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태풍의 눈 속에서 기자, 펜을 들다
디지털 뉴스 시대에 여전히 방황하는 한국 언론을 위한, 한 기자의 진심 어린 글
오늘의 발표(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에 매각된 사건)는 신기술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경영진이 저널리즘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디지털 시대의 잠재력을 결합해, 워싱턴포스트뿐만 아니라 뉴스 산업 전반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이다
_워터게이트 특종 기사를 썼던 칼 번스타인(2013년 8월)
‘워터게이트 사건’ ‘국가안보국 기밀 감시 프로그램 폭로’ 등 특종기사를 대거 터뜨리며 일찌감치 세계적인 언론사로 발돋움한 워싱턴포스트. 그런 워싱턴포스트가 2013년 아마존에 매각된 사건은 사람들에게 ‘올드미디어’의 위기를 분명하게 인지시킨 충격적인 일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의 주인공인 칼 번스타인은 이에 대해 저널리즘과 디지털 기술이 건설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 매체인 ≪가디언≫의 편집장 앨런 라스브리저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하기도 했다. “종이신문을 보면 퇴사시키겠다.” 아직까지 ‘신문’이라고 했을 때 온라인 신문보다 종이신문을 흔히 떠올리는 한국의 분위기로 볼 때 다소 극단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2004년만 해도 약 50%에 달했던 종이신문 정기구독 가구 비율이 2014년에 20%로 급감한 것을 보면, 종이신문의 몰락을 앞서 경험하고 있는 영미(英美) 언론사들의 반응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워낙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여서 더 이상 어떤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는 신문기자들이 대다수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위기를 진지하게 고민한 한 기자가 있다.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전 인터랙티브팀)에서 디지털 혁신의 쓰나미를 가까이서 목격하며, 온라인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힘써온 이고은 기자는 그간의 경험과 기록들을 사족 없이 담백하게 한 권으로 녹여냈다. 이 시대 종이신문 기자들은 더욱 거세지는 디지털의 압박과 기자로서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내심 가슴 한 켠에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이 책은 그런 기자들에게 한국 언론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판단할 수 있게끔 돕는 참고서 역할을 할 것이다.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문제들부터 모범이 될 만한(best practice) 해외 언론사들의 실천 사례들을 다수 제시했으며, 앞으로 한국의 기자들에게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무엇이 한국 언론의 발목을 잡고 있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언론사 내부의 문제들
온라인 팀 발령이 좌천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대한민국 언론이 ≪뉴욕타임스≫나 ≪가디언≫만큼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이유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언론사 내부의 분위기나 시스템 등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지은이는 디지털을 가로막는 내부의 적들로 ‘올드미디어에 국한된 기자 공채 제도’, 업무에 쓰이는 ‘기자입력기’와 온라인 기사와의 괴리를 들었다. 여전히 온라인 기자들은 뒤로 밀려나 있다. 그들은 종이신문 기사를 쓰는 기자 공채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기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팀 발령은 좌천 인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종이신문에 최적화된 스트레이트 기사 작성 능력을 보는 공채 시험제도와 그 문화에 익숙한 기자들에게, 인터넷 뉴스 업무는 여전히 ‘가욋일’로 여겨진다. 지은이는 종이신문 기자 선발에 국한된 공채 문화를 바꾸고, 현재 언론사에 당장 필요한 디지털 인력이 공채 출신 기자들과 동등하게 대우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채 순혈주의’에 매몰된 언론사 조직 문화는 디지털 뉴스 시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 뉴스룸의 효과가 미비한 것이 문제
언론사들이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제일 처음으로 한 것이 바로 뉴스룸 통합이었다. 인터넷이 중요한 뉴스 유통 채널로 각인되면서 대다수 언론사들은 인터넷 뉴스에 인력과 자본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뉴스 생산에 숙련된 디지털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나, 기존 미디어 인력들이 그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지은이는 디지털 기술이 저널리즘과 결합된 통합 뉴스룸이 결과적으로 한국 저널리즘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합 뉴스룸 효과가 발휘된, 질 높은 인터넷 뉴스들이 계속해서 나올 때 비로소 언론사도 기자들도 디지털 영역에 호기롭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포털’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성된 먹이사슬,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사 작성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를 생각하라, ‘독자 중심 사고의 필요성’
오늘날의 독자들은 언론사가 일차적으로 가공한 정보에 만족하지 않는다. SNS를 통해 지인들이 추천한 뉴스나, 포털이 한 차례 더 걸러 제공하는 정보들을 두루 살펴보며 방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또 기자들과 SNS로 소통하며 의견을 주고받길 원한다. 이제 ‘독자’는 언론사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지은이는 뉴욕타임스의 사례를 예로 들어,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발굴’하고 ‘홍보’하고 독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 뭉치를 팔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뉴스를 ‘마케팅’해야 한다고 보는 지은이는 “언론사도 일반 기업들처럼 이른바 ‘고객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취재기자 + 웹 개발자’를 결속시킨 디지털 팀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라
한마디로, 뉴스룸 통합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 파워를 충원한 다음, 그 팀을 어떻게 운영하고 팀원들에게 어떠한 정체성을 심어줘야 하는지를 말한다. 핵심은 웹 개발자, 코디네이터, 포토그래퍼 등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그래픽 팀원들이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다. 기존 미디어에 종사하는 기자들이 이들의 일과 가치를 존중해줘야 함은 물론이다. 무수한 뉴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독자에게 무사히 ‘도달’하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한 가지 목표로 올드미디어 기자와 디지털 기자가 협업해야 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공생의 바람직한 사례로 미국의 미디어 그룹인 ‘복스미디어’의 ‘핵 위크’와 구글, 야후 등 해외 포털 사이트의 ‘핵 데이’를 언급했다. 이 행사에서 웹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내 직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신기술이나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지은이는 국내 언론사들이 사내 인력만으로 디지털 파워를 충당하는 데 때로 문제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핵 데이’처럼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쌓아야 한다고 보았다. 뉴욕타임스의 “스노폴”과 같은 수준 높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스트레이트 기사’로 기초 체력을 다진,
‘디지털 스토리텔러’로 도약하라
스트레이트 기사는 기사 작성의 기본이며 사건의 육하원칙을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지은이는 공간이 제한된 종이신문에서는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가 적합하지만, 오늘날 언론 현실에 가장 훌륭한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여러 링크를 넘나들며 정보를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독자들은 200자 기사 뒤에 펼쳐진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스토리텔링을 담은 내러티브 기사(narrative article)이다. 지은이는 현대의 기자들이 이제 ‘디지털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할 때라고 말하며, ≪뉴욕타임스≫의 “스노폴”이 뜨거운 호응을 얻었듯이, 의미 있는 정보와 좋은 스토리가 결합될 때 저널리즘의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보았다. 즉, 한국의 기자들은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로 이미 탄탄한 골격을 갖추었으니, 이제 200자 딱딱한 데이터를 디지털로 부드럽게 풀어내는 살을 찌우면 되는 것이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내부 보고서인 [혁신]이 유출되었을 때, 격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혜성 같은 실마리가 그 속에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국내외 미디어 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해결의 실마리가 아닌, 가장 앞서간다 생각했던 뉴욕타임스조차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위기에 봉착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럴 때일수록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뉴스 콘텐츠’와 ‘저널리스트로서의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조급한 마음에 당장 돈이 되는 저급한 뉴스만 양산해서는 저널리즘이 더욱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좋은 콘텐츠는 지금 당장, 바로 오늘이 아니더라도 두고두고 의미 있게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며,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가장 멋지게 만들어낼 수 있는 최초의 콘텐츠 생산자는 역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기자들”임을 힘주어 말한다. 격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언론사가 제아무리 변한다 해도, 그 속의 화룡점정은 ‘실력 있는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고은
2005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등을 거쳤다. 2010년 경향신문이 뉴스룸을 통합한 후 신설한 인터랙티브팀(현 미디어기획팀)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새로운 모델을 기획하고 실험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이달의 기자상(2014, 미디어기획팀),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대상(2012, 인터랙티브팀), 올해의 여기자상(2011, 인터랙티브팀), 한국기자상(2009) 등을 비롯해 다수 수상했다. 온라인 저널리즘과 통합 뉴스룸, 소셜 미디어 등 디지털 시대를 맞아 최근 한국 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 주요 목차
1장디지털 시대, 한국 언론은 흔들린다
모바일로 뉴스 읽는 시대
포털에 잠식당한 한국의 언론사들
소비자는 더 이상 ‘크레디트’를 기대하지 않는다
2장한국에 부는 통합 뉴스룸 바람
뉴스룸 통합, 어디까지 왔나
신문기자, 인터넷 기자의 아슬아슬한 동거
기획, 개발, 디자인…… 저널리즘 안으로 들어오다
3장뉴욕타임스의 『혁신』이 한국 언론계에 던진 질문들
‘근사한 저널리즘’의 꿈
종이신문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기존 언론에 대한 끝없는 도전들
4장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시대
“스노폴” 저널리즘
인터랙티브가 대세다
뉴스의 ‘틀’은 사라진다
5장뉴스는 SNS를 타고
SNS 하지 않는 기자, 소통하지 않는 기자
언론사 SNS의 춘추전국시대
6장피할 수 없는 과제: ‘디지털’을 가로막는 내부의 적들
‘올드미디어’에 국한된 기자 공채 제도
WCMS, DB…… 그건 먹는 거니?
‘디지털 DNA’를 만들자
태풍의 눈 속에서 기자, 펜을 들다
디지털 뉴스 시대에 여전히 방황하는 한국 언론을 위한, 한 기자의 진심 어린 글
오늘의 발표(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에 매각된 사건)는 신기술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경영진이 저널리즘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디지털 시대의 잠재력을 결합해, 워싱턴포스트뿐만 아니라 뉴스 산업 전반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이다
_워터게이트 특종 기사를 썼던 칼 번스타인(2013년 8월)
‘워터게이트 사건’ ‘국가안보국 기밀 감시 프로그램 폭로’ 등 특종기사를 대거 터뜨리며 일찌감치 세계적인 언론사로 발돋움한 워싱턴포스트. 그런 워싱턴포스트가 2013년 아마존에 매각된 사건은 사람들에게 ‘올드미디어’의 위기를 분명하게 인지시킨 충격적인 일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의 주인공인 칼 번스타인은 이에 대해 저널리즘과 디지털 기술이 건설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 매체인 ≪가디언≫의 편집장 앨런 라스브리저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하기도 했다. “종이신문을 보면 퇴사시키겠다.” 아직까지 ‘신문’이라고 했을 때 온라인 신문보다 종이신문을 흔히 떠올리는 한국의 분위기로 볼 때 다소 극단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2004년만 해도 약 50%에 달했던 종이신문 정기구독 가구 비율이 2014년에 20%로 급감한 것을 보면, 종이신문의 몰락을 앞서 경험하고 있는 영미(英美) 언론사들의 반응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워낙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여서 더 이상 어떤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는 신문기자들이 대다수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위기를 진지하게 고민한 한 기자가 있다.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전 인터랙티브팀)에서 디지털 혁신의 쓰나미를 가까이서 목격하며, 온라인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힘써온 이고은 기자는 그간의 경험과 기록들을 사족 없이 담백하게 한 권으로 녹여냈다. 이 시대 종이신문 기자들은 더욱 거세지는 디지털의 압박과 기자로서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내심 가슴 한 켠에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이 책은 그런 기자들에게 한국 언론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판단할 수 있게끔 돕는 참고서 역할을 할 것이다.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문제들부터 모범이 될 만한(best practice) 해외 언론사들의 실천 사례들을 다수 제시했으며, 앞으로 한국의 기자들에게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무엇이 한국 언론의 발목을 잡고 있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언론사 내부의 문제들
온라인 팀 발령이 좌천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대한민국 언론이 ≪뉴욕타임스≫나 ≪가디언≫만큼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이유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언론사 내부의 분위기나 시스템 등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지은이는 디지털을 가로막는 내부의 적들로 ‘올드미디어에 국한된 기자 공채 제도’, 업무에 쓰이는 ‘기자입력기’와 온라인 기사와의 괴리를 들었다. 여전히 온라인 기자들은 뒤로 밀려나 있다. 그들은 종이신문 기사를 쓰는 기자 공채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기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팀 발령은 좌천 인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종이신문에 최적화된 스트레이트 기사 작성 능력을 보는 공채 시험제도와 그 문화에 익숙한 기자들에게, 인터넷 뉴스 업무는 여전히 ‘가욋일’로 여겨진다. 지은이는 종이신문 기자 선발에 국한된 공채 문화를 바꾸고, 현재 언론사에 당장 필요한 디지털 인력이 공채 출신 기자들과 동등하게 대우 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채 순혈주의’에 매몰된 언론사 조직 문화는 디지털 뉴스 시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 뉴스룸의 효과가 미비한 것이 문제
언론사들이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제일 처음으로 한 것이 바로 뉴스룸 통합이었다. 인터넷이 중요한 뉴스 유통 채널로 각인되면서 대다수 언론사들은 인터넷 뉴스에 인력과 자본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뉴스 생산에 숙련된 디지털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나, 기존 미디어 인력들이 그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지은이는 디지털 기술이 저널리즘과 결합된 통합 뉴스룸이 결과적으로 한국 저널리즘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합 뉴스룸 효과가 발휘된, 질 높은 인터넷 뉴스들이 계속해서 나올 때 비로소 언론사도 기자들도 디지털 영역에 호기롭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포털’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성된 먹이사슬,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사 작성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를 생각하라, ‘독자 중심 사고의 필요성’
오늘날의 독자들은 언론사가 일차적으로 가공한 정보에 만족하지 않는다. SNS를 통해 지인들이 추천한 뉴스나, 포털이 한 차례 더 걸러 제공하는 정보들을 두루 살펴보며 방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또 기자들과 SNS로 소통하며 의견을 주고받길 원한다. 이제 ‘독자’는 언론사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지은이는 뉴욕타임스의 사례를 예로 들어,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발굴’하고 ‘홍보’하고 독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 뭉치를 팔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뉴스를 ‘마케팅’해야 한다고 보는 지은이는 “언론사도 일반 기업들처럼 이른바 ‘고객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취재기자 + 웹 개발자’를 결속시킨 디지털 팀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라
한마디로, 뉴스룸 통합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 파워를 충원한 다음, 그 팀을 어떻게 운영하고 팀원들에게 어떠한 정체성을 심어줘야 하는지를 말한다. 핵심은 웹 개발자, 코디네이터, 포토그래퍼 등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그래픽 팀원들이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다. 기존 미디어에 종사하는 기자들이 이들의 일과 가치를 존중해줘야 함은 물론이다. 무수한 뉴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독자에게 무사히 ‘도달’하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한 가지 목표로 올드미디어 기자와 디지털 기자가 협업해야 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공생의 바람직한 사례로 미국의 미디어 그룹인 ‘복스미디어’의 ‘핵 위크’와 구글, 야후 등 해외 포털 사이트의 ‘핵 데이’를 언급했다. 이 행사에서 웹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내 직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신기술이나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지은이는 국내 언론사들이 사내 인력만으로 디지털 파워를 충당하는 데 때로 문제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핵 데이’처럼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쌓아야 한다고 보았다. 뉴욕타임스의 “스노폴”과 같은 수준 높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스트레이트 기사’로 기초 체력을 다진,
‘디지털 스토리텔러’로 도약하라
스트레이트 기사는 기사 작성의 기본이며 사건의 육하원칙을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지은이는 공간이 제한된 종이신문에서는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가 적합하지만, 오늘날 언론 현실에 가장 훌륭한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여러 링크를 넘나들며 정보를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독자들은 200자 기사 뒤에 펼쳐진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스토리텔링을 담은 내러티브 기사(narrative article)이다. 지은이는 현대의 기자들이 이제 ‘디지털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할 때라고 말하며, ≪뉴욕타임스≫의 “스노폴”이 뜨거운 호응을 얻었듯이, 의미 있는 정보와 좋은 스토리가 결합될 때 저널리즘의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보았다. 즉, 한국의 기자들은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로 이미 탄탄한 골격을 갖추었으니, 이제 200자 딱딱한 데이터를 디지털로 부드럽게 풀어내는 살을 찌우면 되는 것이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내부 보고서인 [혁신]이 유출되었을 때, 격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혜성 같은 실마리가 그 속에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국내외 미디어 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해결의 실마리가 아닌, 가장 앞서간다 생각했던 뉴욕타임스조차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위기에 봉착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럴 때일수록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뉴스 콘텐츠’와 ‘저널리스트로서의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조급한 마음에 당장 돈이 되는 저급한 뉴스만 양산해서는 저널리즘이 더욱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좋은 콘텐츠는 지금 당장, 바로 오늘이 아니더라도 두고두고 의미 있게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며,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가장 멋지게 만들어낼 수 있는 최초의 콘텐츠 생산자는 역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기자들”임을 힘주어 말한다. 격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언론사가 제아무리 변한다 해도, 그 속의 화룡점정은 ‘실력 있는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고은
2005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등을 거쳤다. 2010년 경향신문이 뉴스룸을 통합한 후 신설한 인터랙티브팀(현 미디어기획팀)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새로운 모델을 기획하고 실험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이달의 기자상(2014, 미디어기획팀),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대상(2012, 인터랙티브팀), 올해의 여기자상(2011, 인터랙티브팀), 한국기자상(2009) 등을 비롯해 다수 수상했다. 온라인 저널리즘과 통합 뉴스룸, 소셜 미디어 등 디지털 시대를 맞아 최근 한국 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 주요 목차
1장디지털 시대, 한국 언론은 흔들린다
모바일로 뉴스 읽는 시대
포털에 잠식당한 한국의 언론사들
소비자는 더 이상 ‘크레디트’를 기대하지 않는다
2장한국에 부는 통합 뉴스룸 바람
뉴스룸 통합, 어디까지 왔나
신문기자, 인터넷 기자의 아슬아슬한 동거
기획, 개발, 디자인…… 저널리즘 안으로 들어오다
3장뉴욕타임스의 『혁신』이 한국 언론계에 던진 질문들
‘근사한 저널리즘’의 꿈
종이신문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기존 언론에 대한 끝없는 도전들
4장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시대
“스노폴” 저널리즘
인터랙티브가 대세다
뉴스의 ‘틀’은 사라진다
5장뉴스는 SNS를 타고
SNS 하지 않는 기자, 소통하지 않는 기자
언론사 SNS의 춘추전국시대
6장피할 수 없는 과제: ‘디지털’을 가로막는 내부의 적들
‘올드미디어’에 국한된 기자 공채 제도
WCMS, DB…… 그건 먹는 거니?
‘디지털 DNA’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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