈조선하거나 대한민국을 텅텅 비우거나
05 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
해방적 파국, 그 사회적 카타르시스의 시간
‘노오력’해도 NO답,
‘조용한 분노’가 들끓는다
한국의 근대에서 ‘하면 된다’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부모 세대의 삶 그 자체였다. 그들은 사회와 구조의 문제마저도 개인의 노력으로 끌어안고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런데 오늘날 ‘하면 된다’라는 노력의 신화는 유통기한을 넘긴 듯하다. ‘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해야 한다’는 ‘노오력’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조한혜정·엄기호 연구팀은 압축적 근대를 경험한 한국 사회가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현실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오력’을 대표 키워드로 잡았다.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헬조선’이라는 단어 하나가 흡수한 상태에서, 그보다 더 빈번하게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단어인 ‘노오력’을 들여다보는 게 현실을 파악하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해서이다(「‘노오력’이 삶을 보호할 수 있을까?」 참조). 즉 ‘노오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청년들의 마음에 ‘헬조선’에 대한 분노가 생겨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오력’을 통해 청년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직장, 가정, 관계 등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겨우 닿을까 말까 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왜 분노하지 않느냐, 왜 연애·결혼·출산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느냐며 나무란다. 그런데 2015년 청년 담론을 지배한 키워드가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노답’ 등이라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한혜정 교수는 “헬조선 담론은 한국의 청년들이 만들어낸 실천적, 이론적 움직임”이라고 말하며, 그들이 선택한 방법에 주목한다. “OECD 가입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답이 없는 나라,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나라에서, 나라를 떠나거나 아니면 남아서 ‘벌레’가 되는 선택만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으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청년들이 조용하고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의 뜨거운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방식으로 분명하게 밝힌다. 과거처럼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오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깊이 그리고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으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노답 사회’라는 말은 적당한 해법으로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 정치와 기성세대 및 조직은 문제 해결 능력도 의사도 없음을 간파한 단어이며(「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청년들」 참조), 이런 상황에서도 청년들은 해방구이자 놀이터, 일터, 삶터가 되는 공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본문 211~214면 참조). 거대한 물밑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다른 어떤 사회보다 더 과격하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청년들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을 떠나기로 한 청년,
청년 사회·문화학자를 만나다
청년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그들 속으로 파고드는 과감한 방법을 선택했다. 3포니 5포니 N포니 하는 수많은 포기 속에서 결국 사회를 포기하게 된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한 것이다. 일찌감치 한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용접공이 되어 호주로 ‘탈조선’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왜 한국을 버릴 결심을 했을까」 참조), 이미 일본으로 ‘탈조선’을 한 연구자(나일등 「헬조선 밖에서 헬조선 바라보기」 참조),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한국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싱가포르로 해외 취업을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이규호 「탈조선하거나 대한민국을 텅텅 비우거나」 참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한국의 부조리한 노동 현실과 싸우고 있는 청년에서부터 학교가 얼마나 ‘노답’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의 학생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면서 쌓은 결과물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청년에게 말을 걸기 위해 초대한 사람들도 청년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 연구자들이었다. 이 책의 필자들이 대표적이다. 최은주·이충한·양기민·강정석은 각각 ‘노오력’ ‘노답 사회’ ‘OO충(벌레)’ ‘헬조선·탈조선’을 키워드로 잡고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청년부채를 연구하는 천주희는 ‘노오력’의 비용을 확인하기 위해 청년실업자를 직접 인터뷰했으며(「‘노오력’의 비용」 참조), 이영롱은 끝없이 취업·이직을 준비하며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민호(가명)를 만났다(「민호 씨의 3년 후」 참조). 나일등은 ‘탈조선’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이규호는 해외 취업 청년들의 실태를 면밀하게 분석해 그 실상을 전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잉여’ ‘일베’ 등을 연구해온 청년 연구자들을 초대하고, 때로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청년단체 활동가들을 찾아가 만나는 등 대상자와 연구자 모두 청년문제를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찾은 결론은 분명하다. 청년문제를 청년만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 사회의 기본 설계에 대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망가졌음을 ‘헬조선’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로 표현해내는 청년들에게 다시 사회를 고민하게 하자면,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간 “국가와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접어둔 채, 경제성장을 위해 무성찰적으로 질주”해왔음을 인정하고, 그 결과로서 오늘날의 청년문제가 비롯되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계속된다
헬조선은 끝나야 한다
연구팀을 이끈 조한혜정은 총체적 파국을 인지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 상황을 해방적 파국으로 맞아들일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 참조). 우선 청년들이 패닉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시간과 자원, 그리고 자치적 삶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청년 시민/국민 배당제도’와 ‘청년 자치/협치 특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일례로 2015년부터 이재명 성남 시장과 경제학자 강남훈 교수팀이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청년 배당제도는 단순한 노동정의나 재분배의 차원을 넘어, 사회를 헬조선으로 인식하는 청년들이 사회적 해법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하는 첫걸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가 미래를 상상한다면 청년들은 충분히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청년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신뢰는 지자체의 실험만이 아니라 자생적 청년 동네가 생겨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동사(우리동네 사람들)’가 대표적이다. 이곳의 청년들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구입한 집을 공유하고, 주거 걱정 없이 각자 일을 하면서 어우러져 지내고 있다. 사회는 청년들의 실험을 받아들여 청년 자치/협치 특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곧 청년이 될 청소년들을 위해 ‘전환학년제’와 ‘갭이어(gap year) 제도’를 제대로 시행해보자고 주장한다. 전환학년제는 경쟁교육의 폐해를 절감한 아일랜드에서 시행해 큰 효과를 본 모델이다. 정부가 이를 본떠 시행하는 ‘자유학기제’는 입시 경쟁을 감안해 중학교 2학년 한 학기만 실시하고 있는데, 서울시 교육청에서 시범 시행하는 ‘오디세이’처럼 입시경쟁에서 벗어난 고1 학생에게 학교 밖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과 같은 완전한 전환학년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갭이어 제도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스무 살이 되는 청년 모두가 여행을 떠나게 해,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구상해보게 하자는 취지이다.
지금 한국의 대다수 청년들은 ‘노오력의 배신’을 경험하고 패닉에 빠져 있다. 그들은 노력과 노오력이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노력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개인의 의지라면, 노오력은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초과달성하기 위해 합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용 자원 이상의 것들을 쏟아부으라는 사회의 요구이다. 게다가 사회는 개인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모든 잘못을 개인의 자질과 태도, 나아가서는 ‘윤리’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개인을 몰아붙이고 있다. ‘노오력’은 바로 그 사회의 채찍질인 셈이다(본문 12~18면 참조). 조한혜정·엄기호 연구팀은 『노오력의 배신』을 통해 국가와 가족만 있던 한국에서 이제는 사회를 고민해보자고 진지하게 제안한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손을 내민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지금” 둘러앉아 하는 이야기 자체가 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을 부리리라는 것이다. “요즘 애들 왜 이래?”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이들이라면, “기성세대는 안 돼”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이들이라면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현재를 제대로 인식하고, 미래의 향방을 가늠하는 소중한 참고도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 명예교수. ‘하자 청년 연구팀’ 공동 책임연구원. 주요 저서로 『자공공: 우정과 환대의 마을 살이』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등이 있다.
엄기호: 문화학자. ‘하자 청년 연구팀’ 공동 책임연구원. 주요 저서로『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등이 있다.
최은주: 하자센터 창의허브팀 팀장. ‘비진학 청소년 실태조사연구’ 연구원을 지냈다.
천주희: 독립연구자.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에서 「대학생은 어떻게 채무자가 되는가」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충한: 전 ‘유유자적 살롱’ 공동대표. 저서로 『유유자적 피플: 무중력 사회를 사는 우리』가 있다.
이영롱: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석사. 저서로 『사표의 이유』가 있다.
양기민: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사회적기업 노리단 경영전략실장을 지냈다.
강정석: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사무국장. ‘비진학 청소년 실태조사연구’ 연구원을 지냈다.
나일등: 도쿄대 특임연구원. 역서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워킹 푸어』 등이 있다... .
이규호: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인류학 박사과정.
▣ 주요 목차
00 왜 한국만 조용한가, 아니, 난리인가?
지금 청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01 무너지는 근대의 신화
‘노오력’이 삶을 보호할 수 있을까?
직접 듣다: ‘노오력’의 비용
02 노답 사회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청년들
직접 듣다: 민호 씨의 3년 후
03 벌레가 되는 삶
모두가 ‘벌레’가 되어가고 있다
04 심정적 난민의 탄생
왜 한국을 버릴 결심을 했을까?
직접 듣다: 헬조선 밖에서 헬조선 바라보기
직접 듣다: 탈조선하거나 대한민국을 텅텅 비우거나
05 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
해방적 파국, 그 사회적 카타르시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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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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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