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타락한 인문학, 빈곤한 인문학
인문학은 문사철, 즉 문학·사학·철학을 뜻한다. 문학과 사학은 서양인들이 문명이나 문화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철학은 그러한 문명을 반문명과 구별하는 기준을 제공했다. 그런 요소나 기준에는 종교, 미술, 음악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것들도 각각 기독교, 프랑스 미술, 독일 음악을 최고로 여기는 가치의 차별화로 이루어진다. 도덕, 법, 기술 등도 문화나 문명에 포함된다면 인문에도 포함된다. 그렇게 보면 인문의 범위는 참으로 넓어지는데, 이에 대해 문사철은 학문의 기초라거나 왕자라는 지위를 주장하기도 하고, 그래선지 더욱 고답적이고 신비하며 난해하게 변하기도 한다. 가장 황당한 것은 외국어와 외국 문헌으로 치장해 읽는 사람들을 지극히 소수에 한정하여 자기들끼리의 은밀한 놀이로 타락시키고 극소수 전공자 이외의 개입을 철저히 막는 것이다. 그런 인문학의 반민주적인 비밀주의나 고급주의는 CEO의 사치로 타락한 인문학보다 더욱 타락한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프리드리히 니체나 마이클 샌델에 이르는 반민주주의의 전통은 제국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것으로 그것들이 선진국 인문학이라면 이는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것이 인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아직도 통용된다. 그 단적인 보기가 서양이 비서양을 지배하기 위해 조작한 오리엔탈리즘인데, 더욱 심각한 점은 우리와 같은 비서양에서도 그런 오리엔탈리즘을 훌륭한 인문학으로 믿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인문학이야말로 물질주의의 학문이다. 그런 인문학이 물질의 만능 시대에 유행하고 이를 CEO 등이 주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보다 반인문적인 행위가 있겠는가?
또 대기업이 대학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도 이상하기는커녕 바람직하다고 보는 지경이니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산학협동이 아니라 산학일체, 더 정확하게는 산업에 대학이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대학이 있다. 자본은 최고의 권력이다. 지금 학문은 그런 자본의 권력에 봉사하는 권력학문이다. 우리의 학문, 특히 인문학의 악폐는 이러한 권력성에서 비롯된다.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학문 특히 인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
유가가 독점적인 권력학문이자 권력종교가 되는 것은 공자에서 시작되었고, 맹자를 거쳐 동중서에 의해서 확립되었다. 미셸 푸코는 ‘지식은 권력적’이라고 했지만, 동아시아의 전통에서 유가와 유학은 권력 자체였다. 유가나 유학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그러한 권력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가나 종교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하여 민학적인 인문학의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인문학은 인민학이자 인간학이 되어야 한다. 비판은 없고 찬양뿐인 사대 인문학을 참된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문학은 서양 제국주의와 동양 제국주의를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그리스·로마부터 영국이나 프랑스의 제국주의까지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제국주의를 찬양하고 부추기며 선동하는 인문학을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자유-자치-자연의 인문학
인문의 원리는 자유, 자치, 자연이다. 첫째, 신이나 권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자유에 전제되는 평등 역시 모두가 기계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그 모든 다양성이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인간들이 함께 사는 사회를 스스로 만든다고 하는 자치의 원리다. ‘나’라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이루는 작은 자치사회, 서로 지배하거나 종속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다스리는 자치를 원칙으로 하는 소규모의 사회생활을 이루는 것이다. 셋째, 모든 인간이 인류로 자연이라는 환경에 속한다는 원칙이다. 자연은 사회를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이 사는 세계로 확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개인의 자유나 사회의 자치라는 것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조화되어야 한다.
그런 자유-자치-자연이 지금 죽어가고 있다. 여기서 자유란 자발, 자율, 자주로 타율과 반대다. 또한 개별, 개성, 단수로서 집단, 획일, 복수와 반대다. 나아가 자치는 통치의 반대이고, 자연은 기계와 반대다. 반면 구속과 방종, 타율과 억압, 인공과 제도만이 판을 친다. 바로 물질주의의 승리다. 생존을 위한 물질은 최소한으로 필요하지만, 오로지 물질적 가치에만 도취하는 물질지상주의는 문제다. 그런 물질주의의 승자만이 살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그런 물질주의에 패하거나 그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스스로 물러서는 사람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 아닌가 하고 물을 정도로 우리의 물질주의 중독 상태는 심각하다. 그러니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자유-자치-자연이라는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즉, 자유-자치-자연에 입각한 인문은 높이 평가되고, 그와 반대인 자유억압-권력통치-자연정복에 입각한 인문은 가차 없이 비판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나’의 자유, ‘우리’의 자치, ‘세계’의 자연이라고 하는 3가지로 인류 문화인 인문이 구성됨을 뜻한다. 그런데 자유와 자치와 자연은 그 어느 것이든 간에 언제 어디서든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되 보편성을 갖는 것이다. 이는 자유와 자치와 자연이 각각 대응하는 인간과 사회와 세계가 균질성이나 획일성이 아니라, 보편주의와 다원주의에 의해 항상 움직이는 것임을 뜻한다. 보편주의는 그것이 그 탐구의 ‘출발’점에서 미리 주장되어 타인에게 강요되거나 그 ‘최종’의 목표로 미리 결정되어 그 속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이해하기 위해 공통의 공간을 탐구하는 ‘과정’의 보편주의이기 때문에 언제나 다양하게 나타난다. 간단히 말해 이는 상호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의 ‘보편’을 찾아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다.
인문학과 민주주의에 대하여
누구나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사실은 독재자나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유교 사상에 수백 년 이상 길들여진 탓으로 반민주주의적인 타율적 통치 사고와 불평등에 젖어 있다. 민족주의 사관이니 신자유주의 사관이니 하고 떠들지만, 사실은 영웅 사관이 유일한 사관이다. 백인-황인-흑인이라는 인종차별 구조의 서열은 언제부턴가 한국인의 세계관이 되어 선진이라는 백인에 대한 열등감과 후진이나 야만이라는 흑인 혹은 준흑인에 대한 우월감을 낳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서양 중심의 세계 역사관이고 이를 서양은 물론 비서양도 그대로 따랐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한 서양이 서양 중심의 세계사관을 갖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비서양, 특히 서양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시대는 물론이고 그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룩한 나라들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비서양인은 서양 중심의 세계사관을 타파하고 비서양 중심의 세계사관을 수립해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특히 마하트마 간디는 서양 문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인도의 비폭력 전통을 존중했다.
인문에 반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은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부인하고 인간을 이념이나 집단으로 파악하고 차별하는 전체주의, 국가주의, 집단주의, 지역주의, 혈통주의, 파벌주의, 차별주의 등이다. 인종과 계급이나 반공과 자본을 인간의 결정 요인으로 보는 파시즘, 제국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상업주의 따위는 그 변태들이다. 이는 인간 행위의 목적을 개인이 아니라 인종과 민족의 승리나 순결, 또는 계급이나 물질이나 소비의 승리와 독재로 보고 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본다. 또한 이는 인간 집단을 선악으로 구별해 백인이나 프롤레타리아는 선하고 비백인이나 부르주아는 악하다는 식으로, 또는 그 반대의 흑백논리에 의해 구분한다.
모든 학문과 예술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인간의 자율성 확보, 즉 자기표현 가치 증대는 무엇보다도 물질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정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실천이어야 한다. 자본주의, 산업주의, 국가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엘리트 중심의 개인주의와 과학주의에 대한 철저한 도전이어야 한다. 이것이 인문의 핵심이다.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한 자기표현 가치의 증대를 위해 인문이 필요한 것이지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입시 논술이나 취업 준비, CEO 조찬 교양이나 유한부인의 명품 교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도리어 인문을 죽이는 행위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비판적 인문과 인문 비판이다. 그리고 주류 인문에 대항하는 비주류 인문의 수립이다. 그것이 인문의 봄을 되찾는 르네상스다.
인문이란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한국은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이고, 사회적 관계의 질이 낮다. 이는 한국의 낮은 행복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즉, 한국은 인문의 절대적 빈곤국이다. 과거로 상징되는 사회적 지위나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내면의 인문적 추구라는 즐거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그런 정신적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의 인문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치하는 사회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화와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고, 권위(국가)주의나 투쟁(경쟁)주의나 갈등(계급)주의나 패거리(집단)주의나 전체(획일)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인문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래서 인문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 작가 소개
저 : 박홍규
법학자이지만 여러 예술가들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평전과 역서들을 출간하고 있는 작가이다. 195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법대, 영국 노팅엄 대학교 법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오사카 대학교, 고베 대학교, 리츠메이칸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전공인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 개혁에 관한 책을 썼고,『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영국의 진보적 사상가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를 조명한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롭게 해석한 『내 친구 빈센트』 그리고 풍자 만화의 아버지 오노레 도미에의 평전인 『오노레 도미에 - 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 고야를 반권력의 화신으로 본 『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 루쉰의 사상과 문학 전체를 넓은 시야에서 조망한 『자유인 루쉰』, 자유 학교를 위한 순교자로 알려진 페레의 생애를 쓴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무엇이 정의인가?』(공저) 등이 있다. 또한 『아나키즘 이야기』, 『플라톤 다시 보기』,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세상을 바꾼 자본』 『리더의 철학』등의 책을 집필했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등을 처음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 외에 『간디 자서전』, 『자유론』, 『유토피아』, 루이스 멈퍼드의 『유토피아 이야기』, 『예술과 기술』, 『인간의 전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_5
제1부 첫 인문 이야기
제1장 첫 이야기_13
제2장 첫 사람 이야기_29
제3장 첫 예술 이야기_45
제4장 첫 농사 이야기_61
제5장 첫 인문 이야기_77
제6장 첫 독재 이야기_93
제7장 첫 민주 이야기_109
제8장 첫 붓다 이야기_125
제9장 첫 제국 이야기_141
제10장 첫 평화주의자 이야기_157
제11장 첫 폴리페서, 공자_173
제12장 첫 권학_189
제13장 첫 민학_205
제14장 첫 권예와 민예_221
제2부 고대 인문 이야기
제1장 그리스 이야기_239
제2장 그리스의 문학과 신화 이야기_254
제3장 그리스, 페르시아, 헤로도토스 이야기_268
제4장 아테네 민주주의 이야기_284
제5장 소크라테스 이야기_300
제6장 플라톤 이야기_315
제7장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_332
제8장 디오게네스 이야기_348
제9장 고대 그리스 연극 이야기_364
제10장 에피쿠로스 이야기_379
제11장 로마 이야기_395
제12장 로마인 이야기_410
제13장 로마의 문학과 예술 이야기_425
제14장 모세와 유대교 이야기_442
제15장 예수와 기독교 이야기_458
제16장 우리의 고대 인문 이야기_470
참고문헌_486
타락한 인문학, 빈곤한 인문학
인문학은 문사철, 즉 문학·사학·철학을 뜻한다. 문학과 사학은 서양인들이 문명이나 문화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철학은 그러한 문명을 반문명과 구별하는 기준을 제공했다. 그런 요소나 기준에는 종교, 미술, 음악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것들도 각각 기독교, 프랑스 미술, 독일 음악을 최고로 여기는 가치의 차별화로 이루어진다. 도덕, 법, 기술 등도 문화나 문명에 포함된다면 인문에도 포함된다. 그렇게 보면 인문의 범위는 참으로 넓어지는데, 이에 대해 문사철은 학문의 기초라거나 왕자라는 지위를 주장하기도 하고, 그래선지 더욱 고답적이고 신비하며 난해하게 변하기도 한다. 가장 황당한 것은 외국어와 외국 문헌으로 치장해 읽는 사람들을 지극히 소수에 한정하여 자기들끼리의 은밀한 놀이로 타락시키고 극소수 전공자 이외의 개입을 철저히 막는 것이다. 그런 인문학의 반민주적인 비밀주의나 고급주의는 CEO의 사치로 타락한 인문학보다 더욱 타락한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프리드리히 니체나 마이클 샌델에 이르는 반민주주의의 전통은 제국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것으로 그것들이 선진국 인문학이라면 이는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것이 인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아직도 통용된다. 그 단적인 보기가 서양이 비서양을 지배하기 위해 조작한 오리엔탈리즘인데, 더욱 심각한 점은 우리와 같은 비서양에서도 그런 오리엔탈리즘을 훌륭한 인문학으로 믿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인문학이야말로 물질주의의 학문이다. 그런 인문학이 물질의 만능 시대에 유행하고 이를 CEO 등이 주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보다 반인문적인 행위가 있겠는가?
또 대기업이 대학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도 이상하기는커녕 바람직하다고 보는 지경이니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산학협동이 아니라 산학일체, 더 정확하게는 산업에 대학이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대학이 있다. 자본은 최고의 권력이다. 지금 학문은 그런 자본의 권력에 봉사하는 권력학문이다. 우리의 학문, 특히 인문학의 악폐는 이러한 권력성에서 비롯된다.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학문 특히 인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
유가가 독점적인 권력학문이자 권력종교가 되는 것은 공자에서 시작되었고, 맹자를 거쳐 동중서에 의해서 확립되었다. 미셸 푸코는 ‘지식은 권력적’이라고 했지만, 동아시아의 전통에서 유가와 유학은 권력 자체였다. 유가나 유학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그러한 권력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가나 종교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하여 민학적인 인문학의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인문학은 인민학이자 인간학이 되어야 한다. 비판은 없고 찬양뿐인 사대 인문학을 참된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문학은 서양 제국주의와 동양 제국주의를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그리스·로마부터 영국이나 프랑스의 제국주의까지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제국주의를 찬양하고 부추기며 선동하는 인문학을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자유-자치-자연의 인문학
인문의 원리는 자유, 자치, 자연이다. 첫째, 신이나 권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자유에 전제되는 평등 역시 모두가 기계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그 모든 다양성이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인간들이 함께 사는 사회를 스스로 만든다고 하는 자치의 원리다. ‘나’라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이루는 작은 자치사회, 서로 지배하거나 종속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다스리는 자치를 원칙으로 하는 소규모의 사회생활을 이루는 것이다. 셋째, 모든 인간이 인류로 자연이라는 환경에 속한다는 원칙이다. 자연은 사회를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이 사는 세계로 확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개인의 자유나 사회의 자치라는 것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조화되어야 한다.
그런 자유-자치-자연이 지금 죽어가고 있다. 여기서 자유란 자발, 자율, 자주로 타율과 반대다. 또한 개별, 개성, 단수로서 집단, 획일, 복수와 반대다. 나아가 자치는 통치의 반대이고, 자연은 기계와 반대다. 반면 구속과 방종, 타율과 억압, 인공과 제도만이 판을 친다. 바로 물질주의의 승리다. 생존을 위한 물질은 최소한으로 필요하지만, 오로지 물질적 가치에만 도취하는 물질지상주의는 문제다. 그런 물질주의의 승자만이 살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그런 물질주의에 패하거나 그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스스로 물러서는 사람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 아닌가 하고 물을 정도로 우리의 물질주의 중독 상태는 심각하다. 그러니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자유-자치-자연이라는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즉, 자유-자치-자연에 입각한 인문은 높이 평가되고, 그와 반대인 자유억압-권력통치-자연정복에 입각한 인문은 가차 없이 비판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나’의 자유, ‘우리’의 자치, ‘세계’의 자연이라고 하는 3가지로 인류 문화인 인문이 구성됨을 뜻한다. 그런데 자유와 자치와 자연은 그 어느 것이든 간에 언제 어디서든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되 보편성을 갖는 것이다. 이는 자유와 자치와 자연이 각각 대응하는 인간과 사회와 세계가 균질성이나 획일성이 아니라, 보편주의와 다원주의에 의해 항상 움직이는 것임을 뜻한다. 보편주의는 그것이 그 탐구의 ‘출발’점에서 미리 주장되어 타인에게 강요되거나 그 ‘최종’의 목표로 미리 결정되어 그 속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이해하기 위해 공통의 공간을 탐구하는 ‘과정’의 보편주의이기 때문에 언제나 다양하게 나타난다. 간단히 말해 이는 상호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의 ‘보편’을 찾아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다.
인문학과 민주주의에 대하여
누구나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사실은 독재자나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유교 사상에 수백 년 이상 길들여진 탓으로 반민주주의적인 타율적 통치 사고와 불평등에 젖어 있다. 민족주의 사관이니 신자유주의 사관이니 하고 떠들지만, 사실은 영웅 사관이 유일한 사관이다. 백인-황인-흑인이라는 인종차별 구조의 서열은 언제부턴가 한국인의 세계관이 되어 선진이라는 백인에 대한 열등감과 후진이나 야만이라는 흑인 혹은 준흑인에 대한 우월감을 낳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서양 중심의 세계 역사관이고 이를 서양은 물론 비서양도 그대로 따랐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한 서양이 서양 중심의 세계사관을 갖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비서양, 특히 서양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시대는 물론이고 그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룩한 나라들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비서양인은 서양 중심의 세계사관을 타파하고 비서양 중심의 세계사관을 수립해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특히 마하트마 간디는 서양 문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인도의 비폭력 전통을 존중했다.
인문에 반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은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부인하고 인간을 이념이나 집단으로 파악하고 차별하는 전체주의, 국가주의, 집단주의, 지역주의, 혈통주의, 파벌주의, 차별주의 등이다. 인종과 계급이나 반공과 자본을 인간의 결정 요인으로 보는 파시즘, 제국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상업주의 따위는 그 변태들이다. 이는 인간 행위의 목적을 개인이 아니라 인종과 민족의 승리나 순결, 또는 계급이나 물질이나 소비의 승리와 독재로 보고 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본다. 또한 이는 인간 집단을 선악으로 구별해 백인이나 프롤레타리아는 선하고 비백인이나 부르주아는 악하다는 식으로, 또는 그 반대의 흑백논리에 의해 구분한다.
모든 학문과 예술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인간의 자율성 확보, 즉 자기표현 가치 증대는 무엇보다도 물질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정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실천이어야 한다. 자본주의, 산업주의, 국가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엘리트 중심의 개인주의와 과학주의에 대한 철저한 도전이어야 한다. 이것이 인문의 핵심이다.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한 자기표현 가치의 증대를 위해 인문이 필요한 것이지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입시 논술이나 취업 준비, CEO 조찬 교양이나 유한부인의 명품 교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도리어 인문을 죽이는 행위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비판적 인문과 인문 비판이다. 그리고 주류 인문에 대항하는 비주류 인문의 수립이다. 그것이 인문의 봄을 되찾는 르네상스다.
인문이란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한국은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이고, 사회적 관계의 질이 낮다. 이는 한국의 낮은 행복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즉, 한국은 인문의 절대적 빈곤국이다. 과거로 상징되는 사회적 지위나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내면의 인문적 추구라는 즐거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그런 정신적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의 인문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치하는 사회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화와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고, 권위(국가)주의나 투쟁(경쟁)주의나 갈등(계급)주의나 패거리(집단)주의나 전체(획일)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인문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래서 인문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 작가 소개
저 : 박홍규
법학자이지만 여러 예술가들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평전과 역서들을 출간하고 있는 작가이다. 195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법대, 영국 노팅엄 대학교 법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오사카 대학교, 고베 대학교, 리츠메이칸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전공인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 개혁에 관한 책을 썼고,『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영국의 진보적 사상가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를 조명한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롭게 해석한 『내 친구 빈센트』 그리고 풍자 만화의 아버지 오노레 도미에의 평전인 『오노레 도미에 - 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 고야를 반권력의 화신으로 본 『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 루쉰의 사상과 문학 전체를 넓은 시야에서 조망한 『자유인 루쉰』, 자유 학교를 위한 순교자로 알려진 페레의 생애를 쓴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무엇이 정의인가?』(공저) 등이 있다. 또한 『아나키즘 이야기』, 『플라톤 다시 보기』,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세상을 바꾼 자본』 『리더의 철학』등의 책을 집필했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등을 처음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 외에 『간디 자서전』, 『자유론』, 『유토피아』, 루이스 멈퍼드의 『유토피아 이야기』, 『예술과 기술』, 『인간의 전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_5
제1부 첫 인문 이야기
제1장 첫 이야기_13
제2장 첫 사람 이야기_29
제3장 첫 예술 이야기_45
제4장 첫 농사 이야기_61
제5장 첫 인문 이야기_77
제6장 첫 독재 이야기_93
제7장 첫 민주 이야기_109
제8장 첫 붓다 이야기_125
제9장 첫 제국 이야기_141
제10장 첫 평화주의자 이야기_157
제11장 첫 폴리페서, 공자_173
제12장 첫 권학_189
제13장 첫 민학_205
제14장 첫 권예와 민예_221
제2부 고대 인문 이야기
제1장 그리스 이야기_239
제2장 그리스의 문학과 신화 이야기_254
제3장 그리스, 페르시아, 헤로도토스 이야기_268
제4장 아테네 민주주의 이야기_284
제5장 소크라테스 이야기_300
제6장 플라톤 이야기_315
제7장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_332
제8장 디오게네스 이야기_348
제9장 고대 그리스 연극 이야기_364
제10장 에피쿠로스 이야기_379
제11장 로마 이야기_395
제12장 로마인 이야기_410
제13장 로마의 문학과 예술 이야기_425
제14장 모세와 유대교 이야기_442
제15장 예수와 기독교 이야기_458
제16장 우리의 고대 인문 이야기_470
참고문헌_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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