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14년 전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의 멘토, 앤서니 앳킨슨의 불평등 연구 총결산
50년간 부의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온 대학자의 정책·행동 제안
회의와 절망은 이미 넘친다.
이제 ‘덜 불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선택하고, 실행할 때!
피케티는 1980년대 이후 다시 심화되기 시작한 부와 자본의 불평등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입증함으로써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더구나 그는 이 불평등 추세가 점차 심해지고 있으며, 이대로 놔두면 우리 사회가 19세기 귀족세습사회와 같은 수준의 불평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앳킨슨은 부의 불평등의 영향, 변화 추이, 심각성에 대해 누구보다 오래, 깊이 연구해온 학자다. 그의 이야기는 피케티에 비하면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린다. 경제성장의 압박과 세계화 속 경쟁 구도가 기승을 부리는 현 체제 속에서도, 불평등은 줄어들 수 있다. 앳킨슨은 이 책에서 평등이라는 이상이나 선험적 해법을 논하는 대신 역사적 자료와 경제모형 실험을 통해 가능한 변화들을 설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한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이 정책들은 상호보완적인 동시에 각 사회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그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현’으로 나아가려면 정치적 결단과 실천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하는 이 학자는, 사실 누구보다 준엄하게 ‘행동’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앤서니 앳킨슨은 현대의 소득과 부의 분배 관련 조사의 대부다. 사이먼 쿠즈네츠의 통계적 엄격함과 윌리엄 베버리지의 급진적 개혁주의를 결합한 그는 동시대 모든 학자의 롤모델이다.
-토마 피케티(파리 경제대학)
앳킨슨은 왜 불평등이 중요하며, 어떤 식으로 변해왔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누구보다 많은 공헌을 한 학자다.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학자라 할 만하다.
-니컬러스 스턴(런던정경대학)
불평등으로의 회귀
사회적으로 극심한 양극화에 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려온다. 꼭 경제학자들이 국민소득에서 상위 1% 혹은 10%가 차지하는 몫을 들이대지 않아도, 담뱃값 2천 원 인상에 울고 연말정산 세금 공제를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들은 같은 사회 다른 편에서는 상상도 못 할 거금을 움직이면서 그의 월급 정도쯤은 하루 만에 펑펑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막대한 부는 그 자체로 ‘힘’을 만들어내고 행사하는 까닭에, 우리는 불평등이 증대된 까닭을 결국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힘의 균형이 바뀐 데서 찾을 수 있다.
저자 앳킨슨이 이 책 초반부에서 강조하듯 불평등과 가난은 개인의 삶에 긴밀하게 작용하는 권력의 문제이며 무엇보다 무력감과 절망의 문제다. 사람들은 불평등한 정치적 힘을 갖고, 법 앞에서 불평등하며, 불평등하게 먹고 자고 생활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가장 적나라했던 것 중 하나는 거대자본은 그것을 투기하는 것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지만, 소액 저축자들은 어떤 이자수익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관한 분석이었다. 1980년대 이후 크게 떨어진 실질금리는 현재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막대한 수익률로 해마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몸집을 키우는 진짜 거대자본은 제쳐두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부의 메커니즘에 비슷한 구도가 성립하기는 마찬가지다.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한 채를 임대한다. 집을 살 자본을 갖지 못한 이는 노동소득의 상당 부분을 임대료로 지불한다. 반면 처음부터 집이 두 채였던 사람은 집이 없었다면 발생했을 임대료를 절약하면서 오히려 다른 이에게 추가로 임대료를 받는다. 시간이 지났을 때 이들의 자산 격차는 틀림없이 훨씬 큰 폭으로 벌어져 있을 것이다. 이상의 모든 상황은 분명 우리를 좌절시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좌절을 위로의 말로 어루만지는 대신 이 절망적 현실을 제대로 알 것, 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논의들을 걸러내고 사안을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공정한 경쟁과 성과라는 허구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많은 부는 훨씬 더 많은 부로, 상대적 가난은 더 극심한 가난으로 변한다. 가만히 놔두면 불평등은 심화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기회의 불평등’과 ‘결과의 불평등’ 개념으로 재분배의 근본적 필요성을 설명한다. 처음에 평평한 경기장(기회의 평등)에서 경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그 능력에 따라 이기고 지며, 시장경제의 규칙에 따라 서로 다른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 서로 다른 보상 차이가 크고, 더 커지다가 고착화된다면 그다음 경기 때 경기장은 이미 평평하다고 할 수 없다. 결과의 불평등은 성과와 능력에 따른 것이며 이는 이긴 자가 정당하게 ‘얻어낸’ 것으로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과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일정 수준의 기회 평등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이를 그대로 둔다면 불평등은 계속 커질 뿐이기 때문이다.
정당해 보이는 이윤 창출에도 제도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정 경쟁이 이루어지려면 이전 경쟁의 성과 일부를 지속적으로 재분배하는 것이 필수다. 평평한 경기장을 위해 주거와 식생활, 기초교육과 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갖춰야 한다면, 이 비용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의 세금으로 보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사회 정의 측면에서 수백 년간 규범적으로 인정되었던 바다. 하지만 이런 제안과 지금 우리 사회의 통념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부유세를 더 물려 양극화를 줄이자고 주장하기보다는 오히려 탈세한 초부유층에 대해 ‘저렇게 돈이 많으면 당연히 세금이 많을 테니 내기 싫겠지’ 하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부유한 자들의 공공연하게 권력을 행사하다보니 이들에게 불리한 제도는 실현 불가능하리라는 회의감도 깊이 배어 있다. 극심한 결과의 불평등보다는 능력주의와 성공신화를 부추기고, 부의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해 기회의 평등이나 재분배는 소홀히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 정도가 낮을 때 사회의 총효용과 사회 통합의 정도 및 거시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연구 결과는 현재 극심하게 기울어진 경기장 위에서 거의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저자는 수십 년간 분배 문제를 등한시해온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주류 경제학 교과서는 여전히 이런저런 거시경제 이론 모델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 시장의 특성을 설명하며 ‘분배’나 ‘불평등’은 거의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실제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루커스와 같은 이는 불평등이 전문 경제학자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데, 그 주된 근거는 분배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삶을 향상시킬 가능성은 경제성장을 통해 모두가 더 잘살게 될 무한한 가능성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20세기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양극화와 각종 불평등지수가 1980년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관점이 아직도 지배적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폭넓게 공유된 불평등에 관한 문제의식과 사회 정의, 경제학적 당위, 현실 정책 등을 엮어 학문적 논리, 역사적 근거, 동시대적 상식 모두에 부합하는 균형과 내공을 갖춘 주장을 펼친다.
새로운 분석 지점들
저자 앳킨슨은 이 책 전반부를 통해 우선 우리 사회가 최근 몇십 년간 정확히 얼마나 불평등해졌는지를 알기 쉽게 보여주며, 어떤 이들 사이에 어떤 종류의 불평등이 어느 분야에서 존재해왔는지를 구분하여 고찰함으로써 복합적인 불평등에 관해 좀더 명료한 이해를 돕는다. 이어 저자는 불평등의 원인 고찰로 나아간다. 두 차례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분명히 ‘평등화의 힘’이라는 것이 폭넓게 작용했다. 이 시기 불평등 감소를 뚜렷이 나타낸 나라들이 각각 상이한 상황에 처해 있었음에도 공통되게 관찰되는 것은 ‘정부의 보건 복지 정책’ ‘노동조합의 발흥’ ‘연대 임금 정책 등을 통한 노동시장과 임금의 변화’ 같은 흐름이었다. 피케티가 “20세기에 불평등을 감소시킨 요인은 조화로운 경제적 합리성이 아니라 전쟁”이었다고 말했다면, 앳킨슨은 세계대전 시기 각국의 상황과 그 이후의 정책들에 주목함으로써 전후 시기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불평등 축소는 분명히 국가정책의 지원으로 가능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리고 이후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불평등은 다시 급격히 심화됐다. 이것을 저자는 ‘불평등 회귀’라 부르는데, 이 역시 자연적 결과가 아니었다. 흔히 이는 국제적으로 확산된 기업 간 경쟁과 초국적 금융시장 등의 세계화 현상에 따른, 즉 일종의 거대한 조류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치부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시기 각 국가가 부유세를 대폭 할인했고, 노동조합을 제도적으로 약화시켰으며, 임금 평등에 기여하던 정책들을 폐지했음을 밝힌다. 실업의 증가 또한 불평등 심화에 크게 한몫했다. 경제성장의 거시 지표를 놓고 성과를 논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다루지 않는 부분이겠지만, 1960~1973년에 각각 1.9와 2.0퍼센트였던 영국과 프랑스의 실업률은 1990~1995년에 각각 8.6, 10.7퍼센트로 다섯 배 이상 올랐다. 무엇보다 ‘불평등 회귀’가 나타난 시기에 눈에 띄게 강화된 것은 자본의 독점과 기업 지배력이다. 이제 시장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곡선이 아닌 기업 지배력의 영향 아래 있으며, 임금 역시 이런 이론 모형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후 30여 년간의 평등화에 많은 성과를 냈던 임금 평등과 노측 협상력 강화 등의 요인은 노조에 점점 적대적인 법적 체계의 지배 아래서 악화 일로를 걸었고 눈에 띄게 성장한 자본의 지배력 앞에 무너졌다.
평등화를 반대하는 대표적 논리들
저자는 분배의 평등 실현에 대해 반대 혹은 우려를 표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논리를 분명하게 반박한다. 첫 번째 논리는 분배와 평등은 경쟁심과 성취욕을 꺾고 성장을 저해한다는, 익히 들어온 이야기다. 이에 관해 저자는 각 제안을 검토하면서 ‘이 제안은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신중히 분석한다. 이때 분명한 것은 불평등이 성장을 촉발한다는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앳킨슨의 제안들이 성장에 미칠 영향을 점쳐보기에는 분명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지만, 그 불투명함에 비해 이 제안들이 불평등을 상당히 줄여주리라는 기대에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논리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 때문에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그와 같이 급진적인 길로 나아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이 세계화와 불평등을 초월적인 힘에 의해 추동된 결과로 치부한 채 개선과 행동의 여지를 막아버리는 사고라며 비판한다. 책 1, 2부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간 불평등은 완화되기도, 심화되기도 했다. 이는 대부분 부의 분배와 소득, 세금, 사회보장 등을 결정하는 사회적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였으며 불가피하게 초래된 사태가 아니었다. 하물며 불평등이 전 세계를 위협한다는 21세기에도 남미의 몇몇 국가는 정책 효과로서 불평등 완화를 실현하고 있다. 즉 ‘분배 정의 실현’과 관련된 제안에 대한 이 두 가지 보편적인 비판은 실질적인 경제 사정에 맞지 않는다고 앳킨슨은 단호하게 주장한다. 이런 괴리는 대부분 완전경쟁 모델과 같이 현실 경제의 실상과 다른 수리경제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생겨나며, 이런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또한 정책 시행과 병행될 수 있는 보완책들을 무시함으로써 정책의 부작용을 임의적으로 과대평가할 수 있다.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성장과 세계화 현실을 염려하며 불평등 축소 정책을 반대하는 논리들을 반박한 뒤 저자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열다섯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다섯 가지 실행 구상을 내놓는다. 이는 기술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 사회적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 문제, 청년 빈곤으로 인한 기회의 불평등 문제, 저금리 문제, 세금 문제, 아동빈곤 문제 등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고 또 불평등의 결과로 나타나는 여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경제와 정책이 바뀔 때 ‘누가 얻고 누가 잃는가’는 오늘날의 정책 토론 논의에서 흔히 실종되지만, 정책 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를 살피기 위해서는 사안별로 수혜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정책 구상에 따라 금융기관을 얼마나 통제하고 또 협조를 받을 수 있는가 등을 고려해야 하며, 정책 효과가 특정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해에 한정되지 않도록 광범위한 구성원을 포함한 다자간 기구를 구성해 ‘국민적 대화’를 시행해야 한다. 이 기구의 목표, 성격, 이상적인 영향력의 범위 등을 세심히 고찰하면서 저자는 세계기구 차원, 국가연합 차원, 단일국가 차원, 지역 차원 그리고 개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위에 걸친 결단과 행동이 미칠 수 있는 효과의 가능성을 본다. 불평등 문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어야 하며, 이때 불평등과 정치의 상호관계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역사로부터의 교훈, 부의 불평등 자료 분석, 최신 경제 상황에 대한 고찰과 기존 담론 비판을 통해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행동’이 긴급히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앤서니 앳킨슨
Sir Anthony B. Atkinson
소득과 부의 분배 및 후생경제학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통해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현재 런던정경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옥스퍼드대학 너필드(Nuffield) 컬리지의 학장을 지낸 후 동대학 연구원직을 겸임해오고 있다. 계량경제학회장, 국제경제학회장, 영국 왕립경제학회장, 유럽경제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전미경제학회의 해외명예회원으로 추대되었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소득과 부의 분배 연구에서 피케티 교수의 멘토로 불리며 공동연구를 진행하였고, 후생경제학 분야에서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와 함께 앳킨슨-스티글리츠 정리를 정립하는 등 선구적인 공헌을 인정받는다. 불평등 및 후생경제학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고, 주류 담론화된 불평등에 대한 공공정책적 시사점을 연구해오고 있다.
역자 : 장경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27년째 경제와 금융의 세계를 탐사하는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정글경제특강』, 『정글노믹스』, 『부자클럽 유럽』을 썼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을 옮겼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제1부 불평등을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1장_불평등과 그 바탕에 있는 것들
기회의 불평등vs결과의 불평등
불평등의 정도가 지나친 본질적인 이유
경제학은 왜 불평등을 다루지 않는가
불평등의 핵심적인 증거들
미국과 영국은 얼마나 다른가│세계의 불평등│빈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의 함정│소득 격차는 확대되는데 왜 소득불평등은 줄어드는가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은 불평등의 중요한 측면들
어떤 이들 사이의 불평등인가?│어떤 종류의 불평등인가?│소비의 불평등은 어떤가?
소득 분포에서 누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
남녀의 차이│시간과 세대의 차이│글로벌 불평등
2장_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불평등의 증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가구조사와 소득불평등│소득세 자료와 조세 회피 문제│풍부하지만 일관성 떨어지는 근로소득 자료│부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부에 관한 자료│과거 자료의 화려한 부활
언제 불평등이 줄어들었는가?
1914~1945년 전쟁이 일으킨 불평등의 변화│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
전후 유럽은 불평등에 어떻게 맞서왔나
전후 수십 년 동안의 유럽: 두 가지 질문│불평등 줄이기: 복지국가와 누진 과세│임금의 몫이 미치는 영향│불평등 줄이기: 자본의 공유│임금과 노동시장 제도가 일으킨 변화│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
중요한 사례: 21세기의 중남미
불평등의 현주소
3장 _불평등의 경제학
세계화와 기술에 관한 표준적 이야기
기술 변화의 경제학
시장의 힘과 사회적 맥락
사회적 제도로서의 노동시장│“우리는 갈라서 있다”
자본과 독점의 힘
이익 공유│기업과 시장 지배력
거시경제학과 사람들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으로│분석에 대한 시사점│근로자 집단의 소득에서 개인 소득으로│오늘날의 최상위 근로소득자
간추리기
제2부 불평등, 어떻게 줄일 것인가
4장_기술 변화와 대항력
기술 변화의 방향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기술 진보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국가
공공부문 고용과 기술 변화
불평등을 반전시킬 힘
시장 지배력의 균형│경쟁 정책과 분배 문제│법적인 틀과 노동조합
05장_미래의 고용과 임금
고용의 현대적 개념
21세기의 늘어나는 비표준 근로
완전고용과 보장된 근로
일자리 보장, 가난으로부터의 탈출?
윤리적 임금 정책
최저임금의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임금과 고용을 위한 세밀한 실행 규칙│국민적 논의
06장_자본 공유
부를 축적하는 동인
수익률과 포트폴리오│저축자와 금융서비스 부문
소액 저축자의 현실적인 수익률
모두를 위한 상속
기초자본
국부와 국부펀드
국부펀드
07장_누진 과세
누진적 소득세 되찾기
최고세율의 효과 추정│논리를 다시 검증하면│소득세율에 대한 제안│과세 기반 확대
근로소득공제
상속과 부동산에 대한 과세
부의 이전에 대한 과세│자가 거주자 주택에 대한 과세와 주민세 개혁│연간 부유세
글로벌 과세와 기업의 최저한세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8장_모두를 위한 사회보장
사회보장의 설계
소득 조사 방식의 이중 실패│지금까지의 결론
자녀수당과 아동빈곤의 과제
자녀수당이 필요한 까닭
기본소득
참여소득
트릴레마를 해결할 행정
유럽연합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사회보험의 역할 되찾기와 21세기에의 적응
수급자 비율│기여금 납부 조건들
전 지구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국경을 넘어선 불평등 재고: 개발원조를 위한 주장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열다섯 가지 조치
제3부 근본적인 질문: 할 수 있는가?
9장_파이 줄이기?
후생경제학과 공평성-효율성의 상충관계
상호보완적인 공평성과 효율성
효율임금과 최저임금
제도 설계와 실업보험│성장과 연금
푸딩의 증명
간추리기
10장_세계화가 행동을 막는가?
역사 속의 복지국가
21세기 복지국가 vs 음울한 전망│복지국가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가
간추리기
세계화와 우리 운명에 대한 통제
국제적 합의와 대항력
국제 협력의 가능성
조세경쟁과 협력│유럽연합
간추리기
11장_우리는 그럴 여유가 있나?
조세-급여 모형들
조세-급여 모형은 무엇인가?│단서들
영국을 위한 제안과 그 비용
다섯 가지 제안의 세부 내용│예산 비용
(일부) 제안의 영향
빈곤을 줄이는 효과│전반적인 재분배 효과│단서들
간추리기
결론_앞으로 나아갈 길
제안들│어떻게 진보를 이룰 것인가│낙관하는 까닭
2014년 전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의 멘토, 앤서니 앳킨슨의 불평등 연구 총결산
50년간 부의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온 대학자의 정책·행동 제안
회의와 절망은 이미 넘친다.
이제 ‘덜 불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선택하고, 실행할 때!
피케티는 1980년대 이후 다시 심화되기 시작한 부와 자본의 불평등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입증함으로써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더구나 그는 이 불평등 추세가 점차 심해지고 있으며, 이대로 놔두면 우리 사회가 19세기 귀족세습사회와 같은 수준의 불평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앳킨슨은 부의 불평등의 영향, 변화 추이, 심각성에 대해 누구보다 오래, 깊이 연구해온 학자다. 그의 이야기는 피케티에 비하면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린다. 경제성장의 압박과 세계화 속 경쟁 구도가 기승을 부리는 현 체제 속에서도, 불평등은 줄어들 수 있다. 앳킨슨은 이 책에서 평등이라는 이상이나 선험적 해법을 논하는 대신 역사적 자료와 경제모형 실험을 통해 가능한 변화들을 설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한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이 정책들은 상호보완적인 동시에 각 사회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그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현’으로 나아가려면 정치적 결단과 실천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하는 이 학자는, 사실 누구보다 준엄하게 ‘행동’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앤서니 앳킨슨은 현대의 소득과 부의 분배 관련 조사의 대부다. 사이먼 쿠즈네츠의 통계적 엄격함과 윌리엄 베버리지의 급진적 개혁주의를 결합한 그는 동시대 모든 학자의 롤모델이다.
-토마 피케티(파리 경제대학)
앳킨슨은 왜 불평등이 중요하며, 어떤 식으로 변해왔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누구보다 많은 공헌을 한 학자다.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학자라 할 만하다.
-니컬러스 스턴(런던정경대학)
불평등으로의 회귀
사회적으로 극심한 양극화에 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려온다. 꼭 경제학자들이 국민소득에서 상위 1% 혹은 10%가 차지하는 몫을 들이대지 않아도, 담뱃값 2천 원 인상에 울고 연말정산 세금 공제를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들은 같은 사회 다른 편에서는 상상도 못 할 거금을 움직이면서 그의 월급 정도쯤은 하루 만에 펑펑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막대한 부는 그 자체로 ‘힘’을 만들어내고 행사하는 까닭에, 우리는 불평등이 증대된 까닭을 결국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힘의 균형이 바뀐 데서 찾을 수 있다.
저자 앳킨슨이 이 책 초반부에서 강조하듯 불평등과 가난은 개인의 삶에 긴밀하게 작용하는 권력의 문제이며 무엇보다 무력감과 절망의 문제다. 사람들은 불평등한 정치적 힘을 갖고, 법 앞에서 불평등하며, 불평등하게 먹고 자고 생활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가장 적나라했던 것 중 하나는 거대자본은 그것을 투기하는 것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지만, 소액 저축자들은 어떤 이자수익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관한 분석이었다. 1980년대 이후 크게 떨어진 실질금리는 현재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막대한 수익률로 해마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몸집을 키우는 진짜 거대자본은 제쳐두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부의 메커니즘에 비슷한 구도가 성립하기는 마찬가지다.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한 채를 임대한다. 집을 살 자본을 갖지 못한 이는 노동소득의 상당 부분을 임대료로 지불한다. 반면 처음부터 집이 두 채였던 사람은 집이 없었다면 발생했을 임대료를 절약하면서 오히려 다른 이에게 추가로 임대료를 받는다. 시간이 지났을 때 이들의 자산 격차는 틀림없이 훨씬 큰 폭으로 벌어져 있을 것이다. 이상의 모든 상황은 분명 우리를 좌절시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좌절을 위로의 말로 어루만지는 대신 이 절망적 현실을 제대로 알 것, 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논의들을 걸러내고 사안을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공정한 경쟁과 성과라는 허구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많은 부는 훨씬 더 많은 부로, 상대적 가난은 더 극심한 가난으로 변한다. 가만히 놔두면 불평등은 심화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기회의 불평등’과 ‘결과의 불평등’ 개념으로 재분배의 근본적 필요성을 설명한다. 처음에 평평한 경기장(기회의 평등)에서 경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그 능력에 따라 이기고 지며, 시장경제의 규칙에 따라 서로 다른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 서로 다른 보상 차이가 크고, 더 커지다가 고착화된다면 그다음 경기 때 경기장은 이미 평평하다고 할 수 없다. 결과의 불평등은 성과와 능력에 따른 것이며 이는 이긴 자가 정당하게 ‘얻어낸’ 것으로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과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일정 수준의 기회 평등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이를 그대로 둔다면 불평등은 계속 커질 뿐이기 때문이다.
정당해 보이는 이윤 창출에도 제도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정 경쟁이 이루어지려면 이전 경쟁의 성과 일부를 지속적으로 재분배하는 것이 필수다. 평평한 경기장을 위해 주거와 식생활, 기초교육과 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갖춰야 한다면, 이 비용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의 세금으로 보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사회 정의 측면에서 수백 년간 규범적으로 인정되었던 바다. 하지만 이런 제안과 지금 우리 사회의 통념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부유세를 더 물려 양극화를 줄이자고 주장하기보다는 오히려 탈세한 초부유층에 대해 ‘저렇게 돈이 많으면 당연히 세금이 많을 테니 내기 싫겠지’ 하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부유한 자들의 공공연하게 권력을 행사하다보니 이들에게 불리한 제도는 실현 불가능하리라는 회의감도 깊이 배어 있다. 극심한 결과의 불평등보다는 능력주의와 성공신화를 부추기고, 부의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해 기회의 평등이나 재분배는 소홀히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 정도가 낮을 때 사회의 총효용과 사회 통합의 정도 및 거시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연구 결과는 현재 극심하게 기울어진 경기장 위에서 거의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저자는 수십 년간 분배 문제를 등한시해온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주류 경제학 교과서는 여전히 이런저런 거시경제 이론 모델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 시장의 특성을 설명하며 ‘분배’나 ‘불평등’은 거의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실제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루커스와 같은 이는 불평등이 전문 경제학자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데, 그 주된 근거는 분배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삶을 향상시킬 가능성은 경제성장을 통해 모두가 더 잘살게 될 무한한 가능성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20세기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양극화와 각종 불평등지수가 1980년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관점이 아직도 지배적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폭넓게 공유된 불평등에 관한 문제의식과 사회 정의, 경제학적 당위, 현실 정책 등을 엮어 학문적 논리, 역사적 근거, 동시대적 상식 모두에 부합하는 균형과 내공을 갖춘 주장을 펼친다.
새로운 분석 지점들
저자 앳킨슨은 이 책 전반부를 통해 우선 우리 사회가 최근 몇십 년간 정확히 얼마나 불평등해졌는지를 알기 쉽게 보여주며, 어떤 이들 사이에 어떤 종류의 불평등이 어느 분야에서 존재해왔는지를 구분하여 고찰함으로써 복합적인 불평등에 관해 좀더 명료한 이해를 돕는다. 이어 저자는 불평등의 원인 고찰로 나아간다. 두 차례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분명히 ‘평등화의 힘’이라는 것이 폭넓게 작용했다. 이 시기 불평등 감소를 뚜렷이 나타낸 나라들이 각각 상이한 상황에 처해 있었음에도 공통되게 관찰되는 것은 ‘정부의 보건 복지 정책’ ‘노동조합의 발흥’ ‘연대 임금 정책 등을 통한 노동시장과 임금의 변화’ 같은 흐름이었다. 피케티가 “20세기에 불평등을 감소시킨 요인은 조화로운 경제적 합리성이 아니라 전쟁”이었다고 말했다면, 앳킨슨은 세계대전 시기 각국의 상황과 그 이후의 정책들에 주목함으로써 전후 시기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불평등 축소는 분명히 국가정책의 지원으로 가능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리고 이후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불평등은 다시 급격히 심화됐다. 이것을 저자는 ‘불평등 회귀’라 부르는데, 이 역시 자연적 결과가 아니었다. 흔히 이는 국제적으로 확산된 기업 간 경쟁과 초국적 금융시장 등의 세계화 현상에 따른, 즉 일종의 거대한 조류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치부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시기 각 국가가 부유세를 대폭 할인했고, 노동조합을 제도적으로 약화시켰으며, 임금 평등에 기여하던 정책들을 폐지했음을 밝힌다. 실업의 증가 또한 불평등 심화에 크게 한몫했다. 경제성장의 거시 지표를 놓고 성과를 논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다루지 않는 부분이겠지만, 1960~1973년에 각각 1.9와 2.0퍼센트였던 영국과 프랑스의 실업률은 1990~1995년에 각각 8.6, 10.7퍼센트로 다섯 배 이상 올랐다. 무엇보다 ‘불평등 회귀’가 나타난 시기에 눈에 띄게 강화된 것은 자본의 독점과 기업 지배력이다. 이제 시장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곡선이 아닌 기업 지배력의 영향 아래 있으며, 임금 역시 이런 이론 모형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후 30여 년간의 평등화에 많은 성과를 냈던 임금 평등과 노측 협상력 강화 등의 요인은 노조에 점점 적대적인 법적 체계의 지배 아래서 악화 일로를 걸었고 눈에 띄게 성장한 자본의 지배력 앞에 무너졌다.
평등화를 반대하는 대표적 논리들
저자는 분배의 평등 실현에 대해 반대 혹은 우려를 표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논리를 분명하게 반박한다. 첫 번째 논리는 분배와 평등은 경쟁심과 성취욕을 꺾고 성장을 저해한다는, 익히 들어온 이야기다. 이에 관해 저자는 각 제안을 검토하면서 ‘이 제안은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신중히 분석한다. 이때 분명한 것은 불평등이 성장을 촉발한다는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앳킨슨의 제안들이 성장에 미칠 영향을 점쳐보기에는 분명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지만, 그 불투명함에 비해 이 제안들이 불평등을 상당히 줄여주리라는 기대에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논리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 때문에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그와 같이 급진적인 길로 나아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이 세계화와 불평등을 초월적인 힘에 의해 추동된 결과로 치부한 채 개선과 행동의 여지를 막아버리는 사고라며 비판한다. 책 1, 2부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간 불평등은 완화되기도, 심화되기도 했다. 이는 대부분 부의 분배와 소득, 세금, 사회보장 등을 결정하는 사회적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였으며 불가피하게 초래된 사태가 아니었다. 하물며 불평등이 전 세계를 위협한다는 21세기에도 남미의 몇몇 국가는 정책 효과로서 불평등 완화를 실현하고 있다. 즉 ‘분배 정의 실현’과 관련된 제안에 대한 이 두 가지 보편적인 비판은 실질적인 경제 사정에 맞지 않는다고 앳킨슨은 단호하게 주장한다. 이런 괴리는 대부분 완전경쟁 모델과 같이 현실 경제의 실상과 다른 수리경제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생겨나며, 이런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또한 정책 시행과 병행될 수 있는 보완책들을 무시함으로써 정책의 부작용을 임의적으로 과대평가할 수 있다.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성장과 세계화 현실을 염려하며 불평등 축소 정책을 반대하는 논리들을 반박한 뒤 저자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열다섯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다섯 가지 실행 구상을 내놓는다. 이는 기술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 사회적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 문제, 청년 빈곤으로 인한 기회의 불평등 문제, 저금리 문제, 세금 문제, 아동빈곤 문제 등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고 또 불평등의 결과로 나타나는 여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경제와 정책이 바뀔 때 ‘누가 얻고 누가 잃는가’는 오늘날의 정책 토론 논의에서 흔히 실종되지만, 정책 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를 살피기 위해서는 사안별로 수혜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정책 구상에 따라 금융기관을 얼마나 통제하고 또 협조를 받을 수 있는가 등을 고려해야 하며, 정책 효과가 특정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해에 한정되지 않도록 광범위한 구성원을 포함한 다자간 기구를 구성해 ‘국민적 대화’를 시행해야 한다. 이 기구의 목표, 성격, 이상적인 영향력의 범위 등을 세심히 고찰하면서 저자는 세계기구 차원, 국가연합 차원, 단일국가 차원, 지역 차원 그리고 개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위에 걸친 결단과 행동이 미칠 수 있는 효과의 가능성을 본다. 불평등 문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어야 하며, 이때 불평등과 정치의 상호관계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역사로부터의 교훈, 부의 불평등 자료 분석, 최신 경제 상황에 대한 고찰과 기존 담론 비판을 통해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행동’이 긴급히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앤서니 앳킨슨
Sir Anthony B. Atkinson
소득과 부의 분배 및 후생경제학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통해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현재 런던정경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옥스퍼드대학 너필드(Nuffield) 컬리지의 학장을 지낸 후 동대학 연구원직을 겸임해오고 있다. 계량경제학회장, 국제경제학회장, 영국 왕립경제학회장, 유럽경제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전미경제학회의 해외명예회원으로 추대되었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소득과 부의 분배 연구에서 피케티 교수의 멘토로 불리며 공동연구를 진행하였고, 후생경제학 분야에서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와 함께 앳킨슨-스티글리츠 정리를 정립하는 등 선구적인 공헌을 인정받는다. 불평등 및 후생경제학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고, 주류 담론화된 불평등에 대한 공공정책적 시사점을 연구해오고 있다.
역자 : 장경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27년째 경제와 금융의 세계를 탐사하는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정글경제특강』, 『정글노믹스』, 『부자클럽 유럽』을 썼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을 옮겼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제1부 불평등을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1장_불평등과 그 바탕에 있는 것들
기회의 불평등vs결과의 불평등
불평등의 정도가 지나친 본질적인 이유
경제학은 왜 불평등을 다루지 않는가
불평등의 핵심적인 증거들
미국과 영국은 얼마나 다른가│세계의 불평등│빈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의 함정│소득 격차는 확대되는데 왜 소득불평등은 줄어드는가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은 불평등의 중요한 측면들
어떤 이들 사이의 불평등인가?│어떤 종류의 불평등인가?│소비의 불평등은 어떤가?
소득 분포에서 누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
남녀의 차이│시간과 세대의 차이│글로벌 불평등
2장_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불평등의 증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가구조사와 소득불평등│소득세 자료와 조세 회피 문제│풍부하지만 일관성 떨어지는 근로소득 자료│부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부에 관한 자료│과거 자료의 화려한 부활
언제 불평등이 줄어들었는가?
1914~1945년 전쟁이 일으킨 불평등의 변화│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
전후 유럽은 불평등에 어떻게 맞서왔나
전후 수십 년 동안의 유럽: 두 가지 질문│불평등 줄이기: 복지국가와 누진 과세│임금의 몫이 미치는 영향│불평등 줄이기: 자본의 공유│임금과 노동시장 제도가 일으킨 변화│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
중요한 사례: 21세기의 중남미
불평등의 현주소
3장 _불평등의 경제학
세계화와 기술에 관한 표준적 이야기
기술 변화의 경제학
시장의 힘과 사회적 맥락
사회적 제도로서의 노동시장│“우리는 갈라서 있다”
자본과 독점의 힘
이익 공유│기업과 시장 지배력
거시경제학과 사람들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으로│분석에 대한 시사점│근로자 집단의 소득에서 개인 소득으로│오늘날의 최상위 근로소득자
간추리기
제2부 불평등, 어떻게 줄일 것인가
4장_기술 변화와 대항력
기술 변화의 방향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기술 진보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국가
공공부문 고용과 기술 변화
불평등을 반전시킬 힘
시장 지배력의 균형│경쟁 정책과 분배 문제│법적인 틀과 노동조합
05장_미래의 고용과 임금
고용의 현대적 개념
21세기의 늘어나는 비표준 근로
완전고용과 보장된 근로
일자리 보장, 가난으로부터의 탈출?
윤리적 임금 정책
최저임금의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임금과 고용을 위한 세밀한 실행 규칙│국민적 논의
06장_자본 공유
부를 축적하는 동인
수익률과 포트폴리오│저축자와 금융서비스 부문
소액 저축자의 현실적인 수익률
모두를 위한 상속
기초자본
국부와 국부펀드
국부펀드
07장_누진 과세
누진적 소득세 되찾기
최고세율의 효과 추정│논리를 다시 검증하면│소득세율에 대한 제안│과세 기반 확대
근로소득공제
상속과 부동산에 대한 과세
부의 이전에 대한 과세│자가 거주자 주택에 대한 과세와 주민세 개혁│연간 부유세
글로벌 과세와 기업의 최저한세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8장_모두를 위한 사회보장
사회보장의 설계
소득 조사 방식의 이중 실패│지금까지의 결론
자녀수당과 아동빈곤의 과제
자녀수당이 필요한 까닭
기본소득
참여소득
트릴레마를 해결할 행정
유럽연합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사회보험의 역할 되찾기와 21세기에의 적응
수급자 비율│기여금 납부 조건들
전 지구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국경을 넘어선 불평등 재고: 개발원조를 위한 주장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열다섯 가지 조치
제3부 근본적인 질문: 할 수 있는가?
9장_파이 줄이기?
후생경제학과 공평성-효율성의 상충관계
상호보완적인 공평성과 효율성
효율임금과 최저임금
제도 설계와 실업보험│성장과 연금
푸딩의 증명
간추리기
10장_세계화가 행동을 막는가?
역사 속의 복지국가
21세기 복지국가 vs 음울한 전망│복지국가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가
간추리기
세계화와 우리 운명에 대한 통제
국제적 합의와 대항력
국제 협력의 가능성
조세경쟁과 협력│유럽연합
간추리기
11장_우리는 그럴 여유가 있나?
조세-급여 모형들
조세-급여 모형은 무엇인가?│단서들
영국을 위한 제안과 그 비용
다섯 가지 제안의 세부 내용│예산 비용
(일부) 제안의 영향
빈곤을 줄이는 효과│전반적인 재분배 효과│단서들
간추리기
결론_앞으로 나아갈 길
제안들│어떻게 진보를 이룰 것인가│낙관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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