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혁명은 공상이 아닌 현실의 문제다!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민족과 민족해방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민중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자본주의 내에서 사회제도를 개선하려 하기보다 체제 자체를 전복해야 하는 것일까?
레닌 전집 64권으로 출간된 이 책 『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는 마르크스주의와 민족 문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관계를 밝힌 책이다.러시아의 혁명지도자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의 전집은 120여 권 규모로 작년 하반기부터 출간되기 시작했으며, 이 책은 63권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일명 제국주의론)에 이어 다섯 번째로 출간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20편의 글들은 레닌이 1916년 7월부터 12월까지 집필한 것으로, 이 시기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온 세계가 전쟁에 휩싸이자 각국의 사회주의자들은 우선 자신의 조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조국 방위주의에 빠졌고, 제2인터내셔널은 파산했다. 레닌은 계급을 배반하고 자기 나라의 부르주아들과 손을 잡은 주요 사회주의자들을 가열차게 비판하며, 전쟁에서 자기 나라가 이기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전쟁을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위한 내란으로 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 내용들은 앞서 출간된 레닌 전집 58~60권에 수록되었다.
마르크스주의의 적이 된 기회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이 전집 58~60권의 주요 내용이었다면, 이 책 『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과 볼셰비키 당 내부의 적들의 오류와 잘못된 경향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첫 번째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독일의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로, 레닌은 「유니우스 팸플릿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로자가 감옥 안에서 ‘유니우스’라는 필명으로 쓴 책을 다루고 있다. 그 책은 세계 전쟁 중인 당시의 시대와 상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독일사회민주당과 사회주의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쓴 소책자였다. 레닌은 조국 방위주의에 빠지지 않은 로자의 기본 정신과 혁명적 활동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녀가 제국주의 시대에 민족해방 전쟁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 제국주의 전쟁을 내란으로 전화하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기회주의자들과 단절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다는 점 등을 비판했다.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한 비판 지점에서, 민족과 민족 전쟁에 대한 레닌의 개념, 제국주의 시대 규정 등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또한 레닌은 볼셰비키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좌익 유아적 경향’을 비판하는데, 그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퍄타코프와 부하린이다. 두 사람은 모두 볼셰비키의 주요 경제 이론가로, 혁명 후 스탈린 시대까지도 고위 경제관료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제국주의하에서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으므로, 민족자결권을 포함한 민주주의적 권리를 위한 투쟁은 무의미하다. 대안은 오직 부르주아지를 수탈하는 경제적 혁명, 사회주의 혁명뿐이다’라고 주장한다. 레닌은 이들이 보이고 있는 경향을 ‘제국주의적 경제주의’라고 부르며, 그것이 마르크스주의를 희화화한 것이자,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제국주의 시대 개념마저 희화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주의의 권리, 노동3권, 민족자결권 등을 위한 투쟁은 결코 자본주의 철폐 투쟁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며, 그 권리의 실현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주장한 것이다.
레닌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권 개선 투쟁, 생태운동, 페미니즘 운동, 민주적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 이주노동자 권익과 장애인 인권 등을 위한 투쟁은 그 자체로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들을 통해 사회주의 조직과 세력이 전체 사회에서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고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레닌은 사회주의자라면 강력한 계급투쟁을 하는 한편, 당면 과제들에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금기시하고, 현실 속에서의 끊임없는 실천을 강조한 레닌의 글은 그의 사상이 편향되거나 이론에만 갇힌 낡은 사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작가 소개
저 :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본명 :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랴노프(Vladimir Ilich Ulyanov)
본명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랴노프(Vladimir Ilich Ulyanov)이며, 1870년 볼가 강변의 심비르스크에서 교육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887년 황제 알렉산드르 3세의 암살 계획에 참여했던 맏형 알렉산드르가 처형당하자 혁명 운동에 뛰어들었다. 1887년 카잔대학에 입학했으나 불법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후 혁명가들과 교류하며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사회주의 서적을 탐독하며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다.
이후 혁명 운동에 투신하여 체포와 유형의 세월을 거친 뒤 1900년 국외로 망명하였다. 1903년 브뤼셀과 런던에서 열린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제2차 대회에서 당원 자격문제로 마르토프와 맞서 직업혁명가주의를 관철시킴으로써 볼셰비키(다수파)가 되었다. 1905년 제1차 러시아 혁명 직후 귀국하였으나, 1907년 다시 망명하여 주로 스위스에 머물면서 연구와 저술에 전념하였다.
1917년 2월혁명 직후 러시아에 귀국하여 10월까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마르크스 이후 가장 위대한 혁명 사상가인 동시에 역사상 가장 뛰어난 혁명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역 : 양효식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부터 다수의 레닌 저작을 번역했으며, 현재까지 사회주의 노동운동에 복무하고 있다.
목 차
민족자결에 관한 토론 총괄 정리
발생하고 있는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경향
키엡스키에게 보내는 회답
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군사 강령
세 그루 소나무 사이에서 길을 헤매는
이탈리아 사회당 대회에 보내는 인사
‘군비철폐’ 슬로건에 대하여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내의 분열
스위스 사회민주당 대회에서의 연설
단독강화
열 명의 ‘사회주의자’ 장관!
스위스 사회민주당 내 치머발트 좌파의 임무
전쟁에 대한 스위스 사회민주당의 태도(테제)
전쟁 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
조국 방위 문제에 대하여
청년 인터내셔널
기회주의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헛된 노력
치헤이제 파 의원단과 그 역할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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