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금이 공세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인지 아니면 기존 성과를 지켜야 할 때인지, 두세 가지 투쟁 방법이 제안돼 하나를 채택해야 할 때 그 기준은 뭔지, 매우 온건한 지도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 구체적 상황에 대처할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뭘까?
차별과 착취에 맞서 저항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에 직면해 답답하고 애가 탈 뿐 아니라, 쌓아 놓은 운동과 조직을 망칠까 봐 조바심이 난 경험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음에 속 시원하게 답변해 주는 책은 그동안 없었다. 전략·전술에 관한 책을 검색해 봐도 대부분 노동자들을 착취하거나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경영의 전략과 전술에 관한 것이거나 아니면 전쟁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이런 부류와는 전혀 다르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차별과 천대 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지향하면서도 현재 벌어지는 운동과 투쟁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전술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여러 글 가운데 특히 레온 트로츠키가 쓴 “호황, 불황, 파업의 상호작용”은 국내 최초로 번역된 것으로, 경제 상황과 계급투쟁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분석한 탁월한 글이다. “공동전선에 관하여”는 트로츠키가 1922년 2월 말 열린 코민테른 집행위원회 확대 총회에 제출하려고 쓴 것으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중요한 강령적 문서 가운데 하나다. 그 밖에 토니 클리프, 알렉스 캘리니코스 등 후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쓴 글도 여럿 수록돼 있다.
군사 전략가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을 응용한 계급투쟁의 전략과 전술, 러시아 혁명가 레닌과 트로츠키의 기여, 노동자 단결을 지향하는 공동전선 등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을 향한 투쟁에서 많은 혁명가들이 내놓은 방법론은, 21세기 혁명과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또 초좌파주의, 인민전선 등 과거와 현재의 혁명가들이 저지른 오류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략과 전술의 개념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다룰 전략은 정치 전략이고, 더구나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
그냥 운동 자체의 전략, 그러니까 대중운동이 내놓는 전략, 대중의 전략, 계급의 전략 같은 것은 없다. 자발적 운동, 자생성, 자발성만 갖고는 전략이라는 개념을 내놓을 수가 없다. 자발성이라는 개념은 전략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
전략은 목적의식적인 것이다. 계획하는 것이고 설계하는 것이다.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이 아니다. 어떤 전투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전투에 힘을 쏟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노동자들의 의식이 다양하고 불균등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주의적 전략의 출발점은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자기 인생을 통틀어 계속 반복되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노동자 다섯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우익적이고 보수적인 노동자고, 다른 한 명은 여성 차별과 유대인 혐오와 인종차별과 종교 차별 등에 반대하는 투쟁적 노동자고, 나머지 세 명은 그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상황에 따라서 우파적 노동자를 지지하기도 하고 투쟁적 노동자를 지지하기도 하는 노동자였다. 이것이 바로 노동계급 의식의 불균등을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런데 불균등한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 있게 되면, 보통 때는 잘나가다가도 아주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분열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늪처럼 질척질척한 수렁에 빠지게 된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같은 커다란 문제가 닥쳤을 때 누구는 전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우리가 분열하니까 전쟁 문제는 아예 얘기도 말자’고 한다. 이 때문에 트로츠키는 투쟁적 소수가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물론 투쟁적 소수는 공동전선이나 노동조합 등을 통해 대중적 조직을 유지하고 거기서도 활동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것은 레닌 당 이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출발점이다. 이게 출발점이 되지 않으면 전략과 전술에 대한 얘기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 전략과 전술을 집행하려고 할 때 완전히 마비돼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선동과 선전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가?
선동은 당면 쟁점에 초점을 맞춰 그 쟁점을 중심으로 행동을 ‘...전략과 전술의 개념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다룰 전략은 정치 전략이고, 더구나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
그냥 운동 자체의 전략, 그러니까 대중운동이 내놓는 전략, 대중의 전략, 계급의 전략 같은 것은 없다. 자발적 운동, 자생성, 자발성만 갖고는 전략이라는 개념을 내놓을 수가 없다. 자발성이라는 개념은 전략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
전략은 목적의식적인 것이다. 계획하는 것이고 설계하는 것이다.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이 아니다. 어떤 전투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전투에 힘을 쏟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노동자들의 의식이 다양하고 불균등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주의적 전략의 출발점은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자기 인생을 통틀어 계속 반복되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노동자 다섯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우익적이고 보수적인 노동자고, 다른 한 명은 여성 차별과 유대인 혐오와 인종차별과 종교 차별 등에 반대하는 투쟁적 노동자고, 나머지 세 명은 그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상황에 따라서 우파적 노동자를 지지하기도 하고 투쟁적 노동자를 지지하기도 하는 노동자였다. 이것이 바로 노동계급 의식의 불균등을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런데 불균등한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 있게 되면, 보통 때는 잘나가다가도 아주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분열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늪처럼 질척질척한 수렁에 빠지게 된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같은 커다란 문제가 닥쳤을 때 누구는 전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우리가 분열하니까 전쟁 문제는 아예 얘기도 말자’고 한다. 이 때문에 트로츠키는 투쟁적 소수가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물론 투쟁적 소수는 공동전선이나 노동조합 등을 통해 대중적 조직을 유지하고 거기서도 활동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것은 레닌 당 이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출발점이다. 이게 출발점이 되지 않으면 전략과 전술에 대한 얘기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 전략과 전술을 집행하려고 할 때 완전히 마비돼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선동과 선전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가?
선동은 당면 쟁점에 초점을 맞춰 그 쟁점을 중심으로 행동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선전은 더 체계적으로 사상을 설명하는 것과 관련 있다. …
선전가는 예컨대 실업 문제를 다루면서 경제 위기의 자본주의적 본질, 현대사회에서 경제 위기가 불가피한 이유, 이 사회를 사회주의 사회로 변혁할 필요 등을 설명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많은 사상’, 정말로 수많은 사상을 전달해야 하므로, 이를 완결적 전체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비교적)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선동가는 [실업이라는] 같은 주제를 이야기할 때, 해고된 노동자의 가족이 굶어 죽은 사건,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 등을 예로 들 것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이용해 단 하나의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다.
불황은 자동적으로 투쟁을 낳는가? 호황은 반대로 투쟁을 가라앉히는가?
일반적으로 말해, 프롤레타리아 혁명운동은 경제 위기 때마다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변증법적 상호작용이 있을 뿐이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러시아에서 그 관계를 살펴보자. 1905년 혁명은 패배했다. 노동자들은 크나큰 희생을 치렀다. 1906년과 1907년에 혁명의 마지막 불꽃이 타올랐고, 1907년 가을쯤 거대한 세계경제 위기가 터졌다. 그 신호는 월가의 ‘검은 금요일’이었다. 1907년, 1908년, 1909년 내내 매우 혹독한 경제 위기가 러시아까지 강타했다. 이 경제 위기는 운동을 말살했다. 노동자들이 전에 투쟁하는 동안 너무나 큰 고통을 겪은 나머지 이 불황으로 낙담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혁명을 낳는 것은 무엇이냐, 즉 경제 위기냐 경기 호전이냐는 문제를 두고 우리는 숱하게 논쟁을 벌였다. …
1910년, 1911년, 1912년에 러시아 경제 상황이 호전되며 경기가 괜찮아지자, 사기가 저하돼 활력을 잃었던 노동자들이 용기를 내 다시 결집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다시 자각했고, 처음에는 경제 영역에서 나중에는 정치 영역에서도 공세를 퍼붓게 됐다. 호황기 덕분에 단단히 기운을 차린 러시아 노동계급은 제1차세계대전 직전에는 직접적 공격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공동전선의 본질은 무엇인가?
공동전선 문제는 그 기원에서 보든 본질에서 보든 공산당 의원단과 사회당 의원단,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사회당 중앙위원회, 〈뤼마니테〉(인류, 공산당 기관지)와 〈르 포퓔레르〉(인민, 사회당 기관지) 사이의 상호 관계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 시대에는 노동계급에 기반을 둔 다양한 정치조직들의 분열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공동전선 문제는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노동계급이 공동전선을 펴야 할 긴급한 필요에서 비롯한다.
이런 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당은 선전 단체일 뿐, 대중행동을 도모하는 조직은 아니다.
작가 소개
저 : 레온 트로츠키
Lev Davidovich Bronstein
본명이 레프 다비도비치 브론슈타인(Lev Davidovich Bronstein)인 레온 트로츠키는 1879년 우크라이나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898년 '남러시아노동자연합'을 결성해 활동하다 체포되어 시베리아 유형에 처했으나 탈출, 1902년 런던으로 가 레닌과 '이스크라' 그룹에 합류했다.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RSDLP)의 분열과정에서 볼셰비키와 멘셰비키의 주장을 화해시키기 위해 독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1905년 혁명이 터지자 러시아로 돌아와 페테르부르크 소비에트 의장으로 활약하다 두 번째로 시베리아 유형에 처했으나 재차 탈출에 성공했다.
10여년 간의 망명생활을 끝내고 1917년 5워 4일, 귀국한 그는 볼셰비키당에 입당하여 중앙위원이 되었다. 페테르부르크 소비에트와 군사혁명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며 10월혁명을 실제적으로 성공시킨 뒤 소비에트 정부의 초대 외무인민위원이 되었으며, 내전이 발생하자 전쟁인민위원이 되어 적군을 창설했다. 레닌 사후 스탈린 일당에 대당한 좌익반대파를 이끌었으나 1927년 출당되었으며 1929년 터키로 추방되었다. 이후 프랑스, 노르웨이,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계급협조주의 도구로 전락한 코민테른을 대신하여 제 4 인터내셔널을 창건했다. 1940년 8월 마지막 망명지 멕시코에서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 의해 암살당했다. 저서로는『영구 혁명 및 평가와 전망』,『나의 일생』,『러시아 혁명사』,『배반당한 혁명』등이 있다.
저 : 토니 클리프
Tony Cliff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영국 마르크스주의자다. 1930년대에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가 됐고 트로츠키 지지자가 됐다. 팔레스타인에서 소규모 혁명 조직을 건설하다가 제2차세계대전 기간에 영국군에 의해 투옥된 직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1950년대에 소련과 동유럽을 깊이 연구한 후 이 사회들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주장하며 정설 트로츠키주의와 결별하고, 고전 마르크스주의를 복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창설한 ‘사회주의 평론 그룹’은 1960년대에 ‘국제사회주의자들’이 됐고 1970년대에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으로 발전해 영국에서 가장 큰 급진 정당이 됐다. 자서전 『쟁취해야 할 세계』(A World to Win)가 출간되기 직전인 2000년에 사망했다.
레닌 평전 4부작과 트로츠키 전기 4부작을 포함해 많은 책을 썼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레닌 평전 1: 당 건설을 향해』(책갈피), 『레닌 평전 2: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책갈피), 『레닌 평전 3: 포위당한 혁명』(책갈피),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책갈피, 공저), 『여성해방과 혁명』(책갈피), 『로자 룩셈부르크』(북막스), 『트로츠키 사후의 트로츠키주의』(책갈피),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책갈피) 등이 있다. 최근 그의 정치적 전기 『Tony Cliff: A Marxist for His Time』(Bookmarks, London, 2011)이 영국에서 출간됐다.
저 : 알렉스 캘리니코스
Alex Callinicos
1950년 짐바브웨 출생으로 세계적 석학이자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자본론의 논리학' 이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현재 런던 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다. 영국 반신자유주의 단체인 '저항의 세계화' 활동가이며, 우리 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강연한 적이 있으며, 그의 책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은 한국에서도 진보적 청년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히는 마르크스 입문서다.
지은 책으로 『평등』, 『반자본주의 선언』, 『노동자 계급에게 안녕을 말할 때인가』, 『역사의 복수』, 『노동조합 속의 사회주의자들』, 『트로츠키주의의 역사』, 『포스트모너니즘 비판』, 『역사와 행위』, 『이론과 서사』, 『현대 철학의 두 가지 전통과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시즘에 미래는 있는가』, 『알뛰세의 마르크스주의』 『레닌 재장전』 등이 있다.
역 : 최일붕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이다. 지은 책으로는 『자본주의 국가: 마르크스주의의 관점』(편저, 책갈피, 2015), 『마르크스주의의 방법: 소외, 변증법, 역사유물론』(노동자연대, 2016), 『사회민주주의 전통과 사회주의』(노동자연대, 2015)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레닌 평전1: 당 건설을 향해』(책갈피, 2010),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책갈피, 2013), 『마르크스주의와 정당』(공역, 책갈피, 2013),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은 무엇인가?』(책갈피, 2005) 등이 있다.
목 차
1부 전략과 전술의 개념
1장 전략과 전술의 기초 개념
2장 전략과 전술
2부 전략과 전술의 전제
3장 사회주의 정치는 선전으로 환원될 수 없다
4장 선동과 선전
5장 초좌파주의란 무엇인가?
3부 레닌·트로츠키의 전략과 전술
6장 레닌의 전략과 전술
7장 트로츠키와 코민테른
8장 호황, 불황, 파업의 상호작용
4부 민중주의와 인민전선
9장 민중주의란 무엇인가?
10장 민중주의의 고차원적 형태, 인민전선이란 무엇인가?
11장 독일·스페인 파시즘과 공동전선
12장 스페인 혁명과 [랜드 앤 프리덤]
13장 프랑스 인민전선
5부 대안 - 공동전선
14장 단결이 힘을 발휘할 때
15장 공동전선: “따로 행진하되 함께 공격하자!”
16장 공동전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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