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 서평
비인간화 된 현대 사회도 수용소
근래 들어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영화를 통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에게 아우슈비츠는 아직 그 공간적 거리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주제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수많은 유럽 국가에서 홀로코스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협의의 아우슈비츠는 나치 만행의 역사로 국한시켜 버릴 수 있는 사건이지만, 광의의 아우슈비츠는 비인간적이고 반역사적인 세계사적 사건으로서 ‘결과가 원인에서 생기지 않고, 구제받을 수 없는 추악함으로 가득한 세상’을 가리킨다.
케르테스는 사회적 힘과 폭력이 개인의 종말을 강요하는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고 사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파헤쳐 왔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통상적인 역사 바깥에서 일어난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근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타락의 극한적 모습으로 보았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잠재력을 내재한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역사란 과거의 사실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 어떤 형식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도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있다. 조상들이 받은 혜택을 아직까지 누리고 있는 친일파 자손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며 항쟁했던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의 궁핌한 삶… 지금이라도 친일세력이 애국자가 된 현실을 바로 세우지 않는 한 한국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우울증과 자살(존재의 청산), 과거사 청산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청산’은 무엇인지 충분히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 신문 서평
아우슈비츠는 낯선 혹성이었다
아우슈비츠는 인간의 악(惡)과 광기가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우슈비츠 이후, 한 인간이 야만적인 폭력 아래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생존하고 사고할 수 있는지는 문학의 큰 주제가 되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임레 케르테스<사진>는 15세 소년으로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이듬해 석방되었다. 어린 나이에 수용소에서 겪어야 했던 참혹한 경험들은 그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처절한 기억은 작가의 소설창작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작용한다.
작가는 1975년 나치 수용소 체험을 다룬 소설 ‘운명’을 출간한 이후 ‘좌절’(1988년)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기도’(1990년) 등 ‘운명의 3부작’으로 완성했다. 아우슈비츠의 악몽을 파고든 이 작품은 ‘운명의 3부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20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비인간적인 대학살의 만행을 폭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도 “나치 치하의 강제수용소 경험들을 절절한 언어로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케세뤼(헝가리어로 ‘쓸쓸한’ ‘쓴 맛’이란 뜻)와 B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면서도 동일인이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B는 아우슈비츠의 상흔에 못 이겨 자살을 결행한다. 또 다른 주인공 케세뤼는 자살한 B의 9년 전 작품인 ‘청산’이라는 희곡을 찾아 헤맨다. 그런데 그 희곡의 주인공이 케세뤼였으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B가 쓴 희곡의 내용과 현실의 케세뤼의 행동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한 또 다른 희곡 작품이 현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복되면서 결국 케세뤼와 B는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작품 이해의 키워드다.
주인공은 홀로코스트의 아픈 기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단행하지만, 결국 도플갱어(분신, 자아복제)인 또 다른 주인공을 살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장치를 통해 과거를 청산하고픈 욕망과 삶에 대한 의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케세뤼는 ‘나인가 내가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는 우리 모두에서 아우슈비츠라는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B는 아우슈비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우슈비츠에 있던 사람들조차 아우슈비츠를 잘 모르지. 아우슈비츠는 별개의 다른 혹성이지. 지구라는 이름의 혹성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아우슈비츠라는 말로 이루어진 암호를 해독할 아무런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지.”(169쪽)
자살을 선택한 B는 절망으로만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살아있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즉 자신의 도플갱어인 케세뤼에게 남긴 유작(遺作)을 통해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내는 것이다.[2005.3.12 조선일보 최홍렬 기자]
비인간화 된 현대 사회도 수용소
근래 들어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영화를 통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에게 아우슈비츠는 아직 그 공간적 거리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주제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수많은 유럽 국가에서 홀로코스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협의의 아우슈비츠는 나치 만행의 역사로 국한시켜 버릴 수 있는 사건이지만, 광의의 아우슈비츠는 비인간적이고 반역사적인 세계사적 사건으로서 ‘결과가 원인에서 생기지 않고, 구제받을 수 없는 추악함으로 가득한 세상’을 가리킨다.
케르테스는 사회적 힘과 폭력이 개인의 종말을 강요하는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고 사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파헤쳐 왔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통상적인 역사 바깥에서 일어난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근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타락의 극한적 모습으로 보았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잠재력을 내재한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역사란 과거의 사실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 어떤 형식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도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있다. 조상들이 받은 혜택을 아직까지 누리고 있는 친일파 자손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며 항쟁했던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의 궁핌한 삶… 지금이라도 친일세력이 애국자가 된 현실을 바로 세우지 않는 한 한국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우울증과 자살(존재의 청산), 과거사 청산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청산’은 무엇인지 충분히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 신문 서평
아우슈비츠는 낯선 혹성이었다
아우슈비츠는 인간의 악(惡)과 광기가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우슈비츠 이후, 한 인간이 야만적인 폭력 아래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생존하고 사고할 수 있는지는 문학의 큰 주제가 되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임레 케르테스<사진>는 15세 소년으로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이듬해 석방되었다. 어린 나이에 수용소에서 겪어야 했던 참혹한 경험들은 그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처절한 기억은 작가의 소설창작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작용한다.
작가는 1975년 나치 수용소 체험을 다룬 소설 ‘운명’을 출간한 이후 ‘좌절’(1988년)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기도’(1990년) 등 ‘운명의 3부작’으로 완성했다. 아우슈비츠의 악몽을 파고든 이 작품은 ‘운명의 3부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20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비인간적인 대학살의 만행을 폭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도 “나치 치하의 강제수용소 경험들을 절절한 언어로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케세뤼(헝가리어로 ‘쓸쓸한’ ‘쓴 맛’이란 뜻)와 B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면서도 동일인이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B는 아우슈비츠의 상흔에 못 이겨 자살을 결행한다. 또 다른 주인공 케세뤼는 자살한 B의 9년 전 작품인 ‘청산’이라는 희곡을 찾아 헤맨다. 그런데 그 희곡의 주인공이 케세뤼였으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B가 쓴 희곡의 내용과 현실의 케세뤼의 행동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한 또 다른 희곡 작품이 현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복되면서 결국 케세뤼와 B는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작품 이해의 키워드다.
주인공은 홀로코스트의 아픈 기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단행하지만, 결국 도플갱어(분신, 자아복제)인 또 다른 주인공을 살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장치를 통해 과거를 청산하고픈 욕망과 삶에 대한 의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케세뤼는 ‘나인가 내가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는 우리 모두에서 아우슈비츠라는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B는 아우슈비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우슈비츠에 있던 사람들조차 아우슈비츠를 잘 모르지. 아우슈비츠는 별개의 다른 혹성이지. 지구라는 이름의 혹성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아우슈비츠라는 말로 이루어진 암호를 해독할 아무런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지.”(169쪽)
자살을 선택한 B는 절망으로만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살아있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즉 자신의 도플갱어인 케세뤼에게 남긴 유작(遺作)을 통해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내는 것이다.[2005.3.12 조선일보 최홍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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