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서 자서전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모두의 삶이 그렇듯, 노인들의 삶도 계속된다.

잘 늙기 위해서는 외롭지 않아야 한다. 단순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과거를 이야기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와 격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회의 구성으로서 끊임없이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유지되어 존재감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그들의 지난 삶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노인들의 고독이나 소회, 절망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했을 때 나타난다.
자서전 쓰기는 과거를 기억으로 불러와 과거의 자기와 현재의 자기가 대화를 이어가는 행위이자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노인들이 감춰왔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으로서의 자서전인 것이다. 물론 그 공간이 반드시 자서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서전’은 책이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서전이라는 책으로서의 결과물보다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아가 노인들은 삶을 이야기하고, 노인들의 이야기에서 지나간 시대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노인들이 갖는 자존감이고, 자부심이고, 존재감이다. 자서전은 노인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場)의 하나일 뿐이다. 노인들이 건강한 사회가 곧 건강한 사회라고 본다. 그리고 세상과 항상 이야기하기가 가능해야 노인은 건강하다.
노인의 삶도 다른 모든 이들의 삶처럼 계속된다. 그리고 삶은 모두 소중하다.  

 저 : 임순철

국문학,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자서전 출판 및 사람·문화·역사·사회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일과 기록, 구술채록, 자서전에 관한 강연 등을 함께 하고 있다. ㈜아이스토리와 한국기록연구소 대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